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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다가도 감히 말하지 못할,
아이돌인 그 애 이야기.










#11. 마지막 주의 마지막.













첫째날, 스타일링을 각자 여러 개 해보고 회사 스텝들과 함께 타이틀곡에 맞는 메인 컨셉을 정했다. (우리가 정한건 아니고)


이후 장소를 이동해서 의상 피팅이 진행됐다.
메이크업, 헤어만 봐도 한참 달라진 듯 했는데, 무대 의상까지 입으니 진짜 활동 중인 연예인이래도 믿어졌다.




첫 피팅이다보니 사이즈나 기장이 안맞는 아이들을 체크해서 스타일리스트 쌤이 각 의상마다 꼼꼼히 체크했다.
이런걸 처음 겪어봐서 나는 거의 공부하듯 신기하게 구경을 할 뿐이었다.
한 사람당 여러벌을 입어봐야해서 새벽에야 끝나 막판엔 또 거의 졸았지만.






둘째날은 타이틀곡을 비롯한 쇼케이스 때 선보일 안무연습이 진행됐다.
새벽에 끝난 탓에 조금 늦은 점심부터 시작해 다행히 잠이 모자라진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촬영 주이다 보니 할게 너무 많았던 탓에 또 아침부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간 진행했던 촬영 분량에서 모자랄 듯한 것들, 어제에 관한 것들.
틈틈히 따놔야 마지막을 조금 여유롭게 끝낼 수 있을거라는 피디님 말에 아이들도 우리도 거의 못잤다.



그런 상태로 아이들은 끊임없이 땀을 흘리며 춤을 췄다.
새삼 아이돌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이런 빡빡한 스케줄에 몸을 쉴새없이 움직여야한다는게 대단했다.




"나중에 번호라도 알려주세요"




정수기에서 물을 먹다가 진짜 리얼로 뿜었다.
그게 창피할 새도 없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어요"




나는 웃을 수 없었지만 조승연은 여유롭게 웃고있었다.
나도 이런 내가 싫지만,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안돼요?"
"...그, 아니..그게..."




아니 진짜. 깜빡이 좀.
심지어 내 얼굴은 물이 범벅되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조승연은 땀이 뚝뚝.



그리고 연습실에서 피디님이 나온다.


조승연은 내 눈치를 잠시 보고, 나는 바보같이 쭈뼛거리며 연습실로 들어간다.


애들이랑 번호를 주고 받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내 상상속에서.
조승연은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상상만 하는 일을 꼭 제 입으로 뱉어낸다.
그저 내 입이 다물어져 있을 뿐. 나는 정말 겁쟁이다.







어느새 또 새벽이 됐다.
그리고, 애들도 스텝들도 거의 기절 수준으로 늘어져 있는 잠시의 쉬는시간.
조승연은 한번 더 내게 다가왔다.




"끝나고 번호도 알려줄 수 없으세요?"
"......"




이렇게까지 또 물어보는거면, 입에 발린 말이 아닌 진심이었나보다.



넌 어떻게 이래.


그렇게 남에게 피해주지않고 묵묵히 참고 견디던 너는, 이렇게나 네 감정에 솔직하고.
나는 싫은 소리는 그렇게 잘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겁이 나고 솔직하지 못하는지.



그냥.
알려줘도. 될 것 같은데.

연락은 방송 끝나고 하면 되잖아. 그러면 딱히 문제 될 거 없잖아.




"저.."




어렵게 결심하고 입을 뗀다.
그러면,




"승연아, 와 봐."
"네? 넵."




안무단장님이 조승연을 찾는다.
잠시 뒤돌아 봤던 조승연이, 다시 고갤 돌려 나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곤 연습실로 들어간다.



거 참 엄청 비싸게 구네. 지가 뭔데.
라는 생각을 하려나.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도 상관 없었다.
나는 이제 번호를 줘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내일 마지막이니까. 내일 꼭 줘야지.
조승연이 다시 물어보지 않더라도, 내가 줘야지. 꼭 그래야지.









