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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 전체글ll조회 1206l 6

 

 

 

 

 

Gray, the sun

 

 

“전지전능한 하나님이시여, 우리들에게 귀기울여주시고…….”

 

 

누구랄것없이 검은 머리통들을 조아리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조그맣게 입술을 들썩였다. 하지만 태민은 달랐다. 빼꼼히 고개를 들어 하나님께 예의를 갖추는 그들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작은 소리로 차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가깝게 느껴지지만 먼 조상에서부터 대대로 기독교신자였던 태민의 집안은 성경을 지지리도 끼고 살았다. 어려서부터 듣고 자랐기때문인지 태민의 형, 진기도 마찬가지로 뼛속까지 기독교인이었지만 왜인지 태민만은 달랐다. 유일하게도 이 집안에서 하나님을 믿지않는 한 사람이었다.

태민은 그랬다. 어린아이의 해맑음과 사랑스러움은 없고, 항상 서글픈 눈으로 주위를 비췄다. 그의 눈을 볼때마다 진기는 크게 울음을 터트려 고생을 하던 태민의 부모님은 잘 웃질않던 태민에게 진기에 대한 사랑까지 나눠 모두 쏟아부었다. 하지만 사랑을 지나칠정도로 받고 자란다 하여도 태민은 여전히 젖은 눈을 깜빡였다. 그와 반대로 태민의 비해 사랑을 조금밖에 받지 못한 진기는 환하게 웃으며 주위를 밝게 만들었다. 그것은 모순이었다.

중얼 중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도는 지루했다. 고개를 숙이고 보이지않게 하품을 하는 태민의 얼굴에는 지루함과 짜증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것이 밤새 시험 공부를 하느라 제대로 자지못하였는데 이렇게 일찍부터 깨웠으니 피곤한것은 당연했다. 그런 태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기가 콕 콕 손가락으로 태민의 팔뚝을 찔렀다. 태민을 바라보는 진기가 밝게 웃으며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고개. 알아듣지 못한듯 고개를 갸웃하며 눈썹을 일그러트리는 태민이 귀여운듯 진기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태민은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는것을 느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기도는 끝이 났고, 잠시 시끄러운 틈을 타서 태민은 답답하게 옥죄어오는 교회 건물을 빠져나왔다. 싫은건 죽어도 하기 싫은 고집은 특히 이런 부분에서는 강하게 세워졌다. 어린 태민을 오냐 오냐 모든것을 퍼주며 키운 태민의 부모님의 실수였다. 교회 건물 뒷쪽에 쉬라고 만든 벤치에 앉아있는 태민에게 뒤따라 나온건지 웃는 얼굴에 진기가 다가왔다.

 

 

“피곤해?”

“응, 어제 밤새서 공부했거든….”

“고생이네, 우리 태민이. 내가 다음번에는 어머니께 말씀드려볼께.”

“고마워.”

 

 

착하디 착한 형이었다. 친구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형제관계와는 너무도 벗어난 관계. 일방적인 태민의 적대심과 진기의 애정, 그리고 어색함. 분명 진기는 태민에게 좋은 형이 확실했다. 공부도 잘할뿐더러 잘해주고 항상 웃어준다. 사춘기시절 태민의 짜증을 다 받아주면서도 나쁜 소리 하나 하지않고 편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태민은 진기가 싫었다. 그냥 정이 들지 않았다. 어렸을적에는 꽤나 사이가 좋아서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 할 정도였다는데 태민의 기억 속 진기는 무섭기 그지 없었다. 너무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볼때면 소름이 돋아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왜인지는 잘 모른다.

 

 

“태민이는 하나님을 믿어?”

“아니. 안 믿어.”

 

 

망설임도 없이 주저않고 터져나온 말이었다. 진기는 꽤나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민을 바라보았다. 진기가 만약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라도 한다면 태민은 매일 성경공부를 할지도 모르는데도 태민은 주저없이 단호했다. 그딴거 난 안믿어. 하나님을 자신의 주인으로 여기는 진기의 앞에서 담담하게 하나님을 그딴거라고 표현했다.

