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프로젝트
"꿰매야 될거 같으니까 대충 피만 막아."
지훈이 걸음을 재촉하며 태일에게 명령했다.
태일은 지훈의 말을 듣고 정장 자켓을 벗고 손을 뻗어 나름 키가 작은 남자에게 업힌 경의 찢어진 이마를 눌렀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경은 고통은 느끼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일이야! 심각한거야?"
역시나 이번에도 지호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먼저 튀어나왔고 축 늘어져있는 경을 보고 동공을 확장시켰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어, 정밀검사 해봐."
걸음을 빨리한 탓인지 지훈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쪽으로.."
지호는 다급하게 경을 업고있는 남자를 방 안으로 안내했고 남자는 경을 지호의 침대에 눕혔다.
지호는 정말 빛의 속도로 손을 씻고선 자신의 책상에서 잡동사니를 꺼내왔다.
지호의 손길이 경에게 닿을떄마다 경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지호는 치료를 하면서 경의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했다.
지훈은 그런 지호를 주시했다.
치료를 여러번 해본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흔들리지 않는다, 설사 죽음을 목격한다 해도. 왜냐, 그 모든것이 너무나도 익숙하기에.
하지만 지호는 마치 인턴떄로 돌아간듯 표정을 같이 찡그리며 경을 치료하고 있었다.
지훈은 지호를 보고 피식 웃었고 그저 지훈의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는 태일은 진지한 상황에 왜 웃냐고 중얼거렸다.
지호가 다시 한번 경의 이마에 흐른 피를 닦아내려 솜을 가져다대자 경이 눈을 살짝 떴다.
"박경!"
경은 눈을 조심스레 뜨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박경, 보여? 아파?"
지호는 마치 경이 들을수 있다는듯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다.
드디어 경이 움직이는 지호의 입술을 감지하고 지호와 눈을 마주쳤을때 지호는 다시 한번 박경- 하고 입모양을 해보였다.
경은 그런 지호를 잠시 주시하더니 입술을 한번 삐쭉,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아파? 많이 아파? 왜그래?"
지호가 허둥지둥 말을하며 수화를 하자 경은 더욱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은 더욱 서러워 보였고 지훈은 조심스레 모두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뭐야 왜."
민혁이 문을 닫자마자 지훈의 어깨를 툭 쳤다.
"눈치없는놈아, 거기 있고싶냐?"
지훈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 벽에 기댔다.
"야 그래 박경 저렇게 우리 따라 나갔다가 다친거 안됐고 우리잘못이긴 한데 왜 굳이 방을 나와, 우리도 다쳤잖아."
민혁의 투덜거림에 지훈은 그저 쯧- 하고 혀만 한번 찰뿐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그래 됐다 뭐 그럼 난 유권이랑.."
지훈에게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민혁은 유권의 팔을 잡았고 유권은 화들짝 놀란듯 민혁의 손에서 팔을 뺐다.
민혁과 유권 둘다 그 상황에 당황한듯 싶었지만 곧 유권은 꼬리를 내리고 민혁에게 한발짝 다가섰다.
민혁이 지훈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다시 유권의 손목을 잡았을때 유권의 다른쪽 손목마저 누군가에게 잡혔다.
"어디가?"
태일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유권에게 말하는듯 싶었지만 날카로운 시선은 민혁에게 향해있었다.
"왜 너가 대신 올래?"
"형."
민혁이 짓궂게 태일에게 말하자 태일이 대답할새도 없이 지훈이 민혁을 불렀다.
"내 실험체야."
평소와는 다를게 없는것 같으면서도 낮은 목소리에 민혁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유권에게 손가락을 까딱해보였다.
"어디가냐니까!"
멀어저가는 유권과 민혁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낀 태일이 외쳤고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갔을때 지훈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이태일, 신경꺼."
"야, 표지.."
"신경. 꺼."
지훈의 목소리에서 경고음이 들리는것만 같았다.
