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음에는 결국 끝까지 대답을 주지 않고 어색하게 웃더니 다시 이불을 정리하며 나를 토닥이더니 다시 내 눈 위로 손을 얹는다.
잠드시면 나갈게요, 작게 속닥이더니 정말 그럴 심산인지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아무말이 없다.
내 손 위로 얹어진 민석이의 손 밑에서 억지로 눈을 감으며 나는 가만히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고,
밖으로 들려오는 백현이의 고함소리와 찬열이의 낮은 목소리가 멎어가는 것을 느낄 무렵,
내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잘자요, 하는 그 따뜻한 목소리에 결국은 다시 잠에 들었다.
[EXO/민석백현찬열경수세훈] 형사님 05
-이 글의 본 바탕은 커플링이 존재하는 팬픽 글이 아니예요, 하지만 찬백은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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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눈을 뜨자마자 화들짝 놀라 소리를 버럭 내지를 뻔 한 것을 겨우 입을 스스로 틀어막으며 숨을 골랐다.
정말이지, 이 집에 계속 살다간 심장이 가만히 남아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면, 그제서야 나를 놀라게 한 얼굴이 들어온다.
얌전히 눈을 감은 말갛고 하얀 얼굴이, 이불 사이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백현이었다.
아침의 기억이 되살아나 급하게 눈을 굴려 손을 확인하면, 오른손이 정갈하게 하얀 붕대로 감겨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파묻은 왼손에는 이리저리 밴드가 붙어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다쳤구나. 하는 생각에 푹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겨우 눈을 감은듯한 백현이가 깨어나 버릴까봐,
결국 숨을 죽이고 가만히, 내가 깨어났을때의 자세를 유지하며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아, 얼굴에도, 상처났구나. 하얀 볼이 벌겋게 부어올라있었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 마냥 부풀어오른 여린 피부가 그렇지않아도 작은 얼굴을 더 작아보이게 했다.
게다가 여기저기 긁힌 생채기는, 그리 상처가 깊어보이지는 않았지만 본디 깨끗했을 피부가 눈에 그려져 괜히 속이 텁텁해져왔다.
춥지도 않은지 헐렁해보이는 반바지를 어디 허리께에 걸치고 있었던 탓에 죽 뻗은 다리가 이어서 눈에 들어왔지만,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한창때의 18살 고등학생의 몸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라있었다.
생각보다, 키는 크구나. 싶을 정도로 다리는 길게 뻗어있었지만 그 하얗게 드러난 다리가 비쩍 말라있어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으,응.."
"헙,"
뻣뻣하게 굳어있었던 탓에 목이 아려오는 것 같아 슬쩍 몸을 움직이자마자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백현이 탓에 숨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내 노력에도 불구, 천천히 눈을 뜬 백현이는 정신을 차리기 위함인지 고개를 푹 수그리고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뭐지, 아픈가. 왜이러지. 뭐야 무섭잖아.
"백현아..?"
"어, 백희야."
내 부름에 고개를 들어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눈을 마주한다.
여전히, 백희라는 그 호칭은 변하지 않은 채였다. 동생을 보는듯한 다정함이 담뿍 담긴 그 갈색 눈동자도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방금 잠에서 깼던 탓인지 낮게 가라앉아 그 끝이 갈라지는 목소리 정도일까.
"오빠 이름 막 부르면 나쁘다니까..."
"으,응."
짧게 잔소리를 마치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턱 올려놓고는, 손을 움직여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두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쓰다듬을 받는 기분은, 썩 좋지는 못했지만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슬쩍 미소짓더니 다시 꾸물꾸물 몸을 움직이던 백현이는 다시 이불 위에 얼굴을 파묻고 아예 이불 속으로 파고들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나 조금만, 더 잘게."
"으응."
"백희야."
"어?"
"미안해, 오빠가."
다시 얌전히 눈을 감고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당기고는 몸을 뒤척인다. 얌전히 감은 눈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잠잠하다.
어려보이기만 하는 작은 얼굴을 그저 가만히 보던 것도 잠시 잠버릇인지 우물거리는 작은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어리긴 어리구나, 하는 생각에 설핏 웃고는 빤히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도 잠시 문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빠끔 열린 틈새로 찬열이가 들어온다.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에 움찔하자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도록 웃은 찬열이는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뭘 그렇게 쫄아있어."
"내, 내가 뭐."
"말더듬지말고, 멍청해보이잖아."
"누나한테 말버릇 봐."
"누나는 무슨, 오빠라며. 오빠."
나를 놀리는듯한 말투에 괜히 얼굴이 벌개져서 버럭, 소리를 지르자 킥킥 웃는 얼굴이 마냥 장난기가 그득해보인다.
침대로 다가오더니 백현이를 가만히 안아드는 움직임이 여러번 해본듯 퍽 자연스럽다.
방금, 잠들었는데.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들어올려 찬열이를 바라보면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왜?"
"백현이, 자는데.."
