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하나뿐인 친구이자 하나밖에 없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유치원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초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먼저 다가와준 건 너였다. 나를 신경써준 건 너뿐이었다. 연인이 아니어도 좋으니 친구로라도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떠나게 된 내 이민에 너도 나도 많이 울었다. 타지에 가서도 외국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아 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빠져갈 때도 나는 네 생각뿐이었다. 언제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제쯤 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내겐 이런 생각뿐이었다.
마침내 너를 보러 다시 한국에 왔을 때 골목길에서 마주본 너를 하필 내가 다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친구에게 부탁해 다시 데리고 와 번호를 달라고 장난치는 나를 보는 너의 표정은 생각보다 귀여웠고, 내가 대장이냐며 묻는 순수한 너의 얼굴은 생각했던 것보다 예뻐져있었다. 비록 너는 나를 못 알아보는 듯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나를 친구로만 보는 눈빛도 참을 수 있었다. 너와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를 애써 위로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다시 다가갈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네 옆에 있던 박찬열은 괜찮지 않았다. 네가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은 똑같았지만 저마다 네가 보는 눈빛은 달랐다. 특히나, 네 눈빛은 박찬열 앞에서만 유독 달라졌다. 그래서 박찬열이 미웠다. 나는 너에게 친구밖에 되지 못하는데 어쩌면 네 옆에 서게 될 수도 있는 박찬열이 용기 한 번 내지 못하는 게 멍청해보였다.
그래도 욕심내보고 싶었다. 한 번쯤은 나도 너의 그런 눈빛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저질러버렸다.
"김종인!"
"어, 수업 안 들어갔어?"
"체육인데 다쳐서 이러고 있어. 그러는 너는 설마 땡땡이 아니지?"
"...맞아."
"근데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
"아니 그냥... 고민이 좀 있어서?"
"뭔데?"
"이건 진짜 내 얘기 아니고, 내 친구 얘기다."
"응."
그러니까... 내 친구가 친구로만 생각했던남자애한테 고백을 받았어. 근데 어떻게 돼서고백에 대한 대답을안 했는데, 찬 것도 아닌 게 됐어.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걔 앞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아닌 것 같기도 해. 어떡하지?
너는 네 친구얘기라고 했지만 안 물어봐도 박찬열과 너의 이야기였다. 순간 욱했던 것도 있고, 박찬열과의 이야기를 하는 너의 얼굴은 누가봐도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가버렸다.
"확인해보면 되지."
"어떻게 확인해?"
"이렇게 했는데도, 심장이 안 뛰면 안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뭘 어떻ㄱ..."
욕심 한 번 부리니 오히려 그게 더 후련했다. 내 입맞춤에 입술이 떼어지고도 멍해져있는 너의 표정을 보니 그제서야 확신이 들었다. 난 너에게 친구밖에 못되겠구나. 하지만 내 행동에 후회는 없었다. 아직도 멍한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교실 밖으로 나왔는데 창문 앞에 누군가 서있었다.
"뭐야, 너."
창문에 붙어 서있던 누군가는 얼마 전에 너에게 고백했던 놈이었다. 제 휴대폰에 담긴 너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네가 볼까봐 싶어서 학교 밖으로 끌고 나와 휴대폰부터 뺏어들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닌듯 갤러리엔 네가 가득했다. 순간 열이 뻗쳐서 주먹부터 날아갔다. 휴대폰을 부수고, 스토커새끼라며 욕을 퍼붓고도 내 화는 식어지지 않았다.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너의 눈빛을 알고, 너를 알고, 나도 아는데,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 감정에 휘둘리는 게 싫었다. 너를 보면 자꾸 흔들리는 나도 싫었다. 그냥,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내가 싫어하게 됐으면 좋겠다. 다시 복도에서 마주친 나에게 아직도 수업에 안 들어갔냐며 잔소리하는 너를 내가 싫어할 수 있을까. 너의 웃음에도 내가 너를 아무 감정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여전히 너를 보고 웃고우는 내가 너를 좋아하진 않을 수 있을까. 몇 년을 안 보고도 내 기억에서 안 잊혀졌던 너를, 나는 잊을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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