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y, the sun
09
방으로 가자 종현의 움직임이 뭔가에 막혀버린듯 둔탁해졌다. 스스로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잔뜩 인상을 쓰곤 준면을 쳐다보는 눈빛이 사납다.
“미안하지만 보호자는 밖에서 기다려주도록.”
하지만 그냥 알았다고 물러설 종현이 아니라는것을 알았기에 더욱 기를 쓰며 으르렁거렸고 준면은 자신의 힘을 써서 종현을 그대로 밖에 던지듯 쫒아내곤 결계를 세웠다. 밖에서 종현의 짜증이 가득 담긴 소리가 들렸지만 태민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잘됬다는 듯 준면을 보고있었다. 이제 말해줘요. 당신이 나한테 할 말들 있지않아요? 준면은 그에게서 그녀를 느끼며 오소소 돋아오르는 소름을 느꼈다.
“이해할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니가 절실히 필요해.”
“이유는요?”
“…너는 우리의 약점이니까.”
어느새 태양이 구름에 가려 방안이 어둡게 그늘이 지고 태민은 그것을 다행으로 어겼다. 강한 바람에 등불의 붉은 불이 위태롭게 출렁였고 곧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준면은 그것을 하나 하나 쳐다보며 다시 불을 붙였고 바람이 멎어들었다.
“자세히 설명해줘요 지금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정말 하나도 몰라?”
“…무슨 뜻이에요?”
“사실 이미 느끼고 있었잖아, 김종현이랑 만나고 난 후부터”
준면의 눈동자는 맑았다. 하지만 그가 비추고 있는 태민의 눈동자는 온통 회색빛이였다. 한치 앞도 내다볼수가 없는 그 눈동자는 이미 진흙속을 나뒹굴고 있었다. 준면은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신에게 기도를 했다. 이미 믿음이라곤 사라져버린 저의 신이었으나 그는 이미 신의 개였다. 그것은 변함없었기에 가장 우러러볼수있는 높은 곳인 신에게 몇번이고 준면은 기도를 올렸다. 제발 이 아이가 연꽃이 되기를.
“그래요. 사실은 다 느끼고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모르는것이 너무 많아서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하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누구죠?”
“…너는.”
이 진흙탕 싸움 속에서 유유히 살아남는 그런 연꽃이 되길. 작지만, 여리지만 가장 아름다웠고 가장 강한 연꽃이 되길.
-
「이태민을 뺏어온다.」
종인은 민호의 명령과도 같은 그 말을 떠올리며, 유일하게 남은 태민의 사진이 있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않았다. 멍하니 넋을 잃고 보다가도 화면에 불이 꺼질세라 다시 터치를 하니 태민의 웃는 얼굴이 화면 가득히 빛이 났다. 이제 쓸모없는 인간의 물품이었다. 하지만 종인은 절때 한시라도 이것을 곁에서 떼질 않았다. 문득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만지는 습관마저 모두 태민 때문 이었다.
이 세계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휴대폰에는 시간이 게속 흐르고 있었다. 종인의 그 시간 모두 태민의 것이었다.
벌써 몇번째이고 몇천년동안인지. 항상 이런식이었다. 사랑했으나, 너무도 사랑했으나 그녀의 곁에는 다른 누군가가 함께 했고 종인에게는 너무도 먼 존재였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기도 했다. 그녀는 남자로 태어났고, 나에게 의지를 하며, 나를 향해 나만을 위해 나때문에 웃어주었다. 손만 뻗으면 닿았고, 눈만 돌리면 있었다.
따듯한 숨결도 보드라운 입술도 모두. 모두 종인의 것이었다. 그의 입술은 항상 종인의 이름을 되뇌였으며 그의 눈동자에는 종인이 있었다. 그의 눈동자 속 종인은 세상 누구보다 가장 행복하게 웃었었다.
“후으-”
기가 크게 진동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또 민호가 무언가를 소환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속으로 욕짓거릴 내뱉으면서 휴대폰을 항상 그랬던것처럼 주머니에 넣은 종인이 방을 나오자 기의 진동이 더욱 커져갔다.
“박찬열, 이게 무슨 일이야.”
종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곧 종인의 귓가와 머릿속에 찬열의 목소리가 울렸다. 금새 다 나으것인지 멀쩡한 얼굴도 보인다.
『키에의 후예들을 모두 소환 중 이시다.』
“뭐? 빌어먹을 애새끼가 또 일을 저지르는군.”
종인은 이를 잘근 잘근 물어버리면서 속으로 열을 시켰다. 어린애새끼가 마왕의 자리를 오르려고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존나게 일을 크게 만들어버리는군.