 

 

“형은?”

“난 믿어, 아무래도 어렸을때부터 성경을 배우던 영향이 큰가봐.”

 

 

태민의 고운 결을 띄는 검은 머릿겻을 손가락으로 쓸어주는 진기의 손길이 숨막히게 다정하였다.

 

 

“왜 안믿을까? 태민이는”

 

 

같이 어렸을때부터 성경을 동화책처럼 끼고 살았는데 말이지. 진기의 투박하지만 다정한 손이 태민의 희고 고운 뺨을 훑었다. 지문이 닿아 까칠하다. 그 손길을 저지한것은 태민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진기의 손을 치워버렸다.

 

 

“나 누가 내 얼굴만지는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아, 맞다! 미안!”

 

 

민망한듯 뒷머리를 긁으며 웃어보인다. 사실 태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태민은 담담하게 거짓을 말하고, 진기는 속아준다. 진기가 가봐야겠다며 교회 건물로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고서야 그의 손길이 닿았던 머리카락을 태민이 신경질적으로 정리했다. 짜증이 난다. 가끔 자신도 어째서인지 모를 일방적인 적대감과 경계,짜증때문에 진기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끔이었다.

진기의 웃는 얼굴은 여전히 무서웠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있노라 하면 자꾸만 지독한 기분과 함께 꿈 속 그 남자의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싫었다. 물론 꿈 속 그 남자를 기억해낸 최근에서야 느낀거지만.

 

 

 

 

01

 

 

 

고3의 방학은 불행했다. 특히 이렇게 수능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달력의 표시를 볼 때면 더욱 말이다. 높은 건물도 별로 없는 촌구석같은 마을에 수능을 준비하는 고3은 드물었다. 그것을 알아 더욱 태민에게 기대를 거는 부모님이셨지만 태민은 아랑곳하지않았다. 아무리 후진 동네라도 그는 전국 상위권에 드는 엘리트 였기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로 이사가지 않는 것은 할머니때문이었다. 병든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시는 할머니때문이리라. 태민은 항상 그것을 불만으로 여겼다. 이상하게도 가족 모두에게 정을 느끼기는 커녕 적대심을 느끼는것도 이유 중 하나였겠지만서도.

 

 

“태민아 할머니댁 가야지-”

 

 

보기좋게 일그러진 얼굴이 짜증으로 가득했다. 수학문제를 하나 더 풀어야 하는데…. 그런 태민의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태민의 어머니는 그를 재촉했다. 태민은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득 가고싶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같았으면 가기싫다고 짜증을 낼 태민이 간만에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가겠다고 선뜻 나왔다. 

태민의 할머니네 집은 별로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야 하는 바람에 차를 타곤 했다. 꽤 멀미를 잘 하는 그 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편안하고 오히려 두근 거리는 마음때문에 설레기까지 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지만 느껴지지 않는 듯 창 밖을 그저 바라만본다. 그 진동을 느낀것은 운전을 하시는 어머니와 내내 떠드는 진기였다. 진기는 한숨 돌리려는지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가 진동이 울리는 태민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태민아, 진동!”

 

 

그제서야 휴대폰을 꺼낸 태민이 동시에 끊겨버린 전화때문에 부재중 기록을 확인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총 49통. 액정가득히 종인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그 엄청난 양에 놀란듯 급하게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호음이 얼마가지않아 종인이 받았다. 많이 기다린듯 그의 말투에는 짜증이 서려있었다. 반대로 종인의 목소리를 들은 태민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어느새 창밖에는 높게 뻗어있는 우람한 나무들이 보였다. 휴대폰을 귓가에 댄 채 종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창 밖을 보던 태민은 울창하게 뻗어있고 서로에게 엉켜있어 자칫 섬짓한 분위기를 주는 산길을 바라보았다. 조금 무섭기도 하다.

 

 

「야 이태민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냐?」

“어? 아 미안, 듣고 있어.”

