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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체글ll조회 5542l 13

bgm 더 멜로디 - 랄랄라, it's love

 

 

 

 

 

결국 종인에게 제대로 된 질문도 하지 못한 채 경수는 칼퇴근을 해야만 했다. 나오자마자 경수를 반긴 건 멀대 같은 인영, 그 인영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찬열이다.


"나 좀 그만 쫓아다녀."
"지랄도. 야, 내 여친이 셋이 밥 한 번 먹재. 그래서 너 모시러 왔어."
"뭐야? 나 시간 없거든?"
"소고기 사줄게."
"콜."


경수의 위장은 소고기를 마다하기엔 호화롭지 못한 위장님이셨다. 차에 타서는 뒷자리에 짱박혀서 조용히 가고 싶었는데, 효진이 계속 말을 걸어오는 통에 불편해 죽는 줄 알았다. 경수 오랜만이네? 경수 일하는 거 안 힘들어?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얘기를 하는데, 여자란 정말 무서운 동물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식당에 가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야. 도경수 넌 왜 아까부터 표정이 썩었냐?"
"몰라. 고기나 구워."


찬열이 인심 쓴다며 시켜준 맥주는 따라놓고 한 입도 대지 않았다. 이젠 김이 다 빠져서 맛없을 것 같다. 효진 역시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경수는 꽃등심을 뒤적이며 박찬열 이 새끼 정말 부자구나, 싶었다. 야금야금 고기를 축내는데 도중에 찬열이 담배를 핀다며 일어섰다.


"나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
"자기는 담배 끊으래두~"
"우리 효지니 남친 걱정됐쪄요. 요즘 줄이고 있어. 얼른 올게"


찬열이 일어나자마자 효진은 안색이 바뀌었다. 비장하게.


"경수 너 그날 나 봤지? 근데도 아직 얘기 안 한 거 보면 융통성 없는 애는 아니네."
"어차피 헤어질 거 뭐하러 얘기해?"
"뭐, 어쩌다 NB에서 만난 남자랑 원나잇 한 거야. 요즘 세상에 정절 지키는 여자가 어딨니? 근데 너 그 호텔 청소부라며? 너가 청소를 개판으로 해서 컴플레인 넣은 거라던데? 종인씨가."


경수의 안에는 소심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아주 가끔 지진도 일어나고 화산 폭발도 일어나는데 지금 같은 경우엔 후자가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자리를 떠야 한다. 위기감을 느낀 경수는 백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효진이 '어머, 얘!'라는 말로 경수의 발목을 잡았지만 그에 개의치 않는 사나이 도경수는 박찬열에게 어깨빵까지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A4용지에 적었다.


「2001호 죽었어!!」

 

  

 

 

 

Maid In Korea

W. 아우디

 

 

 

 

 

 

일어나서 물을 한 컵 들이켰다. 어제완 사뭇 다른 기분이다. 어젠 다 때려부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출근하는 내내 버스 안에서 머릿속을 맴돈 건 하나였다. 어떻게 말해야 나의 인권이 무자비하게 유린당했다는 걸 호소할 수 있을까? 너무 약이 오르고 이효진이 했던 말이 생각나 수가 틀린다. 유니폼을 입으며 거울을 봤는데, 알바 첫날의 비장함도 함께 입은 것 같다.

 

"이모. 오늘도 제가 20층 싹 다 청소하겠습니다."
"그럴텨? 앞으로 쭉 총각이 할텨?"
"저는 젊고 청일점이잖아요."

 

 세탁실에 가서 이불을 집어넣으면서도, 탈수기에서 면수건을 꺼내면서도, 일회용 칫솔 개수를 세면서도 한 생각만 했다. 11시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소리가 더 커진다. 강경한 손힘으로 청소 카트를 밀었다. 절도 있는 손놀림으로 마스터키를 집는다. '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경수의 거창한 계획은 종인이 없는 틈을 타 불만 호소의 경고장을 책상 위에 남겨두는 것이었는데, 침실쪽에서 미미하게 샤워기 소리가 들렸다. 물을 틀고 나갔나? 까치발을 들고 조심히 접근했다.

 

"뭐야!"
"옷 좀 입고 다녀요!"

 

되는 일이 하나 없다. 기척을 내지 않으려 어깨까지 움츠리며 다가갔는데, 나신으로 머리를 털며 걸어나오는 종인과 바로 맞닥뜨렸다. 서민 의식 투철한 경수는 대중목욕탕을 애용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참 민망했다. 종인은 곧바로 샤워 가운을 걸치고 나타났다.

