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청년
02
지금 집에 와서 저녁 먹으라는 말을 나한테 한건가. 뭔소린가 싶어 맹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자 에헤이, 가자 가자. 라면서 내 팔을 잡아 이끈다.
뭐 물론 얻어 먹는게 좋긴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는 저 남자 부모님도 계실거고 여러모로 실례아닌가.
그리고 지금 내 상태도.. 남한테 보기 좋을 외관은 아니니까.
"부모님께 폐 끼치는거 아니에요?"
아파트 1층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매다 말고 내 말에 남자는 동작을 멈추고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나 혼자 사는데 이 싸나이의 외로운 마음을 또 들쑤시네 윗집 소녀께서. " 입을 삐죽이며 살살 눈웃음을 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모습에 말을 잘못 꺼낸가 싶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밥이나 먹으러가자 라며 또다시 남자는 내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까지 날 데려갔다.
"저 진짜 괝찮아요. "
"에헤이, 괜찮아 괜찮아. 뭐가 문제야. 내가 덮칠것같아? 내가? 널?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본인과 나를 번갈아 가르키는 그 모습에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저게 지금 칭찬이야 욕이야?
8층에 멈춘 엘리베이터에 내가 제 집으로 갈것같은지 또다시 내 팔을 잡아 이끈다. 저기요, 하는 내 부름에 남자는 멈추어 서서는 날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자, 따라해봐. 지민이 오빠. "
"네? "
따라해보라는 듯 연신 어깨를 으쓱 거릴뿐 남자는 그 이후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제스쳐만을 표시했다.
지민 오빠.
내가 말을 끝내자 남자는 내 팔을 놓아주며 내가 세게 잡아서 아팠지, 윗집 소녀 우쭈쭈. 라며 볼을 한 번 꼬집고는 앞서서 걸어간다.
뭐야, 저 남자.
어느 현관 집 앞에 도착하자 남자는, 아니 지민오빠는, 아니 남자는. 아, 저 사람은 초인종을 눌렀다.
혼자 산다면서 무슨 초인종? 뭐하냐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자 입모양으로 내가 너에게 밥만 해줄 이유 라며 소곤소곤 말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삐리릭-하고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어느 어린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남자의.. 오빠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오구, 우리 희 오늘 유치원 잘갔다왔어? "
"응! 오빠 나 배고파! "
"그래, 우리 희 뭐먹고 싶어? 제육볶음 먹을까? "
오빠는 제 다리에 붙은 여자아이를 떼어내고는 품에 안아올렸다. 대여섯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동생이라고 하기엔 안닮았다.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오빠는 그 집 문을 닫고 옆집 문의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언니 안녕! 언니는 누구야? 오빠의 품에 안겨서 나를 돌아 보는 여자아이의 고운 목소리에 살짝 놀랐다.
얼굴도 예쁘고 목소리도 귀엽고. 완전 애기네.
"언니는 요기 윗집 언니야. "
나는. 희야. 윤 희! 난 이름이 한글자다! 라며 희는 오빠의 품에 안긴채 작은 손을 내밀었다.
작은 손이 귀여워 베실베실 웃음이 나왔다. 진짜 이렇게 귀여운걸 얼마만에 봤더라. 진짜 큰 인형같기도 하고 하여튼 정말 예쁜 아이였다.
언니는 아미야. 이아미. 그냥 언니라고 불러. 라며 그 작은 손을 잡았다.
"언니랑 잘 놀고 있어. 오빠가 밥 맛있게 해줄게. 얘 잘 놀아주고 있어. "
오빠는 희의 머리를 헝클이고는 부엌으로 가서 장보고 왔던 것을 이것 저것 꺼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자 희의 명랑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언니도 오빠 밥 먹어?"
"응. 언니도 먹어. "
"오빠 밥 먹어봤어? "
"아니? 못먹어봤는데? 어때? "
완전 짱짱이야 라며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쳐든 희의 모습이 귀여워 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맛있어? 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와, 얘 진짜 귀엽다.
그 후로 희는 자기가 들고온 미미라는 인형을 소개시켜주며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인형극을 시작했다.
그 인형극에 내 손가락으로 연기를 좀 했더니 좋아서 깔깔 넘어가는 모습에 희를 끌어안고 둥둥 거렸다.
그게 또 좋다고 방방 뛰는 모습에 그저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 오랜만에 웃어보네 또.
이윽고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자 남의 집에서 그냥 얻어먹는 것 같다는 생각에 희에게 만화를 틀어주고는 조심히 부엌으로 갔다.
오, 요리 잘하나 보네. 오빠. 바로 옆에서 조심히 들려오는 내 말에 오빠는 깜짝 놀라 어우씨, 뭐야. 놀랬잖아. 헝헝. 이라며 애교인지 징징대는건지 모를 감탄사를 내뱉었다.
수저나 챙기라는 말에 수저를 식탁에 놓고 희를 불렀다. 도도도도 달려오는 희의 모습이 귀여워서 또 베실베실 웃음이 나왔다.
-
"잘 먹었습니다! "
희의 식사를 다 마친 소리가 끝나자마자 벨이 울렸다. 인터폰을 받자 어느 중년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려왔고 희는 엄마다 라면서 문가로 달려나갔다.
언니 안녕, 오빠 안녕. 이라는 인사를 끝으로 집 현관문이 닫히고 곧 도어락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음료수 한 잔? "
"아니, 그냥 물요. "
오빠는 도트 무니 머그컵에 투명한 물을 담아 내게 건냈다. 식탁의자에 가만히 앉아 그 물을 보고 있자니 오빠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희 잘해줘. 그냥 이웃이라서 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것 같아서 그래. "
"아, 예. "
"너 후불이야. "
"네? "
"밥값 한달 정산해서 받을거야. 넌 돈이 있을 테니까. 넌 돈을 벌 능력이 있으니까 받을거야. 희는 제외야. "
무슨 소리인가 싶어 어리둥정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자 오빠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저녁먹으러 우리집 꼭와. 이건 약속이야. 나 말고 희와의 약속이야. 왜냐면 희를 놀아줄 애가 필요해. 난 밥해야하니까. "
이게 뭔 논리인가 싶지만 그냥 희를 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희 볼살 진짜 보들보들했는데.
물 한 컵을 다 마시자 이번엔 폰을 들이민다.
"번호. "
"무슨 번호. "
"니 번호. 니 집번호 말고 니네 폰 번호. "
아, 나는 이게 내 폰 번호 따이기의 시작인줄 알았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
별 경 축 별
잠시나마 초록글에 올라갔었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투더동 감투더동 감투더격.,.
와 세상에 제 인생의 두번째 글잡 초록글..!
와, 와, 와, 그냥 막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ㅠㅠ
진짜 감쟈드립니다... 오늘도 절을 하겠습니다.. 360번 1도마다 절을 할까요 ㅠㅠㅠㅠㅠㅠ
감사해욥 사랑해욥!
암호닉 : [박지민 부인, 코난, 빈, 눈설, 단미, 침침, 비빔면, 지민아]
8분 감사함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주셔서 감동 배동 사과동 ㅠㅠ. 암호닉은 늘 받고,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해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