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사이가 틀어지고, 사랑스러웠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많았던 대화가 줄었고, 따듯했던 사랑이 식었다. "어디갔다가 이제서야 오냐." "... ....."
열두시가 한참 넘어서야 도어락이 열리고 변백현이 들어왔다. 감기는 눈꺼풀을 겨우 뜨며 기다렸는데 부풀었던 마음이 펑 하고 터져 빠르게 줄어들었다. "대답 안하지." "니가 그런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작작하지." "뭘, 먼저 시작한게 누군데 나한테 그러나."
들어오자마자 시비다. 내심 그만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말은 뾰족하게 나가고 날 보지도 않은채 신발을 벗으며 말대꾸를 하는 변백현에 화가 났다.
"니가 어린애냐? 고집 좀 꺾지." "... ...." "또 대답안하지." "자꾸 뭐가 그렇게 듣고싶은데."
뭐 딱히 듣고싶은건 없는데 너랑 얘기 좀 하고싶어서, 니 이쁜목소리도 듣고싶고.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키며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냥 들어가서 자라." "니가 안그래도 그럴려고 했어."
아 피곤하다. 며 백현이 방으로 들어간다. 닫힌 방문을 보다 한숨을 쉬곤 백현이 방을 29도로 맞춰줬다. 저게 또 잠 못자려고 그냥 들어가지... 맨날 자기가 맞추고 들어가는 적은 잘 없기에 항상 내가 신경써줘야한다.
미워죽겠는데 그것마저 또 이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 아침에 일어나니 백현이 방 문은 열려있다. 아침부터 어딜 나간거야.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으며 티비를 켰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백현이 방도 둘러보고 이리저리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혼자서 조촐하게 저녁도 차려먹었다. 집에서 먹는건 오랫만인데 백현이도 없이 혼자 먹으려니 여간 씁쓸한게 아니였다.
쇼파에 앉아 멍하니 티비를 보다 징-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을 보니 김종인이다.
"어." -박찬열? "나한테 전화했으면 당연히 나지 누구겠냐." -아, 그나저나 너 변백현이랑 깨졌냐? "뭔소리야, 누가 그래." -아니, 뭐 딱히 그런건 아닌데 여기 변백현있길래. 다른 남자랑.
김종인 목소리 뒤로 들려오는 비트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다 변백현이 다른 남자랑 있다는 소리에 움직이던 몸을 멈췄다. 씨발. 속으로만 생각한다던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반대편에서 김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종인말에 집중할 상태가 아니라 대충 흘려들었는데 괜찮냐던것 같기도 하고. 한동안 그런 낌새를 느끼곤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던지 난 전혀 괜찮지 않았다.
-... .... "어디야." -어? 아 여기 우리 저번주에 왔던 클럽.
전화를 끊고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아 씹, 차키를 안들고왔네... 마침 택시가 오길래 곧바로 잡아타 클럽으로 갔다. 가는 동안에도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다리를 떨어댔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새끼한테 내 백현이를 뺏길까봐.
클럽 앞에 도착하니 마침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지 김종인이 한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니 나는 맞인사를 할 여유가 안된다.
"변백현은." "아까 그 남자랑 나갔어. 뭐 어디로 갔는진." "하, 씨발."
어깨를 으쓱하며 어디갔는지는 말안해도 알겠지. 라는 투로 말하는 김종인에 머리 끝까지 화가 뻗쳤다. 하도 봐주니까 변백현 니가 정신이 나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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