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눈물? 이름이 왜 그따구래."
“나도 몰라. 그만큼 반짝거리고 눈부시다는거겠지.”
“흠…… 이 보석. 실존하는 거 맞긴 해? 저 새끼가 알아 온 정보는 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투덜대는 ○○의 귓 속으로 능글맞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저 새끼? 나 말하는거야 자기? 어느새 ○○의 뒤로 다가온 지원이 허리를 숙여 ○○의 귓가에 속삭인 것이다. 예상치 못 했던 상황에 ○○이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떨어트렸다. 흰색 유리파편이 여기저기 튀며 컵이 산산조각 났다. 컵 안에 담겨져있던 커피가 카펫을 축축하게 적시며 흔적을 남겼다. 아, 씨발 김지원! ○○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은 인상을 찌푸린 채 깨진 컵의 잔해와 지원을 번갈아 쳐다봤다. ○○의 화 난 모습에 ○○을 놀래킨 지원도, ○○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던 진환도 웃음을 터뜨렸다.
“웃냐?”
“미안미안. 네가 워낙 귀여워야지. 어! 그거 만지지마. 손 다칠라.”
○○이 여지껏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린 채 웃고 있는 지원을 노려봤다. 지원이 미안하다며 되도 않는 핑계를 대는 동안 ○○은 몸을 숙여 유리파편을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지원이 다친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만류했지만 ○○은 지원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손을 바삐 놀렸다. 유리 조각에 반사 된 빛이 반짝였다.
“어, 어!”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 좀. 그러다 손 베이면 어떡할래?”
유리 조각을 줍던 ○○의 행동이 멈췄다. 한빈 때문이었다. 한빈은 ○○의 양 팔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덕분에 ○○의 손에 가지런히 모아져있던 유리파편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의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뒤로 쏠리자 한빈이 제 팔로 ○○을 지탱하며 넘어지지않게 받아냈다. 엉겁결에 한빈에 품에 안착한 ○○이 정신을 차리곤 뒤를 돌아 한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한빈을 올려다보는 시선이 곱지 못했다. 한빈 역시 무심한 표정으로 ○○과 눈을 마주했다. 한참 동안이나 기싸움을 하던 둘 사이의 정적을 깬 건 ○○이었다.
“나한테서 신경꺼라. 어제부터 존나 열 받게 한다, 너?”
삐딱한 투로 내뱉은 말에 한빈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원과 진환은 ○○의 등 뒤에서 재미있다는 듯 상황을 지켜보기 바빴다. 한빈의 폭소는 멈출 줄 몰랐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한빈이 대답했다.
“어제 일 언제까지 우려먹을 생각인데?”
“너 뒤지는 날까지. 평생.”
“그거 녹화 못 했다고 이러기냐? 그렇게 따지면 나도 너한테 서운 한 거 많아.”
“그게 뭔들 나보다 서운하겠냐? 드라마 막방 못 본 나보다 서운하겠냐고! 나 그 시간에 돈세탁하러 간다고 꼭 녹화해두라고 내가 일주일 전부터 말했는데 넌 까먹고 잠이나 자고!”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었어. 미안.”
“미안하면 다야? 미안하다는 말로 끝날거였으면 법은 왜 있고 경찰은 왜 있어?”
“왜 있긴 왜 있어. 우리 같은 도둑들 잡으려고 있지.”
○○의 말을 듣던 지원이 대뜸 끼어들었다. 한빈이 맞는 말이네, 하며 손뼉을 두어번 쳤다. ○○의 시선이 지원을 향했다. 지원은 얄쌍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빼어물며 눈을 접어 웃고 있었다. 고개를 사선으로 치켜들어 드러난 턱선이 날카로웠다. 지원이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한숨을 쉰 ○○이 한빈과의 대화를 포기하고 지원의 옆으로 걸어 가 털썩 주저 앉았다. ○○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담배만 연신 펴대던 지원이 ○○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동안 지원을 쳐다보던 ○○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그 보석 말이야. 진짜 있는 거 맞아?”
의심 가득 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에 지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의 말에 한빈과 진환의 시선이 지원을 향했다. 지원은 저를 향한 눈을 본체만체하며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보다 못 한 진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원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들었다. 아 왜! 지원이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소리쳤다. 놀란건지 화난건지 평소보다 눈이 두 배 가까이 커져있었다.
“여기 여자도 있어. 나중에 쟤 애 못 가지면 네가 책임질래?”
“참 나. 언제부터 형이 그런 걱정을 다 했어?”
"진짜 뒤져, 김지원. 오빠가 맞는 말 했구만."
○○의 말에 지원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내가 책임 지면 되지, 하는 웅얼거림이 들려 온 것 같기도 했다. ○○이 제 편을 들어주자 기분이 좋았던건지 진환은 ○○에게 제 오른손을 펴보였다. ○○은 제 손을 진환의 손에 가져다대었다. 짝, 하며 맞부딫히는 소리가 났다. ○○은 쪼그려 앉았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제 운동 삼아 두 시간 동안 뛰었던 런닝머신 탓에 허벅지가 욱씬거렸다. ○○이 허벅지를 부여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보석, 그거 진짜 있는 거 맞아?"
