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글주의 |
"때로는 침묵이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죠." 찬열은 조용히 혼잣말 하듯 말을 내뱉고는 살짝 웃었다. 이것은 그의 아버지가 살아생전 자주 하던 말이었다. 찬열은 자신의 아버지를 굉장히 싫어했다, 아버지는 인자한 외모와 넉살좋은 웃음으로 자신을 치창하고 뒤에서는 일을 꾸미는 무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침묵이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다. 뒷통수를 치려면 이정도는 기본이었다. "아름다우신 분께 이런 불미스러운 일 같은 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찬열은 앞에 서 있는 여인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지 못했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뒷 이야기를 물을 여자라면, 며칠 전 자신의 아버지와 엮이는 바람에 회사가 휘청거려 한창 고생하고 있을 변 회장네 딸 변백희 일 것이다. 평소 파티라던가 모임, 회의 등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항간에 그녀에 관한 여러가지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난치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너무 뚱뚱해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소문들 중에는 백희의 얼굴이 괴물을 닮아 그녀가 자신의 외모콤플렉스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찬열은 진심으로 그 소문이 거짓된 것이라는 걸 느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백희는 엄청난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갈색의 찰랑이는 머릿결과 보석같은 눈동자와 축 쳐진 눈꼬리. 마치 강아지를 연상시키게 하는 귀염상의 얼굴이었다. 꽃무늬 원피스와 하얀 가디건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백희씨, 맞죠?" "네?" 백희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얼굴이 허예지면서 눈을 크게 뜨고 되묻는 그 목소리엔 떨림이 잔뜩 보였다. 아마 내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 한참동안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결국은 고개를 숙이고 그제서야 입을 여는, 순수한 그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죄, 죄송해요. 전 이제 가볼게요." "벌써 가게요? 나랑 더 있어요." "늦게 가면 아버지가 걱정하실거에요. 그리고 저, 할 말이 있는데.." "뭔데요?" "오늘 저랑 만난 건 비밀로 해주실래요? 부탁드려요."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대다 힐끔 고개를 들어 내 표정을 살피는 얼굴이 꽤나 간절해보이기에 알겠다 말하니, 표정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꼽 부분에 양 손을 얹길래 뭐 하는 건가, 하고 쳐다보니 내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전 이제 정말 가볼게요." 나는 고개를 숙인 그 머리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성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신비주의 여자의 본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미인에다가, 예쁘고 순수한 여자였다.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나는 백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내일 또 만나요. 여기서, 저녁 7시에. 아, 물론 저녁은 먹지 말고 와요. 백희의 볼이 붉게 물들어갔다. |
헐 쓰고보니까 진짜 망글이다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