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자꾸 하트 날리는 썰 03
그 날 그 강의실에서 백현이의 말을
몰래 듣게 된 이후부터 왠지 모르게
백현이의 얼굴을 보기가 많이 불편했다.
조별과제때 같은 조가 되버렸는데 불쑥불쑥 치고 들어오는
백현이 때문에 뜬금없이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말도 더듬더듬 하고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서먹서먹 해지려고 할때 쯤,
복도에서 정면으로 마주쳐 버렸다.
"선배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백현이도 내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나를 붙들고
얘기 하려고 했지만 나는 또
'미안 나 레포트 제출하러 가야 돼, 담에 하자'
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버렸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답답한데 넌 오죽할까.
-
간만에 동기들끼리 학교 앞 고깃집에 모여
다 같이 술판을 벌였다. 술이라면 이제 진절머리 난다고 했던
수정이는 벌써 맥주 두 병을 비웠다.
"ㅇㅇ이 요즘 무슨일 있냐? 얼굴 왜 저 모양이야?"
"내 말이 그 말이다"
하나 둘 내 안색을 보곤
한마디씩 던져대기 시작했다.
"몰라 쟤 요즘 이상해 물어봐도 안 알려줘"
김종인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하곤 잔을 비웠다.
나도 김종인을 따라 말없이 술만 마셔댔다.
"어 맞어 오티때 ㅇㅇ이한테 들이대던 신입생 있잖아,"
백현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은근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 변백현? 걔 왜?"
"걔 어제 지 동기 여자애한테 고백받더라"
"남자애가 여자애한테? 어지간히 인기 많나보네"
"아 뭐야 걔 ㅇㅇ이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나쁜새끼네 야 너도 그냥 과팅 나가버려"
백현이 이야기에 술이 확 깨는 기분이다.
고백을 받았다니.. 혹시 아까 그거 얘기 하려고
나 붙잡은건가?
"맞어 니가 뭐가 아쉽다고 후배를 만나냐"
왠지 우울해지는 기분에 입에 고기를 가득 넣고
우물우물 거리며 빈 잔만 바라봤다.
분위기가 달궈지고 다들 2차를 가자며
노래방파 당구장파로 나뉘었다.
썩 가고싶지 않은 기분에 몸이 좋지 않다며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하자
데려다준다는 김종인과 수정이까지 거절하고
터덜터덜 수정이랑 함께 지내는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왠지 허 한 느낌에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누워만 있을라고 디비 누웠던
침대에서 화장도 안 지운 채 고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 상태로 한 세 시간 잤나, 울려대는 폰에 잠이 깼다.
이 시간에 전화하는 망할놈이 누ㄱ.. 백현이?!
"여브..여보세요?"
-선배!!!!!! 선배 어디 아파요?!?!?!?!?!?"
"뭔...개소리야"
-저 지금 선배 자취방 다 왔어요!!!! 빨리 문열어요!!!"
....정..수정..이새끼...
코ㅓㅇ크앙쾅크앙쾅크앙 거리며 문을 부수고
들어올 작정인 백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빛의 속도로 눈꼽을 떼고 현관문을 열어줬다.
"선배 많이 아파요?"
"아..아니 나 이제 괜찮아"
자취방까지 찾아온 걸로 보아하니,
정수정의 소행임에 틀림없다
망알련....석을련...
"저 선배 걱정되서 진짜 엄청빨리 달려왔어요"
"너..어.. 일단 들어와"
다행히 몇 일전에 수정이의 잔소리 파워로
한달에 몇번 있을까 말까 한 깨끗한 광경을 연출했다.
"선배 열은 없어요?"
내 이마에 척- 손바닥을 올리더니
'음 괜찮네요' 라며 앞머리를 차분히 정리해준다.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하는것도 진짜 오랜만이에요 그쵸"
"응 그런것 같네"
"선배"
"어?"
"누나라고 불러도 되요?"
"너 나한테 몇번 누나라고 했었지 않나?"
아 그런가.. 그럼 말 놓아도 되죠? 라며
선수치는 백현이다.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자
저도 따라 웃는다.
"1초 뒤부터 말 놓을거에요"
"뭐?"
선배한테 말을 놔?
말? 을? 놔?
ㅁ? ㅏ? ㄹ? ㅇ? ㅡ? ㄹ? ㄴ? ㅗ? ㅏ?
더 이상 참으면 난 호구가 될거야
참으면 안 돼.. 참지마 ㅇㅇ아
용기를 내자 용기를..!
"야 너 너무한ㄱ.."
"1초 땡, ㅇㅇ아 내가 너 좋아해 엄청 많이"
(설렘사) |
ㅃ..빨리왔죠? 네! 빨리왔어요! 암호닉 받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네..저도 암호닉 받아요..! (수줍) 암호닉 스누피/ 옹동이/ 악어/ 기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