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날 밤
"도련님, 대감마님께서 서찰을 보내셨습니다."
"... 이리 내보거라."
아버지가 전해주라는 서찰을 건네받자마자 종이를 펼쳐보았다. 안의 내용엔 내일 아침, 세자가 내전에 들기 전에 그 길목을 막아 세자를 포위시키고, 그 사이에 임금이 죽고나면 다시 세자를 내전에 들게하라는 것이었다. 안의 내용을 읽자마자 준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씁쓸하게 허,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기어이, 정말 일을 치시겠다는 것입니까. 활활 타오르는 촛불 가까이 그 서찰을 태워날려버린 준회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는 듯 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몸종이 준회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려는 것입니까?"
"... 궐에 갈 것이다."
"궈, 궐이요?"
"아버지껜 고하지 말거라. 절대, 절대로 고해선 아니된다."
"..예, 예 암요."
그의 확답을 듣고나서야 준회는 방을 나섰다. 밝게 비춰지는 달이 몰려오는 구름에 조금씩, 가려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 내지 새벽에 비가 올 것 같았다. 잠시 하늘을 보며 미간을 좁히던 준회는 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저하, 지금 밖에..."
".. 왜그러느냐."
"준회군께서 지금..."
준회라는 말에 한빈은 곧바로 성균관 마당으로 뛰쳐나갔다. 마당엔, 한빈에게 잔잔한 미소를 띄워보이며 미소짓고 있는 준회가 보였다. 5년 전 가례를 치뤘을 때 빼고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그였다. 가례 날, 차마 자신의 여동생의 모습을 못보고 고개를 숙이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한빈은 잠시 미소를 띄웠다. 그에게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건네려자, 준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엔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후에 다시 찾아뵙는다는 것이 이제야 오게되었습니다."
"... 저번에라면.."
"... 저번에... 세자빈마마 처소 앞에서 잠시 뵈었.."
"아아! 예, 예. 기억합니다. 저도 후에 다시 뵙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원이, 이미 준회를 본 적이 있었구나. 그러고도 김내관은 말도 없이...! 그 생각에 한빈은 속으로 화를 삭혔다. 후에, 김내관을 불러 호통칠 생각이었다. 다시 준회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어인 일로 왔느냐 묻자, 긴밀히 할 얘기가 있어 그러니 방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둘은 곧 성균관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방에 들어와 궁녀가 내온 차를 말없이 바라보던 준회는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한빈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 무엇을 말하고자 오신 것입니까."
"... ... 세자저하 께서는,"
"....."
"... 세자빈, 아니... 지금만큼은 제 여동생이라 칭하겠습니다. 제 여동생을, ... 사랑하십니까."
"...... 준, 준회군."
"제가 오늘 저하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이 질문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대답해주시겠습니까. ... 제 여동생, 우리 ○○이를... 사랑하십니까."
세자빈을 사랑하는가. 준회가 한빈에게 처음으로 꺼낸 질문이였다. 이 질문에, 그가 자기에게 물어볼 것이 담겨있다 했다. 한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사랑하는가.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했던 질문이였다. 아무 말없는 한빈을 준회는, 잠자코 기다렸다. 그의 대답에선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그 비슷한 대답이라도 해주길 바랬다. 지금, 그 대답이 누구보다 간절하니까.
"... 잘 모르겠습니다."
"...... 저하."
"... ... 이런 질문은 저도 처음 받는 것입니다. 준회군의 질문에 눈이 멀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럼 지금... 제 여동생을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까."
"그건, ... 그건 아닙니다."
"... 저도 제 감정을 몰라, 모른다 답했을 뿐입니다."
"... ... 전 감정을 표할 줄 모릅니다. 좋아해도, 보고싶어도, ... 그걸 표현할 줄 모르는게 저란 말입니다."
한빈의 말에 준회는 한참동안이나 답하지 못했다. 한빈은 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기억 속 한빈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에 솔직했던 사람이였으니까. 5년 전 화원, 그 여자를 대할 때도 한빈은 눈빛에서부터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고 있었다. 손짓, 몸짓 그 모든 곳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래, 이건 과거니까 그랬다치더라도, 최근 본 한빈의 모습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였다.
'... 보고싶었습니다.'
'...... 저하,'
'..... 자세한 얘기는 빈궁처소에서 하겠습니다. 일단 오라버니부터 보내드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보고싶을 땐, 보고싶다 얘기할 줄 알던. 준회가 생각하는 한빈은 자기 감정에 솔직했던 그런 사람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니.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른다니. 준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제가 아는 저하는 그러지 않으십니다."
"... ..."
