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날은 너의 생일이었고, 난 그냥 너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었다. 그러자 언젠간 여자친구에게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 받는게 부럽다며 툴툴대던 네가 생각났고, 그래서 난 괜히 약속 장소로 가다 말고 보이던 문구점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던 것 같다. 결국 얼마 후, 난 언제 오냐는 너의 문자에 조금만 기다리라며 뾰루퉁하게 답장을 하면서도 한 손에 들고 있던 초급용 뜨개질 책과 실, 그리고 바늘이 든 봉투를 참 흐뭇하게도 바라봤었다. 이따 가서 보여주고 칭찬받아야지. 그리곤 그렇게 말하며 목도리란 소리에 해맑게 웃을 너를 떠올리니까, 난 괜히 더 마음이 급해졌다. 난 그때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고, 너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니가 그렇게 바라던 목도리 뜨려고 재료 사간다고. 그렇게 혼자 횡단보도에 서서 헤실거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눈 앞엔 초록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어? 그래서 난 폰을 주머니에 대충 구겨넣곤 바보같이 급하게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곧 그런 내 귓가로 들리던 악셀 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고, 비 현실적인 소리에 눈을 크게 떴을땐 이미 자동차의 급 브레이크 소리가 도로를 찢어질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순간 유일하게 내 눈에 보였던건, 내 손에서 힘없이 떨어져 바닥을 구르던....그러니까, 널 위해 샀던 뜨개질 봉투였다. 그리곤 모든게 느리게 진행됬다. 날 들이받고 도로를 돌던 자동차도, 길 건너편에서 나를 보곤 입을 틀어막고 놀라던 사람들도, 쓰러지는 나 자신도. 몸에는 감각이 없었고,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 졌다. 처음에는 미친듯이 고통스러웠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것마저도 느낄 수 없게 되어갔다. 마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가라앉아 가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고, 눈꺼풀도 천천히 감겼다. 누가 여기 구급차 좀 불러요! 멍한 귓가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얇은 장막이 낀 듯 흐릿하게 보이던 시야를 마지막으로 비췄던건, 나를 둥그렇게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무참히 짓밟혀 제 색을 잃어버린, 너를 위해 샀던 하얀 털실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난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김태형, 제발 뭐 좀 먹어. 너까지 김아미 따라 죽을셈이야?"
"......"
멍하니 앉아 있는 태형에, 지민은 욕짓거리를 뱉으며 일어서서 손에 들고 있던 야채죽을 꺼내 하나씩 태형의 앞에 펼쳤다. 하지만 그런 지민의 노력에도 태형은 여전히 멍하니 식탁 의자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민은 그런 친구 태형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또 화가났다. 대체 언제까지. 그래서 주제넘게 소리치고 말았다. 김아미는 죽었어, 니가 이런다고 절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그러자 순간 거짓말처럼 굳어있던 태형의 어깨가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김태형, 너. 이어진 지민의 목소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태형을 향해 되묻고 있었다.
울어? 태형의 탁한 눈동자가 울렁거렸다. 그리곤 눈물이 뺨위로 흘렀다. 김태형이, 울고 있었다. 지민은 한동안 멍하니 그런 태형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뜯으려고 들고 있던 일회용 숟가락을 바닥에 집어 던지곤 거칠게 머리를 헝크러 트리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병신새끼. 그렇게 말하는 지민의 목소리가 어쩐지 낮게 떨리고 있었다.
".....흐으...."
미동도 없이 앉아서 눈물만 떨어트리던 태형은 결국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장례식에서 조차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던 태형은, 결국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울음을 터트렸다. 지민이 사온 죽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렸고, 둘 사이엔 여전히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했다. 들리던건, 째깍거리는 시계소리와 태형의 손 틈사이에서 간간히 새어나오던 작은 울음소리가 전부였다.
내가 눈을 떴던건 눈이 내리던 이른 새벽이었다. 코 끝을 통해 느껴지는 아릿한 새벽 냄새가......어쩐지 그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처음 눈을 떴을때 난 차가 지나지 않는 차도 한복판에 덩그라니 서 있었다. 난 사람이 없는 거리를 두리번댔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왜 차가운 느낌이 안들지? ...왜, 춥지가 않지? 순간 난 뭔가에 홀린 듯이 손을 허공에 가져다 댔고, 곧 하얀 눈송이 하나가 보란듯이 내 손을 통과하며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난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나, 죽었나?"
