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너 나 알지? 김종인.」
「어?어…알지…….」
「나도 너 잘 아는데.」
「… ….」
「…우리.」
「저기,앗! 너 너 먼저 말해…….」
「…너 나 좋아해?」
「… ….」
「나는 너 좋아하는데.」
어린 내가 단정한 교복을 입고 잔뜩 얼굴을 붉힌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종인이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눈을 치켜떠서 올려다보니 긴 앞머리가 눈에 찔렸지만 그것보다 웃고있는 표정이 가슴에 더 와닿았다. 숨이 막힌다.
「좋아?」
「응 다 좋아-」
「나도?」
「응! 니가 제일 좋아!」
「좋기만해?」
「응?」
「나는 너 사랑하는데.」
나와는 달리 단정치못하게 교복을 입던 김종인이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항상 단정하지 못하게 내빼고 있던 와이셔츠도 집어넣고,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는 넥타이와 조끼도. 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종인은 자기때문에 내가 똑같은 취급을 당하는것이 싫다면서 머리카락까지 검게 물들였다. 김종인의 단정해진 머리와 교복에는 항상 나라는 이유가 있었고, 김종인의 눈동자에는 내가 존재했었다.
「너무 떨려서 못하겠다.」
「…완전 두근거려, 그치?」
잔뜩 붉어진 얼굴이 눈앞에서 어롱거린다. 김종인은 내게 입을 맞추는것조차 조심스러워했고 눈을 감은 내 표정조차 놓치기싫어 눈을 뜨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후로는 나도 눈을 떴고 우리는 바보같이 서로를 눈에 담으며 키스를 했었다. 그만큼 서로가 너무도 소중하고 한시라도 아까워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태민 자꾸 우네, 누가 너 울리는거야 속상하게. 나는 너 너무 소중해서 손대는것도 아까워미치겠는데 누가 자꾸 내꺼를 울려.」
「… 안울어….」
「다 보이는데 뭘. 누가 울렸어? 어? 어떤 새끼인데?」
「…너 때문이잖아…이씨, 이제 진짜 안울어. 안울꺼야.」
「그래, 착하지. 이제 너 울리지않을꺼야.」
「… ….」
「너무 너무 행복해서 울게 해줄께”
이마에 닿았다 떨어진 입술이 뭇내 아쉬워서 내가 먼저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김종인이 웃으며 내 뺨을 훑어내렸다. 정말 행복했던 추억들이 저만치 멀리 날아가려한다. 나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발버둥치며 잡으려했으나 그새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빙 둘러쌓여서 바닥에 넘어져있었다. 내게 대걸레를 들이밀며 때리고 침을 뱉고 욕을 한다. 김종인의 추억을 잡기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것을 발로 짓밟는다. 차가운것이 내 위로 떨어지고 올려다보니 우유들이 쏟아진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나를 짓밟고있는 것은 김종인이였다. 김종인은 추억을 지키려는 날 짓밟고 있었다. 김종인의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고 화려한데 내가 있는 곳은 더럽고 냄새가 난다.
김종인이 내 손을 구두굽으로 짓이겼다. 그리고는 침을 뱉었고, 그것이 내 얼굴에 맞았다. 그러고는 뒤돌아서서 가버리는 김종인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그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갑자기 울리는 소리에 세상이 흔들린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병실이었다.
하필 꿈을 꿔도. 식은땀을 소매로 쎄게 문질러 닦아내고는 어제의 일을 떠올려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금새 심장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왜이렇게 오늘따라 더 담배가 피고 싶어지는지. 결국은 참다못해 다친 다리를 절뚝이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
담배 한대를 피고 올라오니 조금 큰 크기의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국화꽃. 자세히 보니 문구까지 쓰여서 장식되어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다. 김종인. 넌 이렇게까지 나를 비참하게 해야했어? 그대로 꽃다발을 던지려다가 이내 떨어지는 쪽지를 발견했다. 조심스레 펴보니 알수 없는 문장이 쓰여있다.
“수취 불명의 사랑?”
고개를 한참이고 갸웃거리다가 이내 꽃다발을 가슴에 품었다. 그래, 이것또한 김종인의 흔적이니 그저 감사한다. 의미가 어떠하든 나를 위한것이니. 내 자신이 불쌍해 눈물이 터져나온다. 너는 이런 나를 내일은 어떻게 죽여줄꺼야? 얼마나 아프게 해줄래? 근데 종인아 그건 다 부질없는 짓이야. 아무리 니가 나를 밀어내도 나는 널 놓치않아.
