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변백현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2년 지기 친구임. 생긴거랑 다르게 노래도 잘하고 끼도 많아서 음대 준비하고 있음.
근데 백현이는 평상시에 진지한 면이 별로 없음. 그런 만큼 너무 시도 때도 없이 깐죽거려서 가끔 진심으로 짜증날 때 있음.
그래도 주말이나 방학 때 시간나면 우리집 와서 같이 치킨 뜯고 놀아줌.
클럽 한 번도 안 가본 주제에 형광등 댄스인지 뭔지 춰주면서 이게 요즘 대세라며 엄청 웃겨줌.
걔 몰래 영상 찍은 거 있는데 나중에 반응 괜찮으면 영상 풀도록 함.
아무튼 보기보다 나름 공부도 하는 편. 물론 수업시간만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거의 글이나 작곡하는데 열중함.
나한테 불러줄 세레나데 작곡해? 하면 어떻게 알았냐고 활짝 웃으면서 즉석으로 내 단점 디스 곡 불러줌...
아직까지 크게 화내는 모습을 본적은 없는 것 같음. 웃기면 욕할 때 빼곤 욕도 잘 안하는 편.
소수의 여자들과 친함. 남자들이랑 더 가깝게 노는 편 같음.
생긴게 백구같고 귀염상이라 여자애들이 백현이 귀엽다 어쩐다 하는데 실제로 보면 그냥 비글임. 잘 짖고 잘 까불고 인정하긴 싫지만 솔직히 귀여움.
가끔 나한테 장난치느라 함박웃음 지으면 괜히 설레고 막 민망하고 그럼. 친구들이 잘해보라 하는데 내 생각엔 그냥 친구 이상으로 지내기만 할 듯.
백현이랑 집에서 |
백현이네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다고 한다. 어떻게 아들만 내비두고 둘이 여행을 가냐는 말에 부모님이 오실 땐 세 명이 올지 모른다고 농담을 치자 백현이가 너 미쳤냐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렇게 몇 분간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얘기를 하다보니 배가 출출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벽에 걸린 시계는 열한시 반을 가르키고 있다.
“백현아. 우리 집 올래?” “뭐? 지금? 이 시간에?” “왜 이렇게 놀라? 그럼 내가 가냐?” “당연하지.” “응. 끊자.” “아아, 농담이야. 지금 간다.”
오케이를 외치고 전화를 끊는데 생각해보니 치킨 사오라는 말을 까먹었다. 아, 다시 걸까. 귀찮은데. 알아서 하겠지? 싶은 마음에 전화를 쇼파로 던지고 바닥에 뒹구는데 도어락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린다. 워낙 가까운 사이라 비밀번호 정도는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서로 외우고 있더라.
“오빠 왔다.” “지랄 말고 치킨은?” “짜잔.” 백현의 손에 들린 봉투에는 치킨집 문구가 적혀있다. 아이구, 잘했어. 우리 비글. 백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자 나 좀 잘했어? 하며 묻는다. 어, 잘했다. 잘했어. 백현이의 손에서 치킨 봉투를 건네받고 상 위에 세팅을 하자 백현이가 배고프다며 치킨을 뜯는다. 어? 야! 다리 내 거야! 손을 뻗자 치킨을 뒤로 감춘다.
“먹고 싶어?” “다리 내 거야. 줘.” “오빠라고 해.” “아오! 오빠!”
뭐? 오빠라고? 아, 귀엽다. 백현이 해맑게 웃는다. 야. 먹어라, 돼지야. 백현이 손에 닭다리를 꼭 쥐어준다. 많이 먹고 쑥쑥 커! |
2번 오세훈
새 학기 되면서 처음 알게됨. 나랑 짝꿍인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대학 가려고 스펙 때문에 전교회장 출마한다고 함.
생긴게 되게 사나워서 무표정이면 좀 무서움. 그리고 얘가 나한테 말 거는 일은 별로 없음. 거의 내가 거는 편.
근데 말 걸면 친절하게 대답해줌. 간혹 장난칠 때 있는데 그때 좀 웃음. 세훈이는 수업시간엔 집중하고 쉬는 시간엔 나한테 올인해주고 그럼.
남자 애들이랑 안 노냐고 하면 자기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라 잘 못 어울린다면서 그냥 나 데리고 도서관 가거나 매점가서 빵 사줌.
성격이 내성적이고 섬세하니까 장난으로 오세나라고 부르는데 얜 끔찍하게 싫어함. 그런 별명 부르면 정색함.
세훈인 전교 한 자리수에서 내려와 본적 없는 모범생임. 모르는 거 있으면 자기한테 물어보라고 하는데 얘가 알려주면 그냥 집중이 안 됨.
얼굴만 보다가 쉬는 시간 끝남. 어쨌든 앞으로 주말마다 집 와서 과외해 준다고 하는데 내가 사양했음.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네가 넝쿨째 굴러온 엄청난 복덩이를 안 줍고 축구를 했다면서 겁나 타박했음...
아까 말 했듯이 세훈이는 친구들한텐 인기가 별로 없음. 동경의 대상 정도일 뿐. 근데 뭐 심심찮게 가끔 여학생들한테 편지나 선물 받는 정도?
얘 집이 잘 산다고 들어서 언제 한 번 놀러가보고 싶음.
나중에 성공하면 나한테 밥 한 끼 산다는데 그 성공이 별로 멀지 않아 보임. 아직 무슨 전공을 하고 싶은진 모르겠음.
세훈이랑 학교에서 |
도대체 내가 한 학기 내내 무엇을 들은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칠판을 보고 교과서를 봐도 내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대체 왜 y에 x를 집어 넣으면 n이 아니라 m인데?! 샤프 꼭지를 질겅질겅 씹으며 수학 공식을 적고 대입하지만 역시나 답은 오답. 아오! 짜증나!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의자에 기대자 세훈이 힐끔 보며 말을 건다.
“왜? 뭐가 안 돼?” “이거 말이야. 왜 답이 m이야?” “아. 이거는 말이야. x에 y를 넣어서 이걸 이동하고….” “…….” “내 말 듣고 있어?” “응응.”
사실 안 들었다. 아니, 못 들었다. 사람 코가 어떻게 저리 높지? 세훈이의 외모를 오목조목 뜯어보고 있는데 제 말을 듣고 있냐며 공책을 툭툭 치며 물어온다.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대답하자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하니까 답은 m이 나와. 알겠어? 으, 응. 대충 얼버무리며 샤프를 집어들고 푸는 척을 하자 세훈이 슬며시 웃었다.
“공부 열심히 해.” “그게 내 맘대로 되나.” “14학번 첫 CC는 우리가 하자.”
어? 뭐라고? 벙찐 얼굴을 하자 세훈이 농담이라며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선생님께 다녀올게. |
베... 벨붕인가요? :(
여러분은 어떤 스타일이 더 좋으세요?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