"제가 아는 저하는, ... 언제나 자기 감정에 충실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솔직하셨다구요."
그의 대답이 너무나도 간절했지만 한빈은 끝내 답하지 못했다. 그런 한빈을 바라보며 준회는 도저히 안되겠다는듯 결국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었다. 일단, 이 사실을 알리고 봐야 할 것 같았다.
"... ... 곧 난이 일 것입니다. 궐에, 피바람이 불 것이란 말입니다."
"... 지금... 난이라고 하셨습니까."
"... 예. ... 주상전하를 겨냥한, 난이. ... 내일 아침 일어날 것입니다."
그의 말에 한빈은 침착하게 그의 말을 마저 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내일 아침 중전가문과 세자빈의 가문을 포함한 자들이 한빈의 아버지인 임금을 죽일 것이라했다. 임금이 죽고나면 한빈을 내전으로 데려와 그의 시체를 직접 보게 할 것이라, 준회는 말했다. 한빈은 그리 크게 충격받지 않은 듯 했다. 5년 전 그 때 보다 더 참혹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하던 한빈이었다. 준회는 다시 말을 이으며, 내일 가는 길목을 막을 자들을 자신이 다 처리하겠다 말했다. 그들은 온전히 중전의 병사들이니 자신의 가문에 있는 사병들을 데려다 그들을 물리칠 때, 한빈은 빠져나가 내전으로 곧장 향하라는 말이었다. 자신이 돕겠다고 나서는 준회의 말을 잠잠히 듣던 한빈은 문득 이 얘기를 꺼내는 준회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왜 이 얘기를 자기한테 꺼내는 것인지. 이 얘기를 꺼내봤자 피해보는 쪽은 이 쪽이 아니라 세자빈 가문일텐데.
"... 이 얘기를 왜, 저에게 해주시는 겁니까. 준회군 가문에 오히려 타격을 입을 터인데."
"타격은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세자 저하께 이를 빌미로, ... 부탁드릴 것이 있어 그런 것입니다."
"... .... 무엇을.."
세자빈은 준회에게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였다.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그것을 생각하며 준회는 마른 입술을 다시다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 세자빈마마를, ... 제 여동생을."
"... ... 사랑해주시옵소서."
준회가 한빈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세자빈이 한빈에게 사랑받길 원하고 있었다. 탄일 전날 밤에 갑자기 본가로 돌아온 동생은 준회에겐 너무나 마음 아픈 모습이였다. 일국의 세자빈이 할 소리입니까, 동생에게 이 말을 꺼내는 것 조차도 목에 수백개의 가시가 돋힌 듯 꺼내기 조차 힘들었었다. 준회의 여동생,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세자빈이 한빈의 사랑을 받고 나날이 행복한 궐 생활을 하길 바라던 준회였다. 그것만 성사된다면, 이 가문따위, 자신의 목숨따위는 과감히 내놓을 수 있었다.
준회의 말에 한빈은 난이 일어날 것이다, 라는 말보다 더더욱 놀란 눈치였다. 세자빈을, 사랑해달라. 자신의 가문, 더 나아가 자신의 목숨을 건 내일 일어날 일과 맞바꾼 그의 요청이였다. 사랑해달라, ... 사랑해달라.
"... ... 준회군."
"알고 있습니다. 어찌 사랑하는 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허나, 언제나 감정에 충실하시던 저하가 아니십니까. 그 마음으로, 그 감정으로 제 여동생에게 더 가까이 대해주시면 아니되는 것입니까. 5년 전, 화원이란 아이에게 주셨던... 그 마음의 반만이라도, ... 아니되는 것입니까."
"........... 그것을 어찌 그대가..."
"알고 계시다시피, 저는 5년 전 성균관의 유생이였습니다. 성균관으로 가는 길목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저는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큰 화원을 지나치는 것이 좋아 매번 그리 걸음하였습니다. ... 5년 전이지 않습니까. ... 제가 그 큰 화원을 지나칠 때 마다 어찌 세자저하와 그 아이를 보지 못할 수 있겠습니까."
"...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 5년 전 그 아이에게 주었던 따스한 눈길의 반만이라도, ... 세자빈마마께 주시면 아니되는 것입니까."
"... ... 한 여동생의 오라비로써, 간절히 청하는 것입니다."
5년 전 그 아이에게 주었던 따스한 눈길의 반만이라도.
한빈은 준회의 말에 그저 눈을 감았다. 그는 다 알고 있었다. 지금의 빈궁 전에, 화원이라는 아이가 빈궁전의 주인이 되려 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래서 그는 가례 때 차마 빈궁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 전에 누가 있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한빈은 슬며시 눈을 떠 준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입술로 그에게 답했다.
