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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

 

 

 

 

 

 

"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집에 가는 길이에요? "

 

 

 

내게 말을 거는 옆집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원래 오지랖이 넓은가? 어제 잠깐 한번보고 아침에 잠깐 한번 봤는데 어제도 그렇고 아침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자꾸 나한테 친한척 하는거야. 얼마나 뛰어온건지 이마에는 송글 송글 땀방울이 맺혀있었고 아침에 봤던 단정한 정장 넥타이는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옆집 남자는 정장 소매로 이마를 닦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올려다 보면 목 안아파요? 라는 말이 튀어 나올뻔했지만 꾹꾹 눌러 삼켰다.

 

 

" 집 가는길이면 같이가자고 저기서 부터 달려왔는데 집 안가요? "

 

 

" 가요 "

 

 

" 다행이다! 집 안가는거면 어쩌지 했는데 "

 

 

" 왜요 "

 

 

" 혼자가면 재미없잖아요 그렇죠? "

 

 

 

집 가는길을 재미있으라고 걷는건가? 이 남자 정체도 알수 없고 생각도 알수가 없었다. 얼굴을 보니 진심인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냥 삼비글처럼 무시하고 말지 하면서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자꾸만 옆에서 따라오는 옆집 남자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내 걸음이 빠른지 옆집 남자는 내 발걸음에 맞춰 걷다가 늦어지면 다다다 달려와서 다시 옆에서고 또 늦어지면 다다다 뛰어와 옆에서서 걸었다. 이럴거면 왜 같이 가자고 하는건데? 심지어 옆집 남자는 100m 달리기라도 하는 듯 호흡마저 가빠지고 있었다. 그걸 봤으니 모른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걸을 수도 없고 나는 급격히 생각이 많아졌다. 어쩌지 하고 생각을 하다 결국 내 걸음을 옆집 남자에게 맞췄다.옆집 남자는 그제서야 편해졌는지 다시 얼굴이 밝아졌다.

 

 

" 걸음이 진짜 빠르네요? 따라걷는데 난 달리기 하는줄 알았다니까요 "

 

 

" 근데 왜 자꾸 존댓말 써요 "

 

 

사실 아침에는 그냥 그랬는데 아까부터 조금 거슬리는게 있었다. 내가 학생이라는 걸 알면서 옆집 남자는 내게 존댓말을 했다. 아직 안 친해서 그런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궁금해서 한번 물어봤다.

 

 

 

" 그럼 반말할까요? "

 

 

" 좋으실대로 해요 "

 

 

" 난 존댓말 하는게 편해서 그래요 "

 

 

옆집 남자의 말에 나는 고갤 끄덕거리고 다시 앞을 봤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남자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길래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도 나를 쳐다본다.

 

 

" 난 이름 가르쳐줬는데 난 아직 학생 이름 못 물어봤네요? "

 

 

" 오세훈이요 "

 

 

" 아 세훈? 오세훈. 이름이 학생이랑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

 

 

내 어떤 면을 보고 내 이름이 나랑 잘 어울린다는 건지 남자는 앞을 보면서 입으로 작게 중얼 중얼 거렸다. 입모양을 봐선 내 이름을 말하는거 같은데 무슨 주문외우듯이 외우는 남자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친하지도 않고 정체도 모르고 친해질 마음도 없는 옆집 남자와 집까지 같이 걷고 있다니 내 생각에는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집이 이렇게 멀었나하고 느껴질 때쯤 옆집과 우리집이 보였다. 얼른 이 남자랑 떨어지고 싶었다. 느리게 걷던 발걸음을 다시 제걸음으로 걸어 먼저 앞서갔다. 남자는 당황했는지 또 나를 따라 뛰어온다. 집도 다왔는데 왜 뛰어오는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옆집남자는 이상했다. 집 앞 현관에 도착하니 옆집 남자가 나를 불렀다.

 

 

" 세훈학생! 우리 자주봐요 잘가요! "

 

 

나는 옆집 남자에게 고갤 까딱하며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보긴 뭘 또봐. 나는 그쪽 두번 다신 안봤으면 좋겠는데. 방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백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받으면 무슨 말을 들을게 뻔하니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내일 학교가서 대충 둘러대면 저절로 풀리는 백현이라 괜찮았다. 어차피 오늘 놀아줬으니까 본인도 뭐라 크게 화내지는 않을거다.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위에 누웠다. 오늘 기 여러번 빨린거 같네, 삼비글한테 빨리고 옆집 놈한테 뺏기고 이러다 금방 늙어 죽겠네.

