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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태운지코] 그것만이 내 세상 - 19+++ 공지!!!!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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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일을 잊었다.


깨어났을 때는 형의 침대 위였고,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 정원에 갔을때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잊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붉디 붉던 그 핏자국도, 잔인하게 헤져있던 흰 그것도 흔적없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쉬웠다.


무엇보다, 형의 말처럼 모든 것은 내 탓이었으니까 잊어야 했다.

 

그때엔.. 그런줄 알았다.

그것이 진실인줄 알았다.

 

어렸으니까.

 

내 세상은 좁았으니까.

 

 

 


형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기만 했다.

나는 바보같게도 그 품을 파고들며 위안을 삼았다.

 

 

 

 

 

 

 

 

------------------------------------------------------------------

 


이번에는 아버지가 참지 못했다.


목 언저리에 생긴 시커먼 멍이 얼핏 보기에도 너무나 짙었기 때문이었는지, 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때렸다.

 

가녀린 그녀의 몸을 주먹으로, 발로 가차없이 내려치던 아버지는 마치 짐승소리같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표독스런 표정으로 저주하듯 바라봤다.

 

 


왜, 왜 당신은....

 

 

머리가 산발이 되어 터진 입가의 피를 훔쳐내는 어머니를 망연자실한 얼굴로 보던 그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알수 없는 흐느낌을 뱉었다.

 

 


아버지가 나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그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의외로, 형이었다.


형은.. 내가 아직 학교에 적응 할 수 없을거라며 극심하게 반대했다.


사실 나는 그와 함께 학교에 가는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조금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형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형이 싫은 것은 나도 싫었으니까.

 

 

그러나 아버지의 뜻은 완고했고, 결국 그 다음주에 나는 형과 같은 학교의 4학년이 되었다.

원칙상으로는 1학년이 되어야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내 나이 또래와 평범한 생활을 하길 원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의 위치에서 손 쓰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행복했다.

이제 매일 아침 그와 함께 집을 떠나 함께 돌아온다는 사실이.


마녀와 단 둘이 집에 남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 보다, 그 쪽이 더 기뻤다.


우태운.

나의 빛.


앞으로도 언제나 함께 할..

 

 

 

--------------------------------------------------------------------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것 만큼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형과 둘이서 집을 떠나는 그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왜소하고, 조금 더.. 모르는 것이 많고.

그 시기의 남자아이들에게는 암묵적인 무엇이 있어, 나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상관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려 애썼다.

 


괜찮아.


마녀에게 당하는 것 보다 나아.


혼자 바보처럼 울기만 하는 것 보다 나아.

 

 

다른 아이들이 시비를 걸든 말든, 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계집애처럼 허여멀건해 재수없다, 표정이 없는게 소름돋는다, 말을 못한다, 저주받을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별 소리를 다 들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조금만 약을 올리면 말려들어 싸우고 마는 그 나이대 아이들과 다른 내 태도에

그들 스스로가 점점 시들해져 갔다.

 

 

내가 진짜 무서운건 너희에게 그런 말 듣는게 아니야.

고작 그런게 절대 아니야.

 


물론 그 어린 녀석들은, 일과가 끝나고 나를 데리러 교실 앞까지 매일같이 와주는 형 앞에선 설설 기었다.

 

 

 

 

 

그런 나에게도 친구가 있긴 있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하는 짓이 온통 속터져 챙겨주고 싶다고 했다.


확실히 그는 내 일에 시도때도 없이 참견했다.

그러니까.. 나를 바꾸려 들었다.

 

걸을때 힘좀 넣고 걸어라, 남이 시비를 걸면 욕이라도 해라, 인사를 하면 좀 웃기라도 해라.


모든 것들이 어색해 죽을 지경인 나에게 잔소리를 연발하며 그는 신기한 녀석도 다 있다는 듯 웃었다.

 

 

넌, 진짜 별종이야.

 

 

그 때의 나 같은 녀석과 놀아주던 놈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내 첫번째 친구가 된 그의 이름은 현이었다.

김 현.


나는 남의 이름을 부르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를 직접 부를 때가 많지 않았다.

사실 그와 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거의가 일방적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가 좋았다.


장난스럽게 나를 바보 같다고 놀려댔지만 그것을 욕으로 받아들일 만큼 진짜 바보는 아니었다.

현이는 확실히 착했다.

밝고..실제로 나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현이를 좋아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현이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형도 좋아했으면 싶었다.


형과 집에 가는 시간은 형과 나만의 것이었는데, 현이의 이야기가 끼어들기 시작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형, 현이가..현이가 있지.

형, 내일 나 현이랑..

형, 현이가 나한테..

 


나는 형이 날 걱정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아버지에게 말하던 그 때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날 칭찬해줄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지호 벌써 친구도 사귀었어?

 

그런 식의 말이라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형은 별로 그렇지가 않아보였다.


내가 현이에 대한 말을 처음 꺼냈을때도,

 

 


'현이? 형이라고 하는줄 알았네..'

 


하고 어이없다는 듯 살짝 웃었을 뿐이었다.


그 후로는 내가 아무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심드렁한 반응 뿐이었다.

 


매일 교실 앞에서 나를 기다릴때는 현이를 관심있게 보는 것 같은데..

왜 내가 이야기를 할때엔 그렇게 무관심한지.