『너도 당장 오라는군.』
“안그래도 가는 중이니까 닥치고 있어.”
종인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다못해 점점 발이 안보이더니 이내 모습이 사라졌다.
-
“니가 우리의 해이자 달이기 때문이야.”
태민은 이해하기 어려운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준면이 조금 닫혀있는 커텐을 열어젖히자 강한 빛과 힘을 내며 타오르는 해가 보였다.
“우리는 지금 저 해를 이백년만에 봤어.”
“… ….”
“왜냐하면 니가 없었기 때문이야.”
태민은 조금 뒷걸음질 쳤다. 해가 무서웠다.
“너는 우리의 몇천년간 이어온 싸움에서는 힘의 원동력이자 저 쪽에서 우리 쪽에서 가장 필요로하고있어. 왜냐하면 넌… 키에와 미런의 피를 반씩 이어받은 유일한 인간이기때문에.”
키에?미런?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에 준면이 눈을 지긋히 감더니 입을 작게 벌리고 조용히 주술을 외웠다 그러자 갑자기 방 안이 신전으로 바뀌고 태민과 준면에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두명의 남자는 서로에게 거리낌없이 굴며, 다를바없는 친구사이로 보였다.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사이. 둘은 똑같이 고생을 하고 노력을 해서 처음으로 주술이라는 것을 써 소환술을 해보았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남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차별을 뒀다.
「미런, 너는 정말 훌륭하구나. 좋은 후계자가 될 것이야.」
「신이시여, 황송합니다.」
영상이 잔상이 되어 사라져버리고 준면은 태민에 앞으로 가 미런이라는 남자와 똑같은 포즈를 취해보였고 태민은 미런과 준면이 하나처럼 보이는 것을 느꼈다.
“신이시여, 항송합니다.”
그리고, 곧 키에라는 남자가 있던 자리에는 다른 누군가의 잔상이 흐릿하게 비춰졌고 준면은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와 뚜벅 뚜벅 큰 방안을 한바퀴 걸어다니며 지나가는 곳마다 커텐을 뜯어서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하나 둘 햇빛이 들어왔고 방안은 밝게 변했다.
“우리의 이름은 크로스미런제인.”
“… ….”
“신의 개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나가버릴것처럼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은 분명했다.
“그리고 우리와 싸우고 있는 그들의 이름은 레이런미스”
“… …김종인….”
“키에가 배신을 하고 세운 데빌돔의 현 마왕의 가문이자 키에의 후손들이야”
문득 태민은 얼마 전 꾸었던 꿈을 떠올렸다. 두명의 쌍둥이인 남자 아이가 자신에게 사과를 건넸던 그 꿈을. 그때는 분명 기억이 나지않았엇는데 이 순간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그 아이들은 사과를 공평하게 가져가는 태민을 보며 되려 난색을 표했다. 보란듯이 그 사과를 먹은 태민은 분명 괴로웠지만 그 아이들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곤 했었다.
태민의 머릿속에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어째서 이제서야. 이번에는 시험하려하지마십시오. 우리는 카인과 아벨. 우리는 키에와 미런. 당신은 우리의 신. 머릿속이 터질것같고 속이 잔뜩 울렁거린다.
“괜찮아? 안좋아보이는데.”
방금까지 그저 걷고만 있던 준면이 태민이 살짝 비틀거리자 소리도 없이 다가와 그를 잡아세웠다. 태민은 준면을 떨쳐내면서 고개를 끄떡이지만 여전히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다. 자신이 죄인인것만 같은 기분이 역겨웠다. 목에 걸려버린 사과조각에 숨이 막혀왔다.
“묻고싶는 것이 있어요.”
“……무리하게 내가 부른것이 아닌가 싶네.”
“김종현. 김종현과 나는 무슨 사이에요?”
이미 새하얗게 질려버린 태민이 안쓰러운듯 가슴아픈 표정을 짓던 준면이 종현의 이름을 듣자 조금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곧 이미 예상했었는지 태민을 부축하며 구석에 있는 침대로 가 조심히 앉혔다.
“그는.”
준면의 입술이 바싹 마르고 있었다.
-
종인이 도착하자마자 본 광경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미친새끼. 옆을 둘러보니 찬열도 타오도 레이도 항상 거만했던 진기도 기범도 모두 표정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어떻게 이 미친새끼가. 민호의 등 뒤로 보이는 것은 분명했다.
“몇천년만이지?”
키에의 분신이자 인형이었던 탑이었다. 결정적으로 키에를 배신하고 그를 죽이고 힘을 흡수하다가 부작용으로 폭주를 해 태민,진기,기범 그 모두를 죽여버린 키에의 개 탑이었다.