"... ... 기쁘셨습니까."
"... 행복하셨습니까."
지금 떠오르는 사람.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사람.
그의 본심을, 그의 진심을 그대로 말해야 했다.
"... ... 지금도, ... 노력하고 있다면 믿어주실 것입니까."
"... 예?"
"... ... 화원이라는 아이보다, 세자빈이 먼저 생각이 나고. 화원이라는 아이에게 느꼈던 감정들이, 하나씩 하나씩 빈궁에게서 느껴진다면."
"... 믿어주실 것입니까."
한빈의 말에 굳어있던 준회의 표정이 눈이 녹듯, 점점 풀려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내전으로 가는 길목엔 싸움이 한창이였다. 이리저리 피가 튀기는 싸움에 뒤따르던 나인들은 놀란 듯 사방팔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성균관 유생들은 슬슬 몸을 푸는 듯 했다. 사실, 그들 모두 준회가 보냈던 자신의 사병들이었다. 유생으로 변장을 한 뒤 한빈을 뒤따랐던 것이다.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을 준회의 사병들과, 준회, 그리고 한빈이 하나씩 해치워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정리가 되갈 쯔음, 준회는 병사 하나, 하나를 쳐가며 한빈에게 소리쳤다.
"이 곳은 걱정마시고 얼른 내전으로 들어가셔야합니다!!! 시간이, 시간이 없습니다!!!!!"
준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에게 오는 병사 한 명을 칼로 치던 한빈이 준회와 눈빛을 주고 받다 곧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시간,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이 나라의 태양은 곧 저물게 될 것이었다.
"저하!!!"
미리 내전 쪽으로 보내놓은 김내관이 한빈을 보며 소리쳤다. 김내관의 옆엔 같이 보내었던 실제 성균관유생들 또한 서있었다. 한빈이 다가오자 그들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한빈은 김내관과 유생들을 바라보며 떨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였다.
"세자 저하 납시오!!!"
상선의 말과 함께 내전의 중앙 문이 활짝 열리었다. 순간 빛에 반사되는 것에 내전 안이 보이지 않다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없었기를. 한빈은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선명해진 내부에 한빈은 곧 미소를 띄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더군다나 아버지 또한 이제 막 도착하신 듯 하셨다. 임금은 한숨을 내뱉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빈이 이 곳에 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 했다. 그저 이 곳에서, 이 내전 안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던 그 였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듯 했다. 한빈이 내전 안으로 성큼성큼 발을 들였고 그를 뒤따라 유생들 또한 걸음하였다. 그 모습에 안에 있던 대신들 모두 당황한 모습이였다. 어떻게, 어떻게 세자가 이 곳에 올 수 있다는 것인지.
"... 세, 세자 저하!!!"
"아, 아니.. 저하가 여기를 어찌...!!!"
"이게 무슨...!!!"
한빈은 수근대는 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보였다. 유생들은 아래에 서있고, 한빈은 임금 옆에 가 자리했다. 곧 모든 대신들을 바라보며 한빈은 말문을 열었다.
"이를 어쩐답니까. 그대들 계획이 다 어긋나버렸습니다. 허, 설마 그런 하찮은 계획으로... 전하와 저를 묻으시려 하셨던 것입니까."
"어,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신단 말이십니까 저하!!!"
"그대들이 원했던 것이잖소!!!!! 내 아버지와, 내가 이 궁에서 없어지는 것이, 그대들이 정녕 바라던 것이잖소!!!!!"
한빈의 소리침에 임금은 그저 말없이 당황하는 대신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빈의 말이 끝나고, 임금 또한 다시 입술을 떼었다.
"... 그대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매우 안타까우나, 참으로 다행이오."
"... ... 5년 전에 있었던, 그 모든 일을... 밝힐 수 있으니 말이오."
이제 정말로, 5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호조판서 김준식과 병조판서 이시국은 전주로 유배되었다 합니다."
얼마 안있어 내전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식들은 내게 곧바로 알려졌다. 김준식, 이시국. 모두 5년 전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중전의 부름에 행하기만 하였다는 것에 감면을 받아 유배를 받은 것이었다. 물론, 이 죗값도 그들에겐 치욕스럽겠지. 분명 임금에게 하소연하며 울부짖었을 것이다. 저를 버리지 말라고. 그 생각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다 이어지는 조상궁의 말에 표정이 싸늘히 굳어버렸다.
"... 이조판서... 구본형은,"
"... ... 전 왕후마마를 살해에 직접적인 주동자로, 또한 오늘 있었던 난의 주동자로써 ... 처형, 되신다... 합니다."