사실 많이 속상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지호야... 그 현이라는 애.. 같이 안노는게 좋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말까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그 한마디에 나는 왜 그러냐며 장난처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형의 얼굴은 누가봐도 장난이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도 알 수 없다.


불안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이가 크게 다쳐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은 얼마 후의 일이었다.

 

 

 

 

 

 

 

 

----------------------------------------


현이의 빈자리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은 물론 걱정과 그리움이었다.


어쩌다, 얼마나 다친건지 알고싶은데.

언제쯤 다시 올 수 있는지도...


주말에 친구들과 놀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선생님도 그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곧 괜찮아져서 돌아올거라는, 뻔한 이야기.

사실 그런 말에 안심하고 안도할 나이는 아니었는데.

 

 

11살짜리 아이에게 기다림 이라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특히 기다리는 사람이 현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내 주변의 시선이 섬뜩해졌다.


시작은 언제나 단순하다.

 

 

 

 


'쟤가 그런거 아니야?'

 

 

 

누군가가 말했다.

 

 

 

'쟤랑 놀아서 우리가 못본거 같은데.'

 


'야, 하지마 쟤 좀 이상해.'

 

 

왜,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런것 같은데.

 

요즘 쟤하고 자꾸 놀아줬잖아.

 

쟤가 밀어서 떨어졌나봐.

 

저주받은거 아니야?

 

기분 나빠.

 

걱정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기분나빠.

 

 

 

 

 

 

 

 

말을 해.

 

 

 


"나는... 아무 잘못도 안했어."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짓도 안했어."

 

 


내가 아니야. 내가.. 내가 그런게 아니야.

 

마녀에게 자주 했던 말인데.

그녀는 날 믿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에 머리가 무거워졌다.


불신, 공포?

집단의식?

 

 

차가운 눈.

 

 

 

너희도, 마녀야.

 

 

 

 

 

 

 

 

 

 


---------------------------------------------------------------

 

 


당연하지만,


그 날 역시 나는 그의 품에서 위로 받았다.


누군가의 존재가 흐려지는 것엔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형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평소처럼 나를 보듬고 감쌀 뿐이었다.

 

 


왜.. 왜 이러지?


왜 자꾸.

 

 


"지호야."

 

 


왜 자꾸.. 다들.

난 여기 있는데.


다들 알고 있었잖아, 내가 계속 이 자리에만 있을 거란 건.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만 있었어.

마음만 줬는데..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정작.

 

 


"왜.. 네가 좋아하는 것만 없어져?"

 

 


평소와 같은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부드럽게 울렸다.

마치 오늘 날씨에 관해 읇조리는 듯 한 가벼운 말투.

 

 


"왜 네가 관심두는 것들만 다쳐."

 


왜 아파하고, 어?

 

 

 

 

좋아하는 '것',

관심두는 '것'.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고 있다.

 


녹빛 정원에 퍼졌던 피.

그에 적셔져 눅눅해진 흰색, 그건 사람이 아니니까.

 

 

 

 

 

"나만 멀쩡하네."

 

 


그가 일부러 내는 듯한 웃음소리를 뱉었다.

 

 


"나만 안다쳐."

 

 


우리 지호가 사랑하는 것들 중에, 그렇지?


어떻게 생각해.

 

 


눈물이 쏟아지는 동안에도 그의 표정변화가 선명했다.


내가 울때.. 형이 이런 표정을 지었던가?

 

 

 


 

 

 

 

 


-------------------------------------------------------------------------

 

 

 

 

트라우마라는 것은 무섭다.


사람의 뇌가 얼마나 바보같고 겁이 많은지를 쉽게 보여주는 그것에 나는 지배당했다.

 


다른사람이 곁에 다가오는것을 못견디고, 아예 내 쪽에서 있는 힘껏 밀어내기 바빴다.

그 사람이 다치길 원하지 않아서?


사실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거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내 머릿속에 새겨진 강박관념 같은 것이 이유였다.

 


누군가가 손을 뻗으면 무섭기부터 했다. 불안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게 맞아.

 

어릴적부터 외로움에 시달리던 자신은 어딘가에 묻었다.

 

 

아버지와 형을 제외하고서, 다른사람들은 완벽히 벽 뒤의 그림자들로 간주했다.


그것은 형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 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형은 학교가 갈리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시도때도 없이 자꾸 나와 붙어있으려 했다.

비정상적인 집착으로까지 보이는 행동들도 마냥 좋아서 웃기만 했던 나는 한참 뒤에야 그것이 이상함을 깨달았다.


그 당시엔 절대 아니었다는 뜻이다.

 

 

 

 

 

 

 

-----------------------------------------------------------

 

 

 

그날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창 밖을 보면 기분이 착 가라앉을 정도로 시간에 맞지 않게 하루종일 어두웠다.

눅눅한 공기도 우울한 분위기에 한 몫을 했었던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꼴로 집에 도착했을 땐 거실에서 새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더러운 모습으로 집에 들어왔으니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분명했다.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고통이 뺨에 닿을것만 같아 눈을 질끈 감는데,

 

 


".....늦었구나."

 

 


잠시 귀를 의심했다.


천천히 눈을 뜨면,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 쪽으로 들어가버리는 그녀가 보였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잠시 서있는데 반대쪽 개인 소파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일어나 다가왔다.

 

아버지였다.