-







안무연습의 분위기는 아이들끼리 연습할 때와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다.
안무 단장님의 생김새도 무서웠을뿐더러, 역시 남자들끼리라서인지 훨씬 더 엄격하고 딱딱했다.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에겐 어김없이 쓴소리가 남발했고, 커다란 구호와 고함만이 가득했다.


제대로 쉴 새도 없이 계속되던 연습은,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났다.
아이들은 거의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숙소로 복귀했다.
그 어느때보다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됐다.
아이들은 온갖 근육통으로 끙끙대며 녹음실로 향했다.




"와, 빵빵한 스피커로 들으니까 더 좋은데요?! 대박!!"




음악에 무지한 나도 들어본 유명한 작곡가답게, 노래는 기대 이상이었다.
메인컨셉 스타일이나 의상에도 맞게, 세면서도 과하게 섹시하다거나 세기만 하진 않았다. 신인 아이돌 데뷔곡에 딱이었다.
그냥 한두번 들으면 귓가에 맴도는게, 은근 잘 될 것 같다 생각했다.




"자, 일단 성우가 메인보컬, 메인랩퍼가 승연이... 아, 일단 파트 정하기 전에 랩퍼들은 정확히 나뉘어있으니까 불러보자."
"넵!"




조승연이 먼저 부스로 들어갔다.
어느새 연습을 했던건지 대충 들어도 꽤 잘했다. 작곡가의 반응도 좋았다.




"저...언니."
"응?"




혜은이가 약간 눈치를 보며 말을 건다.




"그.. 승아언니한테 연락 오셨어요?"
"....아니?"
"여기 위치 알려달라고하셔서..."
"어?"




뭐야, 갑자기?
나도 모르게 녹음실 부스에 있는 조승연을 쳐다봤다. 느낌이 안좋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마지막 날이니만큼 나름 애들이랑 사진은 못남길지언정 그동안 수고했다 인사라도 하려고했는데.
왠지 그녀가 오면 모든게 불가능해질 것 같은 촉이 왔다.




"언제 연락왔어?"
"한 20분정도 됐는데, 아무래도 언니한테 말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고마워, 나 오늘 조기 퇴근 각이다야."
"안돼요...!"




마지막이라고 애들이랑 얘기만 하는 수준이면 뭐 그렇다치겠는데,
아무래도 날 보낼 심산일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은데....



내 목표는, 언니가 오기 전 조승연이 부스에서 나오면 잽싸게 내 번호라도 던지기였다.
다만, 이건 촬영이기에 쉬는 시간이라거나 작곡가가 잠시 담배라도 피우러 나가지 않는 이상은
내 멋대로 애를 데리고 개인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다.



아...진짜 김승아년 진짜...!!





"승연씨,"




결국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부스에서 나오는 조승연을 붙잡았다.
내가 밖에서 말을 걸었는지도 모르게끔, 번호만 잽싸게 적어줄 심산이어서 촌스럽지만 펜만 들고왔다.




"에..?"




무슨 아기 수준으로 순진무구한 얼굴이다.
나는 내 번호를 어디에 써야할지 눈을 굴리느라 앞뒤 설명도 없이 혼자 조급했다.




"뭐 찾으세요?"
"안녕~"




아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승연의 손에 들린 가사지를 낚아채려다 직전에 멈칫했다.




"안녕하세요"




조승연은 나를 보며 머뭇대다, 표정관리도 못하는 내가 좌절하고 있음을 느꼈는지
가볍게 김승아에게 인사하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







그깟 번호 뭐라고 못주니!!!!!!!!!!!!!!!!!!!!!!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아아가아각ㅇ번호 빨리 전해줘요ㅠㅠㅠㅠㅠ승아 진짜 자꾸 화나게ㅠ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105.221
아나ㅠㅠ진짜
승아 사람 화나게 하네요 ㅎㅎ,,,
승연이한테 번호 좀 주자 젭..알....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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