"... ..."
이조판서 구본형. 처형.
그것이 아버지가 저질렀던 5년 전에 대한 일의 죗값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내일이면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아버지는 딸들의 첫사랑이라, 누군가 그리 말했었다. 한 때, 내가 정말 어릴 적엔 우리 아버지도 정말 다정다감하셨었다. 막내 딸인 나를 맏이인 아들보다 더 보살펴주셨던, 그런 아버지셨다. 궐에서 돌아오실 때 마다 어머니보다 나를 위한 장신구 하나씩을 사가지고 오셨던, 그런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정말로 내게 첫사랑과도 같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권력에 욕망을 품기 시작하셨고, 온기는 점차 차가워져 냉랭함만이 그에게서 흘러넘쳤다. 나는 왜 몰랐을까. 5년 전에, 5년 전에 아버지를 붙잡았다면. 붙잡고 오늘만은 궐에 가지 말라 울기라도 했었더라면. ... 이런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까.
눈물은 조용히 흘러내렸다. 조상궁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한 방울씩 떨어지는 눈물을 조심히 훔쳐내었다. 울면 안되었다, 그것이, 그가 지은 죄에 대한 형벌이니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인 거니까.
내 눈치를 살피던 조상궁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만... 할까요, 마마? 조상궁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계속 하거라. 길게 내뱉어지는 한숨이 오늘따라 아려왔다. 그렇게 천천히 조상궁은 다음 말을 이어갔다.
"... 중전마마께서는, ... 곧 사약을 받으신다 합니다. 모든 일의 주동자라는 죄명으로..."
"... 언제, ....언제인가."
"... 내일, 이라 하옵니다."
그녀 또한 그렇게 내일 이 세상을 뜨게 되었다. 모든 일의 주동자. 어쩌면 그녀도 처음부터 그리 사악한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섭고도 독한 욕망은 결국 그녀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최고 정상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렇게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멍하니 바닥을 보며 생각을 하는데, 마지막을 읽던 조상궁이 놀라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그것에 놀라 왜그러느냐 물으니,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조상궁이었다.
"...왜, 왜그러냐니까?!"
덩달아 나까지 긴장이 되어 조상궁이 손에 들고 있던 전갈을 뺏어 내가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종이를 꼭 쥐던 손은, 마지막 내용을 읽자마자 스르륵 풀리고야 말았다.
세자빈 구씨, 폐출
"... ... 하."
'... 폐출이라는 단어, 앞으로 내뱉지 마세요.'
'간절히 폐출을 원하더라도,'
'자선당을 떠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 내가, 내가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하아, 하... 하...."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폐출, 폐출이라.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꺼냈던 그 모든 말들이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 보내지 않겠다면서. 자선당을 떠날 일 없을거라면서. 어떻게, 어떻게. 참으려던 눈물이 마지막에 써있는 그 한 줄에 울컥 터지고 말았다. 소리내지도 못했다. 숨을 들이쉴 수도 없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에 이대로 죽어도 좋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마마, 세자저하 드셨사옵니다.'
내 몸 조차 못 가눌 정도가 될 때 쯤, 환청인지 뭔지 그가 왔다는 얘기에 그대로 숨이 막히는 듯 했다. 이 곳은 또 왜, 왜. 곧바로 문을 열어 들어온 그는 이미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나를 보며 놀란 듯 내게 뛰어 다가왔다. 옆에 있던 조상궁 또한 이미 지친듯 정신을 잃어가는 듯 했다.
".....비, 빈궁!!! 빈궁!!!!"
"......하, 하아... 여기는... 여기는 왜..."
"내가 누군지 모르시는 것입니까, 저입니다. 원입니다. 원군이란 말입니다."
그는 날 안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초점이 점점 흐릿해져갔다. 그의 얼굴이 점점 흐려져 보이지 않았다.
세자빈은 곧 쓰러지고야 말았다. 원군에게 안긴 채로, 그렇게. 원군은 쓰러진 그녀를 보며 잠시 말을 못잇더니, 그녀를 애타게 불러도 답이없자 밖에 있던 나인들에게 얼른 어의를 부르라 호통쳤다. 원군의 눈에선 계속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를 안은 원군의 손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몇 시간 전
내전 안은 죄인 명과 함께 그에 따른 처벌을 임금이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중전까지 모두 마치자 한빈은 덤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임금은 한 명이 더 남은 모양인지 다시 입술을 떼었다.
"... 세자빈 구씨는,"
"아, 아바마마."
마지막으로 나온 죄인의 이름, 세자빈 구씨. 바로 빈궁이였다. 한빈은 예측 못했던 상황에 당황하며 임금을 불렀지만 임금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을 읽어내려갔다.