 

 


"지호야.. 다 젖었잖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당황한 얼굴로 머리를 넘겨주다 서둘러 수건을 가져와서는, 자상한 손길로 물기를 털어냈다.


그래, 아버지가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마녀가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지호는 학교에서 급식 먹고 왔지?"


"어, 네.."


"아빠는 아직인데. 아빠랑 같이 조금만 더 먹자, 응?"

 

 


아버지와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냥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사이엔 별로 없었다.


나는 당연히 좋았다.


그가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것도 좋았고, 그냥.. 평소와 다르다는 게 좋았다.

축축한 몸을 따끈한 물로 씻어내는 내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식탁에 앉는 것을 보고, 그녀가 얼굴이 굳었다.


나는 그것을 보았으나 모른척 했다.

 

사실, 6학년이 되고부터는 바보같은 고집 같은것이 생겼었다.

마녀는 나를 쏘아보고, 그것을 아는 나는 모르는 척 하고.


그녀는 아예 식탁쪽으로 몸을 틀었다.

 

 


"...뭐하는거야."

 

 


나를 보고 있었으나 아버지에게 한 말이었다.

 

 


"...뭐가."

 

 


아버지의 그 말에는 한숨이 섞여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의..

 

 


"치워. 그 새끼 먹일 건 없어. 나가 굶어 뒤지던,"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버린 아버지에 반해 그녀는 완전한 무표정이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눈치만 봤지만, 내심 그녀가 화에 못이겨 자리를 떴으면 싶었다.

 

 


"당신, 내가 몇번을 말했어. 지호 앞에서.."


"무슨 상관이야. 그새끼가 내 아들도 아닌데?"


"...내 아들이야."


"내 배에서 안나왔어."

 

 


점점 대화가 감정적이 되어가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가 이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아버지가 상처를 입는다면?

 

 


"당신이 밖에서 더럽게 놀아나 생긴 놈이야."


"......."


"당신은 안더러워? 내 완벽한 인생에 그따위 걸레새끼를 끼워넣고선, 역겹지도 않아?"


"....더럽다고 말하지 마. 누가 걸레새끼야, 그만 안해?"


"왜, 기분이 나쁜가? 뻔히 다른년 새끼인거 아는데 끼고 살아야 하는 나보다 기분 나빠?"

 

 


그 예쁜 입에서 저속한 말이 흘러나올때면..

그 지저분한 말들이 온통 나와 내 어머니를 겨냥한 말임을 알때면..


그 때의 고통이란.

 

 

 

어머니가 식탁에 가까이 다가왔다.

눈은 여전히 날 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피해 아직 아무것도 없는 식탁 위만을 바라봤으나, 유리에 비친 그 얼굴은 계속해서 날 향했다.

 

천천히 두 손을 식탁에 올리고 고개를 낮춰, 아버지와 마주했다.

 

 


"당신, 잘들어. 난 정말 오래 참았다고 생각해."


"....당신이 참아왔다고? 지호 몸에 흉터들을 보고 그런 말을 해."

 

 


피식, 그녀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당신이야말로 제대로 알고 말해. 이새끼가 집에서 어떤 짓들을 하는지. 난 그저 벌을 준것 뿐이거든."

 

 


난 아무 잘못도 안했어요.


다 마녀가 억지로 꾸며낸 거짓말인데...


난 정말 아니에요.

 

꾸역꾸역 넘어오려는 목소리를 삼키며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빨리 끝이 났으면 한다.

 

 


"이제 당신이 그 더러운 새끼를 얼마나 챙기든 상관 안해."


"......."


"알아들어? 난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지만 이제 신경끌거야."


"당신...."


"...대신 한가지만 물어볼게."

 

 


눈이 희번득 하게 빛나는 듯한 거리에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태운이 사랑해?"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형을 사랑하냐니?

 

 


"대답해봐. 태운이 사랑해?"

 

 


형은 아버지의 아들이다.

처음 아버지에게 형이 뭐냐고 물어봤을때, 그 역시 그렇게 대답해주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대답이 없다.

 

 


"......."


"..좋아. 그럼 질문을 바꿔서."

 

 


그녀가 고개를 살짝 틀었다.

 

 


"태운이하고 나, 가족으로 생각한 적 없지?"

 

 

 

아버지가 굳을 얼굴로 입술을 씹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턱선이 눈에 들어왔다.

 

 

-드르륵,

 

 


거칠게 의자를 밀며 일어난 그가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지호야, 네방 올라가."


"...쓸데없는 소리?  쓸데없는 소리라니.. 왜, 대답 못하겠어?"


"아니다, 아빠랑 같이 가자. 이리와."


"대답을 해."

 

 


두 사람의 대화가 엇나갔다.

여지껏 차갑기만 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미친듯이 떨렸다.

 

 

 

"물었잖아.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마지막 질문이야. 대답하라구!"


"그만좀 해 제발!!"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렸다.


귀가 웅웅거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어머니가 서있는 쪽의 벽이 젖어 있는것이 보였다.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내리는 유리조각들.


아버지 앞에 놓여있던 물컵이 산산조각났다.

 


정적.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예전의 아버지가 아닌것 같아 멍하니 바라보는데, 거칠게 몰아쉬는 그의 숨이 뜨겁다.

 

 

 

"..내 입으로 당신에게 상처주는걸 원해?"


"......"

