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cocorosie-beautiful boyz에요! 꼭 들으시면서 보시는것을 강추해요!
태민은 오랜만에 꿈을 꿨다. 사실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꿈이었지만 꿈속에서 누군가 충고를 하듯 몇번이고 속삭였다. 절대로 안되는거알지? 무엇을 말하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이미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는것만으로도 태민은 알고있었다. 그녀는 자신이었고, 자신은 나에게 충고를 하고 있었다. 절대. 꿈에서 깨자마자 종현의 손을 쥔 태민이 불안한듯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왜그래?”
고개를 양 옆으로 저어보이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던 태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쉽게 잠에 들기가 힘들었다. 자꾸만 그녀가 태민의 주위를 돌며 속삭인다. 너는 아니야. 너는 아니라구. 생각해보니 그녀의 꿈을 꾼것이 산 속에서 최승현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난 뒤였다. 이것이 우연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꺼림칙하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태민아 너 진짜 무슨 일 있어?”
“무슨일은요…….”
종현의 품에서 잠이 든 태민은 또 다시 꿈을 꿔버렸다. 긴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던 그녀는 꽃길을 따라 걷고있었고, 그녀의 옷에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핏자국들이 선명했다. 온전하던 걸음이 어느새 절뚝이고 위태롭게 앞으로만 나아간다. 그러다 비둘기의 날개를 단 괴기스러운 까마귀가 날아와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춰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입가는 분명 웃고있었으나 그녀의 눈에서는 붉은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주위로 비둘기의 날개를 단 까마귀가 몰려들었고 태민을 쪼아버릴듯 난폭하게 군다. 습관처럼 종현의 이름을 부르자 종현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종현은 태민을 지나쳐 그녀에게로 갔고, 그러면서 소리를 지르고 괴로워하는 태민을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웃고있는 그녀가 태민에게 속삭였다. 니가 아니라 나잖아. 이태민, 니가 아니라 나라고. 룬. 태민은 비명을 질렀다. 싫어. 아니야. 그녀는 태민의 귓가와 눈가에서 몇번이고 춤을 추며 소리내서 웃었다. 너를 향한 사랑은 다 나에 대한 사랑이야. 넌 외톨이라구. 아니라며 소리를 지르고 발악을 하던 태민이 종현의 이름을 몇번이고 더 소리를 쳤다. 목소리가 다 갈라질만큼 그렇게나 소리를 질렀는데도 종현은 끝까지 태민을 돌아보지 않았다. 비둘기의 날개를 단 악마의 자식. 너잖아. 이태민.
목이 다 찢어지고 너덜 너덜해질때까지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김종현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김종현을 사랑하고. 나는 인간이고. 나는 인간이고. 나는. 김종현은. 나를. 너를. 김종현은. 김종현은 나를.
“태민아? 태민아?! 이태민!!”
눈을 떴다. 눈 앞에서 보이는 종현의 태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꿈이었어. 두려운듯 종현의 허리를 끌어안아 파고드니 종현이 조심스럽게 등과 어깨를 토닥였다. 쉽게 찾아오지않을것같던 안정감이 하여금 다시 찾아오고 무심코 창문께를 바라본 태민은 흐릿해지는 의식 너머로 헤아리지 못했다. 창문에 누군가가 있다. 누구지? 붉게 빛나는 보석같은 눈동자가 타오른다. 누구일까. 그의 어깨에는 비둘기의 날개를 단 까마귀가 앉았고 그는 태민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푹 주무십시오. 곧 축제가 시작될테니.
태민이 손가락에 낀 반지가 어느새 붉은 빛을 띄며 강하게 타오른다.
Gray, the sun
11
여느때처럼 평화로웠다. 서로 장난도 치고 차도 마시고 평화롭게. 아주 평화롭게 다른때와 같게 하루를 보내고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너무도 평화롭다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태민을 얻었다는것으로 이미 승산이 끝난듯보였다. 경계가 없었다. 그러다 먼저 이상한 기를 눈치챈것은 종현이었다.
