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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로맨틱 라디오 02 | 인스티즈

 

 

 

 

 

 

 

 

 

 

 

 

 

 

 

 

 

 

 

 

 

 

 

 

 

눈물범벅이 되어 경수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도경수는 딱히 묻지 않았다. 말없이 코트를 가져가 개켜주고 자신은 이불을 꺼내 소파로 가져간다.

집 주인을 소파로 내몬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 들었다. 죄책감. 나중에는 물먹은 솜 같은 몸을 이끌고 소파에 누워있는 경수에게 침대로 가라했다.

 

 

 

 

 

 

그랬더니 오늘은 괜찮다며 나보고 자라네. 존나 감동.

 

 

 

 

 

나중에는 억지로 끌고 와 싱글 침대에서 장정 둘이 낑겨 잤다. 눈을 감았지만 쉽사리 잠은 오지 않는다. 졸업하고 4년간 한 번도 볼 수 없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쳐서, 거지같은 대화를 나눴다. 생각만 해도 엿 같지 않은가? 그것만 생각하면 또 화딱지가 나네.

 

 

 

“김민석.”

“응.”

 

 

 

도경수가 나지막이 말한다. 뒤척이지 말고 자.

 

 

 

 

움직이는 게 어지간히 신경 쓰였나보다. 술을 안마셨다면 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술이 사람을 망친다고.

하지만 난 술을 안 마셨어도 루한에게 그딴 엿 같은 말을 뱉었을 것이다. 학생 때보다 훨씬 잘 생겨졌고, 멋있어졌다. 심장이 다시 학생으로 되돌아간 것 마냥 세차게 뛴다.

 

 

 

왜 이러냐. 김민석. 그딴 구질구질한 짓은 7년이면 족하잖아.

 

 

 

억지로 나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나는 눈을 감는다. 오늘은 왠지 꿈에 혼자 열병을 앓던 그리웠던 그 시절의 내가 나올 것 같기에.

 

 

 

 

 

 

 

 

 

 

 

 

 

 

[루한 X 시우민] 로맨틱 라디오 02

W. 소년

 

 

 

 

 

한 사람에게 반하는 건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사람에게 반하고 반하고 또 반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자각하게 된다. 한번 사랑에 빠지면 지독한 열병을 앓게 된다.

혼자 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고백하려하는 순간이 있고, 정반대로 그 사람과의 감정을 한순간에 정리하려는 순간이 있다.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 오르락내리락 하는 과정이 거북할 정도로 힘들었다.

 

 

 

 

예쁜 사람에게는 자연스레 눈이 간다. 입학식을 막 마치고 친구들과 웃고 장난치는 루한을 보았다. 급식실에서 밥 먹을 때도 줄 서있는 네가 눈에 보인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칠 때마다 교실 뒤편에서 떠들고 있는 루한과 친구들 자주 눈에 담았다.

 

 

 

 

 

 

 

 

 

담은 게 아니라,

 

 

 

 

담겼다.

 

 

 

 

 

 

 

유독 혼자 튀는 외모 덕이기도 했다. 예쁜데 잘생겼고. 잘생겼는데 예뻤다. 짙은 쌍꺼풀이 인상 깊었다. 딱히 친해지고 싶진 않았다.

서로 다른 반이기도 하고. 멀리서 몇 번 본게 다였다. 그 정도로도 만족했으니깐. 이미 루한은 학교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했고.

 

 

 

 

 

이동 수업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제 물건을 놓고 가는 아이들이 종종 있기 마련이다. 이동수업을 마치고 책상 서랍에 책을 넣으려는데 덜컥,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검은 MP3였다. 이거 최신형인데. 검정 기계를 들고 발발거리며 애들한테 물었지만 역시 주인은 없었다. 교탁 위에 두면 주인이 찾아가려나.

 

 

 

이어폰에서 얼핏 노래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대로 귀에 꽂았다.

 

 

 

순간이었다. 이어폰을 꼽고 노래 한 소절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가 내 앞에 서 있는 게.