 

 

어머니는 얼이 나간듯 한 얼굴로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하고 결혼하게 된 이유는 잘 알잖아."

 

 


우리가 사랑해서 결혼했어?

 

 


자조적으로 웃는 그의 모습이 무서웠다.

아버지가 이렇게 차가운 얼굴을 한 적이 있었나.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너무 차가워서.. 내 손에 닿아있는 그의 손을 꾹 쥐었다.

 


그 작은 움직임을 느낀 그가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봤다.

 

 


"태운이에게는.. 미안해하고있어."


"......."


"그런데 그것 뿐이야."

 

 


한숨과 함께 뱉어내듯 흘러낸 말은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잠시동안의 침묵, 그리고 그녀가 비틀거렸다.


아버지는 다가가주지 않았다.

 

그녀가 이마에 손을 올린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뒷쪽에 있던 탁자를 간신히 붙잡았다.

가녀린 어깨가 안쓰럽게 들썩거렸다.

 

아버지는.. 다가가주지 않았다.

 

 


하아..


그저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을뿐.

힘없이 걸어가는 그의 손에 이끌려 나도 걸음을 옮겼다.

 

슬쩍 돌아본 뒤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귀신처럼 웃고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소름끼쳐, 고개를 아버지의 팔에 묻고 그의 온기를 느꼈다.

아버지에게 미안했다.


확실히 아버지는 변했다.

그것이 나 때문이라는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허억..."

 


아버지의 몸이 굽었다.

 

 


"아빠?"

 

 

순간이었다.

갑자기 낮아진 그의 몸에 놀라 고개를 틀었을 때, 너무 가까이 보이는 다른 누군가의 인영에 놀랐다.


마녀가 아버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던 것이다.

 

 


"어..어...커억,"

 

 


아버지가 내는 소리는 끊어지듯 울렸다.

 

 


"어...?"

 

 


아버지의 옷이 붉어졌다.

 

새어머니의 옷소매도 그랬다.

 

 

 

"아, 아빠..."

 

 


부들부들 떨리다 곧 힘없이 바닥에 널부러진 그의 몸. 그리고,

 


챙,

 

 

그 옆에 함께 떨어진 금속성의 물건.

 

 


"말, 말했잖아..응? 내가 많이.. 많이 참았다고 말했잖아..!"


"......"


"태운이, 태운이, 우, 우리아들. 불쌍해서 어, 어떡해. 응? 내.. 내인생은."

 

 


사시나무 떨듯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미친 여자처럼 중얼대는 그녀가 보였다.

마녀가 이렇게 표정을 일그러뜨린건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목구멍이 긁히는 듯 한 소리를 내며 아주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아, 알잖아...당신도 알잖아. 나.. 난 완벽했어..! 알잖아..응? 내가..내가 뭘 그렇게."

 

 

 

이제 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멍청히 그녀를 바라봤으나,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결국 다시 고개를 돌려 내려다 봐도 아버지 역시 나를 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바닥.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발바닥이 축축했기 때문에.

방금.. 비에 젖은 채 들어와서, 분명 씻고.. 깨끗이 닦았는데.

 

발이 바닥을 딛을때마다 미끌거리며 감겨오는 이건,

 

 

속이 뒤집어졌다.

 

 


"욱, 우욱...!"

 

 


그대로 무릎이 꺾여 바닥을 짚고 구역질을 해댔다.


피.

새빨간 피가 눈 앞을 어지럽혔다.

 

눈 앞에 낭자한 선혈들이 내 머릿속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허으..으, 으.. 우욱,"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흐려진 시야에 숨이 가빴다.


안돼.

아빠, 안돼..

 

 


"자기 아들을, 자기 아들을 왜. 왜 몰라봐, 응?..태운이, 태운이는. 태운이를 왜? 어?"

 

 


초점을 잃은 눈으로 히스테릭하게 뱉어내는 말들이 쏟아져내렸다.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반응이 없다.

 

 


"아, 아, 아빠.. 아빠, 아빠.."


".........."


"아, 하으, 으, 윽.. 아, 아빠.. 아, 안돼.. 흐,"

 

 


말도 안돼.

 

미친듯이 떨리는 손을 겨우 옮겨 넓은 등을 짚었다.

손의 떨림에 뻣뻣한 재질의 와이셔츠가 부딪쳐 바스락대었다.

 

 

아, 아빠. 아빠..

 

겁에 질려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봐도 그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허리 언저리에서부터 번진 피가 손에 묻어 경련하듯 떼었다.

 

 

엄마, 아빠가 이상해.

아빠가 안움직여.

아빠가 엄마처럼 피를 흘려..

엄마, 아빠가..

 

머릿속이 시끄럽게 울렸다.


수십명, 수백명에 달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듯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충격이 이어졌다.

 


아파, 살려줘, 싫어.


흐릿하게 몸부림치던 형상이 진해졌다.

 


엄마가 울고있었다.

하반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들썩거리던 엄마가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기어가며 울었다.

 


그것은 곧 흰눈이로 변했다.


뭔가에 짓이겨진 머리가 꿈찔거리며 들어올려졌다.

야옹..

그럴 수 없을텐데도, 나를 보며 끊어질듯한 소리로 울어댔다.

 

 

흰눈이는 현이가 되었다.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도 몰랐던 그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다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쏘아봤다.


