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Asher Book - Someone to watch over me
"야." "……." "대답안해?" ……. 야, 야! (-)!! 놈이 아무리 날 불러제껴도 난 일관된 침묵만을 유지하며 절대 입을 열지 않은채로 소파에 앉아, 언제나처럼 소설책을 읽었다. 아니, 읽은게 아니라 읽은척을 하고 일부러 그를 무시했다. 그에 대한 걸맞은 이유를 대라면, 그야 물론 저놈과는 절대 말을 섞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저놈과 말을 한 줌이라도 섞는걸 꺼려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나의 친오빠라고 하는 그가 날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인 즉슨 가족으로서의 사랑따위가 아니고, 오롯이 이성으로서 날 사랑한다는 뜻이다. 사랑으로도 모자라 집착까지 한다는게 더 문제지만. 대답이 없는 나를 더 이상 참지못하고 소파 끝쪽, 내 반대편에 건방진 자세로 앉아있던 그는 가운데에 있는 탁자를 그대로 밟고 올라가 가운데를 쭉 가로지르더니 곧바로 내 앞에 서서 날 내려다보다가 이내 탁자에 걸치고 앉았다. 한치의 미동도 보이지않는 나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는 한쪽 무릎을 굽혀 턱을 받치고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말 한마디를 흘려보낸다. "사랑해." "……." "사랑한다고." "어쩌라고." "왜 넌 사랑한다고 안해줘?" "……. 엘런." 내가 그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자 그 전까지의 아니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금세 생글생글 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치로 날 빤히 쳐다본다. 오늘 엄마가 말해준거 안잊었지? 두시 사십분에 병원. 최대한 세시까지는 거기 가있으래. 점심은 엄마가 반찬 냉장고에 있는거 꺼내먹으랬어. 나 열한시쯤에 친구랑 약속있으니까 점심은 알아서 챙겨. 그리고 좀 닥쳐. 능글맞은 톤으로 내 이름을 미처 부르기도 전에 한 내 말때문에 그의 표정은 다시 종이마냥 꾸깃꾸깃해졌지만. 뭐 별 상관은 없었다. 근친상간이라니, 끔찍하기 그지없다고 인식되는 그런 사랑. 넘치도록 받아봤자 좋지도 않고, 오히려 친동생인 날 좋아한다는 놈의 소문이 쫙 퍼졌기에 사람들로부터 받는 시선도 여간 곱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오빠가 날 이만큼이나 사랑해주는구나 하고 기뻐했지만 그의 마음 그 모든걸 안 지금, 이런건 이제 신물이 난다.
"넌 내가 정신병자로 보여?"
"적어도 내 눈에는. 아, 아니지…너 정신병자 맞잖아. 근친."
"……야."
"굳이 나만이 아니어도 다른사람들은 너를 정신병자로 봐 확실히. 니만 그걸 모르는 거지."
"…왜 너까지 그런식으로 말하는거야? 너…, 적어도 너만은. 내 편이잖아." "……." "내 편이여야 하잖아!"세살배기 어린애인 것처럼 떽떽대는 그를 두고 귀찮아, 시끄러워……라고 생각하며 땅이 꺼질듯이 무게 가득한 한숨을 토해냈다. 이 거머리를 언제까지고 상대해줄 수는 없다고 나는. 요즘들어 이걸 버티는 것도 거의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다. 이놈이 난리떠는걸 겨우겨우 일년을 참아냈어. 더는 아슬아슬하다. 정말 정신병원에 집어넣어야 좀 편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딴생각을 하는 나때문에 화가 난건지 어쩐지 분간이 안가는 얼굴로 날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엘런은 내 손에 잡혀있던 책을 던져버리고 내 두 손목을 잡아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책이 놈의 등 너머 저 멀리에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마음도 같이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ㅡ꽤 위험한 순간이잖아, 이거.
입술이 닿을랑말랑하는 아찔한 거리를 즐기며 엘런은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금방이라도 키스를 퍼부어버릴듯이. 나 역시 불쾌한 두려움이 치밀어 오르려는걸 무릅쓰고 애써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며 눈을 반쯤 감고 속삭이듯 그에게 물었다.
"왜 오빠는 날 포기하지 않아?"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직구로 들려오는 대답. "널 사랑하니까."
사랑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