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다원하다 이야기 다섯. 승철이와는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날 내 번호도 가져갔지만 그는 사소한 인사의 연락조차도 오지 않았다. 나도 승철이도 서로를 피해 다녔던 것 같다. 마치 서로를 몰랐던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보냈을까, 어느덧 봄의 끝자락인 5월이 되었다. 나는 애들 모르게 계속해서 심리 치료를 받으러 다녔고, 그날 일을 또 생각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애들은 내 앞에서 절대 승철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먼저 꺼낼 때까지 애들은 절대 먼저 승철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나를 배려해주는 아이들 덕에 이제 정한이와도 큰 무리 없이 장난도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반 아이들과도 언니, 누나 하며 많이 친해졌다. 가끔 남자아이들이 살짝씩 장난을 쳐와도 아무렇지 않은 척, 꽤 잘 받아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 그렇지만 등교를 할 때마다 상처 입은 승철이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없이 생생했다. “하다야.” “어, 왜?” “그… 승철이는 잘 지내고 있어?” 매번 입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들이었는데 결국 하다에게 먼저 말을 꺼내고 말았다. 함께 하던 등굣길에 슬쩍 그에 안부를 물었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 “왜?” “아니, 그냥… 그날 그러고 나서 한 번도 못 봤으니까.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와버려서.” “그게 그렇게 신경 쓰였어?” “... 응. 걔 표정을 딱 보는데 내가 다 마음이 아팠어. 걔 표정이 진짜 너무 아팠어.” 사실이었다. 그날 그 아이의 표정을 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마치 내가 버림받은 것처럼 그의 표정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왔었다. 너무 아팠다. 그래서 더 보고 싶었고, 그래서 더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럼 왜 피해 다녔어.”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그 예쁜 얼굴로 나를 더럽게 바라볼까 봐.”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내 상태가 꽤 괜찮아졌을 때 난 그 아이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냥, 몇 번 보지도 않았던 사이였지만 그렇게 내 기억 속의 그는 강렬했다. 여러 번 그 아이에게 찾아가 보려 했지만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건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그 아이가 혹시나 나를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나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또 미루고 미뤘다. “최승철 그런 애 아니라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알지, 아는데 핑계 같아 보이겠지만 만약이라는 건 언제나 있는 거니까. 모든 사람이 너랑 정한이같지는 않잖아. 그리고 만약에 진짜 만약에 그 애가 나를 다르게 바라본다면 난 무너졌을 것 같아.” “걔 얼마나 봤다고 벌써 그 정도로 빠졌냐.” “그러게. 얼마나 봤다고 왜 이렇게 믿게 되지?” “흠, 이런 얘기 하면 최승철한테 혼날 것 같긴 한데 걔 그렇게 하는 행동 봐서는 너한테 맡겨도 될 것 같아서 이야기해주는 거야.”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하다가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금 당장 승철이를 만나러 가야 할 것만 같았다. “매일 아침 주던 초코 우유, 그거 최승철이 주던 거야. 너 초코 우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거 듣고. 걔는 너 무슨 일 있었는지도 모르는 얜데 그날 그러고 나서 자기는 앞에 가면 안 된다고 느꼈나 봐. 맨날 너 모르게 너 보러 가더라. 그러다 너 아픈 것 같으면 이것저것 사가지고 우리한테 갖다 주고. 그동안 승철이는 너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한테 묻지도 않고 너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네가 말해주기를 계속 기다렸던 거야. 그러니까 이제는 네가 조금은 다가가도 괜찮지 않겠어? 걔는 바보라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면 그 자리 그대로 있을 애야.” 하다의 말을 듣고서 하루 종일 수업에 집중도 하지 못한 채 그에 대한 생각으로만 빠져있었다. 그러다 선생님께 평소답지 않다며 혼나기도 했고. 결국, 종례가 끝나자마자 애들이 있는 체육과로 찾아갔다. 애들이랑 같은 반이랬으니까... ‘체육과_3-7’ 찾았다. 반 앞에서 애들의 모습을 찾는데, 나를 먼저 발견한 하다가 승철이를 불러주었다. 역시 강하다. 눈치는 빠르지. “최승철! 나가봐. 손님 왔네.” “손님 같은 소리 하네. 뭔 개소리…아름?” “안녕. 오랜만이네 승철아.” 극 중의 날씨는 봄이지만, 지금의 날씨는 많이 춥네요. 항상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신 당신께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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