“…미친새끼…….”
종인이 욕짓거리를 작게 내뱉었다. 실소와도 같았다.
-
“김종현과 너는 연인이었어.”
“…아……예상했었어요.”
“기억이 조금은 있나봐?”
“그 사람과 함께 지냈던 기억은 없어도 그 사람이 해줬던 말들은 기억이 나요. 따듯하고 행복했었거든요.”
“…그렇겠지.”
“하지만 제가 궁금했던것은 이게 아니에요.”
이제껏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단호하게 굳은 표정, 그것은 결심이었다.
“무슨일이 있었어요? 분명 진기형이. 아니, 이진기가 마치 동료였던것처럼 말했어요. 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
“……데빌돔은.”
키에의 부하였던 탑이 키에를 죽이고 크게 흔들렸었어. 태민은 탑이라는 소리를 듣자 눈에 띄게 몸을 움츠라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쳐온다.
“그리고, 데빌돔의 차기 당주를 위해 키에의 후예였던 부족들이 서로 전쟁을 일으켰지. 거기서 진 부족은 최후의 승자인 레이런미스의 노예, 전쟁터의 무기가 되었고 김종현. 아니, 제이도 그 중 하나야. 사실상 키에의 후손이지만 그의 현재는 전쟁터의 총알받이의 불과해.
아무것도 모르고 한순간의 총알받이로 전략한 제이를 너, 룬이 살렸고 너희는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품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제이가 그 부족을 배신하고 너에게로 왔고 그러면서 제이의 형제이자 너를 마찬가지로 좋아했던 크리스도 따라왔지.
내가 아는것은 이것뿐이야. 나머지는 제이에게 물어봐.”
사실 준면은 이미 모든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이상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하나뿐인 고집이었다.
“좀 더 잘래? 힘들텐데.”
“아니, 괜찮아요.”
“김종현때문이라면 내가 결계를 풀테니까 좀 쉬고있어.”
“………네….”
태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은 준면이 뒤돌아 방을 나서려했고 그 순간 태민이 그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는 준면의 눈동자에는 태민의 미소가 가득 찼다. 처음 본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쨌든 좋은 분 이시죠?”
“……왜 그렇게 생각해.”
“누군가를 믿는데 정확한 이유를 아는건 아마도 아무도 없겠죠. 저는요 하나도 믿지않아요. 신이든 뭐든. 그래서 더 이 곳이 싫은데 싫어도 당신은 좋아요. 그냥 그래요.”
준면의 가슴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뱃속이 사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목구멍에서부터 울컥 하고 감정이 치솟아오른다.
“……나를 믿어?”
“네 믿어요. 믿을꺼에요. 저 사실 사람보는 눈이 정확하거든요.”
종인이도 정말 좋은 애였고, 종현씨도 그렇고 모두. 준면의 얼굴에 웃음이 띄어졌다. 처음으로 보는 가장 진실된 웃음이었다.
-
“자, 나를 소환한 이유를 들어볼까.”
종인은 토할것같은 기분과 함께 몸속에 자리잡고있는 탐욕이 솟아오르는것을 느꼈다. 키에의 피 냄새가 강하게 풍길수록 짐승의 본능이 더욱 강해져갔고, 기범은 이미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모르는 탑이 아니었다.
“이태민의 성인식이 시작되기전에 이태민을 우리쪽으로 데려오는것을 도와줬으면 좋겠군.”
“보상은?”
“소환이 아닌 환생으로 해주지.”
탑이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며 관에서 나왔다. 계약 성립하지. 종인을 지나치는 탑이 멈춰섰고 종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둘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한 색을 띄며 서로를 마주했다.
“이번에는 망치는 일 없었으면 좋겠군, 렌.”
렌. 그 이름을 듣자 강하게 종인의 심장이 요동쳤고 수억개의 세포들이 반응을 하며 피가 들끓었다. 렌. 그래, 난 렌이었다. 난 김종인따위가 아니라 렌이었다고. 탑이 종인의 반응이 퍽 재밌었는지 허리를 휘며 웃어보였다.
“자각이 언제나 늦군, 어린 왕이여.”
문득 종인은 주머니 속 휴대폰을 잡았다. 태민아. 나 이제 어떡하지? 나는 이제 대체 어떻게해야하지? 태민아.
하와 |
나도 쑨양선수랑 박ㅌㅐ환선수 떡설ㅇ나 쓸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한오타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키보드가 고장이나서 여간 법ㄱ이는게 아니네요ㅠㅠㅠ아 방금 또! 최대한 오타안나게할ㄲ용 또!!!!!!!!! 이씽 ㅋ보드 키보드 나쁜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