 

"미쳤어?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아, 저....."
"손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라고 교육 받았나?"
"그게..."
"아, 또 체크아웃 하신 줄 알았어요, 하려고?"

 

이게 아닌데. 이러면 내가 밀리는데.

 

"너 지금까지 나한테 무례하게 군 게 얼마야."
"진짜 죄송합니다!"
"안 나가?"
"원래 이 시간엔 청소.. 안 나가세요?"
"내가 내 돈 주고 있겠다는데 왜 나가야 하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예의 차리는 척하지 말고 청소하라고."
"네."

경수는 짧은 다리로 현관문까지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카트에서 더 꺼낼 것도 없으면서 괜히 뒤적인다. 미미하게 열이 받는 건 식을 생각을 안 한다. 지금 경수에게 최악인 사실은 이거였다. 들어가면 종인에게 쭈그려 앉아서 욕실 물기를 닦는 모습부터 낑낑대며 침대 커버를 가는 모습까지 보여야 한다는 것. 우울감에 휩싸인 경수와 달리 여유로운 종인은 거울 앞에 서서 스킨을 발랐다. 그리곤 평소 즐겨 입는 와이셔츠 대신 티셔츠를 골라 입었다. 분명 친구 세훈과 약속이 있었지만 몇 일 전부터 거슬리는 룸메이드를 보자마자 나갈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NB에서 만난 여자는 확실히 명기였다. 먹튀의 달인 종인과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 하나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날 아침의 황홀한 정사가 경수로 인해 방해 받은 것이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열이 받아 맹랑한 초보 룸메이드의 만행을 데스크에 보고하고 싶었지만 시시하게 끝내는 건 재미없을 거라 느꼈다. 벼르고 있었는데 제 시간에 찾아와준 경수가 기특했다.


경수는 묵묵히 카페트 위로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좁은 어깨는 축 쳐진 채다. 종인이 있는 방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응접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경수의 노력은 종인이 신문을 펼치고 소파에 앉음으로써 무산됐다. 신경이 쓰인다. 흘끔대는 경수의 시선이 자꾸만 신문지 너머를 향한다. 하지만 종인의 얼굴은 보이질 않고, 이지적임을 자랑하는 듯 꼬부랑 글씨가 나열된 영자신문만 보일뿐이다. 순간 경수는 웃음이 터졌다. 종인이 잡고 있는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이 분명히 뒤집어져 있었다.

"신문을 왜 뒤집어서 보세요?"

종인은 경수의 말에 움찔하더니 신문의 위아래를 자연스럽게 뒤집는다. 그러고는 다시 미동도 없다. 경수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종인의 볼이 붉게 변해 있었다.

"시끄러워. 청소나 제대로 하라고."

체면 구기는 건 질색인 종인이 바짝 약이 올랐다. 서로의 머리엔 다른 물음들이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쟤를 어떻게 엿먹이지? 저 싸가지한테 뭐라고 따지지? 종인이 신문지를 내려놓음으로써 침묵은 깨졌다.

"여긴 스팀청소기 없나? 내가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라 청소를 대충 하면 생활에 지장이 많거든."
"내일은 꼭 그걸로 청소할게요."
"지금 해."

경수는 청소기 소음 때문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되물어도 '지금 하라고.'라는 건조한 대답만 돌아왔다. 덕분에 경수는 더운 기운 열심히 뿜어내는 스팀청소기를 다시 한 번 돌려야 했다. 응접실이 여간 넓으면 불만도 품지 않았을 거다. 종인의 태클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여기 덜 닦였어. 여기도. 먼지 한 톨이라도 남겨봐."
"은나노 향균 세탁 맞아?"
"침대커버 모양 잡은 거 마음에 안 들어."
"베개 커버에서 피존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나잖아."
"수도꼭지에 물자국 아직 남아있는 거 안 보이나?"

계속 작은 뒷통수를 주시하고 있으니 종인은 몸을 웅크리고 욕실을 기어다니는 청소부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이르렀다. 한편 경수는,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려 자기가 수도꼭지라도 된 줄 알았다. 뭐 이런 결벽증 싸이코 새끼가 다 있어? 경수는 세면대에 물자국이 한 방울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째림 광선을 발사하며 종인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보았다. 선명하게, 소리 없이 움직이는 입모양.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뜻.

'잘리고 싶어?'

그 말에 경수의 입꼬리가 억지로 호선을 그린다.


