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같이 연재 중이던 '옆집 남자'는 사정(타인 무단배포)로 인해 중단합니다. 개인 사정으로 연재가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작가 |
암호닉 받습니다. 이 글은 완결 후 메일링 할 예정입니다. 이 픽은 단편으로 총 10편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외전도 준비 중 입니다. |
봄날의 늑대를 좋아하세요?
교실까지 들어오는 그 시간이 내게는 꿈만 같았다. 이제야 너는 내가 사랑한 박찬열이 맞는 거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너는 처음부터 였는지 아님 지금부터인지 나를 다시 모른척 했다. 너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무시한 채 보고도 못 본채 나를 밀고 교실로 들어갔다. 다시 낯선 너로 돌아가버리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떤게 지금의 너인지 모르겠다. 자리로 걸어와 앉으니 한창 수업 중인 선생님께서는 나와 박찬열을 한번 보시다 끊겼던 수업을 다시 이어가셨다. 고갤 돌려 너를 쳐다봤을 땐 넌 이미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정말 다 내가 꿈꾼 것이였을까? 방금 전 까지 있던 일들은 다 내가 원해서 꾼 꿈이였던 것일까? 나도 너를 따라 고개를 책상에 묻었다. 잠시 후 나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고갤 들어보니 처음보는 아이들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손에는 뭘 잔뜩 든채 말이다.
" 어제 질질짜면서 나가더니 오늘은 안 우냐? "
무언가에 얼굴이 맞아 잠시 앞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목구멍으로 텁텁한 무언가가 넘어갔다. 손으로 얼굴을 털어보니 분필가루가 잔뜩 묻어나온다. 목으로 넘어간 분필가루때문에 기침이 터져나왔다. 얼마나 따갑던지 금방이라도 피가 나올 것 같이 심한 기침을 뱉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이 또 다른 칠판지우개가 날아왔다. 이번엔 머리와 몸통이였다. 머리며 얼굴이며 흰 교복 와이셔츠까지 온통 알록 달록한 분필가루로 떡칠해졌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더 이상 분필가루가 들어가지 않게 막으니 내게 말을 걸었던 남자아이가 내 손목을 세게 움켜 잡았다.
" 놔 "
" 이새끼 손목봐라? 시발 기집애보다 얇네 "
손목을 비틀며 꺾는 남자아이를 보며 아프다고 연신 소리를 질렀지만 이 새끼는 귓구멍이 막힌건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자꾸만 팔을 꺾어댔다. 힘은 어찌나 쎈지 밀어도 밀리지도 않았다. 눈물이 또 터질거 같았지만 입술을 앙 물고 참았다. 이럴때 너가 나타나서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찬열의 자리를 쳐다봤지만 너는 없었다. 남자아이는 내 머리끄덩이를 잡더니 고개마저 뒤로 젖힌다. 손목에 머리까지 퍼져오는 통증에 나는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 너같은 놈들을 뭐라고 하는지 아냐? "
" 놔 "
" 창년이라고 하는거야 "
" 놓으라고! "
" 어제 울때부터 알아봤는데 이야~ 시발 좆나 야해"
할말을 잃었다. 나를 야하다고 말하는 남자아이에 눈이 뭔가에 홀린듯한 알수없는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잡고 있던 남자아이는 나를 던지듯이 놓더니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교실을 나갔다. 보아하니 우리교실은 아니고 다른 반인 것 같았다.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다시 목이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아까보다 더한 기침이 나왔다. 한바탕 독한 기침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니 교실에 있던 모든 이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왜? 너같은 것들은 구경이 제일 재밌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머리와 교복셔츠를 털었다. 분필가루들이 날리니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아우성을 치며 욕을 한다. 하는 수 없이 힘없는 다리를 억지로 끌어 교실을 나왔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서는 내 꼴을 보고는 다들 한마디 씩 한다.
" 이번엔 쟤냐? 쟤도 불쌍하다 오자마자 김종인이라니 "
" 산적한테 걸렸어도 불쌍하지는 않았을텐데 김종인이라니 끝난거지 뭐 "
아까 그 새끼 이름이 김종인인가보다. 뭐가 불쌍한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쌍하면 말려나 주던가 왜 되지도 않는 위로따위를 하는 건지 나는 짜증이 났다. 화장실로 들어오자마자 물을 틀어 머리부터 적셨다.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사이로 줄줄 흘렀다. 세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교복 와이셔츠를 벗어 물에 벅벅 닦으니 분필 가루가 사라지며 본래의 흰 와이셔츠 색으로 돌아왔다. 물이 차가운건지 아니면 와이셔츠를 닦아서 그런지 손이 벌게졌다. 세면대 담긴 와이셔츠를 들어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화가 났다. 저를 이대로 혼자 두게 만든 박찬열한테 화났고 저를 이렇게 만든 박찬열한테도 화났고 필요할때마다 사라지는 박찬열한테 화났고 그런 박찬열한테도 목매다는 나 자신한테도 화났다. 머리에서 뚝뚝 물이 떨어져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를 적셨다. 그 상태로 밖을 나가려다 머리 위로 묵직한 무언가가 얹혀졌다. 얼굴과 머리를 덮은 것은 수건이였다. 머리를 조심스레 닦아주는 그 손길과 수건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 향기가 너무나 익숙한 것이여서 눈물이 날뻔했다. 하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와 다시 멀어져가는 손길과 발걸음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 돌아가랬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