나를 한번도 그렇게 본 적 없었는데,

 

 

그런 그가 한번 고통스럽게 몸을 떨더니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는 비틀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다가, 수십개의 칼날에 몸이 꿰뚫렸다.

쏟아지는 피에 소리를 지르며 물러선 나를 슬프게 바라보며 그가 결국 쓰러졌다.

 

칼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만 남았다.


그 칼은 마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마녀는 이제 날 보며 말했다.

 

 


"너 때문이야."

 

 


미쳐가던 목소리는 어디로갔는지, 무감각하고 건조한 평소의 말투로 이야기했다.

 

 


"너 때문에 죽은거야. 그렇지. 아니야?"

 

 


그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면, 기시감이 생긴다.

말투며 어조가 익숙해져간다.

 

 


"너 때문에 그런거 아니야?"

 

 


아아, 알았다.

이 목소리는...

 

 


"아니라면.. 왜 네가 좋아하는것만 없어져."

 

 


형의 목소리다.

형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마녀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왜 네가 관심두는 것들만 다쳐."

 

 


마녀가, 형이 되었다.


힘없이 주저않아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내 앞에 쪼그려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만 멀쩡하네.


나만 안다쳐.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볼을 타고 내려가 턱을 어루만졌다.


애완동물에게 하듯..

 

 


형이 말했다.

 

 


".. ... .."

 

 

 

 

 

 

 

 

---------------------------------------------------------


마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의 등을 잡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할때에,

그를 그저 부르고만 있을 때에,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허으윽, 윽, 흐으.. 아, 아빠.. 아빠..!"


"........."


"아, 아빠.. 안돼, 아, 아..아빠."

 

 


차가운 목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광기가 있었다.

 

 


"누가..."

 

 


그 광기의 심지인 증오를 누가 틔웠는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가.. 네 아빠야."

 

 


날카로운 물음에 가쁜 숨을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날 봤다.


나도 그녀의 그 귀신같은 눈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녀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바닥 쪽이었다.

 


결국 그 눈동자를 따라가 아래를 봤다.

 

 

 


칼이 있었다.

 

 


마녀가 다시 날 봤다.


나도 마녀를 봤다.

 

 

마녀가 웃으며 허리를 굽혔다.

 

그렇게 기쁘게 웃는 마녀는 처음보았다.

 

 

 

 

 

-------------------------------------------

 


나는 마녀에게 여러번 심하게 맞았지만, 한번도 칼에 찔려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을 뻗어 칼을 집어들었다.

 


아까전 아버지를 찌른 그 믿을 수 없는 순간 이후로 그녀의 눈동자엔 넋이 나가있었다.


그런데도 날 바라보는 눈빛 속에 그 무엇 만큼은 확실해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려왔지만 억지로 힘을 줘 몸을 세웠다.

 


피에 미끄러져 여러번 팔을 바닥에 짚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그 자리를 박차고 내 방 계단쪽으로 뛰었다.


뒤쪽에선 무거운 금속이 바닥에 부딪치며 들어올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딜 가..!"

 

 


그 목소리는 즐거워 죽겠다는 듯한 투로 내 뒤를 쫒았다.


마녀는 미쳤다.

 

 


허억... 허억..


심장이 터질듯 뛰었다.

자꾸 발을 헛디뎌 이리저리 부딪치는 몸에선 고통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아, 아으, 흑, 으으..아, 아빠.."

 

 


입이 쉴새없이 그를 찾았다.

어떻게 해야 해?

 

 


"형.. 형, 윽, 형...흐윽..아, 아빠아.."

 

 


어떻게 해야해.

 


계단을 거의 올라서던 중 끝이 나와있는 턱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무릎이 찍히며 엎어진 몸이 울렸지만 아프지 않았다.


빨리, 빨리..


경황이 없어 손이 더듬거리며 몸을 일으키는데, 숙여진 고개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내 뒤를 쫒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더 깊이 패였다.

 

 


"저거 아빠라고 불렀잖아.."

 

 


허억,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키고 몸을 일으켰다.


다시 미친듯이 계단을 마저 올라간다.

 

 


"아빠 따라가야지..!"

 

 


한 손에 칼을 들고 나를 뒤쫒아 오는 그녀는 괴기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거의 숨도 못쉬고 계단을 마저 올라간 내가 방문을 손에 잡고 문을 열었을 때, 그녀가 내 머리칼을 틀어쥐었다.

 

 


"아악!!"


"왜..하아, 왜 도망가..!"


".....!"

 

 

 

 

있는 힘껏 팔을 긁어내리자 비명을 지르며 손아귀 힘을 풀었다.

그 하얀 팔 위로 길게 피가 흘렀다.

 

순간 그녀를 밀치고, 방에 들어서 문을 닫는데...

 

 

 

왼쪽 손목이 잡혔다.

 

 


놀라 비명을 지르며 떨쳐내려고 몸부림을 쳤다. 마녀는 아무 소용 없다는듯 깔깔 웃어대었다.

 

 


"흐으, 이, 이거놔!!"

 

 


방 안쪽으로 주춤거리며 들어서려는 나의 팔을 쭉 잡아끌더니,

 


그대로....

 

 

 

-퍼억!!!

 

 


방문을 짓이겨 닫았다.

 

......!

 

 

 

 

 


"아아아악!!!!"

 

 

 

 

뼈 부러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그것은 상상도 못할 고통이었다.

 

 


-퍼억, 퍼억, 퍼억...

