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은해썰2222
이혁재X이동해
(전 편이랑 이어지지 않습니다)
"불 붙여줘."
떨어질 듯 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담배가 눈 앞으로 들이 밀어졌다. 그것을 받치고 있는 손가락은, 얼핏 보기에도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모양새였다.
"피지 말라고 했잖아. 안 붙여줘."
오랜만인데도 말 안듣는건 안변했네, 이동해. 풀린 눈과 염색한 머리. 몇 달 사이에 너무 많이 변한 모습이 낯설었다. 예전에도 담배는 피우곤 했지만, 그래도 제가 옆에 있을 때는 피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불을 붙여 달라고. 이제 내 말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건가.
착잡한 마음에 지루할만큼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혁재가 아직도 눈 앞에서 고집스럽게 댕강댕강 매달려있는 담배에 못 이겨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어디쯤, 있을텐데.
"여기. 직접 붙여, 동해야. 나는 못 해주겠다."
"우리 혁재, 화났구나."
내가 담배 피워서. 그렇지?
라이터를 받아 든 동해가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히죽거렸다. 웃음기와 되물음. 꼭 떼 쓰는 다섯 살 난 아이를 어르는 듯한 말투였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동해의 모습에, 혁재가 앉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 지금은…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 것 같네. 다음에 보자, 동해야.
"어디 가, 혁재야"
"또 반칙이야. 내 이야기도 한 번쯤 들어 줘야지. 또 그렇게 먼저 가 버리면 어떡해."
"매일 밤 영원을, 사랑을 속삭여 놓고서,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고. 몇 달 동안 연락 한번 안 해. 오랜만에 와서는 설명도, 변명도 없고."
말과 다르게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는, 이미 닳을대로 닳아 무뎌졌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혁재는 썩어가고 있는 물을 보았다. 이제야, 보였다.
뜨거운 사막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결국,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도 없을만큼 거대한 바다인데.
얼마나 많은 속 앓이를 했지.
"혁재야"
죄인처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저를 쳐다보고 있는 동해의 몸이 배리배리했다. 마르긴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기다렸어. 네가 내 사랑에 불 붙여주길."
"미안해"
"기다렸는데, 안 오더라."
"급한 일이 있었어."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와줄 줄 알았어. '그만 해' 하면서."
"동해야."
"넌 내가 힘들어 하는거 싫어했잖아."
"해줘. '그만 해'"
=
허허.. 짧아요...ㅠ
오늘 소풍 갔다 집에 오는 길에 폰에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