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프로젝트
유권은 계속 태일이 찾아온 하드디스크를 만지작 거렸다.
이렇게 하면 보일까? 저렇게 하면 보일까?
이리저리 하드디스크를 뺨에 대보기도 하고 손에 꽉 쥐어보기도 하고 별짓을 다하며 과거든 미래든 박준철과 관련된것을 보려 애썼다.
"뭐 좀 보여?"
옆에있던 지호가 의자에 앉아 도는것을 멈추고 물었다.
유권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하드디스크로는 무린가.. 아예 박준철이 기가 빵빵한 집에나 들어가야 뭐가 좀 보이려나보다."
지호가 포기했다는듯이 말했다.
옆에서 가만히 앉아 유권을 쳐다보던 경이 유권의 옆으로 와서 조심히 유권의 손에서 하드디스크를 빼내었다.
경은 하드디스크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눈을 감고 가만히 하드디스크를 아까 유권이 했던것처럼 한쪽뺨에 대었다.
경은 한참을 그러고 있었고 다들 그런 경을 쳐다보며 경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눈을감고 가만히 있던 경이 누군가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지른마냥 깜짝 놀라며 하드디스크를 귀에서 재빨리 떨어트렸다.
경은 눈을 몇번 깜빡이고 얼얼한 귀를 만지더니 태블릿을 꺼내들어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4/5 차선영 동영상, 4/6 하드디스크]
유권은 경이 쓴것을 읽더니 혼자서 알아들은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 인건가.. 아직 차선영씨는 박준철에게 영상을 찍히지 않았어요, 4월5일 차선영이 박준철을 만나고 몰래 영상을 찍히고 그 다음날 박준철이 영상을 하드디스크로 옮길거예요."
"다행이다! 그럼 이제 막을수 있겠네!"
태일이 안도했다.
"뭘 막아, 5일되면 영상 빼와야지."
지훈이 바보보듯 태일을 보며 말했다.
"너야말로 무슨소리야?"
자신보다 나이적은 지훈에게 줄곧 존댓말을쓴게 억울한지 언젠가부터 말을 놓기 시작한 태일이 지훈을 이해안간다는듯이 쳐다보았다.
"아직 영상 안찍혔다잖아, 그럼 아직 차선영씨랑 자지도 않았다는건데 말려야지!"
"넌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한줄 아냐? 그래, 말렸다고 치자. 그럼 뭐? 어떡할건데?"
지훈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스폰도 지가 원해서 하는건데 우리가 말리면 일거리 줄어들고, 우리는 우리대로 증거없어져서 고생해야되고. 대체 뭐가 다행인데?"
지훈이 어느정도 맞는말을 하는거같자 태일은 입술만 꼬옥 깨물고 노려보는것밖에 할수 없었다.
"5일, 다시 잠복한다."
지훈은 그런 태일에게서 고개를 돌려 모두에게 말했다.
"박준철이 디스크 찾기전에 카메라를 빼온다."
"에이, 화 풀어요. 지훈이가 원래 좀 그래,"
지호가 주사기에 약을 넣고 미안해요- 라며 태일의 팔뚝에 바늘을 꽂아넣었다.
"저번에도 그 말 했던거 같은데.. 그리고 원래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두개골을 반으로 쪼개서 뇌를 찜통에 쳐박아 버릴 놈."
태일이 솜으로 팔뚝을 막으며 욕을 내뱉었다.
"원래 그런 사람은 없긴 하죠."
"아까랑 말이 다른데요?"
태일이 이거뭔가수상해- 라며 눈을 가늘게 뜨자 지호는 말없이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태일씨 꽤 오래 버티네요, 보통 다 나가려고 지랄지랄하는데,"
"지호씨, 말조심해요, 내 살권리를 빼앗아갔는데 그러는게 당연하죠."
태일이 아니꼽다는듯이 쏘아붙혔다.
"아아 죄송해요, 그 말 취소."
"그냥 뭐 여기 들어왔을때부터 이미 인생 반쯤 포기하고 있었기때문에.."
태일이 피가 묻어나온 솜을 멀리있는 쓰레기통에 던졌고 들어가지 못한 솜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족도 없고, 목표도 없고, 그냥 뭐 태어났으니 사는거죠. 어차피 능력때문에 항상 손해보는건 나고.. 그러느니 지호씨 옆에서 몰래 연구해서 능력을 없애는게 낫지 않을까요?"
애써 농담하는 태일을 빤히 쳐다보던 지호가 피식 웃었다.
"존경스럽네요."
안타깝기도하고 라는 말은 삼켰다.
끼익-
문이 열리고 경이 들어왔고 앉아있는 태일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태일도 경과 눈을 마주치자 까딱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태일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호도 같이 일어나며 태일을 배웅해주었다.
끄윽, 흐윽-
어두컴컴한 방안, 울음소리라고 하긴 애매한 소리가 태일과 유권의 잠을 깨웠다.
유권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불을켜고 경에게 다가갔다.
"형, 왜그래."
경은 이불을 더욱 끌어당겨 얼굴을 파묻고 울기 시작했다.
"형,"
유권이 이불을 살짝 끌어내리자 쳐진 눈꼬리로 유권을 바라보던 경이 힐끔 태일을 쳐다봤고 유권은 곤란하단듯이 태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형, 미안한데 잠시만 자리좀 비켜줄래? 좀 큰일이 있나봐, 아직 형이랑 오래 본 사이도 아니고.. 이해해줘."
"아 당연하지, 이해해."
태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밖에 있을테니까 나중에 불러."
"너 뭐하냐?"
태일이 복도에 쪼그려 앉아 땅바닥을 쳐다보고있자 어디선가 나타난 지훈이 태일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태일이 고개를 들었을때 지훈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고있었다.
"아니 그냥.. 경이가 유권이한테 할말이 있대서.."
"왕따냐?"
지훈이 피식 웃으며 후욱-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태일이 표정을 찡그리며 손으로 연기를 휙휙 내저었고 지훈은 그걸 보더니 다시 한번 태일의 얼굴에 연기를 훅 불었다.
"아, 쫌!"
태일이 인상을 팍 쓰며 지훈을 올려다 보자 지훈이 작게 웃었다.
태일은 그런 지훈을 보더니 다시 표정을 풀었다.
"너도 웃는구나, 좋은일 있어?"
"아니."
"근데 왜 웃어?"
"뭐 난 웃으면 안돼?"
"아니 너 안웃잖아.."
무의미한 대화라 생각하며 태일이 말끝을 흐렸다.
"슬퍼서 웃는거야, 슬퍼서."
지훈이 태일의 옆에 같이 쪼그려 앉았다.
"잊으려고."
알아들을수없는 지훈의 알에 태일이 잠시 침묵했다 입을 벌리자 굳은 표정의 유권이 나왔다.
태일은 유권을 보고 일어섰고 유권은 손끝을 떨며 지훈을 매섭게 노려봤고 그런 유권의 표정을 처음본 태일은 흠칫 놀랐다.
"형, 들어와. 미안해 기다리게해서."
"아, 아니야.."
유권은 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지훈에게 곁눈질을 했다.
"당신이나 이민혁이나... 우지호나... 다 똑같아."
저번화에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는데 감동먹었어요 ㅠㅠ
신알신 해놓으신분도 있길래 무한감덩 ㅠㅠ
몇개 안되지만 그만큼 달리는것도 별로 상상해본적이 없어서 ㅠㅠ
감사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