 

 


장난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어대며, 그녀는 몇번이고 계속해서 방문을 쾅쾅 닫았다.

 

 


"악!! 아, 악..! 허윽, 아.. 아아악..!!"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지르며 무너져내려도 그 부러진 손을 잡아올려 다시 방문에 짓이겼다.


팔로 힘껏 문을 밀치는 것도 모자라 발로 차기까지 하던 그녀가 어느순간 나를 끌어내었다.

 

 

 


"어..허으윽..컥, 어으.."

 

 

 

몸도 가누지 못하며 꺽꺽대는 나를 보며 그녀는 아주 기분좋게 웃고는, 옆에 놓아둔 칼을 집어들었다.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너만 없었으면, 너만 없었으면. 너때문에.. 다 너때문에, "

 

 


오른손이 들렸다.


저 위에서 반짝이는 은색 날이 눈에 비친다.

마지막이야.

 

 


힘이 다 빠진 다리를 끌었다.

끔찍하게 한쪽 손으로 온통 몰린 나의 고통은 오히려 그녀를 바보로 만들었다.

 

무게를 실었다.

 

 

 

계단 밑으로 나와 그녀가 떨어졌다.

그녀는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고, 그것은 중간에 멈췄다.

 

 

 

 

 

 

 

 

 

----------------------------------------------------------------------

 

 


나는 기절하지 않았다.


머리를 부딪쳤는지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아 픽픽 쓰러지다가 결국 상체를 세워 앉았다.

 

 


멍했다.

 

 


바닥을 내려다봤다.


온통 피였다.

 

피를 봤는데.. 머릿속에서 나를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피는 마녀의 것이었다.

 

 

 


바닥에 역겨운 모양으로 쓰러져 있는 마녀의 목에 꽂힌 칼, 그 틈에서 나온 피였다.

 

 

 

엉망이 된 내 왼쪽 손목은 그대로 마녀에게 잡혀있는 채였다.

 

 

 

"흐..으으...으윽.."

 

 


텅빈 거실에 울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흐윽..놔..놔..."

 

 


마녀는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

온몸이 떨렸다.


나를 보고 있는것 같았다.

 

 


"놔아..놓으란말이야....! 하으, 윽, 으..."

 

 

 


손에 힘을 줘 비틀어 빼내려 했다.


아악...!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이 치솟았다.


이상한 각도로 틀어진 팔은 시커멓게 색이 죽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나는 평소와 같이 학교에서 돌아온 형을 그렇게 마주했다.

 

 

 

 

 

 

 

 

 

 

 

 

 

 

------------------------------------------------------------

 

 

 

사람 일은 참 웃긴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한 집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이름있는 기업의 장남이,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죽었다.

 

그런데도 빈소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아니, 그 빈소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말도 안되게 간소했다.

 

 

 

 

 

 

 

 

 

 

그 끔찍한 상황과 마주한 형은 한동안 제 자리에 굳은 듯 서있었다.

 

바닥엔 피가 흥건했고,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고,

어머니가 칼이 꽂힌 채 내 팔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엉망이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한참을 아무말도 못하던 그가 나는 신기했다.

 

그는 울지도 않았다.

 

 

도저히 그가 내 형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조용히 나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걸어나와.. 조용히 내 앞에 섰다.

 

 


"........."


"...네가 죽였어?"

 

 


그 커다란 말 한마디에 나는 말할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분명히 이상했다.

 

 


그는 울지도 않고, 소리 지르지도 않고,


심지어 나를 감싸지도 않고 멍하니 내 눈만 보았다.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던 내가 거의 정신을 놓아버릴 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와 그와 그녀를 옮겼다.

 

 

 

 

 

 


나는 아주 큰 수술을 받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왼쪽 팔목이 완전히 부러지고 일부가 부서졌다.


수술을 모두 마치고 두꺼운 깁스와 보호대를 찬 채 누군가에게 이끌려 간 곳이 바로 빈소였다.

 

형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를 봤다.

 

내 팔을 한번 봤다.

 

 

그리고, 눈을 돌렸다.

 

 

 

나는 그것을 착각이라 여겼다.

왜냐면 형이 나를 그런 눈으로 볼 리가 없으니까.

 

 


모르는 사람들만 간간히 오가는 그 곳은 음침하면서도 어색한 곳이었다.


누구든, 사람과는 닿기 싫었다.


괜히 무서운 마음이 들어 서성거리다가 이내 아무도 오지 않는 빈소의 구석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해 다가갔다.


눈치채지 못한것인지 반응이 없던 그가, 바로 옆에 내가 자리를 하니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나는 그가 울고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무표정했다.


나를 보는 그의 표정이 그랬던 적은 얼마 없었다.

 

그것은 슬픈 표정도, 고통스러운 표정도, 걱정스러운 표정도 아니었다.

 

 


나는 혼란스러워 그를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했는데, 그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한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뭘 봐."

 

 

 

 

 

 

어...?


나는 바보같이 더 멍하게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 모든 것의 시작.

 

 

 

 

 

"....더러운 걸레새끼 주제에."

 

 

 

 

 

 

 

 

 

내 세상이,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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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오늘꺼 길죠?

 

길죠?

 

^_______^

 

왜 길까요.....?

 

 

왜 긴걸까요?