결국 태일은 또 다시 지훈의 앞에서 입을 꼬옥 다물고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이리와."
지훈이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나 안다쳤어."
"그럼말고."
어디 두번 물어봐주면 덧나냐, 태일은 구시렁거리며 바닥을 툭툭 찼다.
"표지훈,"
태일의 입에서 지훈의 이름이 나오자 지훈은 고개를 틀어 태일과 눈을 마주쳤다.
"너는 나쁜 사람이야?"
태일에게서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오자 지훈은 목이 막힌듯 입을 살짝 벌리고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너는 나빠, 정말 난 네가 너무 싫어."
태일이 벽을 타고 스르륵 내려와 무릎을 감싸고 쪼그려 앉았다.
"근데 이게 감이란게 있잖아, 내 여섯번째, 아니 내 여섯번째는 내 능력이라 일곱번짼가,"
계속 혼자 떠들어대며 머쓱하게 웃는 태일에 지훈은 가만히 앉아 쳐다보기만 했다.
"어쨌든, 내 일곱번째 감각이 너는 딱히 피할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네가 여자냐? 감이 좋게."
지훈이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좋은 말 해줘도 지랄이야,"
태일이 고개를 들어 지훈을 노려보았다.
"아까 나 구해준것도 그렇고."
"카메라 뺏길가봐 그랬다."
"이 시발놈이."
지훈이 큭큭 웃었다.
"그래 알았으니까 이리와, 치료하자고."
"안다쳤다니까?"
"너 아까 손등 긁혔잖아."
"야 너 눈썰미 좋다."
태일은 다시 한번 물어봐준것도 모자라 자신의 상처를 발견해준 지훈이 내심 고마운지 헤실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훈의 옆에 앉았다.
지훈은 뭐가 그리 신난지 자신의 옆에 앉아 떠드는 태일을 잠시 바라보고 솜과 알콜을 꺼내며 생각에 잠겼다.
지훈아, 너는 나쁜사람 아니지? 그렇지? 난 너를 믿어
지훈아 너는 나쁜사람이 아니야, 내 감이 그렇게 말해
지훈아, 너는.. 너도 결국은 나쁜 사람인거야?
지훈아 나는 너를 믿었는데
지훈아
지훈아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훈은 고개를 살짝 내저은뒤 태일의 상처에 집중했다.
"너도 의사야? 지호씨같은?"
상처 치료를 마치고 한참을 더 떠들고 결국 지훈이 나가라고 하자 태일은 기어이 지훈을 끌고나와 데려다달라며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난 약사에 가깝지, 지호형같은 치료는 못해."
"오 그렇구나 아니었음 밴드 때고 믿어도 되는거냐고 진상부릴뻔했어."
태일이 큭큭 웃었다.
태일과 지훈이 코너를 돌았을때 반대쪽에서 동그란 정수리가 튀어나왔다.
"유권아!"
태일이 유권을 부르자 동그란 정수리가 사라지고 얼굴이 드러났다.
그 몇시간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권의 눈은 살짝 풀려있었고 더운지 머리칼을 적신 땀과 함께 거의 사라지고있는 홍조가 눈에 띄었다.
"형, 나 먼저 들어갈게."
유권은 힘이 든지 겨우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야, 같이 들어가."
태일은 지훈을 한번 돌아봐 준뒤 문을 열고 유권을 먼저 들여보냈다.
아 형 존나 매너 아 시발 내가 할거면 뒤처리 하라고 했잖아 애를 저꼴을 해서 들여보내
새끼야 그렇게 따지면 그짓 자체가 노매넌데 뭔 참견이야, 야 강제로 하고 애 씻겨준다고 뭐가 달라지냐? 공손히 돈뺏는거랑 뭐가 달라
....야
형한테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끊어
태일은 밖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전화 통화에 침을 꿀꺽 삼켰다.
짧은거같다고요? 착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