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Mark Lee / Jeno
K
killing me softly
다정하고 느긋하게, 때로는 거칠게 입술이 맞물리고 혀가 뒤엉켰다. 숨 쉴 틈도 없이. 그와 더운 숨을, 끈적한 타액을 몇번이고 늘어놓자니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숨이 턱 끄트머리까지 차올랐다. 온 몸이 달아오르고, 몇백미터 달리기를 한 것마냥 숨이 턱턱 막히며 버거운 숨소리가 새어나갔다. 그 소리를 들은건지 허리에 올라가있던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내 날개뼈를 더듬었다. 내 윗입술을 가볍게 문 그가 웅얼거린다. “Breathe, Sweetie.” 그러고는 내 등을 토닥였다. 그가 등을 토닥이는 박자에 맞춰 널뛰던 숨을 고르자 그의 손은 내 뒤통수로 향했다. “Good job.” 나직한 한마디를 뭉개며 그의 입술은 어느새 목을 더듬고 있었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그의 머리카락을 살짝 그러쥐자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입술을 떼고 나와 눈을 맞춰왔다. “You're gonna kill me so softly, Mark.” 목덜미를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며 중얼댔다.
“Oh, I didn't mean it.”
가라앉은 목소리의 무게와는 반대로 가볍게 웃은 그가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는, 이민형은 나와 시선의 높이가 가까워지자마자 대뜸 거리를 좁혀왔다. 또? 입모양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만큼이나 조용하고 고요하게 다가와 내 뺨을 문지른다. 문지르고 그의 입술을 붙였다 떼기를 두어번정도 반복한다. “Love you, Sweetie.” 그러면 나는, 이민형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Me too, Mark.” 이라고 한마디를 흘려보낸다. 그 말 한마디에 완전히 허물어진 입매를 한 그가 다가오려다 무언가가 마음에 걸리는 듯 다시금 입매를 여몄다. 이제와서 보니 그의 옷차림은 여직 초록빛으로 잔뜩 물든 퀴디치 선수복이었다. 뜨악한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참에 그의 목소리가 선수를 치고 들어왔다. 깜박이를 키지도 않고 끼어든 무언의 차량, 마냥.
“이제 가야될 것 같은데. Mrs. Pomfrey will find you. You have to go back, Sweetie.”
“아, 맞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다른 건 다 필요없단 듯이 앞만 보고 달렸던 터라 뒤에 남겨질 사람들은 생각도 못했지. 그래. 이동혁, 나재민, 영호 오빠 외 대여섯명…은 맨발로 뛰쳐나간 나를 붙잡지도 않은 방관자가 되어 폼프리 부인으로부터 욕 다섯바가지는 충분히, 배불리 먹었을 것이 눈에 빤하다. 사색이 되어가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민형은 가만히 허리를 굽혀, 언제 준비한지도 모를 슬리퍼를 꼬질꼬질 먼지투성이가 된 맨발에 신겨주었다.
“천천히 가. 나 걱정하지 말고. It'll be all right.”
걱정이 왜 안될까. 괜히 나때문에 교수의 심기를 거슬러선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하게 되어버렸는데. 괜스레 미안해져서, 또 마음 한 구석이 따끔거려서. 슬리퍼 아래로 애꿎은 발가락만 꼼지락대며 녀석의 눈치를 보았다. That's okay. Sweetie. 얼른. 그가 다가와서 채근한다. 못데려다줘서 미안해. 따라붙는 말의 결 사이엔 달큰함이 잔뜩 배어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그치지도 않고 쏟아붓는 빗소리가 분사된다. 흩뿌려진다. 산산히 내 시선처럼. 그러다 발을 옮겼는데, 도무지 그대로 갈 자신이 없는거다. 발이 안떨어진다는게 딱 이런 느낌이구나. 쟤를 두고 어떻게 가. 나때문에 징계 받는 애를 뒤에 놔두고, 심지어 그 애가 내가 좋아하는 애야. 그런 애를 어떻게 두고 가냐 이말이다. 복잡한 내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어정쩡한 내 발에 작은 웃음소리가 걸려들었다. 진짜 괜찮아. 그는 또 외우듯 말 한 마디를 흘린다.