 

 

ㅠㅠㅠㅠㅠ

 

 

 

여러분..... 수능이 글쎄..102일 남았아요.

 

그 안에 어떻게 끝내볼까 했는데, 아무래도.ㅠㅠ

 

 

 

 

shit                                                                                                                                                                        shit   

    

휴재를 해야될 듯 합니다 ㅠㅠㅠㅠ

 

shit                                                                                                                                                                         shit 

 

 

 

 

  

저번 18화 글에 여러분이 쓰신 댓글보고 진짜..ㅠㅠ

고3인데 꼬박꼬박 올려줘서 고맙다는 그런 댓글 보고 진짜... 죄책감이............ㅠㅠㅠ

 

제가 죄인입니다 여러분. 잘못했어요. 근데 사랑해요. 내 글 읽어주시는 분들 진짜 사랑해여 진짜임.

 

 

 

 

1.

과거편은 이게 끝 맞습니다.

응? 뭔가 똥 덜닦은 느낌이라구요?

걱정마세여 한참뒤에 우태운 과거편 나옴 ㅇㅇ

 

 

2.

수능 끝나자마자 올게여 ㅠㅠㅠ 바로 올게여 진짜 ㅠㅠㅠ

수능끝나면 노트북 바꿀거니까 겁나 뉴요커 돋게 맨날 카페가서 써올리고 그럴거임 ㅇㅇ

....뉴요커는 카페가서 팬픽이나 싸질르는 사람들이 아니지만...ㅋ.....

 

 

3.

이거 다 쓰고 다음에 뭐 쓸거냐는 분이 계셔서요.

조직물 쓸거에여.

총쏘고 그러는거..

스토리는 대충 잡아놨고 블락비 다각.....

보스는 누구냐면....!

 

 

 

 

비밀임

 

 

 

4.

멘탈붕괴 2 언제 나오냐는 분들 있으시네요.....

멘붕 안드러웠나요? 왜이렇게 좋아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민혁 똥쟁이 만들었는데 좋아요? 좋습니까? 예?

 

좋겠지 뭐..ㅋㅋㅋ 내가 좋으니까 ㅋㅋㅋㅋ 잘가라 이미녁♥ 똥나라로

 

 

5.

오늘 편 좀 잔인햇져...미안해여 ㅠㅠ

우지호의 불쌍함을 부각시키고시펐음..ㅠ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서 여러분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던 우리 그내세 지호의 과거가 이렇게 그로테스크했숨당 여러분.

 

 

6.

우태운 알다가도 모를새끼

 

 

7.

저 휴재했다고 까일까봐 이렇게 막 횡설수설 하는거 아니에여

 

 

8.

진짜 아니야

 

 

9.

레알임

 

 

10.

ㅠㅠ

 

 

11.

그럼

 

 

12.

여러분

 

 

13.

수능

 

 

14.

다음날

 

 

15.

봐여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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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ㅇㅇ저희언니도 고삼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수능대박나세요 양김님도 우리 언니돞ㅍㅍ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힘들져....그쳐......힘내세욮퓨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얼른 현실로 돌아왔ㅇ으면!
수고하시고 공부열심히하세요!

12년 전
양김♥
고맙습니다ㅠㅠ 열심히해서 좋은 결과로 돌아올게여ㅎㅎ..
언니분도 수능 대박나시길 바라면서!!!♥

12년 전
독자2
아 양김님 으ㅏ아아아아 안돼 안돼에에에ㅔ에안돼!!!!!1휴재라니!!!!!!!!!!!!!!!!!!!!!!!!!!!!!당신의후회없는고3생활과성공적인수능을위해서놔주어야한다는건알지만안돼!!!!!난당신을떠나보낼수없어당신없는난상상할수도없단말이야!!으아아아아안돼요!!!하지만..기다릴거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리다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쳐쓰러져도~~~~난기다릴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니까여기서드러누울꺼임안돼ㅠㅠㅠ지호야ㅠㅠ불쌍한지호야ㅠㅠㅠㅠㅠㅠ근데우태운이런개객..ㅠㅠㅠㅠㅠㅠ같으니 ㅠㅠㅠ으허허헝지금지호의불쌍함과내님을떠나보내야한다는슬픔이한대뒤섞여서엄청난저의울음과안타까움과형용할수없는그런비통하뉴ㅠㅠㅠㅠㅠㅠㅠ안돼말도안돼이게진실이아니라해줘오늘게엄청길고재미가쩔어서입이찢어질것만같았는데으허허으헝흐흐허헝안돼으허헣으으허허허허으으ㅡㅎ헝사랑해요작가님제맘알죠저맨날장편의댓글을남겼던그사람이에여한번만사랑한다고해줘여ㅠㅠㅠㅠ엉엉어떻게기다려ㅠㅠㅠ수능ㅠㅠㅠ수능임마망할수느유ㅠㅠㅠ없어져버렷ㅠㅠㅠ엉엉 ㅠㅠㅠ근데지호너무불쌍해여ㅠㅠㅠ우리지호우쭈쭈그런의미에서나이거정독하면서다시정주행할거야ㅠㅠㅠ엉엉엉ㅠㅠㅠ어엉진짜울음밖에안나온다ㅠㅠㅠ저여기서드러누울거임막민폐끼치면서고성방가하면서대성통곡해도날말리지말아여..하..작가님..수능이끝나고님이환하게웃음지으며야!!내가!!수능이!!끝났다!!!!하며덩실덩실춤을춤서이팬픽을올릴때까지전절대당신을잊지않을터이니님도절잊지말아주세여..제맘알져..?저다시정주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보기가역겨워가실때에는말없이고이보내드리오리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영변에약산진달래꽃가아름따라가실길에뿌리오리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가시는걸음걸음놓인그꽃을사뿐히즈려밟고가시옵..날밟고가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보내드릴게여제가이렇게막ㅋㅋㅋ붙잡는다고하셔서막혹시나라도마음불편하실필요읍구여!!공부열심히하셔서수능대박치세요!!!저란잉여를잊지말아여♥
12년 전
양김♥
ㅠㅠ 매 화마다 장문댓글 써주시는 님 덕분에 더 힘이 났슘미당.. 언제나 고마워요!!
수능 끝나고 돌아와면 계속 재밌게 읽어주세요ㅎㅎ
음 블로그 하시면 서로이웃 하고 그럴텐데 아쉽네요ㅠㅠ
아무튼!! 음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모습으로 다시 올테니까 기다려주세여
사랑해여 S2S2S2S2!!!!!!!!!