 

 

숲 길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먼저 앞질러 가는 어머니와 진기를 놓치지않기위해 바짝 따라붙은 태민은 주위를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돌아보며 불안한듯 입술을 앙 다물었다.

 

 

「만나자니까? 야 너 진짜 뭐하길래 대답을 안해?」

“나 지금 할머니네 댁 가는 길이야.”

「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울렸고 그 바람에 앞장서던 진기가 뒤돌았다.

 

 

“무슨일이야?”

“아무것도.”

 

 

몇번이고 왔던 곳이지만 왜이렇게 항상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가슴 속 무언가가 강하게 꿈틀거린다.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기분들을 항상 여기만 오면 느끼곤했다. 이상했다.

 

 

「이태민 너 혼자있지말고, 형이랑 잘 붙어있어!」

 

 

유난히도 진기를 신뢰하는 종인다운 말이었다. 할머니 댁에 거의 가까워졌을때였다. 뒤늦게 MP3를 놓고왔음을 깨닳은 태민이 다시 돌아갈지 말지 고민했지만 할머니의 끈임없는 잔소리가 생각 나 갖고 오기로 마음을 먹고, 어머니께 차키를 전해받았다. 다시 왔던길을 가려는 태민을 바라보는 진기의 표정은 이제껏 태민이 보지못한 싸늘함이었다. 웃음기라곤 찾아볼수도 없는 싸늘함.

 

 

“태민아.”

 

 

태민이 낮게 몸을 떨었다.

 

 

“조심히 다녀와.”

 

 

마치 괴물이라도 본듯 두려워하는 표정을 띈 태민이 주저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어느새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헉헉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았을때는 휴대폰은 어디서 떨어트린건지 보이지도 않고 모르는 길이었다. 일단 휴대폰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서 뛰었던 곳을 다시 걷다가 멀쩡하게 떨어져있는 휴대폰을 발견했고, 두려운 느낌에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전화가 가는 신호음조차 꺼져버리더니 주위가 어둑 어둑해졌다. 차키를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강하게 쥐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냅다 뛰는데 자석처럼 뒤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리로 오라고 유혹을 하는것처럼. 유혹에 깊이 빠진것처럼 태민은 자신을 부르는 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길. 소름이 전율이 되어 온 몸을 강하게 삼켜들었다. 털이 쭈삣하고 솓는다.

그리고 정신없이 걷기만 하다 문득 발에 걸린 돌에 넘어져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동굴이 자리 잡고있었다. 분명 이렇게 큰 동굴이라면 어머니께서 알려주셨을텐데…. 태민은 들어본적도 본적도 없는 엄청난 크기의 동굴이었다. 동굴로 들어가려는 순간 넘어질때 떨어트린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차갑고 습한 기운이 맴돌았다. 깜깜하기는 커녕 누군가가 조종하는것처럼 태민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걸음을 옮길때마다 동굴에 달아놓은 전등에 빛이 들어왔다. 동굴의 끝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 멀지않게 느껴졌다. 점점 안으로 들어설때마다 믿을 수 없는 두근 거림과 애잔함에 눈물을 떨어트렸다. 왜 우는지도 알 수 없었다. 태민이 정처없이 동굴의 끝으로 들어서면서 떠올린것은 다름아닌 꿈 속의 그 남자였다. 잊을만하면 꿈속에서 나타나 잊으며 안된다는것을 강요하듯 더욱 강하게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그 남자의 잔상이 보여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 남자를 떠올릴때마다 죽고싶은 기분은 말로 설명할수가 없었다. 뇌와 심장을 먹고사는 벌레. 지독했다.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종인의 목소리와 그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혼란스러웠다. 「이태민!!」「태민아. 이태민.」 속이 울렁거리고 장기들이 뒤틀리는것 같아 토악질이 솟구쳤다. 머리가 아파오고 앞이 흐릿했지만 벽을 짚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거짓말처럼 누군가 정교하게 정성을 들여 만든 같은 문이 떡 하고 버티고 있다.

