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지화자
"오빠, 오늘 고생 많았어요. 힘들지?"
"아니!저언혀! 탄소도 고생했어."
"어머님,아버님 두 분 다 너무 잘 챙겨주셔서 진짜.."
"말 했잖아-우리 부모님 너 되게 좋아한다니까?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아주.아 맞다 탄소야."
"응?"
"오리를 날로 먹으면 뭔 줄 아니?"
"....뭔데?"
"회오리."
"?"
"하하하 정~말 재밌다!"
(이마짚) 안녕 얘들아. 운전하며 이 되도 않는 개그를 날리는 남자에 대해 설명을 좀 해볼까 해. 김석진이란 이름을 가진 이 남자는 원래 내가 자주 가던 단골 카페의 사장이었어. 그리고 이제 곧 내 남편이 될 사람이지.오빠랑 어떡하다 만나게 됐냐고? 그게...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서 말이지.
난 일반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그 날도 어김없이 노예처럼 출근을 하려는데 시간이 좀 남는거야. 정말 오래간만 정류장 가는 길목에 위치한 카페를 들렸지. 원래 되게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한동안 못 갔었거든.
"어서오세요."
어? 사장님이 바뀐건가 했어. 처음 보는 얼굴이 있는거야. 그 와중 든 생각은 '와..진짜 미친듯이 잘 생겼다.'였어. 땡그랗게 큰 눈에 도톰한 입술, 그리고 태평양 같은 어!깨!!!!! 솔직히 어깨보고 침 흘릴 뻔 했잖아 나 ^^;;;;; 혼자 저런 생각 한게 찔려서 메뉴판 열심히 읽는 척 했어. 사실 자주 와서 메뉴판 거의 외우고 있는데...ㅎ........
"어! 누나 오랜만에 오셨네요!"
자주 들락거린 덕에 친해진 알바생 정국이었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눈 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지. 주문한 커피가 금방 나왔고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나는 잠시 카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어. 어떡해야 오늘 하루도 알차게 묻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아니! 임마!! 그만 좀 먹어!!"
"아, 왜요!! 사장님도 맨날 드시잖아요!"
"야! 나는,어? 품질 확인 때문에 먹는거고!"
여유롭게 보내기는 망한 듯 해 ㅎ......... 카운터 너머로 들려오는 두 남자의 투닥거리는 소리에 눈치만 보며 빨때를 씹던 나는 조용히 가방을 챙겨 일어섰어. 지금 쯤 나서면 딱 알맞겠지 싶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나 되게 후회 한거 알아?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날걸 혹은 좀 더 일찍 일어날걸 하는 후회.
"야!! 전정국!!일로 안와?!"
"아, 거 너무 째째하시네!!"
"아!!"
촤르르-
순식간이었어. 그래 도망치던 정국이가 나를 쳐버리는 바람에 손에 들린 커피가 내 옷에 쏟아진건 ^^....하필 오늘 기분 좀 내려고 베이지색 수트를 입은 내 자신.. 머리박아.. 내 말끔했던 베이지색 수트는 커피로 얼룩덜룩 해졌고 카페는 조용한 정적만이 돌았어.
"아이고...진짜..아..죄송합니다."
카운터 너머 지켜보던 남자는 키친타올과 물티슈를 한가득 들고 뛰쳐나오며 수트를 훑어줬지만.. 자국이 다 지워질리가...사실 속으로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지만 화내봤자 달라질 상황도 아니고 뭐.. 이 남자가 잘생겼던 것도 한 몫했지 ㅎ...ㅎㅎㅎㅎ....ㅋㅎㅎㅎㅋㅎㅎㅎㅋㅎㅋㅋㅋㅋㅋ
"괜찮아요.저..출근 때문에 이제 가봐야해서."
좀 더 지체하다가는 늦어질 것만 같아 대충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 정국이와 그 남자는 엄청 미안한 얼굴을 하고 안절부절, 우왕좌왕 하고 있었지. 한번 더 존x 화났지만.. 그래 어린애가 실수 할 수도 있지... 나름 최대한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인 후 문을 열고 나왔어. 늦을 것 같다 생각 들어 마음이 엄청 조급해졌거든. 거의 축지법 쓰듯 정류장으로 날아가고 있을 때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거야.
"저기요-!!!"
엥?저요? 걸어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아까 카페의 그 남자였어. 나름 빠른 걸음으로 온 탓에 거리가 꽤나 있을 텐데 남자는 열심히 뛰어 온 것 같아보였어. 내 앞으로 도착하자마자 헥헥 대더니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는거야. 뜬금없이? 띠용 싶어서 남자를 바라봤더니 글쎄.