 교실에는 수업이 끝날 무렵이라 옅은 전자레인지 같은 햇볕이 가득했다. 그때는 꼭 저와 그 아이가 전자레인지 안에 있다는 실없는 생각도 했다.

 

 

 

 

 

<그거 내건데.> 루한이 말했다. 그리고 해사하게 웃었다. 아마도 이 순간 루한에게 처음으로 '반했다고' 생각한다.

느리게 이어폰을 빼 루한에게 건네는 순간에도 그 짧은 한 소절이 채 안 돼는 노랫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렸다.

이어폰도 제대로 안 감고 체포하다시피 둥둥 감은 루한은 대충 바지에 구겨 넣고 교실을 나섰다. 나는 교실에서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뒤로는 일방적인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매번 너의 얼굴을 보기위해 친구들과 매점을 갔다.

일찍 밥을 먹는 너를 보기위해 급식실에 너보다 먼저와 밥을 먹는 너를 반찬삼아 나도 밥을 먹었다.

움직이는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너 때문에 매번 체육시간에 빠지지 않고 축구를 했다. 덕분에 축구 경기 때에는 빠질 수 없는 그런 축구 빠돌이가 됐다.

너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위해 일부러 집을 빙빙 돌아갔다. 그 노래를 알기위해 짧은 한 소절 가지고 어떻게든 찾아내려 애썼다.

 

 

 

 

 

정말. ‘별 짓’을 다 한 거 같다.

 

 

 

 

 

 

 

그 노래를 알게 된 것은 혼자 짝사랑을 한지 6개월이 지난 뒤였다. 어김없이 금요일 7교시 이동수업이 끝난 뒤에는 버릇처럼 책상 서랍을 뒤지개 되었다.

오늘도 없겠거니. 속으로는 잔뜩 기대하면서. 그런데 있었다. 검정 기계가. 이걸 꿈속에서 몇 번을 만졌는지 모른다. 당황하지 않고 난 전원부터 켰다.

그리고 재생 목록을 쭉 훑는다. 자주 즐겨듣는 음악으로 들어가면 맨 위에 영어로 된 팝송이 있다. 플라시보. 잊을까봐 휴대폰에도 적어 놨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플라시보.

 

 

 

 

 

 

 

 

 

곧 루한이 교실로 들어왔다. 전자레인지 햇볕을 받은 루한의 머리는 붉은 갈색이다.

 

 

<미안. 또 두고 갔네.>

 

 

루한은 오늘도 검정 기계를 둥둥 체포하곤 주머니에 넣는다. 말이라도 건넬까. 마음과는 다르게 입이 무겁다. 시발. 그렇게 한마디도 못 건네고 루한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서 플라시보의 노래부터 받았다. 그 한 곡만 반복 재생하며 자주 듣던 노래들을 하나씩 받았다. 루한이 즐겨듣는 노래들은, 다른 애들과는 좀 달랐다.

간지 나게 에미넴 뭐 이런 힙합 노래들만 가득한 게 아니라 루한만의 그런. 그게 또 좋아서 침대에서 방방 굴렀다. 그랬더니 엄마가 혼을 냈다.

 

 

 

그 노래만 질리도록 들으며 꼬박 3년을 좋아했다. 반주만 들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루한하고는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한 채. 고등학교 3년을.

한순간 감정이 벅차오르면 그걸 감추려 애썼고 추락하듯 내 자신이 별게 아니라 느껴질 때면 애써 태연하게 내 자신을 위로했다. 3년을.

여자 친구가 생기면 그 여자를 저주했지만 난 정작 아무것도 아닌 이름도 모르는 아이에 불과 하니깐. 결국 그렇게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한 채 졸업했다.

 

 

 

 

 

 

 

 

 

 

 

 

 

대학교에서는 여자 친구도 사귀고 루한을 잊으려했지만, 어느 샌가 모니터를 해주고 라디오 디제이를 한다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듣는 빠돌이가 되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7년을 미련하게 좋아했다는 건 아니고. 나머지 4년은 팬으로서, 라고 해두자.