 

 

 

 


그날 집에 돌아간 경수는 물미역을 널어놓은 것과 흡사한 모양새로 침대에 축 늘어졌다. 경수의 형 승수가 방문 틈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경수야."
"왜."
"형 지금 친구들이랑 한 잔 하러 나가는데 니가 나 대신 설거지 좀.."
"싫어!"

집안일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경수는 승수에게 완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평소엔 안 그러던 착한 동생이 새침하게 거절을 하자 승수는 저 녀석 사춘기가 다시 왔나보네, 하고 집을 나섰다.

다음 날 찾아간 2001호는 더 가관이었다. 어제 말끔히 청소를 마쳐 솟은 결 하나하나까지 완벽하던 카페트엔 웬 포도주가 엎질러져 베이지색이 선명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져 있었고, 응접실에 위치한 화장실엔 물에 젖은 휴지 뭉치가 이곳저곳 굳어져 있었으며, 안방 화장실엔 물난리라도 한 번 난 것처럼 어질러져 있었다. 응접실 테이블 위에는 술병이 한가득이었다. 경수는 그 관경을 보고 열을 식히려는 듯 앞머리에 입으로 바람을 불었다. 가장 부아가 치미는 것은 그 가운데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며 책을 읽고 있는 종인이었다.

"결벽증 있으신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오늘도 내가 어제 당부한 거 잊지 마."

경수의 큰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더니 한숨과 함께 금세 말라버렸다. 속으론 열심히 합리화가 진행 중이었다. 상종할 가치가 없는 인간이니까 체념하자. 종인은 간밤에 친구들까지 불러들여 난장판을 벌여 놓고 경수를 기다렸었다. 끝내 인내심이 폭발해서 길길이 뛰는 경수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경수가 몇 십 분째 아무런 반응 없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
"..."
"야."

경수는 들은 체도 않고 엉덩이를 씰룩대가며 열심히 카페트에 세제를 문지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소심병 말기 상태인 경수는 별 수 없었다. 고개를 슬며시 종인 쪽으로 돌렸다.

"그런다고 색이 빠지나? 다른 데 청소하지?"
"아, 좀! 왜 참견이세요?"
"비효율적인 건 납득할 수가 없어서 그래."
"저 그쪽한테 좋은 감정 없으니까 적당히 하세요. 네?"

경수는 제 입을 의삼하고 제 귀를 의심했다. 지금 뱉은 말이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요, 주님? 하늘에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이미 뱉은 말은 주울 수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쏟아버리자 싶었다. 종인은 이제서야 만족스러웠다. 아주 재밌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더 대들어라. 속을 박박 긁어주마.

"왜지?"
"왜긴요. 일단 손님이 저번에 같이 있던 여자가 제 친구 여자친구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저는 모르는 척하려고 했는데 그 여자한테 제 얘기를 아주 구구절절 명명백백 해놓으셨더라구요. 저 남자애가 청소를 개판으로 해서 어쩌구 저쩌구, 아무튼 곤란해졌거든요?"
"사실이잖아. 문젠가?"
"쪽팔린다구요!"

경수가 저렇게 길게 말하는 건 처음 듣는 종인이라 희열까지 느꼈다. 가슴 속에 서늘한 비소가 주렁주렁 가지를 뻗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리고 불가해한 판단력이 가르킨 건 단 하나. 명기녀를 꼬시자. 기가 찬 청소부의 표정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종인 자신도 왜 한낱 룸메이드를 괴롭히는 일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곧바로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효진은 이미 종인의 재력을 다 파악한 뒤였다. 종인도 그런 효진의 영악함을 다 알면서 그저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제가 만난 여자들은 대체로 그랬다. 큐피드 화살 한 방이면 게임 끝이었다.

「효진씨. 오늘 밥 같이 할까?」
「콜~♡」

메세지를 날리자마자 답신이 왔다. 종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좀 더 비싼 명기였으면 매력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경수는 경수대로 당황했다. 종인이 휴대폰을 꺼내들기에 정말 인사과에 전화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입더니 홀랑 나가버렸다. 허탈했다. 지금 내 말 씹은 거야? 쓰레기가 즐비한 스위트룸에 경수의 무거운 한숨이 낮게 깔렸다.


