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시끄러!
고요 속 평화를 와장창 부수는 징글징글한 알람소리에 정신부터 깨어났다.
어제 너무 늦게까지 핸드폰을 붙들었나, 들러붙은 눈꼽 때문에 설상가상 눈마저 잘 떠지지가 않는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에 힘껏 힘을 주고 팍, 몇 가닥 없는 속눈썹이 안타깝게 희생됬지만 눈이 떠지긴 떠졌다.
눈도 부시고 머리도 조금 딩딩한게, 아침이구나.
나름 고등학교 첫 등교라고 어젯밤 꼭꼭 잘 챙겨둔 하얀색-조금 때가 탔지만 나름 멀리서 보면 눈에 안띔- 책가방도,
아는 친구도 없는 지역으로 이사온 탓에 혹여나 친구 사귀기가 힘들까봐 쟁여둔 새콤달콤도,
깨끗하게 빨아둔 빳빳한 교복마저도 완벽하다!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시간마저 여유롭다. 띵했던 머리가 차츰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오늘 예감 좋은데?
아, 여기다.
모든 게 아직은 낯선 탓에 만능 초록창 지도를 붙들었음에도 많은 시간을 헤맸다.
그래도 아직은 등교시간은 아닌지 학생들이 몇 없네.
난 일 학년 이 반이다.
기분좋게 내 개인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씩씩하게 올라왔다.
저기다! 내 교실.
오, 짱이다. 교실 맞은 편에는 바로 화장실이 있었다. 조오금, 아주 조금 장트러블이 있는 나에겐 아주 좋은 지리적 조건이다.
조심스럽게 교실 문을 열었는데, 조용한 게 아무도 없나 싶었다.
근데 조금만 고개를 돌리니 검은 머리 남자얘가 창가 쪽 첫번째 줄에 앉아있었다. 얼굴이 궁금했지만 고개를 박고 책을 읽고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왠지 성실하고 공부 잘 하게 생긴 얘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맘 먹은 나에겐 라이벌이 되는 건가.
그래도 첫 날인데 좀 봐주지 뭐. 하는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슬슬 내 자리를 골랐다.
봄이 좀 이르게 찾아왔는지 교실은 좀 쌀쌀했는데, 그 남자얘가 앉은 창가 쪽에 햇살이 뜨끈하게 비치는데..
앉고싶다!
하지만 막상 패기있게 가서 앉기엔 좀 그렇다. 이렇게 큰 교실에 왠지 저 남자얘 뒤에 딱 앉으면 스토커 같고 좀 그래.
고민하다 양호한 교탁 앞 첫번째 줄에 앉았다. 공부 열심히 할 거니까 선생님 얼굴 닳도록 봐야지.
처음 자진해서 앉아보는 교탁 앞 자리에 고민했지만 엉덩이는 이미 철푸덕하고 의자에 붙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막상 자리 골라놓고 나니 할 게 없다. 어젯밤 폰 붙잡고 밤 샌 탓에 데이터를 다 써버린 핸드폰으로 딱히 할 것도 없고,
자연스레 눈길은 내 옆옆 자리 남자얘로 가는데.. 어, 보인다.
보인다! 만화책에 박혀있던 얘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정하게 자른 앞머리 밑 눈이 되게... 잘 생겼다.
점점 보이는 코도 그저께 봤던 다큐 속 히말라야 산맥처럼 높고 매끈한게.. 잘 생겼다.
코에서 툭 떨어지는 입술도 빛이 좀 비춰져서 그런가 붉으스름한게 참..
잘 생겼다! 아주!
마치.. 예전에 친구가 몰래 보내줬던 은밀한 텍스트파일의 남주같은 느낌이다. 물론, 내용은 교육적이고 유익했지..
이게 왠 일이냐. 화장품내, 반찬냄새나던 여중라이프에서 쿨워터향으로 전향되는건가?
크으, 너뚜기! 너 이 자식 화이팅!
그렇게 약간 변태같이 한참 그 잘생긴 얘를 바라보다 걔가 시선을 책에서 힐끗 내 쪽으로 돌려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 보는 척, 카톡하느라 바쁜 척. 폰 액정에는 풀어지지도 않은 잠금화면만 동동 띄어져있었다는 건 좀 비밀이고.
그렇게 얼렁뚱땅 시간을 보내다 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역시, 종치기 5분전 좀비떼처럼 몰려오는 학생들은 중학교서부터 변치않는 진리인건가.
어렴풋이 반 교실이 어느새 꽉 찼다. 서른 다섯 명 정도인가?
..다들 같은 학교를 나왔나보다, 아무래도 이사왔으니 이정도 외로움은 감수해야하나..
그래도 어쩜 아무도 말을 안걸어주냐!
머리 좀 더 빗고 올 걸 그랬나. 나 얼굴에 김 묻은 거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리 폰 액정에 비춘 내 모습을 봐도 나는 나였다. 그냥 평소와 같은너뚜기인데..
꽉 차고 시끌벅적한 교실 분위기와 반대로 혼자있는 기분에 우울해져 느슨하게 몸을 풀고 양 팔에 얼굴을 묻었다.
말이라도 걸어보려해도 이미 무리를 지어 얘기하니 낄 틈이 없다.
이왕 쉴 거 마이웨이하고 푹 쉬지 뭐.
콧바람을 뀌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누가 내 팔을 모기처럼 간질간질, 콕콕 찔러댔다. 뭐지.
다시 부스스 몸을 들어 간질이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 망고메론수박의 말 |
안녕하세여. 이런 글 처음 써보는 망고메론수박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파괴! 공포! 경악! 이런 그로테스크한 글만 혼자 끄적이다 이런 글 쓰니 많이 손이 굳기도 하고.. 쓰다가 저 혼자 재미도 없는데 실실 웃기도 하네여... 허허 경망스럽게 첫 편이라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의심이 가서 짧게 썼는데 구독료도 도둑이 될까봐 적게 했는데 혹시나 그래도 아까우시다면 피드백 좀 주세욥..시정하겠슴다 다음부턴 본격적으로 쭉쭉 등장시킬려구요 아직 저희에겐 6명의 멤버들이 남아있사옵니다! 근데 아무도 안보면 이게 마지막 편이 되겠네여 ㅋ_ㅋ 조회수 1이라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고쳐야 할 점있으면 피드백 남겨주세여.. 다음에 뵙 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