 

 

 

 

그랬던 그, 루한이. 제 앞에 나타났다. 병신 같은 말들이었지만.

 

 

 

루한 넌 모르겠지. 내가 너 이 대학교에 간다기에 공부 존나 열심히 했는데.

 

 

 

 

 

넌 자퇴했네.

 

 

 

 

 

 

 

 

*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한다. 모든지 완벽해야하고 완벽한 사람은 틈을 보이면 안 된다. 자신들은 완벽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모습은 거짓으로 잘 만들기도 한다.

그들은 조형사고 난 인형.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원하면 원하는 대로. 누군가가 그랬다.

 

 

 

 

-그냥 때려치워.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남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것도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면. 일상생활에 ‘중국인’이라는 제약은 많지 않지만 사회생활은 또 다르더라.

대졸도 못한 중국인. 일단 이력서부터 발치에 치워두지 않을까. 공장가서 장갑이라도 만들어야하나. 약을 팔아야하나. 이팔청춘 새내기들 사이에서 편입을 준비해야하나.

귀화를 해서 군대나 가야하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난 사회에 발을 딛다 무너져버린다.

 

 

 

 

원하는 삶을 살기에는,

 

 

 

너무 늦었다.

 

 

 

 

 

 

 

 

 

 

 

“다음 주부터는 조금 여유가 생길거야.”

 

 

나 다음으로 불쌍한 매니저 형이 말한다.

 

 

“얼마나.”

“쉬고 싶어?”

“항상 그런데.”

 

 

 

형은 말이 없다. 형에게 시선을 거두고 창밖을 바라본다. 눈이 내린다. 어둑한 밤하늘에서. 가로등 불빛이 밝히는 거리마다. 펑펑. 눈이 바람에 흩날리다 땅에 강렬히 전사한다. 지랄 맞은 눈은 왜 이리 많이 내리는지. 하얀 남자애를 본 뒤로 쉴 틈 없이 내린다. 4일 정도 지났나. 뺨 위에 앉은 눈처럼 하얀 그. 이름이 뭐였더라. 김. 김. 김.

 

 

 

<0420님이네요. 오늘 루한씨 안 나와서 너무 슬퍼요. 내일은 나오시는 거죠?>

 

 

 

주파수를 맞추던 라디오에서 익숙한 숫자가 들린다. ‘0420’ 내 생일인데. 라디오 첫 날부터 계속 듣던 청취자.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고.

어쩔 때는 사연을 일부러 골라 말하기도 한다. 극성팬인가보지.

 

 

 

내가 안 나와서 슬프긴 무슨. 나 하나 때문에 슬퍼 할 사람은 없어. 아쉽게도.

 

 

 

 

 

 

원래라면 어제 오전 촬영 분이었지만 오늘 오후에야 지방으로 내려가 촬영하게 되었다. 워낙 변덕스러운 스타 병에 걸리신 주연 배우님 때문에.

한낮 조연인 나를 대신에 불쌍한 매니저 형은 또 알겠다며 고개를 숙인다. 옛날 구닥다리 폴더 핸드폰마냥. 형은 불평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말한다.

 

 

 

-난 너랑 대박 나고 싶어.

 

 

 

대박은 무슨. 피박에 쪽박도 모자랄 판에. 티비 틀면 나오는 그런 흔한 배우들이 아니라 간간히 cf로 얼굴 비춰주고 아이돌은 아니지만 얼굴로 시청률 셔틀 드라마 나와 주고. 주연급은 아닌데 그렇다고 조연급도 아닌. 내가 나를 정의하자면 이정도. 대체 형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루한아. 넌 욕심 가져도 돼.> 형은 나에게 무슨 욕심을 가지라는 걸까. 주연배우 뭐 그런 게 아니라 내 욕심은 정말,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친구들 만나고.

 

 

 

정말 이게 다인데.