"진짜,진짜 너무 죄송해서..이거 별거 아닌데, 직접 만드는 샌드위치랑 마들렌이거든요. 다음에 안 오시면 어떡하나 해가지고.."
종이백 안에는 예쁘게 포장 되어 있는 샌드위치와 마들렌이 있었어. 이 남자.. 내가 빵순인건 또 어떻게 알았담. 조금 큰 덩치와는 달리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는 남자가 사실 좀 귀여워보였다? 헤헤.. 그치만 이거 받고 좋다고 헤벌레 웃으면 좀 자존심 상할 것 같은거야. 그래서 아주 작은 미소만 지은채 감사하다 인사 드리고 뒤돌아섰어.
"다음에 또 오셔야해요! 안 오시면 안돼요!"
뒤돌아서자마자 크게 웃은건 안비밀. 난 이때 오빠가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이랬는 줄 알았는데 사귀고 나서 물어보니 아니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손님 하나 잃는 줄 알고 쫄아가지고 이랬던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그렇게 난 내 몸에서 물씬 나는 커피향과 조금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근을 했어. 물론 회사는 지각^^!
팀장님한테 와장창 한 소리 듣고 아침부터 기가 빨린 나는 정신 차리고 보니 퇴근이더라...? 시간 그거 도대체 어떻게 흘러 간 건데.... 아! 물론 그 남자가 준 샌드위치랑 마들렌은 점심 시간에 아주 알차게 먹었지. 맛있더라구. 직접 만든거라니. 보기와 다르게 아주 섬세한 재주를 가진 남자구나 생각했어.
그 날 간만에 야근 없이 칼퇴를 했어. 날씨가 제법 선선해서 걷기 좋았고 정류장에 내려 집까지 슬슬 걸어가는데 그 카페가 또 눈에 들어오는거야. 지금 출출하기도 하고 점심때 먹은 샌드위치 맛있었는데 커피한잔이랑 사갈까 싶어 들렸지.
"어서오!!세요!!!"
뒤돈채 재료 정리를 하던 남자는 내 얼굴을 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었어. 아니..그렇게 놀랄 일이시냐구요... 또 땡그란 눈망울을 하고서 요란히 놀라던 그 남자는 이내 머쓱했는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더라. 그 모습 너무 뻔뻔하고 어이없어서 실소 터트릴뻔 했는데 참았다 진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후....
"진짜 와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아.주신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어요!너무 잘 먹었어요! 또 사가려는데.."
내 말을 들은 남자는 이번에 잔뜩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 응? 또 뭔데.. 의아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자,
"어떡하죠..오늘 샌드위치 재료 소진으로 다 떨어졌는데..."
"아..."
뻘줌해진 나는 머리를 괜히 쓸어 넘기며 어색히 웃어보였어. 미친....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네! 고개를 숙여 인사하려는데 남자가 별안간 날 붙잡는거야. 또 뭔데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저.. 좋아하는 과일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생과일 주스라도 서비스 드릴게요. 오늘 하루 손님께 죄송할 일이 많네요 제가."
괜찮은데..말 끝을 흐린 내 목소리가 무색하게 남자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믹서기를 준비했어. 좋아하는 과일 있으세요?
"저 바나나요."
양 많이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남자는 활짝 웃어보이며 음료를 만들었고 둘만 있는 조용한 카페는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어. 곧이어 나온 테이크 아웃 잔에 가득 담긴 바나나주스에는 작은 명함 하나가 같이 붙어 있었어.
[cafe Swan 대표 김석진]
"아?"
"형이 하던 카페 제가 하게 됐거든요. 정국이 말 들어보니 자주 오시던 단골 분이라 들었는데 앞으로 반갑게 봐요 우리."
명함을 챙겨들고 한손에 바나나주스를 쥔채 카페를 돌아 나왔을때 시원한 가을바람이 되게 기분 좋았던 것 같아. 한모금 들이켰던 바나나주스는 많이 달았던 것 같고. 오빠랑 처음 만났던 하루는 씁쓸하게 시작해서 달콤하게 끝났었어.
-주저리- | |
WoW이번 상견례 버전의 주인공은 슥찌였네요!!! 석찌ㅠㅠㅠㅠㅠ 이번 상편이 좀 짧죠? 대신 하편이랑 번외가 좀 넉넉할 편이니 좀만 기다려 주세용 라뷰..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