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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되려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호석이를 진정시키고 얼른 집에 보냈다.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건들지도 않더니 갑자기 따로 만나자고 한 게 수상하다며 마냥 좋아하지 말라고. 벌써 두 번이나 키스를 했는데 더 어떤 짓을 할지 어떻게 아냐며 조심 또 조심하라고.
아주 귀에 딱지가 앉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내게 말하고는 겨우 발을 떼서 집으로 갔다. 심지어는 내가 이사 갈 때까지 우리 집에서 자면 안 되겠냐고 괜한 억지도 부렸다....
정리 좀 하려고 불렀더니 오히려 더 꼬아놨어... 가뜩이나 맘도 복잡해 죽겠는데 호석이가 거기에 기름까지 뿌리고 가서 생각 좀 하려고 그때 그 공원에 와서 그 벤치에 앉았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생각할게 너무 많아...
진짜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건가. 태형이는 어쩌면 좋지. 진짜 날 좋아하는 건가. 난 정국이가 좋은데... 아님 그냥 내가 설레발치는 건가. 정말 술김에.... 그냥 했을 수도 있는 거고. 아까부터 할 말 있다는 건 다른 걸수도 있는데 내가 괜히 오버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호석이 말대로 정국이가 갑자기 데이트 하자는 것도 이상하고. 이제까지 나한테 따로 만나자는 소리는 한 번도 안 했으면서 갑자기 왜 그럴까... 항상 내게 심장이 쿵쿵거리는 말들은 던졌지만 그건 그저 몸에 배어있는 거고. 단 한 번도 내게 관심이 있다거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풍긴 적이 없었다.
머릿속이 아주 복잡하구나ㅠㅠㅠㅠ 애꿎은 땅만 발로 쿡쿡 찍으면서 한숨만 쉬어댔다.
가만히 앉아있으니까 '으으....'하고 몸이 떨리길래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어렵게 엉덩이를 뗐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태형이가 나한테 하려던 말 듣고! 뭐... 내가 생각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아 잠시만 진짜 아니면...와.. 나 진짜 쪽팔린 거다...
몸도 으슬으슬 추워 죽겠고ㅠㅠ 집이나 들어가자. 내가 집 놔두고 여기서 뭐 하는 거람..
꾹꾹 열심히 도어락을 누르고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 트리 어디 갔지? 나갈 때만 해도 꼬마전구가 밝게 빛났었는데 집이 온통 암전이었다. 하나도 안 보이네...
그새 태형이가 나간 건가 싶었는데 태형이 방 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누구 왔나? 일단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불부터 켜자 하고 벽을 더듬더듬 거리면서 스위치가 있는 쪽으로 갔다.
'쿠당탕-'
아, 아파!!!! 뭔진 모르겠는데 가다가 뭔가에 발이 걸려서 넘어져 버렸다.
"아야.....ㅠㅠㅠㅠ"
불도 못 키고 주저앉아서 부딪힌 무릎을 문질 거리고 있는데 태형이 방문이 열렸다.
"아미야? 왜, 괜찮아?"
문을 열고 고개를 두리번 거리더니 바닥에 앉아있는 날 보고는 얼른 달려와서 불을 켜고 내 옆에 앉았다.
밝아지니까 내가 뭐에 넘어졌는지 보이더라. 아까 이쁘게 꾸며놨던 트리... 장식 다 떨어졌네....
"아, 트리 망가졌어..."
"너 괜찮아?"
"내가 이쁘게 꾸며놨는데"
"괜찮냐니까!"
한 손으로는 욱신거리는 무릎을 문질 거리고 한 손으로 트리를 들어 세우니까 태형이가 트리를 잡은 내 손을 잡으면서 소리쳤다.
아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냐.... 놀라서 어깨를 움찔했네.
"괜찮아...."
"하...."
태형이가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저래....
"근데 누구 있어? 아까 말소리 들리던데"
"......무슨 말하는지 들었어?"
"아니. 옹알옹알 거리던데"
"통화한거야.."
