"좀 이따가 소화 시킬 겸 아이스크림 사러 갈거야"
"벌써 다 먹었어?"
배도 따땃하니 찬 게 생각이 났다.
우리집 냉동실엔 항상 아이스크림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없더라고. 내가 다 먹었겠지...? 하하하하 이따 가서 또 한 봉지 사다 놔야겠네
다 먹고 남은 잔해(?)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둘이 러그에 누워서 티비를 보다가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갔다.
우리집에서 골목 조금만 내려가면 편의점이 바로 있으니까.
아이스크림만 사러 왔으면서 이것저것 먹을게 보이니까 또 괜히 사고 싶고 먹고 싶고...
그래서 코너코너 쭉 천천히 둘러봤다. 태형이는 저기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고.
음료수 쪽을 보는데. 헛개수네. 저것도 집에 좀 사다 놔야 되나. 오늘 아침처럼 머리 아프고.... 헛개수? 헛개수?!?! 나 저거 먹었는데.... 언제 먹었지?
어제 나 머리 아프다고 태형이가.. 태형이가...... 태형.....
생각났어!!!!! 다 생각났다고!!! 어떡해ㅠㅠ 아 어떡해ㅠㅠ 악!!! 다 생각나 버렸어!!! 태형이 등에 엎혀서 들어온 거랑 태형이랑 키.... 그래 다 생각났다.... 와.... 어떻게 그걸 잊어버리지? 태형이가 화낼 만도 하네.. 아...
"뭐해? 다 골랐어?"
아이스크림을 다 골랐는지 태형이가 가만히 서있는 내게 다가와서 툭 쳤다.
"악!!"
"왜 그래?"
순간 깜짝 놀랐네...
절대!! 기억났다고 말 못해!! 모르는 척 할거야ㅠㅠ 도대체 술 먹고 둘이 뭘한건지ㅠㅠ 이제 와서 기억났다고 하기도 웃기고... 하... 진짜 내가 다시 술 먹나 봐라...
"아니야"
멍하니... 태형이가 아이스크림을 계산하는 걸 쳐다만 보다가 나가는 태형이 따라서 또 멍하니 나가다가 태형이가 왜 그러냐고 물을꺼 같아서 얼른 정신을 차렸다. 난 기억 안 나는 거다... 난 기억 하나도 못하는 거야ㅠ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서 집으로 걷다가 태형이가 먹고 들어가자고 해서 그 날...태형이가 날 데리고 왔던 그 공원...그 벤치에 가서 앉았다... 너 노렸지..? 쟤 분명 일부러 저러는 거야ㅠㅠ
아무 말 안 하고 둘이 쪽쪽 아이스크림만 빨았다. 뭐 죄지은 거도 없으면서 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러다가 태형이가 뭔 말을 꺼낼 거 같아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아이스크림 다 녹겠다. 얼른 가자"
"추워서 안 녹아"
어.... 그래.... 아씨.... 왜...! 대체!! 난 그때 너도 착각할 정도로 취했다고 치고 넌 대체 왜 나한테 키스를 한 건데!
"아직도 기억 안 나?"
그럴 줄 알았어ㅠㅠ 안 나... 하나도... 안 나... 절대 나 기억 나는 거 아니다...
"뭐가"
절대 난 평생 이거 기억 못할 거야.
쳐다보지마! 쳐다보지말라고ㅠㅠ
"그건 기억 안 해도 되는데 정국이는 좋아하지마"
..... 눈치 못 챘길 바랬는데 결국 챘나 보다. 하긴 못 채는 게 이상하지. 그래 나 전정국 좋아한다.
"너만 아퍼"
나도 안다. 수시로 바뀌는 정국이 옆 여자들 때문에 여자친구가 아닌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정국이를 좋아하는 건 정말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프게 하는 거다. 어떤 짝사랑보다 힘든 짝사랑? 근데 뭐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근데 내가 너랑 이런 대화를 할 줄이야. 이건 호석이도 모...아 이제 알려나...ㅠㅠ
"넌 정국이한테 말 하지나 마"
"니가 하는 거 봐서"
참 고오오오맙다...
"아깐 어디 갔다 온 거야 내가 해준 북어국도 다 안 먹고. 싹싹 긁어먹고 가야지!
아 맞다.. 오빠 왔다고 해서 먹다 말고 뛰어나갔는데 깜빡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나오면서 자기가 끓여준 거 다 안 먹었다고 한 소리 하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설마 너 정국이 보러"
"오빠 왔대서 오빠 보러 간거야"
"오빠?"
"응. 갑자기 서울에 올라와서는..."
"그럼 밥은, 제대로 먹었어?"
어? 생각지도 못한 질문인데?
"오빠랑... 먹었어"
순간 당황했네... 근데 저번에 나한테 키스한 것도 그렇고 나한테 하는 행동도 그렇고 김태형 얘 설마 나를... 에라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쟤가 날 왜 좋아해. 그래.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또 헛소리하네.
그땐 둘 다 , 정도의 차이지만, 술에 취해있었고. 워낙 스킵십도 좋아하고 오지랖도 넓은 애니까.
두툼한 패딩을 입고 나왔어도 한밤중이라 그런지 추위가 느껴졌다. 게다가 아이스크림까지 빨고 있으니... 태형이를 데리고 얼른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봐 아이스크림 다 녹았잖아!!!!! 김태형!!!!
집에 들어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냉동실에 넣는데 만지는 것마다 물컹물컹 다 녹았다...
티비 앞에서 칫솔을 물고 양치질을 하는 김태형에게 다가가서 등을 무릎으로 꽉 눌러주곤 내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정국이가 들어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새벽 2시인데.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지 않은데. 나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
그게 쉬웠으면 애초에 접었을거다. 절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걸 나도 아니까. 어쩌다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좋아하게 돼서.