 

 

 

 

 

 

독립 영화를 찍었었다. 흙 묻은 손으로 인력거를 몰며 국가의 평화를 외치는. 내가 김첨지라도 되는 줄 알았다. 쪽잠을 자가며 촬영을 끝내고 쉴 틈 없이 다음 작품을 찍었다. 바쁘게 지내던 그 어느 날. 처음으로 신인상을 받았었다. 기쁜 감정보다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내가 엿 같게 굴러다니며 찍은 것을, 아무것도 안하고 편하게 뒤빽으로 상을 탄다는 것은. 모순이지. 이 바닥이 그만큼 좆같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상이었다.

 

 

 

 

<루한씨 대신이지만 제가 더 낫지 않나요?>

 

 

 

라디오 디제이가 말한다. 아이돌이라고 들었다. 그래. 넌 노래말고 이쪽이 더 소질 있는 거 같다.

 

 

 

 

“형 담배 사올게.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운 매니저 형은 편의점으로 간다.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음에 불구하고 사람들은 북적인다. 난 저런 북적거림을 싫어한다.

이런 직업임에 불구하고. 횡단보도에 초록색 불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제 갈 길을 향해 걸어간다.

 

 

 

 

한사람만 빼고.

 

 

 

 

불이 바뀐 걸 모르는지 핸드폰만 봐서 옆이 안 보이는 건지. 작은 체구의 남자는 이어폰을 낀 채 핸드폰만 보며 그 자리에 서있다.

가로등 빛에 남자의 오렌지색 머리는 아예 오렌지를 넘어 형광주황이 되어있다.

 

 

 

초록불이 깜빡이고 뒤늦게야 발견한 남자는 걸음을 옮긴다. 루한은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팔을 붙잡힌 남자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을 구명줄처럼 쥐고 있어 웃기긴 했다.

남자의 하얀 뺨에 흰 솜뭉치 같은 눈이 내려앉는다. 눈이 남자의 볼에 닿자마자 조금씩 녹아내린다. 깜빡이던 초록불은 얼마안가 빨간불로 바뀐다.

남자의 팔을 잡은 지 채 10초도 되지 않아 차들이 거세게 구정물을 튀기며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아아. 생각났다. 김민석.

 

 

 

 

 

 

*

 

 

 

 

 

 

“앞 보고 다녀. 핸드폰으로 뭘 그렇게 봐.”

 

 

 

너. 너 라디오요. 오늘 왜 라디오 안 나왔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속으로 꾹 참는다.

 

 

 

이게 무슨 상황인건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루한이 잡은 팔이 아려온다. 엄마. 나 어떻게 해요. 루한 또 만났어요. 오늘도 엿 같은 말을 지껄이면 어떡하죠?

 

 

 

 

 

 

그 뒤로 민석은 바빴다. 할 과제는 많았고 시간도 빠듯했다. 드라마 모니터링이고 뭐고 라디오도 듣기만 했다. 교수님에게 과제를 제출하고 오던 참이었다.

오랜만에 라디오 문자도 보내보고. 루한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들었다. 그랬더니 하느님이 상이라도 내려주신 건가.

 

 

 

 

“급한 연락이라. 고마워.”

“고맙긴.”

“그, 나.”

“응?”

“아픈데…”

 

 

 

 

루한이 멋쩍게 웃으며 팔을 쥔 손을 뗀다. 얼핏 짙은 향수 냄새가 난다. 드라마 촬영하고 온 건지 평소보다 피부는 뽀얗고 입술은 붉었다.

 

 

 

이대로 루한을 보내면,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차 조심해.”

“오늘 라디오 안 해?”

 

 

 

<했는데.>라고 루한이 말했다. 나는 또 병신 같은 말을 해버렸다. 그래. 했지. 그걸 김민석 넌 방금까지 듣고 있었잖아. 멍청아.

 

 

 

“너가 안 했길래.”

“지방 촬영 때문에. 너 들어?”

“응. 가끔.”

 

 

 

물론. 구라였다.