 

 

「태민아, 이태민.」

 

 

망설임없이 그 문을 열었다. 하지만 태민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

 

 

언제 쓰러진건지조차 알 턱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이런 동네에는 없는 고급스러운 외제 침대에 누워있었다. 가슴까지 끌어있는 이불을 떨어트리고 침대에서 내려 오자 그제서야 쇠로 가려져있은 조그만한 창문을 바라보는 남자가 보였다. 꿈 속의 그 남자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 태민은 바보처럼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으…….”

 

 

짧게 탄성같은 신음을 터트리고서야 울어버린다. 가슴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 그지 없었다. 갑자기 우는 태민을 보고 당황했는지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태민을 달래려는듯 등을 토닥였다. 믿을 수 없다는듯이 남자를 몇번이고 눈물을 떨어트리며 바라보던 태민이 이내 엉엉 큰 소리로 울음을 토해냈다. 태민 자신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우는것을 본래 싫어해서인지 매사에 관심이 없어서 인지 울지 않았던 자시이 이렇게나 울고 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엉엉 큰 소리로 울부짖는듯한 울음 소리를 가만히 듣던 남자의 눈가에도 눈물이 가득했다. 축축하고 습하고 더러운 곳. 남자의 손가락이 태민의 눈물을 닦아 내려가면서 뺨을 훑었다. 태민은 곧 스스로 남자의 큰 손에 얼굴을 부볐다. 주인을 대하는 개의 태도와도 같았다.

 

 

“울지마…우리 울지 않기로 했잖아.”

 

 

남자는 태민이 처음 듣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파도 우리 울지 않기로. 다시는 아프다고 하지 않기로 했잖아.”

 

 

하지만 그것은 분명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 약속과도 같은 것을 태민은 알고있었기에 더 울었다.

 

 

“드디어 만났잖아 우리.”

 

 

 

 

02

 

 

 

살짝 살짝 닿는 손이 따듯했다. 분명 그의 온도는 소름이 끼칠정도로 차가웠지만 태민에게는 너무도 따듯하기만 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품보다 더욱 따듯한 차가움. 태민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남자와 나는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숙명이겠지. 이것은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도 따듯하고 친근해서 더욱 애잔한 고통이었다.

 

 

“이름을 물어도 되요?”

“…종현. 김종현.”

 

 

김종현……. 종현의 태민에 입에서 나오는 그 단어가 기분 좋은지 못내 손을 잡아챘다. 「김종현이야. 태민아.」 몇번이고 발음했다. 김종현. 김종현.김종현.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빛이 새어들어오고 동굴 너머로 숲길이 보인다. 가기 싫어. 종현의 손을 잡은채 태민이 멈춰섰다.

 

 

 

“안가면 안되요?”

“…너는 사람이니까.”

 

 

대답하기 싫은 종현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고 태민은 생각했다. 괜히 뚱 해져서 앞장서서 걷는데 동굴을 나가려는데 갑자기 막아선 것은 종현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변해 빛을 내며, 으르릉- 낮게 짐승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것은 착각이겠지. 하지만 곧 동굴로 들어온 종인을 봤을때 태민은 믿을 수 없다는듯 입을 크게 벌렸다. 멍청한 표정에 종인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종인아…니가 어떻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듯 입을 여는 종인이지만 종인의 뒤에서 들어오는 찬열때문에 끊어졌다. 기분이 나쁜듯 붉게 빛이나는 눈동자가 선혈의 색과 같았다.

 

 

“드디어 깨어나셨구나, 제이.”

 

 

태민의 손을 더욱 쎄게 잡아당긴다. 그 바람에 종현을 바라보니 털이 서 있고 붉은 눈을 한 채 이빨을 세운 짐승처럼 으르렁거린다. 죽일듯한 살기였다.

 

 

“진정해 싸우자고 온 것 아니니까”

“지랄쳐해, 내가 니 새끼들을 한 두번 겪어?”

“천한 말본새는 여전하네, 노예로써 완벽해.”