 

 

 

 

 



종인은 유유히 자신의 애마 페라리를 몰고 나가 여름 날씨를 만끽했다. 옆에 앉은 효진에겐 얼마 전부터 흥미가 뚝 떨어졌지만 예의상 안부를 물었고, 답지 않은 날씨 얘기를 꺼냈다. 가슴골이 푹 파인 브이넥은 여자를 더 시시껄렁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데이트 코스는 여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최고급 와인을 주문하고, 식사가 끝난 뒤엔 한강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일련의 과정은 종인에겐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갔다. 라디오에선 마침 애틋한 연애담을 낭독해 주고 있었다.

"아, 오늘 기분 너무 좋다. 나 보려구 일부러 시간 낸 거야?"
"전할 말도 있고 해서."
"뭔데?"

다음 대사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효진은 호기심 그득한 눈을 하고 내숭을 떨었다. 이미 제 남자친구 찬열은 안중에도 없었다. 종인도 억지로 쥐어짜낸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으며 효진의 눈을 바라봤다. 몇 초간 침묵이 돌자 효진의 눈은 연기력을 잃었다. 추접한 재촉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 타이밍을 노려 종인은 입을 연다.

"우리 진지하게 만났으면 하는데."
"어머, 진심이야?"
"근데 지금 따로 만나는 사람 있지 않아?"
"아냐. 정리하려고 했었어."

끝까지 재미없다. 뭐가 이렇게 쉬운지. 일말의 긴장감도 없었던 고백 타임이 끝나고 한강둔치에 주차된 페라리가 신명나게 들썩였다. 그나마 가장 즐거울 카섹스가 한창이었다. 진지한 연애? 그런 건 없다. 적어도 효진과의 관계에서는 그랬다. 둘 사이에 진지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효진은 종인에 대해 아는 것-종인은 심지어 나이를 스물 다섯이라고 속이기까지 했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준이었고, 잘 맞는 점이라면 속궁합뿐. 효진의 허리놀림은 종인의 페라리에 실어도 될 만한 실력이었다.



 

 

 



일교차가 커 차가워진 밤 공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경수의 하루는 오늘도 순탄치 못했다. 그렇지만 내일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이라 가슴이 설렜다. 집에 가서 밤새도록 밀린 드라마도 보고 코난도 봐야지. 좀비 영화도 봐야지. 계획대로 15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코난 극장판을 결제했다. 동생에게 주도권을 뺏긴 승수는 마지못해 코난을 같이 봐주었다. 한편으로 생각한다. 저 나이 먹어서도 코난이 재밌나?

"경수 오늘은 일찍 안 자네?"
"나 내일 쉬잖아. 완전 좋아."

영화가 끝났는데도 경수는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승수는 제 동생이 오늘 절대로 리모콘을 양보하지 않을 것을 깨닫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거실에 덩그러니 쇼파를 차지하고 앉은 경수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한창 좀비 영화를 시청 중이었다. 어둠 속에서 좀비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긴장감.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해서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좀비 무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긴박한 찰나에 휴대폰 벨소리도 함께 울렸다. 경수는 기절할 뻔했다.

"진상아. 놀랐잖아."
- 야.
"왜 새벽에 전화질이냐고. 무섭게."
- 오늘 기분 존나 좋아. 집에 들어가기 싫어. 니네 집 가도 되냐?

새벽 세 시에 경수집에 침범한 찬열은 이미 밖에서 한 잔 걸친 상태였다. 뭘 또 마시겠다고 술을 바리바리 사들고 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콜이 난무하는 이십대 청춘이다. 경수는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찬열을 제 방으로 인도했다. 찬열은 앉자마자 캔맥주 한 캔을 땄다.

"기분 좋으면 그냥 집 가서 발 닦고 자지 그랬어."
"들어보라고. 내가 오늘 간만에 과애들이랑 술 마셨단 말이야. 거기 변백현이 등장한 거지."
"근데."
"보란듯이 내 앞에 앉더니 똥 씹은 표정 돼서 술만 계속 먹더라? 술대작 한 판 벌이자는 뜻이었나봐. 근데 내가 술이 좀 세냐? 지 혼자 나가떨어져서 나한테 술주정을 하는데 그게 또 존나 귀여운 거야. 니 얼굴이 반반하면 다냐 어쩌냐, 나 대신 효진이한테 잘해줘라. 아주 볼 만했다."
"그게 귀여워? 너 또라이 기질 있구나?"
"결국은 내가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 사실 알면 또 얼굴 빨개져서 길길이 뛰겠지? 필름 끊기면 안 되는데."

