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05
Written by 은가비
"오지마"
"...."
나에게 다가오는 경수를 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경수는 한번 피식 웃더니 발걸음을 멈추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빠르게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여주야 곧 수업시작해"
"..."
"가자"
아무말없이 가만히 경수를 노려보았다, 내가 가만히 노려보며 세훈이의 손목만 붙들고 있엇더니 거슬렸는지 내 손을 붙잡으려 하였다.
"놔 세훈이랑 갈꺼야"
"내 말들어 김여주"
"그만해라 도경수"
"넌 닥쳐 오세훈"
가만히 듣고있던 오세훈이 갑자기일어나더니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끌고가려는 도경수의 멱살을 잡고는 벽으로 밀쳐내었다
"니 눈치보던애가 너 안따라가려고하면 눈치를 까야지 병신아 너 머리 좋잖아?"
"놔"
"여주 기억찾았어"
"근데?"
"뭐?"
"기억 찾았는데 뭐"
"씨발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난 솔직히 니가 죽어줬음 했는데"
"조용히해 옆에 여주있어"
"정수정 그 개년만 아니였어도"
"닥치라고"
"여주야"
이대로있다간 사건이 커질것같아 힘이빠진 다리를 짚으며 일어나려고 하던 찰나 나를 부르는 경수의 음성에 미간을 찌푸리며 올려다 보았다
"왜 오세훈이야?"
"..."
"왜 하필 오세훈이냐고"
"가자 세훈아 나 너무 힘들어"
순간 난간에서 나를 쳐다보는 경수와 지금 모습이 겹쳐보여 머리가 아찔했다, 떨리는 손으로 세훈이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도경수 넌 나중에 여주없을때 따로봐"
"...."
경수는 아무대답도 하지않았다, 허탈한 표정? 허탈하다고 하기엔 동글동글한 경수의 눈매는 매섭게 치켜올라가있엇다. 뒤를돌아보니 멀어져가는 나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만보고있엇다. 지난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 세훈이의 허리춤에 팔을 꼭 감았다. 계단을 한칸한칸 오를때마다 필름을 재생하듯 잊고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부딪히며 통증을 일으켰다.
"울지마"
"어?"
"이게뭐야 눈도 퉁퉁 부어있고"
학생들이 지나다니지않는 복도에서 양손으로 내 볼을잡고는 내 두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는 세훈이를 보니 과거 세훈이와 싸웠던, 내 기억의 세훈이와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 앞에있는 세훈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피어올라와 얼굴을 제대로 마주볼수없어 고개를 푹숙였다.
"고개 좀 들어봐"
"싫어"
"우리 오랜만에 보는거잖아"
"아까도 많이 봤잖아"
"니가 나를 알고 제대로 보는건 처음이잖아"
"그래도 안돼, 속상하고 미안하단 말이야"
"울지말라니까"
"..정말..미안해 너무 나때문에"
가까이서 보니 하얀 실리콘 팔찌 사이로 살짝살짝 아직 제대로 낫지않는 흉터들이 보였다. 이게 다 경수가 그건거라고...
나는 내 볼을 감싸고있던 손을 붙잡고 손목에있던 팔찌를 빼보았다.
"뭘 이런걸 보려고해"
"둬봐.."
보이길 꺼려하는 세훈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팔찌를 벗겨보니 바늘로 꿰맨 울퉁불퉁한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겨져있엇다. 나는 손목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엇다 흉터들의 굴곡이 내 손가락으로 그대로 느껴지니 억장이 무너질것같은 기분에 또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울지말라니깐 그러네.."
"속상하고 또 속상해.."
"니가 우니까 나도 속상하다"
"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거야?"
"나도 놀랐어..처음에 니가 기억하지못해서"
"..."
"그냥..니가 스스로 알아주길 바라고 기다렸어 내 성질대로였다면 도경수 그새끼를 바로 죽여놓는건데 니가 혼란스러워 할까봐"
"..."
"눈물 뚝..지금이라도 다 기억했잖아"
물컹한 촉감이 내 입술에 닿았다. 조심스럽게 내 볼을 쓰다듬는 이 느낌 너무좋다. 조심스러운 세훈이의 손길도 느껴지는 특유의 스킨냄새도 모두
***
"오늘 경수가 아프다고 조퇴를했으니까 오늘 종례인사는 넘기도록할께요"
학교가 끝나고 세훈이와 함께 수정이네 반으로 달려갔다.
"떨려?"
"어..좀 떨리네"
손을 꽉 붙잡고 부들부들 떨고있는 나에게 세훈이는 슬쩍 웃으며 물어보았다 장난스럽게 물어보았지만 같이 떨리는지 맞잡은 손엔 땀이 흥건했다. 수정이네반 종례는 오래걸리지않았다. 반 아이들이 한두명씩 빠져나오고서야 드디어 어두운 안색의 수정이가 비쳤다.
"어 오세훈 웬일...여주야.."
