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전제한 연애에서 우린 그 평생을 수만번 어겼다. 헤어지고 언젠지 모르게 다시 만나고, 그렇게 우리는 10년을 이어왔다. 뜨겁게도, 차갑게도 아닌 그냥 미지근한 연애의 온도를 유지했다. 10년의 끝은 공항이었다. 헤어지자는 말도 없었다. 그냥 직감이었다. 아, 저 사람이 등을 돌려 게이트로 들어가는 순간 끝이구나. 성인의 연애의 성숙함이라 하면 상대를 배려하면서 알아서 정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크리스, 갈거죠? 응. 내 손 잡아줄래요? ... 침묵에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도 여기서 집으로 가야겠구나. 이젠 더이상 첫 헤어짐 때처럼 눈물도 안났다. 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종대에게 전화를 했다. 어, 나 약속 펑크 났는데 술이나 마실까? 진짜 난 괜찮았다. 그리고 다시, 다른 만남이 생겼다. 뜨겁게 연애를 시작했다. 세훈아, 오늘 우리 집에서 잘까?라는 물음에 쉽게 승낙도 해줬다. 하지만 똑같은 연애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10년 동안 몸에 베였던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헤어지자, 세훈아 라는 말을 던졌을 때 아무렇지 않게 네라고 말하던 그 아이는 배려였을까, 아님 연애의 감정이 아닌 놀이의 감정이었을까. 그렇게 또 혼자 길거리를 걸었다. 반대편에서 걸어온다. 등이 아닌 앞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멈춰섰다. 더 예뻐졌네. 크리스. 오늘 입국했는데 생필품 좀 같이 사러 가줄래요? 혼자 냉장고 채우기가벅차네. 웃었다. 다시 손을 잡고, 그냥 말 없이 연애의 온도는 다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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