찬열과 효진은 과대 변백현을 시발점으로 만나게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찬열은 딱히 같은 학번 여자애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 흔한 쟤 예쁘다와 같은 소리는 입밖에 내지도 않았었다. 경수도 주요 관심사가 여자는 아니었기에 찬열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백현이 효진과 사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시점부터 찬열은 이상하리만치 태도가 바뀌었다. 적어도 경수가 보기엔 그랬다. 이효진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추파를 던져댔다. 그저 백현과 효진 둘이 붙어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였다.

"기분 좋다고..?"
"어."
"미쳤어. 걔가 그렇게 싫어?"
"그런가? 몰라."

경수는 착하고 성실하기만 한 과대가 불쌍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도 구석에서 새우잠이나 자던 경수에게 먼저 말을 붙여준 백현이었다. 그런 선인이 또 어디 있다고 이유없이 박찬열의 타겟이 되다니.

일요일 정오가 지나도록 일어날 생각 않는 아들의 방문을 열어재낀 경수의 엄마는 진동하는 술냄새에 혀를 내둘렀다. 경수와 찬열이 좁은 침대 위에 등을 맞대고 잠들어 있었다. 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찬열의 긴 다리 한짝이 위태롭게 보였다.

"이것들이. 일어나서 밥 먹어!"

엄만 두 볼기짝을 찰지게 두드려준 뒤 퇴장했다. 경수는 제일 먼저 몸을 일으키곤 눈을 부볐다. 벌써 쨍쨍한 걸 보니 꽤 오래 잤구나. 찬열이 녀석은 천하태평하게 입까지 벌리고 잘도 잔다. 좋은 꿈이라도 꾸나? 경수는 손톱을 세워 힘껏 찬열의 팔뚝을 꼬집었다.

"아, 씹!"
"일어나."
"좋게 깨우라고!"
"좋잖아~ 바로 일어나네."

그날 둘은 강연을 방불케 하는 경수 어머니표 잔소리를 경청해야 했다. 경수의 달콤한 휴일은 그렇게 어영부영 지나가고 있었다.

 

 

 

 

 

 

 


여러분. 활기찬 월요일의 시작입니다. 아침 방송의 라디오 디제이는 상투적인 멘트로 경수의 짜증을 가중시켰다. 오늘은 절대 그 자식 안 보고 싶다. 안 보게 해주세요. 왕재수가 방 빼게 해주세요. 월요일이잖아요. 기도를 다 올리고 매몰차게 라디오를 꺼버렸다. 어제 집에서 떤 민폐를 만회하겠다며 경수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던진 찬열은 후회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경수의 월요일 출근길을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왜 끄냐?"
"머리 아파. 안 들을래."
"여긴 아침부터 존나 막히네."

경수는 찬열에게 이 모든 게 러시아워에 딱 맞춰 나온 네 공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차는 한적한 길로 빠져나갔다. 언제나처럼 호텔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섰다. 도망이라도 갔으면 좋겠다. 경수의 기분이 점점 더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운전에 능숙한 찬열은 호텔 메인 게이트에 딱 맞춰 멈춰선다.

"내려. 짐셔틀 화이팅."
"죽어, 너."
"야, 잠깐만. 저기 남자 끼고 있는 애 이효진 아니냐?"


찬열이 옆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푸르던 경수의 손목을 붙잡고 묻는다. 경수는 순간 몸이 경직됐다.

 

 

 

 

 

 

 

 

***

리댓을 달아드렸어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났어요 ㅜ^ㅜ 눈팅 손팅 모두 다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같이 가주실 거죠~?

어제 막 인티에 상륙해서 암호닉이 뭔지 몰랐는데 결국 알아냈어요 어마어ㅁㅏ한 단어예요 지식인에 쳐도 안 나와요

독자분들 다 기억할게요 내일 또 봐요.............!!!♡

 