“내일 봐. 잘 자고. Have a nice dream, Sweetie.”
그래, 내일 봐. 다정한 인사를 끝으로 떼지지도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병동으로 향했다. 사납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평소같았다면 복도를 활개치고 다녔을 피브스도 모습을 드러내지않은 듯 복도는 적막으로 가득 차있었다. 촛불은 이따끔씩 찬 바람에 몸을 흔들고, 그에 따라 내 그림자도 어룽어룽 흔들렸다. 어느새 병동이 코 앞이었다. 무거운 병동 문을 열어젖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선 서너개가 휙 날아와 꽂혔다. 그 시선의 주인들을 확인한 내 입에선 근심 가득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말해 뭐해, 나재민 이동혁이랑 영호 오빠랑… 어. 하나하나씩 짧게 섞은 시선이 누군가의 시선과 맞물리자마자 넘어가지도 않고 덜컥 멈춰섰다. 붉은 퀴디치 복을 입은 두 사람과, 붉은색과 금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한 사람 다음은 생뚱맞은 초록색과 은색의 넥타이를 맨 한 사람이라서. 그래, 슬리데린의 이제노가 그 그리핀도르 학생 셋과 함께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꼬리는, 아침과 다르게 휘어지지도 않고 단단하게 굳어있다. 그의 입매 또한, 호선 대신 직선이 그어져있었다.
*
비를 퍼부어대는 저 먹구름 가득한 바깥도 병동 안보다 더 냉기 가득할 수가 있을까. 팔 하나를 칭칭 감은 붕대 끄트머리를 매만지던 나는 기어코 한숨을 크게 푹 내쉰다. 존나 눈치보인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아끼는 친우와 동료를 배반해버렸네 내가. 그렇다고 눈에서 살기 뿜을 일은 아니지않냐 이제노… 제노야 나도 순정이 있다. 묻고 더블로 사과 가, 라고 하려던 참에 이동혁이 불쑥 입을 열었다. 너 걔한테 다녀왔지. 말끝이 올라가지도 않는걸 보니 거짓말하기는 무리인것 같다. 아니라고 손사레쳐도 믿을 분위기도 아니었고. 이동혁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미간 잔뜩 찌푸리고있고 나재민은 서리 내린 분위기에 눈알만 겁나 빠르게 굴리고 있고 영호 오빠는 골때린다는 듯이 연거푸 한숨만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다. 이제노는 형용할 수도 없었다. 화가 단단히 난건지 얼굴 싹 굳히고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으니까. 나 말 좀 해도 될까…, 싶어서 입 고작 일센티미터 열었는데 따발총마냥 여러 목소리가 박혀왔다.
“제정신이냐?”
“우리 너땜에 몇년치 욕 다먹었어.”
“교수님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여주야.”
“…….”
침묵은 말보다 무서운 거라고 했다. 누가 그랬는지는 까먹었다. 하지만 누가 침묵하고 있는지는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아도 이제노란걸 알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말 한마디 하지않고 침묵하는 이제노가 너무 무섭게 느껴진단 뜻이다. 쟤 화나면 늘 느끼는거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무섭다. 애써 무서움을 가라앉히려 박혀온 말 하나하나에 주석을 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정신 아니었고…, 진짜 진짜 미안하고, 교수님한테 걸리면…어쩔 수 없죠.”
어지간히 골이 울렸나보다. 잊혀질 즈음에 딱밤은 알맞은 타이밍으로 날아왔다. 속력도 두배 아픔도 두배다.
“그렇다고 애를 왜 때려요.”
아, 너 아까는 없었지 참. 이제노가 드디어 말문을 엶과 동시에 아까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이제노는 내가 침대를 비웠을때, 그러니까 이민형 보겠다고 맨발로 달려나갔을때 온 것이 분명했다. 나 나가기 전에 봤으면 어쩔뻔했냐. 싸울 수도 있을듯 저 목소리면. 영호 오빠는 그 말 한마디에 또다시 모아두었던 한숨을 길게 흩뿌렸다. 그도 이제노가 부재했던 몇십분전을 떠올린 것이 분명하다. 짧은 회상을 끝내고 오빠는 입을 열었다. 화를 내던지 감싸던지 하나만 해. 화가 난건 맞는데 애는 왜 때리냐구요. 됐다 그만하자. 꽤나 싱겁게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날이 선 티키타카는 짧은 시간 안에 종지부를 찍었다. 됐다 그만하자 이꼬르 너 알아서 해라. 영호 오빠는 한숨만 내쉴뿐 더 이상 딱밤을 때리지 않았다. 이제노는 다시 입을 꾹 닫았고. 가시방석이 따로없었다. 내가 잘못했으니 나머지 네명 눈치보는게 당연한 건데…. 더 할 말도 없었다.