자꾸만 기분나쁜 기가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도 예민한것일지도 모른다. 그 새끼들이 무슨 수로 찾아와? 무슨 깡으로. 이진기는 힘도 없는데. 대수롭지않게 넘어간 종현이 웃고있는 태민을 보며 안심했다. 웃는구나. 예쁘게. 문득 태민의 손가락을 본 종현이 눈을 크게 뜨고 태민에게로 한순간에 달려가 손을 낚아챘다.
“어어?”
설마. 종현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이 문장. 이 냄새.
“…탑.”
억지로 태민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뺀 종현이 그대로 밖으로 던져버렸고 준면이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표정을 진지하게 굳혔다.
“다들 전쟁준비해!!”
평화로움이 깨졌다.
“김종현 너 당장 태민이 데리고 어디든 도망가!!”
“지금 도망치라고했냐?”
“우리가 이긴다는 승산없어!! 탑이야! 탑이라고!!”
“이겨, 우리가 이겨.”
“쓸데없는 자신감 세우지마.”
“그딴게 아니야, 내가 이긴다.”
종현의 진지함에 준면이 한숨을 내쉬었고, 크리스에게 태민의 곁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 이미 오래전부터 반지를 통해 모든 상황 모든 얘기를 전해들었을텐데. 어쩌면 우리가 눈치를 챘다는것을 알고 지금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승산이 없었다. 준면은 그렇게 생각했다. 탑이라니. 그 탑이라니. 제발 환생을 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뿐이었다. 차라리 소환이라면 적어도 힘의 반은 사라져있을것이다. 그래야만 어느정도 싸울수있지 안그러면 전혀 싸움이 되질않는다. 또 그때처럼 죽는것을 보고만 있고싶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만났는데 또 그때처럼 되풀이 할수는 없다.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절때.
“벌써 눈치채버리고, 재미없어….”
엄청난 기가 공기를 무겁게 압도했다. 목구멍이 턱턱 막히고 내장이 뒤틀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새 관음하는 취미까지 생겼나봐?”
조롱의 어투인 종현의 탑. 승현이 마찬가지로 조롱의 미소를 건넸다. 그리고 그의 뒤로 하나 둘 모습을 들어냈다. 종인,타오,찬열,레이. 민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이다 태민아.”
“…….”
종인의 붉은 눈동자 가득히 태민의 겁먹은 얼굴이 비춰졌다.
“내가 그랬지? 다음번에 보는 날에는 널 죽이게 될꺼라고.”
분명 겁을 먹을데로 먹은 얼굴이었지만 태민은 또다시 그때처럼 숨거나 하지 않았다. 눈을 똑바로 뜨고 종인을 노려본다.
“나도 이번에는 그때처럼 보고만 있을수는 없을 것 같아 종인아.”
“… ….”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눈썹이 종인의 거슬리는 심경을 표현해주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거든.”
“… 지랄, 니 주제에”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타인에게 보호만 받는 일개 공주님주제에.”
종현이 기를 폈고, 그저 구경만 하고 있던 승현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뭐야? 이거?”
차원이 다른 억압이었다. 과거의 종현과 비교하는것조차 웃길정도로 종현은 달라져있었다.
“이거 그 빌어먹을 영혼잡이 새끼들 냄새인데?”
종현의 눈동자가 붉어짐과 동시에 손톱이 검게 물들여지면서 길게 변해 끝이 뾰족하다.
“제이, 너 설마.”
으르렁거리는 입술 틈새로 뾰족한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이났다.
“디파이어가 된거야?”
“너는 주둥이로 싸우나 보지? 끌지말고 덤벼.”
허. 허허. 승현의 무미건조한 웃음소리가 호탕하게도 울렸다. 그러다 이내 표정을 싸악 지우고 입꼬리만을 올려보인다. 그리고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속도로 둘이 서로에게 달려들었고 그것이 싸움의 신호탄이 된 듯 여기 저기에서 공격이 시작되었다. 멍청하게 있는 태민과 팔짱을 끼고 있는 종인의 눈동자가 묘하게 서로를 쫒는다.
