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지켜만 봐왔다. 그가 금메달을 따고 기뻐할 때 나도 함께 기뻐했고, 그가 실격 판정을 받고 절망에 빠져있을땐 내가 다가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고, 심판에게 달려가 My Park에게 무슨 짓이냐며 따지고 싶었다. 그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를 배웠고, 그와 한 경기장에 서서 대결하고 싶어 수영을 배웠다. 그의 취향에 맞춰 같이 식사를 하고 싶어서 한국의 매운 음식들을 모두 마스터했다. 그렇게 줄곧 상상만 해오던 박태환이. My park이 지금 내 앞에서 해맑은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있다. 줄곧 키스하고 싶었던 붉은 입술이. 줄곧 만지고 싶었던 보드라운 볼이 내 앞에 있다. 지금껏 해왔던 나쁜 상상들과 스킨십들이 몽땅 터지려고 한다.
“내 얼굴에 뭐 묻었나..?하하..뭘 그렇게 신기하게 쳐다봐요..”
“아...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그런데 한 번만..만져봐도 되요?”
“네?뭐..그러세요 하핳”
떨리는 손으로 그의 볼을 아기다루듯 살며시 만져보니 내가 상상해왔던 촉감대로 아주 부드럽고 달콤했다. 마치 꿀처럼..녹아들 것만 같다. 볼을 한 번 만져보니 다른 곳도 서슴없이 터치하고 싶어졌다. 저 붉은입술과 튀어나온 쇄골, 해맑은 저 눈동자와 토실거릴 것 같은 엉덩이도. 모두 만져보고 내 눈에 담고싶고 키스해주고 싶었다. 이런 걸 소유욕이라고 하는걸까. 그의 모든 것이 내 것이었으면 싶다. 내가 그를 정복하는 첫번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와..자고싶다. 그와 sex하고 싶다. 생각이 위험수위까지 미치자 그의 볼에 닿아있던 내 손을 황급히 내렸다. 아, 이러면 안돼.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알면 My Park이 날 싫어할거야..그냥 지켜만보자. 깨끗한 그를 나로 더럽히지 않게..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은데..”
내 이마에 얹혀지는 그의 손. 점점 다가오는 그의 얼굴에 나는 본능을 참지못하고 그에게 달려들어 뒷목을 잡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혀가 얽히고 섥혀 미묘한 맛을 냈다. 오렌지를 먹고 왔는지 그의 타액에서 상큼한 오렌지 맛이 난다. 그가 저항하며 큰 손이 나의 가슴팍을 친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뒷목을 놓아주고 입술을 뗐다. 아, 분명히 날 싫어하게 되겠지. 같은 남자끼리 키스라니. 이런 날 분명히 싫어할거야..그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좌절감에 빠져든 나는 당황한 그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밖에 건넬 수 없었다.
“미안..미안해요..기분나빴죠..?미안해요..”
“허..기분 안 나쁘다면 거짓말이네요. 쑨양선수 실망이에요.”
나에게 혐오의 눈길을 보내고는 그대로 나를 등지는 My Park. 안돼 이렇게 가지말아요. 변명이라도 조금만 더 들어줘요. 당신을 좀 더 내 눈에 담고싶은데. 당신이 날 싫어하게 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는데..태환의 손목을 잡아 나를 향해돌려 세운 뒤 가지말라고, 미안하다고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이렇게 질질 짜는 나를 더 싫어하게 될까.
“어..울어요? 미안해요 울지말아요..”
“Park이 왜 미안해요..내가 더 미안해요..억지로 키스해서 미안해요..흐..”
그는 내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계속 흐르는 내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준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울지말라고 말해주는 My Park. 내가 그에게 그럼..날 싫어하지 않아요?라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눈물을 흘려대니 어떻게 미워하겠어요. 그냥 갑작스러워서 화난 척 한거에요. 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다행히 그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자 나의 입에서도 미소가 피어오른다.
“어, 우리나라에 그런 말 있는데.”
“무슨 말이요..?”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what..?”
그가 나의 귀에 소근소근 속삭인다. 한 번 확인하러 가볼래요? 그리고 그는 내 귀에서 얼굴을 떼더니 호텔으로 눈짓을 한다. 아, 이 남자 은근히 밝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