태민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작은 진동의 소음만 냈지만 이미 종인의 세상에 빠져버린 태민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싶었다. 국화꽃을 가득 안아들고 창문으로 걸어간 태민이 창틀에 걸터앉아 밖을 내다보니 태민과 똑같은 복장에 사람들이 가득이다. 저마다 각가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지니고 있겠지. 태민은 슬프지않았다. 슬프지않아야했다. 이렇게 멀쩡하게 김종인을 다시 만나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았다. 그랬지만 그래도 김종인이 웃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게 가장 큰 욕심인데도 불구하고.
얼마지나지않아 다시 침대로 간 태민이 그제서야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풀어보니, 처음보는 번호가 가득하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거니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끊기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태민이?
“찬열이?”
ㅡ맞네! 나 찬열인데 태민아 너 다쳤다면서? 우리 지금 모여서 파티하려는데 니가 안보이길래.
이놈의 회사는 왜이렇게 서로 자주모인데. 어쩐지 시끄럽다. 휴대폰 너머로 오세요! 태민씨도 오세요! 라는 소리들이 들린다. 언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거지.
ㅡ태민아, 너도 올래? 괜찮다면 와! 여기 다 있어! 조금 있다가 실장님도 잠깐 오시고 중요한 분들 오신다던데 기왕이면 오는게 좋지 않겠어? 괜히 안왔다고 까이면 으으, 실장님 진짜 잔소리 짜증나거든.
“…어차피, 나 다친곳도 다리뿐이고 민수형 만날 일 있었는데 뭐 잘됬네, 갈께.”
ㅡ그래! 빨리 와라!
“으응.”
휴대폰을 끊고 담배를 펴댔다. 사실 퇴원은 무리라고 했지만 이러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김종인에게 더욱 상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한다. 그래야 나는 니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옷을 갈아입으려고 서랍장을 열었는데 처음보는 옷들에 순간 놀랐다. 텍이 아직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사온지 얼마 안됬을 것이다. 설마. 내가 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김종인밖에 없다. 설마. 김종인이? 옷을 꺼내보니 척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척보기에도 가격이 꽤 나가보였다.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컬러들만 있다. 아는 사람은 김종인 하나인데. 김종인? 아니야. 아니지? 아닐꺼야. 왜 자꾸 오해를 하게 해 김종인 넌.
지긋지긋한 병원복을 벗어던지고 옷들을 입어보았다. 사이즈도 조금은 크지만 못입을 정도까진 아니다. 신발까지 신고 국화꽃을 안아들고 병실을 나왔다. 김종인이 너무 보고싶어졌다.
*
파티장에 갔는데 김종인이 맨 처음 보인것은 분명 내 지독한 콩깍지때문일 것이다. 김종인과 눈이 마주쳤고,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옆에 있는 도경수에게 시선을 돌린다. 나는 최대한 다리가 다 나은것처럼 성큼 성큼 걸어가 김종인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향좋은 와인이 가득하다.
“고마워.”
“… …뭐를.”
김종인의 입꼬리가 씰룩인다. 바보.
“국화꽃도 고맙고, 옷도 고맙고. 상처준것도 고맙고. 그냥 그러네.”
“시끄러.”
우리를 그저 보고만 있던 도경수가 갑자기 일어나 의자를 갖고오더니 우리 둘 사이를 파고들어 억지로 앉았다. 짜증이 몰려왔지만 애써 참은채 자리를 만들어주니 고맙다며 웃는다.
“태민씨 다치셨다면서요?”
“아, 네 이제 괜찮아요.”
“다행이다! 태민씨랑 정 많이 들었었는데 혹시 그만두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었어요. 아프지 말아요 태민씨.”
“네, 고마워요.”
김종인의 눈치를 봤다. 분명 나 짤렸다고 했는데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한건가? 김종인도 나를 본다. 뭘 보냐는듯이. 괜히 기분이 좋아 웃음이 비집고 새어나온다.
얼마나 있었는지 정말 재미없게도 시간이 흘러갔다. 김종인은 도경수랑만 말하고, 나는 혼자 스테이크만 뒤적거렸다. 그렇게 좋아하던 스테이크도 별로인것을 보니 내가 아프긴 아픈가보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고개를 들어보니 꽤 젋은 여자가 들어왔다. 얘기 듣기로는 싸가지가 엄청 없다던데. 얼굴에서 그게 묻어나는것같다. 나를 보더니 내 앞에 앉는다. 나도 인사해야할것같아서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하니, 다짜고짜 내게 얼굴을 들이댄다. 놀라서 히익- 하고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을 찧으니 도경수가 괜찮아요? 하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놀랄 것 없는데 태민씨.”
