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자꾸 하트 날리는 썰 02
"전 나름 그럴듯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그럼 그럴수도 있겠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
얼굴색 변하지 않고 맞받아치자 변백현도
맞장구를 치며 한 술 더 뜬다.
"그쵸? 역시 선배는 나랑 잘 맞는것 같아요!"
몰래몰래 1층으로 기어나와 슬그머니 끼어서 경수오빠의
말을 경청했다. 어차피 오티란 기승-전-술판 이다.
이것저것 저녁도 해먹고 게임도 하고 티비도 보다보니
어둑어둑 해졌다. 선배들은 술먹기 딱좋은 시간이라며
안주거리를 시켜대기 시작했고, 수정이는 내 옆에 딱붙어서
나를 감시한다느니 어쩐다느니 작년일을 끄집어내서
잔소리를 퍼붓고 있다.
"너 작년에 어? 그 선배가 술주는거 다 받아먹고-"
"에이 그래도 그 일 아니였으면 너랑 나랑 친해질일 없었잖아!"
"말이라도 못하면-"
"으히히"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수정이와 꽁냥꽁냥 거리고 있는데
멀찍이서 누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변백현이다.
'왜. 자. 꾸. 쳐. 다. 봐.'
입모양으로 또박또박 협박조로 말하자
변백현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선.배.이.뻐.서.요'
쟨 아까부터 왜 저러는거야....
혹시 정말로 ....
"수정아, 있잖아 나 이뻐?"
.
.
.
"어디 아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니 맘 이해해.
"자! 첫잔은 원샷이다 알겠지! "
"네 !!! "
역시 오티는 술판이야 내 이럴 줄 알았지
저멀리 변백현은 여자선배들이 붙잡고 놔주질 않는것 같다.
워낙 애가 붙임성이 좋아서 그런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 쪽에 비해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다.
"ㅇㅇ는 오늘 짐 나르느라 수고했으니까 한잔 받아!"
진정 수고스럽다고 생각하신다면 들어가서 자게 해주세요..
"야 그거 그렇게 주는거 아니다-"
"그럼 어떻게 주는건데?"
한 남자선배가 내 술잔을 휙- 채가더니
반반섞인 소맥을 거의 다 덜어내곤
소주로 한 컵 가득 따라서 나에게 내밀었다.
"우리 수고한 ㅇㅇ 원샷!"
다급한 맘에 정수정을 쳐다봤는데,
그 선배를 죽일듯이 째려보고 있다.
원래 술 많이 먹이기로 유명한 선밴데,
거절하면 살아생전 들을 욕을
하루에 다 듣게된다는 썰이 자자하다.
"어? ㅇㅇ, 빼는거야?"
"아! 마셔야죠! "
눈을 꼬옥 감고 벌컥,벌컥, 마시자
동기들이 하나같이 날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야, 괜찮아? "
"어.. 괜찮어 아직"
옆에 있던 김종인이 그래도 어느정도 빼고 마시라며
타박을 준다. 그게 말처럼 쉬우면 나는 당장 저 술병을
창 밖으로 집어 던졌을거야 임마 ......
그렇게 세잔이나 더 받아마신 나는
거의 치즈가 되어 벽과 바닥에 눌러붙었다.
정수정은 김종인이랑 누가 더 잘마시는지 내기를 한다며
엄청난 속도로 맥주를 마셔대고 있고,
선배들도 몇몇 나처럼 늘어져있다.
내심 변백현이 뭘 하나 궁금해진 나는 빠른속도로
거실을 쫘악 스캔하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내 맞은편 자리에 털썩, 하고 앉는다.
"백현이네"
"응 나 배-켠이"
"백현이 머해"
"백현이 누나봐 ㅇㅇ 누나"
애가 얼마나 마셔댄거야..
난 얼마나 마신거야..
그러고 보니 이노무 자식,
"너 왜 자꾸 나한테 말 따박따박해?"
"이뿌니까안 ! "
그 놈의 이쁘다 이쁘다 소리.. 정말...
"듣기 조쿤 !!!!!!!! "
말 할 힘도 없고 더 이상 주절주절 하기 싫어서
벽에 등을 기대고 시선을 떨구고 있는데,
변백현이 자꾸 나를 불러댄다.
"선배"
"선배선배"
"아 왜.."
.
.
.
.............?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뻘줌해진 나는 재빨리 폰을 키고
카톡으로 수정이를 찾기 시작했다.
난 수정이밖에 모르는 바보.......♡
그렇게 카톡을 보내놓고 잠들락 말락
머리를 쳐박고 수정이를 기다리는데
김종인도 달고 나타났다.
"야 너 빨리 들어가서 자, 애 상태 왜이래"
"몰라 김종인 너가 그 쪽 잡아봐"
"제가 데려다 드릴꺼에여 !!!!!!!!"
변백현의 뜬금없는 사자후에 일순간 거실은
조용해졌고 선배들은 갑자기 박수를 치머
환호성을 내질렀다. 여기가.. 월드컵 그 현장?
"야!! 박력있고 좋다 !!"
