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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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바로 앞에는 꽃집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어서 골목을 꽃향기로 채우는 그런 꽃집.
매일 아침마다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설때면 아파트 현관 앞부터 꽃 향기가 가득했다.
꽃을 운반하러 오는 차가 향기를 날리며 달려오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파트와 꽃집 간의 사이가 좁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등교 할 때 마다 보이는 - 아침마다 꽃에 파묻혀서 냄새를 맡는 그 남자 - 사장이 잘생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집을 지나가는 등굣길은 즐거웠다.
1년 동안은 그 남자가 정말 꽃집주인인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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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고도 한 달이 지났다. 정말 할일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공부를 하라며 혼자 살게 됐던 집에는 어느새 엄마가 매일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묵혀놨던 쓰레기들을 치우고 청소를 했다.
매일 집에 오면 케케묵은 혼자사는 여자 냄새가 났는데 엄마가 집을 자주 오니 그 냄새는 또 사라졌다.
이때 나는 여자든 남자든 혼자살면 이상한 냄새가 베인다는 것을 처음알았다. 그냥 지금까진 집냄새인 줄 알았다.
밥 챙겨 먹으라는 잔소리를 남기고 아빠의 저녁을 챙기러 간다며 엄마가 떠나가고 다시 집 안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예전엔 공부로 외로운 저녁을 지냈는데 이제는 텅빈 책장을 소파에 누워서 가만히 바라봤다.
조용했다. 엄청나게.
"난 돈이 좋ㅇ.."
티비를 틀고 이리 저리 돌리다 스폰지밥을 잠시 시청하다가 티비를 껐다. 예전엔 뭘 봐도 재밌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재미가 없다.
휴대폰을 켜고 밀린 카톡을 대화창으로만 슬슬 보다가 이내 꺼버렸다.
정말 하루하루 일분 일초가 지루하다.
"..아 맞다. "
쓰레기 버리는걸 깜빡했다. 내일 엄마가 와서 또 잔소리 할텐데. 몸이 두개라면 다른 몸 보고 쓰레기를 치우라고 하고 싶었다.
지금 누워있는 자세가 정말 편한 것 같은데 또 주섬 주섬 일어나서 추운 바람을 맞으며 분리 수거를 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10분 동안 천장을 보면서 분리수거를 할 것인가, 잘 것인가, 밥을 먹을 것인가 라는 고민을 끝도 없이 하다가 분리수거를 하고 밥을 먹고 그냥 자버리자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쉬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자, 비닐이랑.. 이건 플라스틱. 양손 가득 쓰레기를 들고 뒤뚱뒤뚱 집 밖으로 나가 아파트 밖의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대충 비닐은 비닐에, 플라스틱은 플라스틱함에 쏟아 넣고 저녁을 뭐 먹을지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아파트 문이 열리고 누가 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눌렀다.
뛰어왔는지 숨을 고르면서 한 남자가 탔다.
"하, 감사합니다. "
"아 예. 안녕하세요. "
꽃집 사장이다. 우리 아파트 인 줄은 몰랐는데 이웃 주민 이었구나. 내가 눌렀던 층 아랫층은 누르는 그 남자 손을 보면서 입이 살짝 벌어졌다.
와, 손 되게 잘생겼다. 엘리베이터 안의 적막이 너무나도 어색해서 뭔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할 듯 싶었다.
무슨 말을 할까 하고 눈을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꽃집 장사는 잘 되세요?" 내 물음에 꽃집 사장은 자기 뒤에까지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제 손끝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저요?라는 듯한 입모양을 냈다.
이상하게 귀여운 모습에 베실 웃음이 나왔고 고개를 끄덕였다. 꽃집 사장은 김빠지는 듯한 웃음 소리를 냈고 "저 꽃집 운영 안해요. "라고 벽에 기대어 물개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 꽃집 사장이 아니라고? 아닌데 쌍둥이 인가. 아닌데 저 남자 맞는데. 웃을 때 눈이 안보이게 휘어지는 거랑 보들보들해 보이는 뺨이랑.. 저 남자 맞는데. 내 눈앞에서 미친듯이 웃고있는 저 남자가 맞는데. 내가 잘못 본건가.
"아침마다 꽃집에 있는거 보고 사장이라고 생각하셨나봐요. "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가 누른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섰고 문이 열렸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라고 말하고 남자는 내렸다.
문이 닫힙니다 라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던 그 때 남자가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다시 내 앞에 섰다.
우리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차나 한 잔?
*
장편으로 가지 않을까요?
저 처음으로 글쓸때 이거 막 콘티짜고 했슴다ㅏ...
아마 처음으로 끝까지 쓸것같기도 하고.. 도르륵.
쨋든 이렇게 꽃집 청년이 시작되었슴다 짝짝짝.
어찌 끝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끝. 그러면 1편으로 다시 만나욥.
댓글을 써주면 사랑사랑 내사랑. 댓글로 자랍니다...무럭무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