이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하고 싶은데.
천장만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에 빠졌다.
....
시간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흘러가고... 벌써 크리스마스라니ㅠㅠ
작년 이맘때에 생각했었다. 내년에는 꼭 남자친구와 보내겠노라... 근데 이게 뭐야.... 올해도 호석이야?
크리스마스이브날 저녁. 그러니까 23일에서 24일로 넘어가는 그때. 수면제라도 먹고 26일에 일어나고 싶었다. 크리스마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브도 참 문제다....
그리고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이브날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ㅠㅠ
24일 아침. 일부러 침대에서 비비적거리면서 잠에서 깼다. 엄청 늦게. 아점을 먹기에도 늦은 시간. 2시였다. 좋아! 나름 성공했어! 이제 오후만 어떻게 보내면 된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얘네 다 나갔겠지?
"잠팅이"
뭐야 얘 왜 집에 있어
"너 안 나가냐?"
"나 나가면 너 혼자잖아"
"그냥 약속이 없다고 해"
"응. 실은 없어"
정국이는 나간 듯 보였다. 바쁘게 나갔는지 정국이 방문은 열려있었고 그 안에 정국이는 없었다. 그렇지. 이런 날 니가 집에 얌전히 있을 리가 없어.
"넌 어디 안 나가?"
올해는 호석이 찬스마저 못 쓰게 되었다. 나랑 보내느니 돈이나 벌겠다면서... 이틀 연속으로 알바를 뛴다고 내게 통보했다. 너까지 날 버릴 줄은 몰랐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니가 없으면 난 잉여란 말이다...
"그렇게 됐다"
태형이 옆에 앉아서 같이 티비를 보는데 왜 이렇게 내가 짠해지지? 흑ㅠㅠ 이게 뭐야ㅠㅠ 내가 왜 이브날에 집안에서 썩어야 하냐구ㅠㅠ
'닌자가 돼 다시 돌아왔지'
처량한 신세에 한숨만 쉬고 있었는데 태형이의 폰이 울렸다. 설마...
"받았소. 누구요. 어? 어. 잠깐만"
나를 힐끔 보더니 폰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 거다. 뭐야. 왜. 나갈꺼냐. 나갈꺼야?ㅠㅠ 걍 다시 들어가서 잠이나 잘까..
태형이가 나올 때까지 불안한 눈빛으로 방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좀 있다가 태형이가 나왔다.
"왜...?"
"응? 뭐가?"
"너 약속 잡힌 거 아니야..?"
"아닌데? 박지민 새끼가 자긴 뭐 한다 뭐 한다 자랑하는 거야"
아 그런 거야~? 난 또~ 하하하 그럼 안 나가는 거겠지~!
"근데 아미야 배 안 고파?"
배? 그러고 보니 좀 고프네...밥 먹기는 싫은데.. 뭔가 싫어... 내가 이브날 집밥을 먹어야 한다니....
"우리 나갈까? 나가서 장 봐오자! 우리끼리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면 되지"
"진짜? 응응 나가자! 나 오늘 같은 날 집에 있기 싫다..."
원래라면 내가 너랑 왜 나가냐며 귀찮다는 눈빛을 보냈겠지만 내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이브 날인데 그런 건 상관없었다!
....
"우선 너 배고프니까 밥 먹자, 밥!"
이 시간에 뱃속은 비어있는데 고기 먹기도 그렇고 해서 분식집으로 갔다. 우리 둘 다 떡볶이 하나는 참 좋아하니까.
"떡볶이랑 순대랑 김밥이랑 우동이랑"
"그만! 안돼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먹을 거란 말야"
튀김도 먹어야 되는데... 말리는 태형이 때문에 저것만 시켜서 고픈 배를 채웠다. 크~ 역시 떡볶이~
제발... 묻히며 먹지 좀 말란 말야....
빨갛게 입술에 떡볶이를 묻히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태형이는 김밥을 입에 구겨 넣었다. 실실 웃으면서.
"일로 와봐"
휴지를 뽑아서 태형이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뭘 알고 내미는 건지. 입술은 왜 내미는 건데.꾹꾹 누르면서 닦아주니까 씩 웃더니 입에다 일부러 또 묻히는 거다. 저게 진짜.
"뭐하냐"
"또 닦아줘"
"싫어"
"우~~"
입술을 또 쭈욱 내밀고... 어휴....
내가 째려보니까 금세 입을 집어넣더니 얌전히 고개를 숙이는 태형이다.
"대봐"
씨익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들길래 착한 내가 그냥 닦아주었다. 앞으로 절대 안 닦아줄 거야. 하여간 한번 닦아주니까 계속 저래.
새해에요!!!!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그건 그렇고...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렇게 늦은 크리스마스가 다 있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리스마스로 또 좀 우려먹을텐데ㅋㅋㅋㅋㅋ 먼저 앞서가는 시간을 어째야할까요...하하하하하하......
오늘은.... 음... 내용이 별로 없죠? 네 없어요.... 다음편을 위해 그냥 필요한 부분일 뿐이라서...하하하하하ㅏ핳 그렇답니다...하하하ㅏ하핳하하
다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이때!! 신년 계획 잘 세우시고~ 행복한 한해 또 보내시길 바랄게요!!
♥♥♥♥♥♥♥♥♥♥암호닉♥♥♥♥♥♥♥♥♥♥
모카님♥ 런치란다님♥ 민슈가님♥ 권지용님♥ 단미님♥ 기화님♥ 스웩님♥ 랩모니님♥ 현기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