“주둥이로 싸움하냐, 덤벼.”

 

 

순식간이었다. 둘이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그러면서 종현이 밀어버린 탓에 태민이 자연스럽게 싸움의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태민을 다치게 하고 싶지않은 종현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 종인이 웃어보였다. 진부한 새끼. 둘의 싸움은 서로 막상 막하인듯 쉽사리 끝이 나지 않았지만 골치아픈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지 구경만 하고 있던 종인이 종현의 눈빛을 보고는 이를 들어냈다.

 

 

“저 개새끼가 장난치고 있어.”

 

 

찬열은 땀을 흘리며 싸우고 있었는데 종현은 달랐다. 지루한듯한 표정은 대충 하고있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그리고 종인과 찬열을 번갈아 가면서 웃어보였다. 이것밖에 안되나? 종인이 종현에게 찢어 죽일것처럼 이를 들어내며 달려들었다. 두려운듯 눈을 감고 귀를 막은 태민은 속으로 쉽사리 안정되지 않는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두려웠다. 김종인이 다치는것이 싫다. 하지만 종현이 다치는 것은 더더욱 싫다. 이러다 둘 다 다칠까봐 그래서 그게 너무 무서운것이다. 코끝에서 징하게 퍼지는 피 냄새때문에 태민이 얼굴이 새 하얗게 질려갔다. 다물고 있는 입술이 온통 파랗다.

무능력하다. 어떻게 이렇게나 약하고 무능력한걸까. 둘 다 다치는것이 싫으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오들 오들 떨고있다. 이와중에도 그들이 싸움은 그만두고 자신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상상을 한다. 태민은 조그만한 주먹으로 가슴을 몇번 내리쳤다. 병신같은 이태민. 아무리 강하게 가슴을 내리쳐도 용기는 나질않았다. 인간의 나약함.

가슴을 강하게 쳐대는 손길을 잡아채는 힘이 느껴졌고 태민은 눈을 뜨기가 무서웠다. 두려우리만큼 조용한 주변도 그렇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손길도 그렇고.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것인지 곧이어 달콤해서. 너무 달콤해서 쓴 종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그가 무엇을 괜찮다고 하는지는 모른다. 태민의 나약함을? 아니면 이 싸움의 결말이? 그제서야 눈을 뜬 태민은 종현의 깨끗한 얼굴과 그 뒤로 보이는 핏자국에 섬짓함을 느꼈다. 종현에 대한 섬짓함이 아니라 종인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섬짓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종현이라는 희열과 두려움. 너무도 다른 감정이 뒤섞여서 요동쳤다.

 

 

“시끄러운것 같아서 입을 막아놨어.”

 

 

종인의 하얀 셔츠의 가슴 부분에서 배부분까지 핏자국으로 가득하다. 피를 쏟아낸듯 하다. 그리고, 찬열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도 힘들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아프지 않은 듯 검은 오오라를 내며 재생되어 간다.

 

 

“…너 뭐야.”

 

 

종현이 알 수 없다는 듯 웃어보였고 종인은 그것이 조롱이라는 것을 알고 분노를 느꼈다.

 

 

“너 뭐냐고 개새끼야!”

 

 

갑자기 난 큰소리에 놀란 듯 어깨를 떠는 태민을 본 종현이 살기를 아낌없이 뿜어냈다. 그 살기를 바로 옆에서 느낀 태민은 숨이 막혀와 목을 감싸쥐고 온 몸이 뒤틀리는 기분을 느꼈다. 찬열도 종인도 괴로운듯 보였지만 자신들의 살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곧 먼저 살기를 죽인것은 종현이었다. 고통스러움에 몸부림 치는 태민을 안아들고 잘도 웃는 낯이다.

 

 

“살기 죽여 태민이도 있는데.”

 

 

분노에 치를 떠는 종인과 종현에게 안겨있는 태민의 눈이 마주쳤다. 태민은 그제서야 비롯소 느꼈다. 자신의 세상이 지금 이 시점부터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가슴 속 무언가가 태민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제는 움직일 차례다. 이제는 시작해야만 한다.