12년 전
독자3
자까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저 진짜 바보인가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바뀌셨구나 ㅠㅠ필명 즈는 그긋드 모르고 계속 자까님만 기다렸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헝헝 내가 그래서 지금 전꺼 다읽고 와쓰여 ㅠㅠㅠㅠㅠ고3이라니 수능이 뎡말 몹쓸거시였어...지금까지 고3인데도 열심히 연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수능 다 치면 꼭꼭 그 담날 꼭꼭 돌아와야해요 흐엉 우리 지호 불쌍해서 어터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헝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수능 대박 하트하트
12년 전
양김♥
죄송합니다..고기를 먹는바람에ㅠㅠㅠㅠ 필명 바꿀수밖에 없었어여..ㅠㅠ
수능 끝나자마자 빨리 올게여 좀만 기달려주세여!!!ㅠㅠ 하트하트!

12년 전
독자4
으억시니닛ㅂㄷㄱㅅㄱㅇㄱㄷㄴㄱㄴㅋ니닛벗ㄱㅇㄱ앜앜앜앜앜ㅣㅇ것ㄱ니시ㅠㅠㅠㅠㅠㅜㅡ작가님안되여엉ㅇ닝주ㅠㅠㅜㅠㅜ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ㅜ사랑해여ㅠㅠㅠㅡ기다릴게여ㅠㅠㅠㅠㅠㅜㅡ우태운나쁜시기ㅣ기ㅠㅠㅜㅜㅠㅠㅜㅜ모티라서댓근달ㄹ기가힘들어허어구ㅜㅠㅜㅜㅜㅜㅜㅡㅜㅜㅠㅠㅠㅡ어멍새엄마도나쁜엄마ㅠㅠㅠㅠㅜㅠㅠㅠㅜㅜㅡㅜㅜㅜ
12년 전
독자5
작가님사랑해여..
12년 전
독자6
수능대박치시고ㅠㅠㅠㅠㅡ꼭돌아오세여ㅠㅠㅠㅠㅜㅜㅡ
12년 전
양김♥
넹!! 열심히 해서 잘보고 올게여ㅎㅎ
저도 사랑해여 갑자기 가서 미안해엽 또르르......하트하트

12년 전
독자7
이런 뒤가 궁금한 부분에서 끊으시면 저는 돌아올때까지 계속 정주행을 하며 기다리겠어요ㅠㅠㅜㅜㅜ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ㅜㅜ수능 잘치시고 돌아오셔요ㅠㅠㅜㅜ이런 아련한ㅠㅠㅜㅠㅠㅠㅠㅜㅠ
12년 전
양김♥
넹 열심히해서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겟숨당!!
100일만 기다려주세요ㅎㅎㅎㅎ
사랑합니당ㅠㅠ미안해여 하트하트!

12년 전
독자8
양김님ㅠㅠㅠㅠ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수능 잘 보세요ㅠㅠㅠ아 진짜 어떻게 100일을 기다리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ㅜㅜㅜㅜㅠ진짜 수능 끝나면 바로 돌아오기예요!!!!저도 그때까지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네요ㅠㅠㅠㅠㅜ아 근데 진짜 잘쓰세요 아...태운이 시점 궁금해 죽겠네요ㅠㅠ아으 지호불쌍해ㅠㅠㅠㅜ태운이가 지호가 엄마 죽였다고 생각해서 못되게 굴기 시작한건가ㅠㅠㅠㅠ궁금해요 진짜 제 맘에 불을 질러놓고 가셨으니 진짜 돌아오셔야 되요..저 수능 끝나는 날부터 계속 대기타고 있을 꺼예요 진짜로요 스릉해여 양김님♥♥ 수능 잘 보실꺼예요
12년 전
독자9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수능 잘보시고 LTE WARP 스피드로 달려와서 다시 연재해 주세요!!! 기다릴께요!!! <3<3<#<##<3,33,3<#<#3
12년 전
독자10
양김님 오랜만에 정주행해서 덧글답니다 ㅠㅠㅠㅠㅠㅠㅠ수능이 얼마안남았네요 양김님은 잘 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남은기간도 파이팅하시고 저는 짧은기간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기다리겠습니다 ㅠㅠ 양김님파이팅!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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