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
야릇한 상상은 다음주 쯤에 업뎃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제 아저씨께 연락이 왔는데 컴퓨터가 무사히 살아날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셨어요!! ㅠㅠㅠ 정말 다행이에요~ 야릇한 상상 다 날아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ㅠㅠ 다음주에 컴퓨터가 무사귀한 하시게 되면 바로 업뎃 할게요~ 그럼 야릇한 상상 업뎃을 기다리는 동안 치명적인 단점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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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샤워기로 비눗물을 씻겨 내리면서도 김명수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서 몇 번이나 샤워기를 집어 던졌다 들기를 반복했다.
생각 할 수록 어이없는 발언이지만 저 발언의 후폭풍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저번에도 삼일내내 동기들이랑 술을 먹는 나에게 술을 먹지 말라며 저 딴 말을 지껄였고 그 때 난 당연히 김명수를 무시했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날 과동기들 사이에선 엄청나 괴소문들이 퍼졌다는 것이다. 그 소문은 김성규가 조루라더라 김성규가 고자라더라 등등 별 미친 소리의 소문이었다. 진짜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욱씬거릴 정도다.
-똑똑똑
"성규야 아직도 멀었어?"
저 진드기같은 새끼.....진짜 누가 저 새끼 안 데려가나? 쟤는 나 말고 친구도 없는건가? 하긴.....저딴 놈을 나 말고 누가 놀아주겠어
"왜 이렇게 오래 씻어?"
밖에 보니까 비가 그친 거 같기는 하던데.....아니지 저번처럼 그쳤는 줄 알고 나갔다가 갑자기 다시 내리면 어떻게 으으으으으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그냥 라면이나 끓여"
근데 진짜 김명수는 나 말고 다른 친구는 없나? 그러고보니 김명수를 안지 1년이 넘었는데 난 김명수 주위에서나 김명수 입에서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없다. 저 자식은 그 흔한 고등학교나 중학교 친구도 없는건가?
"야 김명수"
아- 막상 물어보려니까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괜히 이런거 물었다가 정말 없으면 상처받으려나? 하긴, 친구가 있었으면 이렇게 삼일내내 나만 찾았을리가 없지....
"성규야"
괜히 물어서 분위기라도 어색해 지면 최악이다. 그래, 그래 그냥 신경 끄고 머리나 말리자
"싱크대 밑에 서랍보면 라면 있으니까 가서 끓여"
군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는 김명수의 모습을 보며 드라이기를 켰다.
다른 과로 갈라지면서 옛날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이호원이랑 연락을 하다보면 항상 이호원은 나한테 김명수 얘기를 꺼냈다. '너 김명수랑 언제까지 다닐거냐?' 라는 식의 얘기? 그럴 때 마다 난 말을 돌렸었다. 딱히, 김명수랑 평생친구를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 이때까지만 친구로 지내는 거야 라는 생각또한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호원한테 해 줄 대답을 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난 김명수가 귀찮은거지 싫은 건 아니다. 이호원이 김명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소문 때문이었다. 1학년 때 김명수한테 질린 애들이 많아서 인지 김명수의 대한 소문이 너무 부풀려져 있었다. 그래도 막상 옆에서 지켜보면 요즘에 찾아보기 드문 착한남자가 바로 김명수였다. 확실히 김명수가 집착도 심하고 소유욕도 심해서 사람을 좀 짜증나게.....아니, 좀 많이 짜증나게 하는 경향은 있어도 일부로 막 멀리하고 절대 친해져서는 안 될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근데 이러다 평생 따라다니는 거 아니야?"
미친- 절대 안 돼. 그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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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을 치며 와- 진짜 라는 과장된 감탄사를 내 뱉는 이호원이 우스워 손에 들고 있던 땅콩 몇 개를 얼굴에 던졌다.
"아마 500년 쯤 지나면 너 유명해 질거다"
혼자 낄낄거리는 이호원한테 입에있던 오징어다리를 집어 던지자 정확히 이호원 이마에 명중한 오징어다리는그대로 이호원앞에 놓인 맥주잔 안으로 골인했다.
"근데 니 빠는 어디갔냐?"
말 없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자 이호원이 웃으면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병신새끼 거기 내가 쪽쪽 빨던 오징어다리 들어가 있는데
"올 때가 됐는데"
또 혼자 실실 웃으며 두리번거리는 이호원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맥주를 들이켰다. 집에만 있었어서 그런가 오늘은 다른 때 보다 맥주가 더 달게 느껴진다.
"여기야 여기-"
갑자기 내 뒤를 보며 손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이호원의 모습을 보자 아마도 오늘 이호원의 물주께서 도착하신 모양이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존댓말을 쓰는 거 보니까 후배인 거 같은데 난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선배님도 계셨네요?"
뭐지? 날 아는 건가? 나를 보고 사람좋게 웃는 녀석때문에 내 머릿 속은 갑자기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누구였더라? 아무리 머리를 붙잡고 생각해도 도저히 생각나지가 않는다. 도대체 누구더라.....
"남우현.....제 이름 남우현이에요"
미치겠다. 이름까지 알려줬는데 더 모르겠다. 평소에 남한테 별로 관심을 안 가지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무리 무관심 해도 날 아는 사람을 모를 만큼은 아니었는데.....
"김성규 너 우현이 기억 안 나지?"
우리 과? 헐...심지어 우리 과라고?
"선배님 저 빛즈(빛나는 렌즈 = 사진 동아리 이름)에요"
이호원 말로는 신입생 환영회 때마다 김명수가 나타나서 날 데려가거나 매 모임마다 김명수랑만 붙어 있어서 몰랐던 거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같은 과 그리고 같은 동아리 후배를 모를수가 있었던 거지? 나도 참....
"저 선배님이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남우현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오늘은 김명수한테 전화가 단 한 통도 안 왔다. 간간히 톡을 보내기는 했지만....그래도 매일 오던 전화가 안 오니까 좀 허전....시발 허전? 아!!!! 익숙해져 버렸어!!! 김명수 시발!!! 김명수의 집착에 익숙해져 버리다니?!!?
"선배님"
어쩐지 약간 날이 선 말에 줄곧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남우현을 바라보자 내 생각과 다르게 남우현은 여전히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있었다.
이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