나는 당신같은 사람 처음보는데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요. 라고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어느새 주위는 실장이 왔다가 조용해지고 한층 더 차분해져서 더 재미없어졌다.
“태민씨 김종현씨랑 아는 사이죠?”
“어? 네…….”
“역시 김종현씨였나보네요.”
“뭐가요…?”
“이태민씨 빽이요.”
놀라기도 하고 기분도 조금 나빠졌다. 지금 나한테 빽 운운하는건가? 분명 어느정도 빽은 있을것이다. 그것은 종현이 형이 아니라 김종인일꺼고. 그리고 이래뵈도 꽤 미국 명문대학 패션전공학과 조기 졸업생인데. 무시하는거라고 생각하니 빈정이 상한다.
“잘 지내봐요 태민씨, 저는 나유영이에요.”
악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잡고 봤다. 그래도 직장 상사인데 차마 따질수가 없어서 부글 부글 끓어오른다.
“근데 이태민씨 김종현씨 그거에요?”
“…뭐라구요?”
“그거 있잖아요. 그거. 소문으로는 이태민씨 케이제이라인 전용 그거라던데.”
“…저기요,나실”
“나실장, 말이 존나 많네.”
순간 열이 올라 조금 언성을 높히고 말하려는데 그것을 짜른건 김종인이였다. 꽤나 거슬렸는지 눈을 치켜뜨고 나유영을 노려본다.
“나실장이 이태민한테 빽 운운할 처지가 아니지. 나실장도 빽이라면 존나게 많지 않나? 유명하잖아, 나실장. 엉덩이 가벼운걸로.”
“김종인!”
“김종인? 내가 니 친구냐? 오회장한테 교육 존나 잘못 받았나봐? 섹스할때 교육은 그렇게 잘 받고 기본적인 예의는 어따 팔았냐? 오회장이 너보고 그러디? 니 내 섹스파트너니까 아무한테나 끼떨라고?”
“…이봐요 김종인씨,”
“어때? 기분 좆같지? 그러니까 아무나 건들지말라고. 좆도 없는게 괜히 있는 척 허세떨지도 말고.”
나유영의 얼굴이 붉어져서 씩씩거린다. 어쩐지 속이 시원해서 웃음이 새어나오려했다. 나유영이 그대로 가버렸고 그제서야 웃어버렸다. 그런데 왜인지 표정이 티나게 굳어진 도경수가 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턱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굳어있던 도경수가 갑자기 뛰어나가버린다. 당황해서 김종인을 바라보니 김종인이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헝클어트리더니 앞에 놓여있던 와인잔에 와인을 한모금에 다 마셔버렸다.
“경수씨 왜 저래?”
“신경꺼.”
곧이어 김종인도 도경수가 간 쪽으로 따라나갔고, 괜시리 좋지않은 감이 생겨 나도 따라 일어났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보이지않아 허둥 지둥 뛰어다니다가 화장실을 발견했고 혹시 몰라 가보니 역시나 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싸우는건지 언성이 높아져있길래 차마 들어가지못하고 주저하고있는데 내 이름이 들렸다.
“너야 말로 도대체 왜이러는데? 내가 말했지. 이태민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니 밑에야 그저 나한테는 걸림돌이 뿐인 애라고!”
“근데 자꾸. 근데 자꾸 나는!”
“나를 봐봐. 너 내가 거짓말하는 것 봤어? 난 적어도 너한테는 거짓말안해 도경수. 이태민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 인생 하나의 오점 걸림돌일뿐이지.”
괜히 왔나 보다. 못들은척 돌아섰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지겹게도 운다 나.
나는 정말 몰랐다. 내가 김종인 인생의 오점이고 걸림돌일지. 결국은 이거였다. 진실은. 옛 기억을 품고있는건 나 하나뿐이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망치려하는데 눈치없이 나타난 박찬열이 나를 잡아세웠다. 애써 울지않기위해 입술을 깨물고있었는데 자꾸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박찬열은 그새 술을 마셨는지 분간이 안되어 보였다
“이것 좀 놔봐 좀!”
박찬열은 아직도 내가 장난치는줄 아는지 안놔주고 시덥지않은 얘기나 늘어놓는다 결국은 눈물을 흘리자 그제서야 놀라서 잔뜩 호들갑을 떤다.
“안우니까 이것 좀 놔달라구…흐, 놔달라고! 놔!”