아~ 그렇구나. 태형이가 말을 끝내더니 일어날 수 있냐고 물어오면서 날 일으켜 세워 러그 위에 데려가서 앉혔다. 내일 멍 들겠네ㅠㅠ
언제 치웠는지 와인 병도 잔도 다 치우고 트리도... 문 앞쪽으로 치워놓고.
부드러운 러그를 손으로 쓸고 있었는데 태형이가 부딪힌 내 무릎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 먼저 자고"
보고만 있다가 이내 무릎을 쓰다듬으면서 날 쳐다봤다.
이 밤에 갑자기 어딜 나간다는 거야. 나 니가 나한테 할 말 있다길래 그거 들으려고 들어온 거란 말야!
"어디 가. 할 말 있다며"
"나중에.... 나중에 해줄게. 먼저 자. 알겠지?"
무릎을 만지던 손을 올려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챙겨 입고 내게 옅게 웃어주곤 밖으로 나갔다.
태형이가 그렇게 움직일 동안 난 가만히 앉아서 태형이를 눈으로 쫓았다.
태형이가 나간 뒤로도 현관문을 계속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무릎으로 돌렸다.
뭐야. 엄청 고민하다가 들어왔더니. 뭐가 나중에야.... 나 무릎도 다쳤는데... 아프다고 막 엄살 부릴 걸 그랬나.
둘 다 나가고 나 밖에 없는 집을 쭉 둘러봤다. 집에 세명이나 사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허전한 것 같냐. 아직 이브 안 지났는데.... 결국 이브날 밤은 나 혼자구나.
욱신거리는 무릎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다. 씻는 거고 뭐고 귀찮아서 패딩을 벗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아 맞다 무릎! 무릎 생각이 나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올려 무릎을 보니까 멀쩡하길래 손으로 꾸욱 눌렀는데... 아프다ㅠㅠ 진짜 멍들겠네...
'하...'한숨을 쉬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까지 덮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더라... 아침에, 아니 점심에 일어나서 태형이랑 장보구.. 마트에서 태형이 친구들 만나구, 집에 와서 태형이랑 저녁 먹구, 태형이랑 와인도 먹고, 트리도 꾸미고, 키.....으악!
또 얼굴이 빨개지려고 해서 이불을 확 당겨서 머리끝까지 덮었다. 생각하지 말자...아무것도 아니다....
음... 그리고... 정국이 전화가 왔지....
내일 정국이랑... 크리스마스에 정국이가 만나자고 했다. 내일 정국이랑 데이트 하는구나....
얼른 자야지 싶어서 양볼을 손으로 착착 때리고 다시 이불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이제 자자.
감았던 눈을 반짝. 생각해보니 혼자서 잠드는 건 처음이지 싶었다. 늘 태형이가 있었다. 같이 자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항상 집엔 있었는데... 가끔 태형이가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정국이라도 있었다.
근데 오늘은 진짜 나 혼자네.... 디게 쓸쓸하다ㅠㅠ
뭐 어쩌겠어... 그냥 빨리 자자...
....
'너는 내게 최고~'
아....누구야... 나 자고 있는데....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면서 핸드폰을 들어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여보세...여....."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누나 아직 안 일어났죠?]
정국이!?!!??! 지금 몇 시지!?!?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켜서 시계를 쳐다봤다.
8시잖아.... 아 깜짝이야... 아침부터....
"하암....정국아 아직 여덟 신데"
[난 누나 일찍 보고 싶은데]
하품을 쩍쩍하면서 목을 긁적거리며 전화를 받고 있는데 정국이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또또ㅠㅠㅠㅠ 아침부터ㅠㅠㅠㅠ 심장이 아프다ㅠㅠㅠ
[얼른 일어나요. 나 누나 빨리 보고 싶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았어ㅠㅠㅠ 나도 나도ㅠㅠㅠㅠㅠㅠ
"응응!"
[준비 다 하면 전화해요]
난 들었다ㅠㅠㅠ 수화기 너머로 정국이가 웃는 소리ㅠㅠㅠ 전화를 끊고! 얼른 준비를 시작했지!!