“죄송해요. 진짜 미안. 내가 미쳤지.”
“아픈 애한테 뭐라하기가 더 그렇다. 너 병동 나가면 얘기해줄걸. 내가 생각이 짧았네.”
이동혁은 한숨을 섞으며 길게도 말했다. 병동 나가서 얘기해줬어도 이민형한테 곧장 갔을텐데. 그 뻔한 사실을 말하기 싫어 다리를 덮은 이불만 구겼다. 나재민은 그냥 생긋 웃으며 풀었어? 라고만 묻는다. 또 그 물음에 고개를 주억거리자 영호 오빠는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하며 잔뜩 풀죽은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이제노는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말도 않은 채 가만히 있을 뿐이다. 이윽고 10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를 울리자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그리핀도르 세명은 몸을 일으켰다. 통금 시간인 9시를 훌쩍 넘겼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까 슬쩍 물으니 교수님한테 허락받고 왔댄다. 더 있다 가도 괜찮았지만 다들 갈아입지 못한 옷차림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기에 간다는 말에 손만 잠자코 흔들었다. 이제노는, 여전히 아무런 행동도 않고 잔류했다. 잔존하는 냉기만큼이나 싸늘하고 병동에 고인 적막만큼이나 고요하게.
“야.”
“진짜 미안. 너한테도,”
“나 아직 화난거 안말했어.”
“아, 미안.”
한숨빌런 이동혁과 영호 오빠가 떠나고 나니 이제노가 한숨을 푹푹 내쉬기 시작한다.
“너, 걔가 징계 먹었다는 소리엔 바로 달려가고.”
“야, 그거는….”
“내가 주문 외워서 너 더 다칠 뻔한거 막은건 뒷전이네. 그치.”
내 말문은 이제노의 마지막 문장 하나가 턱하고 틀어막았다. 그걸 까먹었다. 좋아하는 애가 나 때문에 징계를 먹었다는 생각에, 몇년지기 친구가 다칠 뻔한거 주문으로 막은 건 저멀리 내팽겨치고 나몰라라 한 셈이니까. 이제노가 화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미안해보단 고마워라는 말이 먼저 치고 나갔어야했는데, 명백한 내 잘못이기도 했다. 야, 야. 이제노. 진짜 미안해…. 야 내가 친구 고마운 줄도 모르고…. 주절주절 떠들어대던 내 입을 결정타 하나가 날아와 한방에 다물게 만들었다.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게끔, 정확하게.
“친구라서가 아니라, 좋아해서.”
“…….”
“제대로 알고 말해. 친구한테 고맙다는 인사 하나 안했단 이유로 이렇게 화가 나진 않으니까.”
돌파구도 찾지 못하는 돌직구를, 이제노는 나에게로 날렸다. 그리고, 나는… 그만 얼빠진 얼굴을 하고 말았다. 그럴만도 하다. 시속 백킬로는 훌쩍 넘은 돌직구를 맞고서 어떻게 정신을 차려. 잦아들었던 빗소리는 고막을 찰박찰박 거세게 때려왔다. 밤은 깊고, 비는 사납게 내리고, 적막은,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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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구멍
네.......수능 담날이 오늘이냐구요...? 그럴리가요....오늘은 ㅇ일...아니 월요일....
감기 기운에 해롱대다가 겨우 정신 붙잡고 써봅니다...낄낄 담엔 시간 지킬것..사랑해요 독짜릠들...
아 근데 넘 우울해요......드림이들....눈물나.......아......진짜.....술이 절로 생각나는 밤이네요........
늘 사랑하는 암호닉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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