참, 맞다. 나 그때 이 자리에서 죽었었지. 태형이를 만나러 가던 도중에, 차에 치여서..... 그리곤 거짓말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난 그게 분명 내 입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튀어나왔던, 한 사람의 이름 때문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아이 씨, 왜 눈물이 이렇게.... 난 그렇게 애써 눈물을 훔치며 울먹거리다, 결국 텅 빈 차도 한복판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리곤 엉엉 울기만 했다. 왜 인지는...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죽어 버린게 슬퍼서? 아님 허무해서? 모르겠다. 그저, 아마 그 어떤 단어도 지금 내 기분을 표현할 순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울음이 나왔다.
그리고...얼마 안가 네 생각이 났다.
김태형.
네 이름 석자에, 난 순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처음엔 네 생각을 하니 더 슬퍼서 울음이 멈추질 않았고, 그 다음엔 예고없이 혼자 남겨졌을 네가 안쓰러웠고, 종국에는 궁금해졌다. 지금 너는...뭘 하고 있을지. 단순히 걱정이 됐다. 혹여나 굶고 있는건 아닌지, 태형이는 언제나 겨울 이맘때 쯤이면 크게 앓아 눕곤 했는데, 혹시 아프지는 않는지. 혹시 갑작스런 나의 죽음에, 울고....있지는 않은지.
아....정정하겠다. 난 결국 이런 것들 따위가 궁금한게 아니라 사실 그냥, 태형이가.....미치도록 보고싶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태형이가 있을만한 곳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머리 위 하늘은 밝아져 있었고, 더 이상 날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새벽은 가고 없었다. 태형아. 그리곤 차가운 입김 속에 흩어진 그 이름에, 내 발걸음은 조금 더 다급해졌다.
빠르게 걷던 내 발걸음은 어느새 뜀박질을 하고 있었고, 난 새삼 이렇게 빨리 뛰는데도 숨이 차지 않는 것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 정말, 죽은거구나. 겉으로는 유령은 참 편리하구나, 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결국 그런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가슴 속이 차가워졌다. 난 애써 머리를 흔들며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 내 눈에 보이던 길은 유난히도 익숙한 거리 뿐이었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뒤는....온통 태형이 생각 뿐이었다. 함께 손을 잡고 걷던 골목길, 함께 자주 가던 편의점, 마트,공원.....난 어쩐지 그런 친근한 거리를 훔쳐보고 있자니,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속에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젠장....."
아아, 괴로웠다.
그리고 점점 달리던 속도를 줄이던 난 다시 한 가로등 앞에 멈춰섰고,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온갖 거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정말로, 내가 죽었구나. 그리고 이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죽어버린 나에게, 태형이와의 따듯한 추억이 가득한 이 동네는.....마치 고문과 같았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냥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도중에도 여전히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도 심장소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난 막연히 울고 만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끝내 꾹 참곤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주저 앉아 울기 전에, 태형이의 얼굴을 먼저 봐야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01
그러니까, 태형이와 나는 함께 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고아원 출신이었고, 18살이 되었을 때 한 약속을 하곤 함께 그곳에서 나와 돈을 벌었다. 함께 할 가족이 없으면, 우리가 서로한테 가족이 되어주면 되잖아. 기억도 나지않는 어린 시절, 어린 태형이가 내 손을 잡고 외쳤던 그 말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난 오전, 오후를 막론하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모두 하며 살았고, 태형이는 막노동을 하며 돈을 벌었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미련하게 돈을 모아 그 일들을 완전히 관두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몇년 뒤, 우리는 고아원에서 나올 때 지원 받았던 약간의 돈과, 매일을 라면으로 버티며 모았던 돈으로 결국 집 다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태형이도, 나도, 그때엔 바보처럼 기뻐했었다. 또 엄청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마 난 그때 처음으로 태형이의 눈물을 봤다. 태형이는 어찌나 서럽게도 울던지, 결국엔 나도 그런 태형이를 따라 끅끅대며 울음을 터트렸었는데.
울지마, 김아미. 이 좋은 날에 왜 울고 그러냐? 이리와, 안아줄게.
