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너머로 #1
수향낭
바닥이 얼어붙었다. 저 앞서 아이 하나가 매끈한 바닥위를 겁도 없이 올라섰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아이는 방실거리며 바닥 위를 아장아장걷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는 않았다. 아이는 비틀거리더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언제 웃었다는 듯 굵은 눈물 방울을 툭툭 떨어트리며 울어제끼기 시작했다. 귀가 미치도록 따갑다.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달려와 아이를 안아들었다. 아이의 더러워진 엉덩이를 털어주며 짐짓 화난 듯 아이를 꾸짖었다.
"엄마가 위험한 짓 하지 말랬지!"
아이는 모른다. 알려줘도 모른다. 다쳐봐야 위험한 일인지 아닌지 그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그 사람은 아이임이 분명하다.
"아재."
보통 사람이 아닌것은 분명했다. 그 날도 길은 미끄러웠다. 그 꽝꽝 얼어붙은 길가에 박스 하나 깔고 그 작은 사람은 나를 아재라 칭했다.
척 보기에도 꼬질꼬질하고 남루한 옷이 거부감마저 들었다.
"아재, 내 좀 데리고 가소..."
까맣게 때가 낀 손이 바짓단을 잡아왔다. 얼마나 밖에 있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떨림이 느껴질정도로 그 사람은 떨고 있었다.
나는 그날 내가 얼마나 박애롭고 자애로운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뭣도 모르는 그 거렁뱅이 하나를 거두었다.
집까지는 백보도 안되는 거리였다. 3분도 채 안되는 그 거리가 그렇게나 길게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누르께한 봇짐하나를 소중한 것마냥 품에 안은채 종종거리는 발로 내 뒤를 쫓았다. 살금살금 고양이 걷듯. 눈치를 보는 것이었을까.
그녀인지 그인지 모를 그 낯선이는 내 뒤를 그렇게 쫓고 있었다.
"계단...조심해서 올라와요. 많이 미끄러워요."
"예...감사합네다..."
조심하란다고 한발짝씩 신중하게 내딛는 모습이 투박했다. 어딘지 모르게 낯선 말투가 도시의 사람은 아니라고 증명해주고 있었다.
하긴, 옷차림새부터가 도시인일수가 없었다.
도어락을 열기 위해 삑삑거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는 그게 그렇게 신기했는지 내 어깨너머를 기웃거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가라고 손짓하는 내에도 그의 눈은 도어락을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실례합네다."
그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갈수록 그의 입이 벌어졌다. 누런 이가 보기 역겨웠다. 그 때 그를 씻겨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그를 내 객식구로 맞을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름이 뭐예요?"
넋을 놓고 있던 그 사람은 내가 이름을 물어보자 화들짝 놀라며 봇짐을 더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성귭네다. 김성규..."
그렇게 성규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