"자니까 데리고 가야지. 일어나면 너 옆에 붙어 있을 거 아니야."
"백현이한테, 왜그러는거야?"
뜬금없이 튀어나온 주제도, 맥락도 없는 내 질문에 여전히 백현이를 들어올린채로 눈썹을 찡그리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나를 바라본다.
내 말이 뜻하는 바가 뭔지 생각이라도 하는듯 빤히 내 눈을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눈썹을 씰룩인다.
그러고는 결국 스스로 뜻을 알아내는 것은 포기했는지 두어번 소리나지 않게 입술을 달싹이더니 결국 내게 말을 붙인다.
"무슨 소리야?"
"왜 그렇게 막, 그러냐구."
"뭔 소리야."
"첫날부터, 그랬잖아. 머리채 잡아당기고 때리고, 아침에도 욕하고 소리지르고."
"아,아아."
결국 하나하나 뜻을 풀어서 설명해주면 영구박 터지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술을 꾹 꺠물어 입을 다문다.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를 답답함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을 하더니 다시 한번 입술을 잘근 깨문다.
고민하고 있다는 속마음이 훤히 드러나는 백현이와 마찬가지로 어린 얼굴에 괜히 웃음이 나올뻔 했지만 꾹 참으며 덩달아 입술을 다물었다.
"해야 돼."
"응?"
"내가 안하면, 아무도 못하니까."
"너 말 되게 어렵게 한다."
"말 그대론데 뭐가.
아무도 못하니까 내가 해야지. 이 병신새끼."
"너, 백현이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곧바로 스트라이크로 달아오는 대답에 당황하기도 잠시, 뭐가 문제냐는듯 당당한 찬열이의 표정에 결국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당당하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네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 찬열아.
왜 너는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백현이를 다뤄야 하는걸까. 왜 그렇게 백현이를 억압해야만 하는걸까.
"같이 나가지, 민석이형이 걱정하던데."
"민석이,가?"
"겁먹은 거 같다고, 그래보이지는 않지만."
"세훈이는 괜찮아?"
"그 새끼는, 요즘 상태 안좋아. 좀 있으면 괜찮아 질거야."
세훈이의 상태는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는거니. 순간 머리속에 떠오른 궁금증을 입 속으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17살이나 먹고 저렇게 엉엉 울어대는 이유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까.
혹여 아직 성장을 덜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그 키에, 그 얼굴에, 성적까지 전교 1등을 도맡아 한다는데 저능아라고 보기에는..음..
"이상한 생각 하지마."
"어,어어..?"
"그 새끼 불쌍한 새끼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세훈이가, 불쌍해?"
내 질문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표정을 해보이며 눈썹을 실룩거리더니 결국 슬쩍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와중에 찬열이의 품에 안겨있던 백현이가 불편한지 몸을 들썩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됬는지 눈을 두어번 끔벅거리더니, 찬열아아...칭얼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가슴팍에 다시 고개를 묻는다.
"아니다. 나 나간다.
너도 나가서 형한테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
"으응.."
제 가슴팍에 머리통을 기대오는 백현이의 머리를 큰 손으로 감싼 찬열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에게 말을 툭 내뱉고는 발길을 돌려 문을 열고 나선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이리저리 발을 흔들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을 하고 있다던 민석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러 가기 위함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펼쳐지는 거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떄문에 어디에 있는걸까 고민하기도 잠시 자연스럽게 고개를 부엌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부엌을 바라본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식탁 의자 위에 앉아 몸을 웅크린채로 고개만 빠끔히 들어올려 눈물을 줄줄 흘려대고 있는 세훈이와,
그런 세훈이의 옆에 앉아 세훈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걱정이 가득 스민 얼굴로 세훈이를 바라보고 있는 민석이였다.
"민석아."
"어, 형사님. 꺠셨어요?"
평소라면 내가 민석이를 부르는 목소리에 누님, 큰 소리로 외치며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을 세훈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여전히 눈물만 뚝뚝 떨궈내고 있었다. 작은 얼굴이 눈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꾹 다문채로 줄줄 눈물만 흘려대는 모습이, 퍽 처량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세훈아?"
제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세훈아! 하는 놀란 민석이의 목소리가 세훈이를 불러세우려 했지만 고개만 뒤로 돌려 꾸벅 고개를 숙여보인 세훈이는 등을 구부정하게 만들어 몸을 웅크리더니
슥슥, 벗은 발이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세훈이, 왜 그러는거야?"
"가끔씩, 가끔씩 그래요. 신경쓰지 마세요, 형사님."
내 부름에 퍼뜩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인 민석이는 또다시 나를 달래기 위해 마음에도 없어 보이는 말을 내뱉는다.
손에 집어넣은 손톱을 똑, 똑 소리가 나도록 씹는 행동에 괜히 마음이 같이 조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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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너무 추측해내려고 안 애쓰셔도 돼요!ㅠㅠㅠ
편하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