 

 

 

 

루한이 웃으며 차로 걸음을 옮긴다. 어쩌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있던 민석은 발을 동동 굴렀다.

다시 시작된 사랑은 브레이크라는 걸 모르는 법. -항상 진행 중이긴 하지만- 민석은 그대로 루한의 손을 붙잡았다. 잡힌 손은 서늘하고 차갑다.

 

 

 

 

“루한. 그때 내가 술 먹고 막말한 거 미안.”

“아. 기억도 안 나는걸. 괜찮아.”

 

 

 

매니저인 사람이 차 앞에서 루한을 기다리는 게 보였다. 루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민석아.> 루한이 말을 잇기도 전에 민석이 입을 연다.

 

 

 

“난 너가 내가 했던 말. 기억 해줬으면 좋겠어.”

“왜?”

“그, 친해지고 싶으니깐.”

 

 

 

귀가 붉어져서 말하는 김민석의 의도는 뭘까. 루한은 살짝 웃었다.

 

 

 

“기억나. 나랑 같이 축구했던 김민석이고, 내가 축구 선수가 될 줄 알았다고 말한 거.”

 

 

 

그렇게 말하면 기억이 안 날래야 안날 수 없잖아.

 

 

 

“나 가봐야 하는데.”

“응. 붙잡아서 미안.”

 

 

 

벙쪄있던 민석이 루한의 손을 놓았다. 잡혀있던 손에 온기가 묻어난다. 친해지고 싶다면서, 손을 놓자마자 제 갈 길을 간다. 순 모순덩어리네.

 

 

 

 

 

민석아.

 

 

 

 

 

민석을 부른 루한은 큰 보폭으로 민석에게 다가가 손에 들린 핸드폰을 가로챘다. 꾹꾹 자판을 누르는 손을 따라 민석의 눈이 움직인다.

알아서 제 이름을 ‘루한’이라 저장한 뒤 다시 민석의 손에 쥐어준다.

 

 

 

 

“친해지고 싶다며.”

 

 

 

 

연락해.

 

 

 

 

 

 

친히 초록불이 들어올 때까지 민석의 옆에 기다려준 루한은 차로 들어갔다. 어거지로 무거운 걸음을 옮기던 민석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만 주저앉을 뻔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바람은 너무 차가운데 몸은 너무 뜨거워서 속이 울렁거렸다. 일단 빨리 집에 가야겠다.

 

 

 

 

 

 

*

 

 

 

 

 

 

긴장해서 그런 건지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건지 오늘은 생각보다 오피스텔에 빨리 도착했다. 코너 하나를 남겨두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잠깐 무릎을 굽혔다.

하느님은 정말 매정하시기도 해라. 이런 복을 몰아서주면 어떻게 감당하라구요. 실없는 푸념이다.

눈 맞는 건 질색팔색하는 민석이었지만 몸이 제멋대로인건 어찌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눈이 녹는 기분이 좋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여전히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그럼, 김민석은 대답한다. 벙어리처럼 입만 뻐끔뻐끔.

 

 

 

나도 잘 모르겠어.

 

 

 

 

 

생각은 생각이고. 궁상도 떨 거면 집에 가서 떨어야지. 핸드폰 위로 떨어지는 눈을 소매로 꾹꾹 눌러 닦은 뒤 일어났다.

집에 가서 뭐 먹지. 요즘은 이래저래 쏘다니느라 집 밥은 꿈도 못 꿨다. 밥통에 밥은 다 쉬고 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은 매번 버리기가 미안 할 정도였다.

반찬 쉬기 전에 밥이나 비벼먹어야겠다. 맥주나 사갈까.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아질 때 민석의 어깨에 큰 통증이 느껴졌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은 바닥에 굴렀다. 민석은 미간을 좁히고 아린 어깨를 쓸었다.

 어떤 새끼가 부딪친 거야. 존나 아프네.