분명 태민쪽이 더 한명 더 많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상황은 안좋아지고 있었다. 손도 풀지않은 종인과 준면이 싸우고 있었고, 태민은 그나마 잠시 치료를 해주는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다 자신때문이다. 경계조차 하지않고 수상한 자를 치료해주고 그가 준 반지를 끼고있었다니. 스스로도 바보스럽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또 보호만 받고있는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던 태민이 이내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날아오는 공격에 반사적으로 피하기는 했는데 눈썹 옆이 다 찢어져서 피가 흐르는 승현이 태민에게로 막무가내의 공격을 퍼부었다.
승현과 함께 싸우던 종현도 여기 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태민을 지키기위해 공격을 맞으면서까지 뛰지만 승현은 무참히 태민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눈을 파는 종현에게 일격을 가했고, 태민만 신경을 써버린 종현이 그것에 맞아 나뒹구니 승현이 충고하듯이 말한다.
“너는 그게 문제야. 이태민말고는 다른 생각을 안하잖아.”
순식간에 종현의 손톱이 승현의 이마를 그었고 그 바람에 눈까지 도려질뻔했다. 승현은 쯧하고 혀차는 소리를 내며 아까운 피를 손으로 닦아내더니 이내 원래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크리스와 잘 싸우고 있던 찬열이 이내 무언가 눈치챈듯 빠르게 태민에게로 달려갔고, 그것을 크리스가 막아서는데 갑자기 쩌어억- 하는 기괴한 소리가 나더니 이상한 문이 등장했다. 태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문이 열리고 수도없이 나오는 그것들은. 분명.
“젠장!!”
셀수도 없는 숫자의 마인들과 노예들 혹은 마수들 이었다. 그리고 그 기괴한 모습들과 엄청난 양에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태민과 무언가가 부딪혔다. 고개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민호가 무거운 분위기를 내며 서 있었다.
“아…….”
“오랜만이군.”
마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터트려 죽이고 태민에게로 가는 종현의 앞을 가로막은 승현이 장난스레 종현의 어깨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힘을 주었다. 크게 으르렁거리며 금방이라도 폭주할것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는 그였지만 승현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저것 좀 봐, 제이. 불쌍한 너를 두고 룬이 또 에딧에게로 갔어”
종현의 털이 쭈삣하고 서올랐다. 그리고 손톱이 날카롭게 서버리면서 주위에는 검은색의 스파크가 장렬하게도 튀었다. 그것에 맞은 승현의 피부가 찢겨졌지만 승현은 종현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기범이 종현의 턱을 부드럽게 쓸었다.
“불쌍하기도 해라, 제이. 또 룬이 자기를 배신했어.”
분노의 혀를 씹어버렸는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붉은 핏물이 뚝 뚝 떨어졌다. 그러자 기범이 입맛을 다시며 혀로 입술을 쓸었다.
“적당히하고 가도록 하지, 원하는 것은 손에 넣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태민을 찬열과 레이가 잡고있었고 어느새 크리스,준면,백현,경수,세훈이 바닥에 시체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승현은 종현에게서 손을 떼고 바로 사라져버렸고 아직도 폭주를 할 것처럼 크게 스파크를 튀기는 종현에 기범이 입을 맞추고는 귓가에 소근거렸다.
“금방 찾으러와. 안그럼 룬은 또 다시 에딧이 갖게될거야.”
또 다시. 또. 다시. 에딧에게 갈꺼야. 그녀는. 룬은 에딧을 선택할꺼야. 기범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종현의 귓가에는 그의 음성이 맴돌았다. 종현은 움직일수가 없었다. 태민을 지키기위해서 한 금기의 계약. 그것이 폭주하는 바람에 발이 묶여버린채 그저 태민이 자신에게서 떠나는 것을 볼수밖에 없었다.
해가 사라져간다. 어느새 어둠이 몰려왔다. 안가겠다고 악을 쓰고 발악을 하는 태민을 억지로 끌고간다. 태민과 종현의 눈이 마주쳤다. 종현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와 또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벌써 몇백년이 지난 그 일을.
종현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마치 키에와도 같다고 하면 그것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키에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와 |
보통 팬픽은 항상 착한쪽이 이기다던데 이상하게 항상 나쁜쪽이 이기는 느낌... 무엇보다 착한 쪽이라곤 했지만 마찬가지로 다를바없는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