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다
w. 젤리시렁
Prologue
끝도 모르고 길게 이어진 길이었다. 그 길 위에는 잔뜩 겁에 질린 내가 있었다.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쫓기는지 알 수 없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그림자를 피해 무작정 달렸다. 이윽고 그 그림자가 지쳐서 주저앉은 나를 잡아먹는다. 그렇게 다시 언제 찾아왔는지 모를 현실과 마주한다. 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햇살이 커튼 사이로 나에게 내려 앉았다. 천천히 눈을 떴다. 네모난 이 방에는 나 혼자 뿐이다. 그리고 나를 주시하는 카메라. 이제 그가 올 것이다.
"일어났어?"
악의는 찾아볼 수 없는 말쑥한 얼굴이었다. 토스트와 흰우유를 올린 트레이를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는 그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희고 고운 손이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크게 찢어져 흉터로 남은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 구역질이 난다.
"나가."
"먹고 있어. 커피 내리고 있으니ㄲ…,"
"나가라고, 제발."
이 공간에 어떠한 것도 정상적이지 못했다. 이 방도, 나를 주시하는 CCTV도, 나도. 그리고 조승연도.
울컥, 소리치는 나를 조승연은 너무도 태연하게 마주했다. 마치 이런 반응일 줄 알았다는 듯이. 별 말 없이 뒤 돌아 문 밖을 나서는 조승연의 등 뒤로 낮게 읊조렸다.
"살인자 새끼."
탁, 문 닫히는 소리가 그의 답을 대신하는 듯 했다. 저 어딘가에서 부터 치미는 화를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우유가 든 유리 컵을 잡아 벽 쪽으로 던졌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유리 파편이 튀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분에 못이겨 결국 그대로 주저 앉아 목 놓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