 

 

 

 

 

얼굴은 오만상으로 부딪친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민석은 서서히 표정을 풀 수밖에 없었다. 뛰어왔던 건지 가쁜 숨을 내쉬며 민석에게 떨어진 핸드폰을 건네는 남자의 얼굴은 올라오는 화마저 쑥 꺼지게 만들었다. 뛰어오느라 양 옆으로 갈라진 앞머리며 중력은 씹어 먹은 듯 쳐진 눈까지. 루한을 좋아하며 참 많이도 본 얼굴이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춥지도 않은 건지 바빠서 못 입은 건지 남자는 달랑 트랙탑 하나만 입고 있다.

 

 

 

 

 

 

“제가 바빠서 앞을 못 봤네. 미안해요.”

 

 

 

반말 존댓말 섞어가며 말하는 건 어디에서 배워 온 건지.

 

 

 

“안 망가졌죠? 확인 해봐요.”

 

 

민석은 앞에 선 남자에게 보란 듯이 휴대폰 액정을 요리조리 누르며 어플리케이션을 아무거나 실행 시켰다. 남자의 표정이 한층 밝아진다.

 

 

 

“그래도 혹시 망가졌을 수도 있으니깐 전화번호 알려줄게요.”

“괜찮은데.”

“나 원래 전화번호 잘 안 알려줘.”

 

 

 

아까와 데자뷰로 비춰지는 이 상황은 무엇일까. 그 친구에 그 친구라고. 끼리끼리 논다지. 남자는 자신을 ‘휴대폰’으로 저장하다가 성에 차지 않는지 다 지우고 다시 저장했다.

‘변백현.’

 

 

 

“문제 있으면 연락해.”

“네. 그럴게요.”

“축구 좋아해요?”

 

 

 

뜬금없이 이건 무슨 말? 민석은 의중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충 말을 흘렸다. 네. 뭐. 좋아해요. 백현은 밝게 웃으며 답한다. <그럴 거 같아서요.>

 

 

 

“축제 때 매번 공차드만.”

“봤어요?”

“나도 공차거든.”

 

 

 

 

나 가봐야겠다. 백현은 민석의 핸드폰을 돌려준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얘가 공을 차건, 쟤가 공을 차건. 별 관심을 두지 않아 몰랐었다. 같은 대학인건 알았는데.

심지어 과도 몰랐다. 오늘 맥주 먹긴 글렀네. 그냥 밥이나 먹어야지.

 

 

 

 

 

 

 

어느새 눈이 그쳐가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불금이 되기전에 후딱 올리고 사라진다 총총....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한니다...... 코멘트를 달 실력이 없서서 죄성해여.....;ㅅ;

 

이 노래가 저번에 라디오에서 틀어줬던 노래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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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끄허허헣 너무 좋아요 이런 느낌 ㅜㅜㅠ
9년 전
독자2
작가님 정말 제가 드릴수 밖에 없는건 사랑밖에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진짜 사랑해요♡♡♡♡♡♡
9년 전
독자3
너무 재밌어요! 정말ㅜㅜ혹시 백현이가 민석이를..?은 몹쓸망상ㅠㅠ사랑해여 작가님..!
9년 전
독자4
오늘도 정말 재미있네됴 앞을 예측할 서 엊ㅅ어 전호를 찍어줬다니..엉엉 조금 더 확신을 가져도 괜창ㅎ은걸까요!!!!! 친해져라!!!! 그리고 흑심을밝혀..빠방..ㅠㅠㅠㅠㅠ좋아요ㅜ
9년 전
독자5
헐 루한 대박ㅠㅠㅠㅠ번호를 찍어주다니 민서기 정말 일이 술술 풀리는군요!!
9년 전
독자6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ㅜㅜ 아련하면서도 풋풋하고 희망있는 글의 분위기에 비지엠도 너무 잘어울리는거같이 좋아요
마치 영화속 한장면 같아요 ㅜㅜ

9년 전
독자8
와..진짜 너무좋아요 사랑해요 계속해도 모자란기분 글써주셔서 감사해요 또사랑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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