ps. 오타 있으면 바로바로 지적해주세요 그리고 저 사실은 신알신이 먼지 몰라요 ^ㅠ^...........................ㅋ 어떡하지 ㄴ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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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나 1화 독자6임 암호닉 됴으디로하께요헐 이ㅈ거재미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종인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어가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찬백도 이어지는 건가요ㅠㅠ아님ㅈㅅㅋㅋㅋㅋㅋ경수 꿍시렁거리는거 대박 귀여움ㅋㅋㅋㅋ
12년 전
아우디
찬백도 이어지는 거예요 ㅠㅠb 잠잘 시간 다 돼가네요 흫ㅎ븝. 됴으디님 꿀나잇!!
12년 전
독자2
왓썹이에요!!아아아아경수너무귀여워요ㅠㅠㅠ종인이도슬슬경수에게관심이ㅎㅎㅎ아근데찬백도이어지는건가요?ㅎㅎㅎ담편기대할게요!!
12년 전
아우디
네 왓썹님 오늘 밤에 또 봐요 ^ㅇ^
12년 전
독자3
안녕하세여. 1편의 독쟈2 에영ㅋㅋㅋㅋㅋㅋㅋ전 메이드덕후라고 불러주세요ㅋㅋㅋㅋ아진심 분량도길고 너무재밌어요ㅠㅠ 경수가 너무너무귀엽게나와서 경수앓이할듯ㅋㅋㅋㅋ진짜 은혜로운소설이에요ㅋㄲㅋ잘보고갑니다!!!!담편도 기대되요ㅠㅠㅠ
12년 전
아우디
분량 짧은 건 용납하ㄹ 수 없어요...........b 댓글 감사합니다 메이드덕후님
12년 전
독자4
넘 좋아여...... 진짜 다음편 너무 기대되서 잠도 안올지경...♥
12년 전
아우디
안 돼요 잠은 주무셔야죠.........♥
12년 전
독자5
ㅠㅠㅠ사실 원래 연재하고 있는 작품은 안읽고 완결된 작품만 읽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이건 너무 재밌어요ㅜㅜㅠㅠㅠㅠㅠ아이고 경수 너무 구ㅏ여워요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
12년 전
아우디
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결말까지 함께 달려요!!!!
12년 전
독자6
제목부터 똭!!끌렷어요ㅎㅎ경수행동느므귀여워요 ㅋㅋㅋ지금세벽3신데 이글을이제야보다니!!3편도 기대할께요 ~
12년 전
아우디
경수는 찌지ㅣ리여도 귀엽죠? 헿ㅎ헿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7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주행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제서야 이글을 본걸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 암호닉받아주시나요 링세 로 신청하께요 엉엉 신안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기대요 하트!!!!!!!
12년 전
아우디
암호닉 잘 받을게요 링세 님 하트!!!
12년 전
독자8
헐 진짜 재밌다 ㅠㅠㅠㅠㅠ암호닉 비둘기 신청할게여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신알신 대박이다 ㅠㅠㅠ메이드 앞치마 입은거 보고프네요 담편엔 강제로.입혀주세요 ㅜㅜㅜㅜㅠㅠㅠ큐ㅠㅠ
12년 전
아우디
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제로.ㅋㅋㅋ빵 터졋어욬ㅋㅋㅋㅋㅋ 제 안의 음란마귀가 못된 상상을 하고 잇쪄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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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아우디
오늘 밤에 봐요 ^ㅇ^!!!!!!!!!~~~
12년 전
독자10
입번편도잘봤어여ㅛㅠㅠㅠㅠ암호닉신청할게요 됴르르에요!!!ㅇ0ㅇ정말..흐흐..재밋네여.다음편이 기대되여ㅠㅠㅠㅠㅠ도경수 너무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ㅠㅠㅠ다음편 기다릴게요~
12년 전
아우디
경수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제맛ㅇㅣ죠..b!
12년 전
독자11
1편에 독자4에여 음음 제 암호닉은 됴아됴아 이걸로⊙.⊙ㅎ.. ㅋㅋㅋㅋㅋㅋ흥미진진쩌러 자까님 맨날오세여ㅠㅠㅠㅠㅠㅠ씽크빅도하고 이것저거ㅛ 다하신분이니까 하..하루만에 쪄오실수잇ㅇㄹ거에여..;;;?>.<진짜 재밌음 ㅠㅠㅜㅠㅜㅜㅜㅠ경수 졸귀ㅠㅠㅠㅠㅠ도경수 귀여움 터지는 소리 좀 안나게해라!!ㅠㅠㅠ아너무귀여웟.....ㅠㅠㅠㅠㅠ자까님♥나 행쇼.. 카디 행쇼
12년 전
아우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잌 됴아됴아 님이 더 귀여워용 ㅜ^ㅜ!!
12년 전
독자12
헐대박이야.....저벌써다음화기다려져요 헉;경수방ㅊ청소하는거상상하니까귀엽네욘 ㅎㅎㅎㅎㅎ
12년 전
아우디
업데이트 하러 갑니다.........^^
12년 전
독자13
종인도 경수도 왠지 귀엽네요 ㅋㅋㅋ 완전 집중해서 읽는중예요
12년 전
독자14
1편에 댓글단 토켜엉수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독자15
닥치고 보도록 하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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