 

 

 

 

" 이거 옆집사는 총각한테 갖다주고와 "

 

 

" 세희 시켜요 "

 

 

" 오늘 세희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댔어 잔말말고 얼른 갔다와 식으면 맛 없어 "

 

 

집에 들어올 때 두번 다신 안본다고 했던 내 생각이 지워지기도 전에 엄마는 내게 김치전이 담긴 접시를 손에 건내주었다. 옆집이라면 끔찍하게 좋아하는 우리 엄마인건 알겠는데 이사온지 이틀밖에 안된 사람한테까지 이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옆집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떠들어대던 오세희마저 없으니 이 김치전을 가져다 주는 일은 고스란히 내가 해야하게 생겼다. 싫다고 싫다고 미루다가 결국 엄마한테 머리 한대를 맞고서야 옆집 현관 앞까지 왔다. 마음 같아서는 던져주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엄마한테 얻어 터질걸 생각하니 차라리 지금 한번보고 내일부터 안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르고 몇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열고 옆집 남자가 나왔다. 금새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는지 흰티에 검은 츄리닝바지를 입은 옆집 남자가 나를 반겼다.

 

 

" 또 보네요? "

 

 

" 이거 주러 온거에요. 엄마가 드시래요 "

 

 

" 우와 나 김치전 되게 좋아하는데! 근데 너무 많다 .. 이거 같이 먹어요 "

 

 

" 아니요 됐어요, 가볼게요. "

 

 

김치전이 담긴 접시를 남자에게 건내주고 같이 먹자는 옆집 남자의 선의를 거절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너무 단호하게 거절했나? 그냥 먹었다고 말하고 올걸 그랬나? 집으로 돌아오니 괜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옆집 남자는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라고 판단해서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작가

암호닉 받습니다. 이 글은 완결 후 메일링 할 예정입니다. 3화는 내일 제가 연재를 못할거 같아서 오늘 미리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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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 3펀 올라왔었네요! 저 방금 2편에서 암호닉 신청하고 왔는데 보셨나요?두루미요! 헣 세훈이 성격 참 쟈가운거 같애요(두근)준며니는 너무 귀엽네욯ㅎㅎㅎㅎㅎㅎㅎㅎ흐헣 다음편도 기대할게요ㅎ
11년 전
홀롤룰루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2
세훈이단호박이에요8ㅅ8
11년 전
홀롤룰루
단호박이에요~
11년 전
독자3
와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암호닉 신청할래요 샤시니로! 작가님 짱짱맨 세준짱짱맨ㅠㅠㅠㅠㅠㅠㅜㅠ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좀 울고오겠슴다
11년 전
독자3
매미예요! 방금 2편에 댓글달고 바로 3편보러 왔어요! 세훈이가 너무 쟈가워요ㅠㅠ 언제쯤 세훈이는 준면이를 좋게봐줄까요ㅠㅠ
11년 전
홀롤룰루
바로 그게 컨셉!!
11년 전
독자4
오세훈한대때려도there? 감히 우리 준면이에게 단호박대하듯 대하다니
11년 전
홀롤룰루
ㅋㅋㅋㅋ 나중에는 세훈이한테 반하실텐데 나쁜남자가 끌리는법
11년 전
독자5
오세훈 단호박 돋네요허허..
11년 전
독자7
세훈이 도도하네요... 준면이는 이미 세훈이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암호닉 '현상학' 신청합니다~

11년 전
독자8
작가님 폭연쩔어욧.. 바람직한 연재속도!! 스릉함니다 허허 세후니참 단호박이네여 사람뻘쭘하게스리ㄷㅋㅋ어휴 김치전먹구싶다 제가 준며니랑같이먹으면안ㄴ되나여흐규흐규 왜 저희옆집엔준멘같은이웃이없는것인가..!!
11년 전
독자9
오센단호하시네요 단호박이세요?
11년 전
독자10
세훈이단호박드셨낰ㅋㅋㅋ밀었으니까이제당기기만하면되겠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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