수정이는 놀란듯 보였다 초점은 내 얼굴에서 나와 세훈이가 맞잡은 두손으로 맞춰졌다. 믿을수없다는 손으로 입을 가린채 우리둘을 번갈아 보았다, 불과 몇시간 전 만해도 자신을 알아보지못하고 무시하고 지나쳐갔던 내가 떡하니 자신의 앞에서 세훈의 손을 붙잡고있으니 그럴만도
"이게..이게 어떻게 된거야..? 지금 내가 보고있는게"
"우리 교실 들어가서 말하자 다..말해줄께"
반아이들은 모두다 빠져나가고 우리는 아무도없는 교실로 들어왔다. 나는 어디서부터 말해야할지 고민하다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로했다. 내가 옥상에서 들은이야기와 내가 잊고있엇던 과거 모두를, 이야기를 끝마치니 수정이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있엇다.
"난..그것도 모르고"
입을 틀어막으며 애써 울음을 감추려하지만 수정의 입에선 한탄스럭 곡소리가 세어나왔다.
"난 그동안 솔직히 널 조금 원망하고살았어..내 전화를 받지않는 니가..난 그때 이런일이 있을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못했어 정말"
수정은 이마를 짚고있던 손으로 옆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니가 전화를 안받길래 오세훈에게 고민상담하려고 오세훈집으로 달려갔는데..집문이 열려있는거야 뭔가하고 달려갔지 근데..열려있는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서 달려가봤는데 난 진짜 그 순간을 잊을수없어 난 그때 정말놀랐어 핏물로 가득찬 욕조에서 오세훈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엇을때 난 그때 애가 죽는구나 싶어서 무작정 걜 엎고 병원으로 뛰쳐갔어"
수정은 생각하기도 싫다는듯 진저리를 쳤다, 말라가던 두 눈에서 다시한번 눈물이 맺혀가는듯 보였다.
"화장실 바닥이 온통 핏물이였어..물은 넘치고.. 병원에가보니까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다고.. 그 일이 있은후로 학교에서는 유학간다고하고 자퇴를 했어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봐서 겨우온거고.."
수정이의 말이 끝나고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엇다. 어느 누구도 어떠한말로 서로를 위로해줘야할지, 또 어떤말로도 위로가 되지않는다는것을 잘 알기에
***
내가 모든것을 알게된지 이제 1주가되었고, 경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지도 1주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경수의 행방을 알지못했다.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확답을 얻지는 못했다. 나는 세훈이 수정이와 꿈같은 시간을보내며 즐거웠다. 다른 아이들은 이런 우리모습에 처음엔 의아눈길로 쳐다보았지만 몇몇의 아이들 빼고는 익숙한듯 잘 지내게 되었다.
"도경수 걘 왜 안오는거래 전학이라도 가려나"
"글쎄.."
수정이는 익숙한듯 초코우유를 나에게 건냈다, 자 니가 좋아하는거
"어 그러고보니"
"응? 뭐?"
"세훈아"
"왜"
나는 초코우유를 쳐다보다 오세훈을 보며 씨익웃엇다.
"뭐야, 왜그렇게 웃어.."
"저번에 책상위에 초코우유 너지"
지난번 체육복에 우유테러를 당했을때 책상위에있던 초코우유를떠올리며 물으니 오세훈은 마시고있던 커피우유가 목에 걸린듯 켁켁 거리다 이내 자기는 모르겠다며 나와 수정이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앞질러 나갔다.
"뭐냐 니네 나 없을때 유치하게 막"
뷁하는 표정을 짓는 수정이와 인사를 한뒤 반으로 들어갔다.
"너 맞잖아"
"몰라몰라 수업시작한다 빨리 자리로가"
"알겠다 뭐"
수업준비를위해 책을챙기려는데 집에 두고온 수학책이 생각나 수정이에게 빌리기위해 교실을 나왔다. 그때 내 눈앞에 최진리가 어색한 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일이야"
최진리에겐 좋지않은 기억이있기에 달갑지않은 말투로 물어보았다.
"사과 하려고.."
사과? 예상치못한 발언에 버벅대고있엇을까 나에게 커피한캔을 내밀더니 미안하다는 의미로 주는거라며 받아달라고 하곤 수업이있다며 지나가버렸다.
"참..세상 살고볼일이네"
나 커피 싫어하는데, 세훈이나 줘야지
***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멍하니 천장만 보고있엇다. 뭔가 일이 한꺼번에 풀려버리니 내 맥아리도 같이 풀려버리는 기분이다. 학교에 나오지않는 경수는 도대체 어디있는건지 정말 우리에게 모든 용서를 구하고 떠날생각인거지 등 폭신한 이불때문인건지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교복을 갈아입지 못한채로 잠에 빠져들 찰나 휴대폰 진동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휴대폰 액정을 보니 문자메세지 한통이 와있엇다.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한번보자 할말도 많고 정말 마지막이야 그때 그 옥상으로 나와줘-경수'
***
늦어서 죄송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용을 내가 개떡같이 써서 수정좀 하느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후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