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영화 진짜 재미없네."
"지랄 떠네, 그렇게 울어댄 게 누군데. 화장 번진 거나 어떻게 해봐라."
"슬픈 거랑 재밌는 거랑은 다르지.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설정이. 아무리 판타지라 해도 이건.. 그냥 망상 아니냐."
"왜, 잘생긴 남자들한테 실컷 사랑받고 결혼도 하고. 그렇게 살다가 가면 존나 행복한 인생 아니냐. 난 부럽던데.."
"완전 여자들 저격하고 나온 영화인듯. 다 잘생기긴 존나 잘생겼더라."
김준면? 걔는 니가 말하기 전엔 배우인줄 알았잖아.
민아와 극장 화장실에 들어가며 말했다. 그래, 솔직히 끝엔 슬퍼서 좀 울긴 했는데. 설정이 존잘들 사이에서 공주님 취급받는 여자 얘기잖아. 나니아 연대기도 아니고, 무슨 환상의 세계에다가.. 판타지에 캐스팅 장난 아니라며 민아한테 꼬심 당한 내가 바보지. 민아는 남배우 얼굴 보려고 보는 걸 왜 ..잊었을까. 하핳. 내가 멍청이지...
화장을 고치곤, 손을 씻으며 다시 내 얼굴을 봤다. 그래도, 한 번쯤은 볼만 하긴 하더라.. 얼굴들이 아주, 장난이 아니던데. 그런 사람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나도 솔로 탈출하고 싶다... 으으..
*
역시 먹방은 민아라니까.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아까 찍은 음식 사진들을 다시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매번 작정하고 만나는 우리는 오늘도 밥 먹는데에 돈을 다 써버렸다. 특히 오늘 먹은 찜닭은, 예술이다 예술.
이어폰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지는데, 민아가 맡겨둔 아까 그 영화의 포스터가 몇 장 들어있었다. 에이씨, 귀찮게. 귀에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노래를 틀었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도 노곤하고, 웬일로 버스에 사람도 별로 없고.
좋네. 매일 이랬으면 좋겠다..
'짝짝짜짝짞짞-'
웬 박수소리에 잠에서 깨버렸다. 아, 얼마 못잤는데.. 아씨. 누가 매너 없이 버스에서 박수치고 지랄이야. 눈은 또 왜 이렇게 부신 거야. 살짝 눈을 떴는데.
"축하해, 부럽다."
"그러게, 내가 눈 딱 감고 보내주는거다."
뭐야, 이거.
"솔체야, 얼른 안오고 뭐해."
"…뭐야, 이거."
"뭐라고? 빨리 우리 식 마치고 신혼여행 가야지. 얼른 일어나."
…신혼여행? 이건 뭔 개소리,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왜 내 앞에 김준면이 있는 건데..? 아까 영화에서 본 그, 그 배우들인데?
얼른 가자며 앉아있던 내 손을 잡고 일으키며 내게 팔짱을 낀다. …김준면이. 그리고 반대편의 내 손에는 결혼식 날 신부나 들법한 부케가 들려있다.
미친, 이게 뭐야..
"저기요, 이게 꿈인지 뭔지 잘은 모르겠는데요. 저는 아직 결혼할 나이도 아니고. 아니 내가 뭐라는 거야
어쨌든, 저는 님이랑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여. 그럼 이만."
영화에서의 안타까운 여자 주인공처럼 드레스를 번쩍 들고 존나게 뛰었다. 시벌, 내가 왜 이런 꿈을 꾸고 있는거야.
뒤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는 사람들을 두고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서 뛰었다. 현실이 아니라 그런지 달리기도 엄청 빠르구만. 나를 따라오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금세 안 들릴 만큼.
얼마나 온 걸까. 야외 결혼식이었는지, 나온 지 얼마 안돼서 눈에 보이는 숲 속으로 뛰어들어 한참 달리다 보니 점점 숨이 차기 시작했다.
"허, 미친. 나 달리기 개잘하네."
이젠 괜찮겠다 싶어,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걸었다.
..근데 숲 맞아 이거? 되게 익숙한데, 뭐라 해야 되지.
내 방만큼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뭐지. 되게 깜깜하고 조용한데 왜 무섭지도 않은 거지. 꿈도 참 희한해요.
"아, 왜 끝이 안나오냐. 목 말라 죽겄네."
다리도 아프고. 드레스는 원래 이렇게 무거운 건가.. 줄줄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바닥에 털자, 작은 빛이 올라왔다.
그리고 곧, 빛이 조각처럼 흩어져 한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듯한 모습을 했다.
"… 따라가라는 건가."
빛 조각은 더 가면 갈수록 더욱 밝은 빛을 냈다.
빛을 따라 좁은 길들을 걷고, 또 걸으니 어느새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엔.
"와.... 존나 멀다."
작은 성이 있었다.
"후... 오늘 많이 쳐먹었다고 지금 나한테 운동 좀 하라는거여 뭐여."
"거, 그만 좀 투덜거리지?"
"오, 미친. 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아 귀아프게! 소리도 지르지 마라, 방해된다고."
"넌 또 뭐야, 심장 떨어지겠네. 등장 한번...
근데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거냐 지금."
"니 뒤에 있잖아, 나. 안 보여?"
뭐라는거야, 뒤돌아도 아무것도 없는데.
"안 보이는데?"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무에서 들린다. 그리고 키는 작은데,
내 남사친 김종인처럼 생긴 애가
그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린다.
"..."
"..."
"...풉"
김종인 중딩때랑 똑같네, 똑같아.
*
"야, 저기 가면 나 잠 깨는거 맞겠지?"
"안 알려줄래."
"맞고 알려줄래, 아니면"
"어, 어어어. 사실 나도 몰라. 근데,"
"근데..?"
"이번에도 넌 어째 그대로다. 가보면 알거야. 금방 도착해."
말 주변 없어서 횡설수설 거리는건 꿈에서도 똑같구나, 짜식.
"나 그럼 먼저 갈게, 빨리 집에 가고싶거든."
"…그래. 조심하고, 곧 따라갈게."
그렇게 인사하고 뛰려고 발을 내딛던 찰나,
두 눈이 감긴 것 같다.
따뜻하게, 또 포근하게.
1월 14일 탄생화 : 시클라멘 (Cyclamen)
꽃말 : 내성적 성격
재미로 보는 꽃점 : 당신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지만 때때로 합리성을 잃고 시기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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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떤가요! 판타지가 될 것 같죠? 그렇져????? 그래보이져??????
쑥스쑥스
부족하지만 댓글도 뭐.. 부탁드린달까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