나도 몰라. 지원이 대답했다. 지원의 말에 ○○이 인상을 찌푸렸다. 보석의 정보를 가장 먼저 알려 준 건 지원이었다. 태양의 눈물이라는, 아주 값비싸고 진귀한 보석이 있다고. 그런데 이제와서 실존의 여부를 모른다니. 없을 확률이 반이라는 말이었다. 존재의 유무조차 확인 하지 않고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면 시간과 돈을 버리는 것과 같았다. ○○이 어이없다는 듯 지원을 향해 말했다. 지금 장난해?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장난 아니야. 진짜 모르는데?"
"제정신이야? 확실하지도 않은 걸 찾으러 중국까지 가자고? 완전 모험이잖아. 그것도 아주 위험한."
"이 바닥이 원래 모험 투성이 아니겠냐. 그래도 아예 불확실 한 건 아니야. 중국에 사는 아무개가 이 보석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거든."
"너 아까도 그 말 했어. 그래서 내 말은 그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냐, 이거지."
"이 오빠 능력 모르냐?"
"응. 모르는데? 진환 오빠 아니면 다 안 믿어, 난."
치사하네. 진환이 형만 편애하기야? 지원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이 지원에 말을 받아쳤다. 당연하지! 진환오빠가 우리팀 에이스잖아. 말을 마친 ○○이 웃으며 진환을 쳐다봤다. ○○은 손가락을 펴 지원을 가리켰다. 지원을 놀리자는 뜻이었다. ○○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뜻을 파악 한 진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널 어떻게 믿냐? 널 믿을 바에 구준회를 믿겠다. 그 말을 들은 지원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 형!"
지원이 진환에게 큰 소리로 소리침과 동시에 아지트의 문이 열렸다. 윤형과 준회, 동혁, 그리고 찬우였다. 급작스레 들어 온 아이들에 지원은 하는 수 없이 도로 자리에 앉았다. 문을 열고 줄 지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손에는 노란 마트용 비닐봉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 씩 하며 무거운 비닐봉지를 바닥에 툭툭 집어 던졌다.
"밖에 존나 추워."
"맞아. 왜 이런 날에 내보냈어?"
준회의 투정에 윤형이 맞장구 쳤다. 준회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는지 준회의 손이 잔뜩 빨개진 채였다. ○○이 물끄러미 준회의 손을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종걸음으로 준회에게 향한 ○○이 준회를 올려다 봤다. ○○의 얼굴을 바라보던 준회가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은 제 손을 들어올려 준회의 차가운 손을 맞잡았다. 준회의 손은 꽁꽁 얼어있었던 것 마냥 차갑고 단단했다. 준회는 가만히 양 손을 모으고 ○○의 손길을 받아냈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빈이 입을 열었다.
"영화 찍냐? ㅇ○○, 손 놔."
한빈의 단호한 말투에 무어라 반박하지 못 한 채 ○○은 잡고있던 준회의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준회는 ○○이 잡고있던 제 손을 비비며 한빈을 쳐다봤다. 한빈을 보는 시선이 날카로웠다. 한빈도 준회의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봤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준회였다.
"왜요. 좋았는데."
준회의 아쉬움이 가득 담긴 말에 한빈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왜긴 왜야. 한 시가 급해. 우리 이제부터 조금 바빠질거거든. 목표가 생겼으니 계획을 짜야지. 안 그래?"
도둑들
01
作 Amanda
"언제부터 시작할건데?"
"글쎄. 일단 청린을 아는 사람을 찾는 게 급선무야. 청린에 대해선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거든. 이름을 제외하곤 나이, 직업, 국적,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야."
"그럼 중국으로 가면 돼? 청린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내가 알아 본 바로는 그래. 형이 중국 마약 밀매업자들이랑 안면 있는 사인데, 그 사람들이 말하길 중국의 청린이 태양의 눈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래."
지원이 입술을 비죽이며 말했다. 지원의 확고한 대답에 질문을 던진 윤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의 근원지가 지원이 말하는 '형' 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 했다. '형'은 지원의 사촌이었다. 어린 나이로 뒷길에 발을 들여 어느덧 조직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 가 있었다. 지원과는 아주 어릴 적부터 친형제같은 사이라고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형' 덕분에 지원이 득을 보는 경우는 잦았다. 이를 테면 지금같이 일반인은 전혀 알지 못 할 정보들을 은밀하게 얻어오기도 했고, 무기와 마약을 밀수입 해오기도 했다. '형'을 통해 얻은 총, 마약과 같은 물건을 비싼 값에 팔아넘기며 지원은 꽤나 두둑한 수입을 올리는 중이었다.
다들 생각에 빠졌는 지 말이 없어진 틈을 타 작전 회의를 시작하고부터 한참이나 말이 없던 ○○이 입을 열었다.
"정리 하면, 우리의 목표는 태양의 눈물이고, 그 보석은 시가가 50억?"
○○의 말에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
"아무튼 어마어마하단 거 잖아? 그 보석은 중국에 사는 청린이라는 사람한테 있고,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건 모험이네?"
그렇지. 지원이 대답했다.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거린 ○○이 진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진환이 저를 쳐다보는 ○○의 눈을 맞추며 말했다. 왜? 진환의 말에 ○○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이내 동혁에게로 시선을 돌린 ○○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출발하자. 내일 당장. 동혁아, 표 알아 봐."
[system]망글이(가) 탄생했다! (+10)
영화 도둑을 원작으로 한 글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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