....시끄러워, 그러는 김태형 너도 지금 엄청 울고 있거든?
그리곤 그렇게 울먹이는 날 끌어안은 태형이는, 나에게 평생 함께 하자며 고백했다. 빨개진 코와 퉁퉁 부은 눈으로 했던 정말 둘도 없이 멋없는 고백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도 했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나에게 있어서 그날 태형이의 그 고백은,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와 끈끈히 맺어질 수 있다는걸 깨닫게 해줬던 경험이었으니까. 아마 태형이도 마찬가지 였을테다. 그렇게 우린 어릴적 했던 약속을 기어이 지켰다. 징하다, 징해. 김아미 너랑 나는 아마 죽어서도 같이 가려나보다. 그렇게 말하면서 활짝 웃는 태형이에게, 난....뭐라고 했었더라.
어쨌든 그런 우리가 연인이 됬던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우리는 서로가 전부였으니까.
그래서....태형이 네가 더 걱정이 됐다.
01
"......"
내 발이 멈췄던 곳은 우리의 집 앞이었다. 정확히는, 현관문 앞.
집 안에 네가 있을지는 나도 잘 몰랐다. 그저, 너와 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이 곳이어서... 난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씁쓸히 웃다가, 곧 어떻게 이 문을 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유령이면, 정말 이런 문은 그냥 통과하는건가? 난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 이젠 내가 죽은걸 가지고 농담까지 하는구나, 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난 천천히 눈 앞의 현관문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러자 거짓말처럼 손이 쑥 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곤 중간에 없어진 내 팔을 붕붕 휘둘렀다. 잘린건....아니네?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새삼 다시 팔에 돋는 소름을 문지르며 눈을 딱 감고 문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어느새 난 우리 집 현관으로 들어와 있었다.
"....아무도 없나..?"
들어선 집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불이 다 꺼져있었다. 난 뭔가 이상한 기분에, 괜히 익숙한 집안을 두리번 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게 그대로였다. 사고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집안의 모습은 마치 내가 사고가 나기 전에서 멈춰 있는 것 처럼...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는....아마 내 문제겠구나. 멀거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차마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서있기만 했다. 분명히 난 지금 우리 집 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마치 현실 같지 않고 오래된 액자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죽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건,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
난 말없이 내 발 주위로 익숙하게 널브러져 있던 태형이와 내 신발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여전히 인기척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집에 없는건가? 난 그렇게 생각하며 흘깃 부엌이 있는 쪽을 바라봤고, 깔끔한 식탁 위에 그릇 하나와 숟가락이 가지란히 놓여져 있는걸 발견할 수 있었다. 난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갔고, 그러자 내 눈에 보이던건, 이미 다 식어버린 야채죽이었다.
"...야채죽?"
내가 나가기 전엔 이런거 없었는데.... 난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태형이가 사왔나? 어디 아픈건 아니겠지? 식은 야채죽 하나에, 태형이에 대한 걱정이 눈덩이마냥 커져갔다. 많이, 아픈건 아니겠지?
".....김태형!"
난 어쩐지 다급해져서, 입술을 깨물며 태형이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잠깐 방문 앞에서 멈칫했지만, 난 곧 다시 고개를 젓고는 태형이 방으로 들어갔다. 난 방문을 통과하던 그 이상한 느낌이 꽤나 불쾌해서, 몇초가 지난 후에야 꾹 감고 있던 눈을 뜰 수 있었다. 어? 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방 안엔 태형이가 없었다.
나간걸 보니, 어디 많이 아픈건 아닌가보네. 난 그렇게 말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곤,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태형이는 방을 복잡하게 꾸미는걸 싫어했다. 그래서 유독 태형이 방에는 정말 딱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예를 들면 침대나 옷장? 정말 그정도가 다였다. 정말 김태형 다운 방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김태형.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난 다시 천천히 태형이의 방문을 통과해 거실로 나왔다. 내 방으로 갈 생각이었다.
"......."
난 조심스레 내 방문 앞에 섰고, 방금 전처럼 두 눈을 꾹 감곤 방문 안으로 들어갔다. 으. 난 평생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감촉에, 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고, 방금 전처럼 방을 둘러보려 고개를 돌린 순간, 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김태형....?"
"....."
내 방 침대 위에, 태형이가 누워 자고있었다.