"신입생 장난아니네! 우리 ㅇㅇ가 이쁘긴 하지"
"새끼, 자기의사 분명한 놈이네"
수군대는 동기들과 신입생들 사이로
변백현과 정수정의 부축을 받으며 2층까지 올라갔다.
방에 떨궈진 나는 대충 머리를 묶고 이불로 몸을 칭칭 감았다.
"선배! 잘자요!"
"어..? 너 안갔넹.."
"수정이 누나가 저보고 선배 잠드는거 보고 오라고 하셨어요!"
"웅..나 잘게..."
"선배는 취하면 더 귀여운것 같아요"
"너 자꾸 그런말 어? 막.."
막하지마. 심쿵사 할것같아...
"누나, 잘자요"
그 말을 끝으로 뻗었다.
목이 타는 느낌에 잠에서 깬 나는
1층으로 내려가 더듬 더듬 거리며 물을 찾고있었다.
그 때 누가 플래시라도 켰는지 갑자기 쬐여오는 빛에
인상을 한 껏 찡그리곤 빛의 근원지를 노려봤다.
"누나 왜 안자요?"
"어..? 너 왜 여깄어?"
"저 물마시러 나왔죠, 누나도?"
"응 어딨는지 못찾겠어"
이게 언제부터 나한테 누나라고 한거지...
"여기요, 누나 술 다 깼네요. 다시 딱딱해졌어요"
"어?"
"누나 말투 귀여웠는데 아쉽네요 누나 조심히 올라가요"
"이씨 너 죽어 진짜"
변백현이 손에 쥐어준 플래시를 들고
조심조심 방으로 올라갔다.
다시 누우니 잠이 오질 않아서
핸드폰을 켰는데 카톡이 울린다.
아 얘가 쟤였구나... 오티 전에 카톡방에서 봐서 저장했는데,
그게 변백현이였을 줄이야 새삼 낯설다.
그렇게 정신없는 오티가 지나고 시간이 좀 더 흘러
개강날이 됬다. 오티 이후로 급 늙은 나는
집에서 틀어박혀 누구보다 조용히 썩어갔다.
간간히 변백현한테 카톡이 오긴 했지만,
"개강 첫교시가 교양이야? 미ㅊ..."
"욕하지 말라 했지"
투닥거리는 김종인과 정수정을 뒤로하고
편의점에 들어가 습관처럼 초코에몽을 카운터로 가져가는데
익숙한 뒷통수가 먼저 계산을 하고 있다.
"어? 백현이 아니야?"
"안녕하세요! ㅇㅇ선배는요?"
"니 뒤에 있잖아!"
턱짓으로 변백현의 뒤에 나를 가리키는 정수정이다.
"헐 선배 설마 저 못알아본 경우에요?"
"어? 미안.."
"와 진짜 실망이에요!"
"야! 뒷통수만 보고 어떻게 알아봐!"
"아 진짜 실망이야, 실망이니까 그거 내놔요"
내 손에 들린 초코에몽을 홱 채가더니
자기가 계산하는 변백현이다. 뭔 경우지?
"제가 산거니까 평생 감사하면서 먹어요"
"어?"
갈게요 - 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변백현의
뒷모습을 어이가 빠진채 넋놓고 보는데
김종인이 피식 웃는다.
"귀엽다 쟤, 잘해봐"
"뭘 잘해봐야, 뭘 했다고"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또 있는 익숙한 뒷통수
"너도 이 수업 들어?"
또 아는척 안했다고 뭐라 할 것만 같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말을 걸었다.
"어? 선배! 짱이다 우리 운명인가봐요"
"그래 그런가봐" ....(해탈)
"선배 저랑 같이 앉아요, 괜찮죠 수정이누나?"
"땡큐지- 쟤 맨날 자는데 데려다가 교육좀 시켜줘라"
"네!!"
잠깐만.. 나 아직 아무말도 안했는데..?
저 말은 무슨 말이고 .. 이 책은 무슨 의미인가..
헤롱헤롱 해지는 정신을 붙들고
강의에 집중을 하려는데 도저히 잠을 참을수가 없다.
"야 나 잘테니까 필기 부탁해..."
"헐 선배 안되요 그러지마요"
아몰라몰ㄹㅏ...
쏟아지는잠에 취해 엎드려서 숙면을 취했다.
"선배 머리들어봐요"
뭐임마? 뭘들어?
눈을 확 떠서 쳐다보니
어디서 구했는지 담요를 이쁘게 접어서
내 머리밑에 깔아주곤 자기 과잠을 벗어서
엎드린 내 등위로 덮어준다.
"어..고마워.."
이상한 뭉글뭉글한 기분이 들어
엎드려서 눈을 꼭 감고 애써 잠들려고
노력이란 노력은 다했다.
체감 20분은 지난것 같은데..
고통스럽다..... (체념)
그때 잔잔한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치겠다 왤케 귀여워"
일찍 찾아왔어요! 앞으로도 최대한 빨리빨리 돌아올게요! ♡ (분량을 좀 늘려봤어요 적다고 느끼시면 꼭 댓글로 말씀 해주세요! 차차 늘려가겠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