 

 

“너… 대체 뭘 한거야”

 

 

금새 재생되 말끔해진 얼굴을 했지만 고통스러운듯 일그러트린 얼굴에 찬열이 가쁘게 숨을 뱉어냈다.

 

 

“최민호는 병신인가봐.”

 

 

보란듯이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완벽한 비웃음을 띄었다.

 

 

“니까짓거로는 아무리 해도 안될텐데.”

 

 

바람 소리를 내며 종현과 종인은 다시 한번 서로에게 격돌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데 바람 소리는 요란스럽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기 저기로 튀는 피가 태민이 있는 곳까지 튀겨 자국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힘겨운듯 보이는 찬열과 눈이 마주쳤고 찬열은 그런 태민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이진기같아. 태민은 무서웠다. 그가.

 

 

 

 

 

 

 

 


하와!!

드디어 닉네임 결정!! 네시팔분이랑 ㅈㅎ이랑 고민하다가 결국은 하와로..ㅎㅎ

이 팬픽이랑 어쩌면 잘 맞는 닉네임일지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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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길다....ㄷㄷㄷㄷ 작가님으 은혜입니다
12년 전
독자2
이 분량 소화하시다가 몸 상하겠어요ㄷㄷㄷ 와 진짜 길어;
12년 전
하와
빠르시네여!!ㅎㅎ 이 분량... 많죠......저도 너무 많은것같아요.. 근데 스토리 진행이 늦어질까봐ㅠㅠ
12년 전
독자3
우오...... 샤이니 앤드 엑소 ㅎㅇㅎ 아 너무 조은 조합 이에요 ㅋㅋ 아 소재가 왠지 제스탈이네용 ㅅㅇㅅ 아아 너무 흥미진진하네요!!!ㅎ -샤미
12년 전
하와
샤미샤미! 기억할께용!
12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하와
감사해요~ㅎㅎ
12년 전
독자5
떠있길래 바로 달려왔습니다ㅜㅜㅜㅜ
너무 좋네요ㅜㅜㅜㅜㅜㅜ 태미니 정체 뱉어주세요 현기증나요ㅜㅜㅜㅜㅜ
보통아이는 아닌거같은데ㅜㅜ 존효ㄴ과는 어떤사이지ㅜㅜ 궁그미ㅜㅜ

12년 전
하와
모든것은 과거엨ㅋㅋㅋㅋ
12년 전
독자6
퀄리티 진짜... 아... 어떻게 이렇게 잘 쓰시는지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슨 출판된 책??? 보다 더 잘쓰시는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이니랑 엑소가 나와서 더 좋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늦으셔도 기다릴테니 무리하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하와
ㅠㅠㅠㅠㅠ우와 진짜 극찬을ㅠㅠㅠㅠㅠㅠㅠㅠ와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 빨리 힘내서 쓸께요!!
12년 전
독자7
비비에요ㅎㅎ
헐헐헐ㅋㅋ하와님!!!진짜글잘쓰세요ㅠㅠ
딱제스타일♥♥진짜분량도대박인데!너무재밌어서긴줄도몰랐어요ㅋ
담편두기대합니당!ㅎ

12년 전
하와
비비님!!!ㅎㅎ 감사해요ㅎㅎ 사실 분량 끊을줄을 몰라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8
완전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하와
감사해영!!ㅎㅎ
12년 전
독자9
헐....님 진짜 사랑해요ㅠㅠ이거 텍본나오면 꼭 받고싶네요ㅠㅠ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제가 비회원이라 신알신같은건못해서...ㅠ 암호닉 검은콩으로 조심스레 신청해봅니다...
12년 전
하와
당연하죠!! 검은콩님!! 꼭꼭 기억해둘께요!! 텍본은 완결내고 바로 쏴드릴께요ㅎㅎ
12년 전
독자10
진짜 재밌어요 ㅎㅎ 기대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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