....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을까, 화장을 다하고 옷장을 열어서 옷을 쫙 보는데. 이건 얼마 전에 입었던 거, 이건 색이 맘에 안 들고, 이건 핏이 별로고, 이건 그냥 싫어.
아 왜 옷들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어!! 맘에 들면 죄다 정국이 앞에서 입었던 거다.... 정국이랑 만난다고 입었던 옷들은 아니지만... 잠깐 봤으니까 기억 못하려나?
악!!! 옷 좀 사야지! 옷을 다 끄집어 놔서 난장판이 된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몇 시냐... 고개를 들어서 시계를 쳐다보니까 벌써 10시인 거다. 아니 뭘 했다고 시간이 저렇게 흐르나요... 정국이 기다리겠네.
아... 뭐 입지.... 옷들을 바닥으로 다 밀어버리고 다리를 쫙 펴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 갑자기 펴진 무릎에 잊고 있던 통증이 느껴졌다. 나 어제 다쳤었지.
근데 태형이는, 나갔나? 무릎을 보니까 태형이가 생각났다. 내가 막 돌아다닐 동안 태형이 방 문은 곱게 닫혀있었고, 집에서 내가 움직이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궁금해져서 내 방을 나와 태형이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
아무 소리도 안 나네. 설마 얘도 어제 안 들어온 건가? 아니 뭐 이 집 남자들은 외박을 이렇게 밥 먹듯이 하나!!
괜히 승질이 나서 문을 벌컥 열어버렸다. 응? 태형이 침대에 이불이 둥글게 뭉쳐 있는 거다. 저렇게 놓고 간 건가. 아님 저 안에 있는 건가.
가까이 가서 보니까 이불덩이(?) 위에 새까맣게 태형이 머리 같은 게 보이는 거다. 그래서 이불을 살짝 내렸다.
"하아....하아...."
얘 왜 이래....? 몸을 크게 움직이면서 태형이가 가쁜 숨을 몰아가고 있었다.
"태형아, 어디 아파? 응? 왜 그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 멍든 거 아프다ㅠㅠ 인상을 살짝 찡그리다가 태형이를 조심조심 흔들었다.
"태형아, 아파? 이케 해봐"
벽 쪽을 보고 몸을 웅크리고 있길래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근데 얘 몸에 열난다....
"너 아프지? 괜찮아?"
내가 말을 거는 동안 태형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숨만 크게 쉬었다. 진짜 아픈가 보네... 어제 대체 뭘 하고 왔길래 애가 이래...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까 아주 펄펄 끓는 거다. 아.. 어쩌지.. 병원 가야 하나?
"많이 아파? 병원 갈래? 그래, 병원 가자"
방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태형이가 내 손목을 잡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어쩌자는 거야...말할 힘도 없어 보이는데...
"안 가?"
다시 자리에 앉으니까 태형이가 대답은 안 하고 천천히 눈을 떠서 날 쳐다봤다. 가만히 날 쳐다보는 태형이랑 눈을 마주 보고 그렇게 잠시 있다가 내가 또 입을 열었다.
"왜에- 어떻게 해줄까"
태형이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더니 몸을 일으켜서 앉았다. 그리고는 또 날 쳐다만 보는 거다.
"아미야"
목소리는 또 왜 저렇게 갈라진 건데.....걱정돼 죽겠네... 병원 가자니까 그건 또 싫다 하고... 왜 자꾸 쳐다만 보는 건데...
"왜 ㅈ..."
태형이가 그 뜨거운 몸으로 나를 안아왔다.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몸이 축 처져서는.
"나...."
"....."
나를 안고는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태형이가 입을 열었다.
"어제 너한테 하려고 했던 말,"
"...."
"해도 돼?"
여전히 나를 안은 채 말을 이어갔다. 나는 말 대신 머리를 두 번 끄덕여줬다.
"좋아해, 아미야"
어쩜 이렇게 오는 시간이 중구난방인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랄라라~~~음...무슨 말할까요...ㅎㅎㅎㅎ 할말이 없네? 하하하하
음....할말이 없다..........
그냥 물러갈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짤도 넣어야 하는데... 하핫!...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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