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준 닝겐들아 내가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오늘은 이 썰밖에 못 올릴 것 같다 엉엉 미아내 내일은 꼭 올릴게 사랑해
*달달한... 어쨌든 짧으니까 구독료 없음.
*다들 왜 안 리바이 총수요?
철퍽. 잔뜩 물기 머금은 몸이 쓰러졌다. 지독한 장마다. 비를 잔뜩 머금은 몸이 무거웠다. 이대로 쓰러져 있으면 현관이 온통 물바다가 될 테지만, 리바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만사가 귀찮았다. 결벽증이 있는 그로서는 굉장히 드물게도, 씻기를 미루고 있었다. 차츰 눈이 감겨온다. 씻지는 않더라도 물기는 닦고 자야 할 텐데,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못 든다더니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결국 리바이는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내주었다.
***
“콜록!”
아침.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이 깬 리바이가 기침을 뱉었다. 온몸이 뜨겁다. 잇새로 나오는 숨이 더웠다. 안 씻어서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켰나? 리바이가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다. 족히 6시간은 넘게 잤을 텐데 옷이 거의 마르지 않았다. 무거워……. 무거운 것이 옷인지 아니면 몸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간신히 욕실에 다다랐다. 욕실 바닥이 제 맘대로 춤을 춘다. 뭐야, 저게 왜 저래. 리바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생각했다. 샤워기를 틀고, 찬물에 머리를 들이민다. 더웠던 몸이 조금이나마 식는 것 같았다. 움직이기가 싫다. 느릿느릿 옷을 벗고, 또다시 느릿느릿 몸을 씻는다. 왜 이렇게 굼뜨게 행동하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씻고 나서, 리바이는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찬물로 씻었는데 외려 몸이 더 뜨거운 것 같다. 콜록, 콜록. 밭은기침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아, 그렇구나. 감기 걸렸나 보다.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어제 비를 쫄딱 맞은 상태로 그냥 잔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리바이는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더운데 춥다. 땀이 날 정도로 더운데, 몸은 으슬으슬 떨렸다.
이불을 목 끝까지 덮었다. 평소라면 충분히 피로가 풀리고도 남을 만큼 자고 난 상태지만 다시금 졸음이 몰려왔다. 약이 있던가? 요 근래 몇 년 간 감기 같은 자잘한 걸로는 아픈 기억이 없으니 아마 해열제조차 없을 것이다. 그냥 한 이틀 앓아누워있으면 되겠지. 가볍게 생각하고, 리바이는 눈을 감았다.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일어날 기력이 없어서, 리바이는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적당히 기다리다가 반응이 없으면 알아서 가겠지.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든다. 분명 이불을 덮고 있는데 더 추워지는 느낌이다.
“리바이?”
달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리바이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아. 엘빈의 목소리다. 리바이가 힘겹게 눈을 떠 엘빈을 본다. 안압 때문에 눈물이 고인 터라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눈 떴더니 어지럽다. 다시 감아버린다.
“아픈가?”
“글쎄…….”
엘빈의 손이 리바이의 머리를 쓸어 올린다. 커다란 손이 이마를 덮자 리바이의 얼굴이 반이나 가려지고 만다. 잠시 후 엘빈이 손을 뗐다. 열이 굉장하다.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선, 땀도 흠뻑 흘리고 있었다. 미련한 녀석. 엘빈은 혀를 쯧, 찼다. 오한이 들어서 이불을 덮은 모양인데, 이래서야 내릴 열도 안 내리겠다. 엘빈은 이불을 걷어줄 요량으로 허리를 숙였다.
몸 위에 무게가 느껴지자, 리바이가 다시금 눈을 뜬다. 엘빈의 금발이 보였다. 이불을 다 걷은 엘빈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걸 본 순간, 리바이는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쥐었다. 일어나려던 엘빈이 리바이의 몸 위로 엎어진다.
“왜 그래?”
“어지러워…….”
어떻게 좀 해 봐. 리바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열에 들 떠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그’ 리바이가 이런 약한 소리를 하다니. 그것이 싫지만은 않아 엘빈은 부드럽게 리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약을 갖다줄까?”
“아니, 여기, 콜록, 있어.”
엘빈이 몸을 떨어뜨리려고 하면 더 세게 옷을 쥐어온다. 리바이답지 않게 귀엽다. 엘빈은 살짝 웃으며 리바이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