"5년 전 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로써, ... 폐출될 것을 명한다."
"전하!!!!!!"
"세자빈 또한 그들과 같은 가문의 사람들이다. 어찌 그 가문의 사람을 세자빈 자리에 계속 앉혀놓을 수 있단 말이더냐."
"빈궁 또한 그들에게 이용당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어찌 죄인 명에 세자빈을 거론하신단 말씀입니까!!! 이유가, 이유가 타당치 않사옵니다. 다시, 다시 살피시어..!!!"
"오늘은, 이만 하겠다."
"저, 전하!!!!!!"
임금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전을 나가자, 형벌을 받은 대신들 모두 울며불며 임금에게 호소했다. 저를 굽이 살피시어, 다시 거두어달라며. 그들을 보다가도 자꾸만 떠오르는 세자빈 얼굴에 한빈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약속했는데, 보내지 않을거라. ... 그리 약조했거늘.
"...하...하아... 하, ..."
"... 저, 저하."
".....하아.... 하..."
호흡히 가빠졌다. 머릿속은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원이 나올 것 같았다. 잠잠하다 했더니, 이렇게 또 다시. 하필 이런 때에, 무슨 생각으로 너가 빈궁에게 다가설 수 있단 말이더냐. 진환은 그의 상태를 보자마자 알아채고 그를 끌고 내려와 내전 밖으로 나가 뒤뜰로 향했다. 가쁜 호흡에 이어서 정신을 잃은 한빈은 곧 슬며시 눈을 떴다.
"..... 진환아."
"... ... 저, 저하."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한빈의 검고도 검은 눈동자가 아닌, 부드러운 갈색의 눈동자. ... 그는, 원. 이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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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52입니다! 크흑 오늘 쓰는 내내 짠내폭발했어요ㅠㅠ 준회같은 오라버니 어디없을까요...? 그나저나 마지막이 조금 반전이였죠? 세자빈 폐출이라니! (네... 저도 쓰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흙.) 사실 조별내는 외전 제외하고 본편 20편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요, 다음편 쓰는 걸 보고서 더 늘릴지, 어떡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20편을 완결로 낼 수 있을런지. 흠.) 아프다는 말에 걱정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저 감동먹었어요ㅠㅠ 흐헝헝 지금은 약간 어지러울 뿐 말짱합니다. 감사해요ㅠㅠ 우리 독자님들도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날씨가 많이 추워요ㅠㅠ♡ 아, 그리고 댓글에 제가 답글을 매번 달지만, 간혹 핸드폰에서도 PC에서도 댓글오류창이 뜨면서 안달릴 때가 있어요! (이거 왜그런거죠.) 어제도 댓글달다가 하마터면 못달뻔했습니다. (망할) 만약에 어? 왜 내 댓글은 안달렸지?? 하더라도 아, 작가님 폰이랑 PC가 똥이라서 그러쿤! 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흙. (아직 폰은 똥 아닌데... 왜그런거죠 (눈물)) 우리 사랑스런 독자님들이 제게 주신 또 하나의 감동!!! 초! 록!! 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감동쟁이 이쁜 독자님들 ㅠㅠ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흐헝. +) 질문은 언제나 받고 있어요! 부담없이 편하게 질문하셔도 됩니다♡ (질문성애자) (아... 어떡해... 점점 더보기 길어진다...ㅋㅋㅋ)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어요! 댓글로 슉슉 남겨주세요)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초코 님 ♡ 김밥빈 님 ♡ 부릉부릉 님 ♡ 설렘 님 ♡ 022 님 ♡ 0618 님 ♡ 설렁 님 ♡ 으앜 님 ♡ 자몽에이드 님 ♡ 구사이다 님 ♡ beeeye 님 ♡ 올라프 님 ♡ 마그마 님 ♡ 한빈이이겨라 님 ♡ 괴물 님 ♡ 꾸주네 님 ♡ 뿌요를 개로피자 님 ♡ 핫초코 님 ♡ 5959 님 ♡ 징징이 님 ♡ 박하사탕 님 ♡ 뽀로로 님 ♡ 부끄럼 님 ♡ 룰레룰레룰 님 ♡ 구치명 님 ♡ YG의 공주 님 ♡ 파랑짹짹이 님 ♡ 맘빈이 님 ♡ 샴페인 님 ♡ 피카츄 님 ♡ 한빈세자 님 ♡ 리리 님 ♡ 초코송이 님 ♡ 꽃반지 님 ♡ 한빈쨔응 님 ♡ 깜냥 님 ♡ 침침 님 ♡ 하프하프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