"....."
그래서 난 곧바로 침대 옆으로 뛰어가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태형이를 가까이서 보기 위함이었다. 김태형, 너 왜 여기서 자고있어.... 그리곤 태형이를 나무라는 듯한 내 목소리가 조용한 방을 울렸다.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말랐어....김태형, 어? 죽어버린 내 목소리는 태형이에게 들릴리 없는데도, 난 혹시라도 곤히 자고 있는 태형이가 깰까봐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눈 앞에 보이던 태형이의 얼굴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태형이가, 이렇게 싫은건 또 오랜만이었다.
"....밥도 좀 스스로 챙겨먹고 그래야지, 이 멍청아..."
"......"
"왜 이렇게 미련하게..."
"....."
난 결국 말을 채 끝 마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렇게 곤히 잠든 태형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또 가라앉았던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태형이의 얼굴이, 참 눈에 띄게 많이 수척해져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김태형, 태형아. 난 괜히 입을 뻥긋거리며 태형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 점은, 잠은 잘 자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얼굴 꼴 좀 봐, 김태형..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가 어쩐지 파르르 떨렸다. 난 그런 내 꼴사나운 목소리에 억지로 입술을 깨물었고, 조심스레 자고 있는 태형이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바보같은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절대 만져질리가 없었다. 아까 그 눈송이도 그렇게 통과 해버렸는데, 만져질리가...
"...."
"....!"
그리곤 거짓말처럼 내 손끝이 태형이의 뺨에 닿았다. 분명히, 닿고 있었다. 거짓말.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리는 내 눈엔, 결국은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난 그렇게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울음을 터트렸고, 손틈 사이로 끅끅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대체 왜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는건지, 머릿 속으론 이런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질 않으면서도 울음소리는 더 거세져만 갔다. 죽은 뒤로, 왠지 감정조절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색색거리던 태형이의 숨소리는 어느새 내 울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버렸고, 난 바닥에 주저앉아 태형이가 잠들어 있는 내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였다.
"....김...아미?"
침대에 얼굴을 묻곤 끅끅대며 울고 있는 내 머리맡에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절대 그럴리가 없었다. 내 울음은 어느새 멈춘지 오래였고, 얼굴을 들고 확인하기가 무서워 그대로 침대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아니, 아닐거야. 절대 그럴리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괜한 기대 하지말자며 입술을 깨무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난 당장 내 감정 조절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이 집을 그만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서, 혹시 나같은 유령들이 없나, 그래, 그거나 찾아보자. 난 그렇게 애써 다른 생각을 모두 구석으로 밀어버리곤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고, 난 차마 지워지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는 상태였다. 김태형은 여기 내 앞에서 자고 있잖아, 괜한 생각 하지말자 김아미. 정신차려. 난 그렇게 생각하며 퉁퉁 부은 눈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고, 그 상태로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 방을 나갈 생각이었다. 난 생각이 정리되면, 그러면 다시 오자며 애써 나 자신을 타일렀고, 괜히 자고 있는 태형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까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김, 아미!"
어느새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난건지, 다급하게 날 부르며 소리치던....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지민이형 입니다. 하핫 오라는 남준이 빙의글은 안오고..... 죄송합니다ㅠㅠ근데 저 이거 전부터 진짜 쓰고 싶었던거라 결국 참질 못하고....질러 버렸습니다.... 교통사고로 죽고 유령이 된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연인 태형이의 이야기에요. 아마 장편 연재가 될 것 같아요. 주인공은 위에 말했듯이 태태! 입니다. 이런 아련한 분위기가 제일 잘 어울리는 아이라...... 아마 이 연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한 루트를 타고 갈 것 같습니다. 사실 말씀 드리자면 전 원래 이런 우울한 글을 좋아해여 그래서 전작들 쓰면서 손발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발로 쓴다! 넝담~ㅎ 그럼 다음편에서 뵈욥,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준이 빙의글은 꼭 나올거에요ㅠㅠㅠ쓰고 있습니다.....쓴다....열심히.....남준이.... + 아 그리고 빙의글 석진이편에 암호닉 신청해주셨던 독자 두분....죄송해요......저번편에 쓴다는게....깜빡했나봐요..... 석진센빠이 님, 침침 님! 감사합니다! 흡 죄송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