“아무리봐도 우는것같은데? 봐봐 방금도 눈물 떨어졌어!”
“아니라구 놓으라고”
소매로 벅벅 눈물을 닦아댔다. 그러는 순간 갑자기 박찬열이 나를 안아버렸고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채 안겨졌다. 박찬열이 내 등을 쓸어준다. 착하지. 착하지. 우리 코코,
“지금 뭐하냐 니네 둘.”
결국은 마주쳐버렸다. 설마 오해했나? 싶다가도 괜히 못된 마음이 들었다. 나만 아픈건 불공평하잖아 김종인. 결정적으로 너에게 이별을 고한것은 나였지만 가장 많이 힘들고 지쳤던것도 나였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오점이라고. 걸림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종인이 박찬열과 나를 떼어버리더니 이내 박찬열에게 주먹을 날렸다. 도경수는 아직 화장실인듯 나오지 않았고 박찬열이 얼떨결에 맞아서 바닥에 뒹굴더니 이내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김종인에게 싸우자고 달려들었다.
둘 직업은 모델이라 얼굴이 다치면 큰일이다. 게다가 여기는 다 뚫린 공간인데! 일단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달려들려는데 갑자기 나타난 도경수가 김종인의 옷깃을 잡았고 김종인이 그제서야 도경수를 바라본다. 도경수는 눈가가 잔뜩 붉어진채로 씩씩거리며 김종인의 뺨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저게 미쳤나. 순간 나도 이성을 잃어 도경수를 때리려고 손을 높게 쳐드니 김종인이 그것을 붙잡고 내 뺨을 때렸다. 얼얼하게 아파오면서 입안이 터진듯 피맛이 난다.
도경수가 박찬열을 데리고 가버렸고, 김종인과 나만 남았다. 이게 무슨일이야 정말. 괜히 이 곳에 왔나보다. 차라리 그냥 병원에만 있을걸. 김종인이 사주었지만 내게는 맞지않는 티셔츠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자꾸 눈물난다. 이렇게 우는거 진짜 꼴보기 싫은거 아는데.
“니가 뭘 잘했다고 쳐울어? 씨발 울음 안그쳐?”
맞은 곳이 쓰리다. 너는 도경수의 아픔만 생각하지. 항상 그렇지 넌. 항상 더 힘든것은 김종인은 잘해주다가도 이렇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마음은 얘기해주지 않고 갈팡질팡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 사이에 내가 몇번이나 죽어가면 김종인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살린다. 잔인하다 정말.
그렇게 온갖 막말을 하고 나를 죽였으면서 쓸데없이 병실에 와서 괜한 기대 하게 만들어 나를 살리고는 이번에는 이렇게 나를 죽이는 구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피 나냐”
“그런 눈 하지마, 너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수백번씩 마음으로 피 쏟아. 이딴거 아무것도 아니야.”
“………이태민. 너 이 일 그만둬라.”
“싫어”
“말 좀 들어라”
“도경수 상처주기 싫어서 나 내보내려는 거면 너 진짜 개새끼야 알지?”
“어, 나 개새끼야 그러니까 너 이 일 그만둬라. 니가 알다시피 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우는 거 존나 싫어해. 자꾸 경수가 너 때문에 울어. 나는 그래서 너 곁에 못 둬.”
“그럴꺼면 차라리 잘해주지나 말지! 차라리 계속 쌩까지 그랬어! 쓸데없이 왜 중간 중간 사람 놀리는것도 아니고 잘해주는데?! 내가 너한테 놀아나니까? 재밌어?! 그래?!”
“… ….”
“그래 재밌게 나 갖고놀아, 기꺼이 같이 놀아줄께. 나 절때 너 안떠나.”
김종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잔뜩 헝클인다. 항상 복잡할때면 그랬다. 습관처럼.
“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나는 너 더이상은 신경안쓸꺼야. 이제 넌 아무것도 아니야.”
“… …응.”
“들었지? 넌 내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자 걸림돌이야.”
“… ….”
“알았어 몰랐어, 대답 해.”
“…알았어, 난 니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자… 걸림돌이야.”
김종인이 천천히 걸어나갔다. 나는 그것을 잡지 않았다. 왜인지 스스로를 오점이고 걸림돌이라고 말하는 나보다 니가 더 어깨가 쳐지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니가 나보다 더 힘들 수 있지 않겠냐구.
하와 |
쓰면서도 짜증폭팔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자꾸 병줬다 약주니 종인아.... 여러분듫ㅎ 이제 슬슬 태민이랑 종인이 붙어먹을까여?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