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아저씨,아저씨 w. 큰코가 지코 |
[다각/피코] 아저씨,아저씨 w. 큰코가 지코
일부러 밥도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많이 해봤는데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가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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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녀석 중에 하관이 무척 긴 녀석이 있는데 솔직히 그 놈 놀리는 맛에 사는‥" "지호야, 다 왔어."
빙긋 웃으며 내게 다 왔다며 말하는 아저씨가 미웠다. 아까 밥을 먹을 때도 다른 날보다 유난히 조용하고 차 안에서도 내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웃기만 하고‥. 먼저 다가온건 아저씨예요. 내가 아무리 차갑게 반응해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건 아저씨라구요. 그런데 왜..
"‥아저씬 안 슬픈거죠?아니면, 오늘이 아저씨랑 나랑 마지막이란거 잊은거예요?" "..아니." "그럼 왜..!…됐어요, 내려주세요."
잠깐이라도 아저씨와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내가 병신이었던 것 같네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삼키고 차에서 내리는 지호. 하지만 지호는 알까, 자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지훈을.
***
"그럼 나도 진지하게 말할게,표지훈." "‥네." "난, 남자랑 사귀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어. 혹시나 일말의 희망같은게 있다면 버려. 너랑 사귀는 우지호는 절대 없을 테니까." "…" "솔직히 난, 네가 장난치는 건 줄 알았어.그래서 나도 별 말 없이 받아준거고. 그런데 네 마음이 정말 이런다면..난 너 못 받아줘." "..형.."
이미 상처를 받은 지훈임을 알지만, 지호는 멈출 수 없었다. 지훈이 더이상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지호는 더더욱 독해졌다. 지훈이 착한 녀석인건 안다. 장난스러운 모습에서도 이것 저것 챙겨주는 지훈이었음을 지호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지훈의 '장난'이여만 했다.
딱히 남자간의 사랑을 더러워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위에도 이미 두 쌍의 게이 커플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나라면 달라지는 이야기였다. 내가 남자와 사랑을 한다..?
"앞으로는..동아리 활동 빼고는 내 눈앞에 띄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좋은 동생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네가 나에게 이런 마음만 가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넌 내게 유일한 후배로 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고개를 푹 수그러뜨린 지훈을 남겨두고 지호는 교실을 나섰다. 미안하지만-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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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요즘 네가 맨날 달고 다니던 병아리 녀석이 안보인다?" "몰라, 밥이나 쳐먹어." "왜, 싸웠냐? 지훈이 성격에 너한테 뭐라 할 위인은 못 되고‥하- 이거 이거, 우지호님께서 또 지랄을 해대셨구만."
못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녀석에게 눈을 치켜뜨자 급 쫄아가지곤 그 후로 묵묵히 밥만 쳐먹는 박경.
"김유권은?" "민혁이형이랑 매점에서 점심 때우겠단다." "..걔는 행복할까." "뭐?"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회가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는 김유권이, 그리고 민혁이형이 과연 행복할까 싶어서." "자기들이 깨를 볶고 사랑한다는데 남의 시선이 뭔 상관이야. 야, 우지호- 난 네가 이런 꽉 막힌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 "‥너 설마, 그런 생각으로 표지훈..뻥- 차버린거냐?" "어.."
들릴 듯 말 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마자 '아이고-우리 지훈이 불쌍해서 어떡하냐- ',라며 갑자기 지가 무슨 표지훈 엄마라도 되는 양 식탁을 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오이자식.
"어쩐지. 요즘 부쩍 태일이형한테 붙더니.." "뭐?태일이형한테 붙어?" "어- 그래서 재효형이 제발 표지훈 자식 좀 데려가라고 하잖아."
헐, 개자식. 그런다고 벌써 다른 사람한테 달라붙어?이런 씨부랄‥. 잠깐만, 걔가 누구한테 달라붙던 말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먼저 내 눈앞에 띄지 말라고 했으면서 이건 또 무슨 심보인건데. 우지호 너도 참..
"이거 한편의 사랑과 전쟁이구만? 사랑에 상처를 받은 표지훈은 이태일과 정분이 나서 둘이 사랑을 하다가 이태일의 애인이었던 귤형이 살인청부업자를 시켜서 표지훈을 죽이라고 시킨다-그러나 살인청부업자인 박경은 도저히 자신이 아끼는 동생을.." "아주 소설을 써라, 미친 놈아." "…뭐, 아주 조금은 허구적인 요소가 들어가긴 했지만, 진짜 표지훈이 태일이형과 정분이라도 나면 어쩔래?" "귤형 있잖아." "귤형이 워낙 당하기 쉬운 스타일인거 알잖냐."
하여튼 귤형은 도움이 안돼..는 무슨!! 표지훈이랑 태일이형이랑 정분이 나든 말든, 귤형이 차이든 말든 대체 나랑 뭔 상관인데!! 이런 개같은 박경 새끼, 네가 무슨 표지훈의 사랑을 이어주는 큐피드냐? 점점 박경한테 말려드는 것 같아서 아직도 밥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이 새끼랑 말하다간 내가 누군지 조차 잊어버릴 것 같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친구야-"
젠장할. 박경은, 욕나오도록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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