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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너 뭐해? 빨리 가자. 애들 기다리잖아."

"……."

"정진영! 뭐하냐고! 왜 그래?"

"아…, 형. 나 반지 잃어버렸나봐. 금방 찾아서 갈게. 무대할 때 떨어뜨렸으면 여기 어디 있을텐데…."

"…그거? 조심 좀 하지, 으휴. 알았다. 대신 서둘러. 적어도 밥은 먹고 다음 스케줄 가야할 거 아냐. 산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어. 나 너무 늦으면 먼저 밥 먹으러 가. 문자 남기고. 아씨, 돌겠네. 어딨지?"


-

지금 이거 말하는 건가? 아까 무대에서 주웠지. 불쌍하긴 한데 예뻐서 주기 싫다. 내 소장 박스에 넣어두고 싶어.

……그래도 남의 것, 특히 인간의 것에 욕심내지 않기로 했으니까 돌려주자. 대신 장난이나 좀 쳐볼까?


"너 혹시 여기서 반지 같은 거 못 봤니?"


나? 내가 보인다고?


"저…저요? 제가 보여요?"

"응.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다고. 모르면 비켜."


착한 줄 알았는데 방송용이었나. 되게 까칠하다. 귀신이 되니까 진짜 성격도 보이고, 이 점은 좋네. 재밌어.

근데 이 사람에게는 내가 보이다니……, 왜지?


"너 성격 되게 이상하다. 나오라니까. 나한테 진짜 중요한거야. 찾아야 돼."

진짜 화난 듯, 이러다가 큰일나겠는데?


"저…, 이거요? 이거 맞죠?"


한 순간에 돌변하는 표정. 1위 했을 때보다 기뻐보인다.

"진짜 다행이다….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고마워."


갑자기 날 포옥 껴안는데,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억……."


"어? 놀랐지? 미안미안. 정말 기뻐서. 놀랐다면 사과할게. 혹시 감사와 사과의 의미로 밥 한 끼 사도 될까?"


잠깐, 진짜 이 사람 뭐…지…?

내가 보이는 것부터 말이 안 됐지만, 나를 만질 수도 있다니.

지금까지 이런 사람은 없었다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고

"침묵은 긍정의 뜻이지? 그럼 가자!" 라고 밝게 외치는 이 사람, 어떡하지.




-

"어, 형. 출발했어? 기다린다고? 아 다행이다. 응, 어떤 애가 찾아줬어.

응응, 이산들이 그렇지 뭐. 어디로 나가야 돼? 아, 알지. 안다니깐! 금방 갈게."


아까 먼저 간 그 사람인가. 매니저.

전화를 마친 뒤 곧바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부담스러워.


"아까 정신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있잖아, 나 알아?"


"네? 아, 알죠. 비원에이포 리더 진영."


오,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감탄하는 걸 보자니 괜히 뿌듯해진다.

그 정도도 모르면 방송국에 사는 귀신이라고 할 수 없죠!


"모르는 줄 알았어. 나 나름 아이돌인데 하나도 안 놀라길래, 푸흐흐.

 그럼 너 왜 거기에 있었어? 관계자는 아닌 것 같고, 누구 응원온거야?"


난 그냥 거기 사는데…, 뭐라 대답하지.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며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하는 나를 지켜보더니,


"곤란하면 말 안해도 돼.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근데 지금 가면 우리 애들 다 있을 텐데, 괜찮아?"

"네?"


힘들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외출하는 거니까. 활기찬 분위기나 기운 느끼고 싶다….


"싫어? 너무 부담스러운가? 근데 애들 다 착해서 잘해줄거야. 그건 걱정 말고."

"아뇨, 괜찮아요. 갈래요." 살짝 웃어보였다.


"나 계속 느낀건데, 너 진짜 하얗다. 부러워. 막 따로 관리 받는 건 아니지?"

뜬금없긴…, 귀신이니까 그렇지! 방송국 안에서만 지냈으니까.


"유전이에요."








002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니, 커다란 철문이 있다.


"아, 겨우 찾았네. 여기는 찾을 때마다 헷갈려."


맞다, 이 오빠 길치였지? 어쩐지 너무 돌아간다했지. 그렇다고 내가 아는 척 할 수도 없으니까.

저번에 대기실에서도 길치라고 구박받는 걸 봤던 것 같은데, 으흠. 방송에서 웃기려고 그런 컨셉 잡은 게 아니었구나.


문을 여니, 주차장이지만 은은하게 햇빛이 느껴진다.

그런 빛 속에 커다란 까만 차가 서 있다. 진짜 까맣다.


앞문을 열고 아까 그 매니저가 나오면서,

"아 그냥 내가 데리러 갈 걸 하고 후회하던 참이었다. 너 또 길 헤맸지? 그 간단한 길을, 넌 언제 익힐래?"


"그니깐 형,"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 웃어보이는 진영 오빠의 시선이 나를 잠깐 향하더니,


"아 맞다. 형, 얘는…."

"변명은 됐고, 빨리 타. 산들이 난리다 난리."



…아, 나오지 말 걸. 순간 이 오빠한테 속아서, 나도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원래 인간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중요한 사실을 깜박했다. 많이 당황할텐데…….


"어? 괜찮나봐. 묻지도 않네. 타자. 아까 전화할 때 내가 말했었나?"


…바보.




-

"아, 형! 나 아까부터 배고파 미치겠다고 했잖아! 죽을 것 같다고! 빨리 오라했어요 안했어요 잉?"


차 문은 열자마자 사투리 같은 서울말로 징징거리는 산들 오빠.

방송국에 살면서 아이돌 이름은 다 꿰고 있지, 내가. 그렇지만 역시 나는 안 보이는 듯.


"미안, 반지 잃어버렸었어. 형이 설명 안해줬어?

 얘가 찾아줘서 고마움의 뜻으로 밥 한 끼 같이 먹으려고 데려왔는데, 괜찮지?"



앗.


"…엥? 어디? 아무도 없는데? 부끄러워서 갔나봐. 형, 빨리 타. 농담 아니고 진짜 죽을 것 같다고!"


진영 오빠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 피식 웃더니,

"이산들, 배고파서 뵈는 게 없냐. 여기 있잖아. 얘 타게 자리 좀 내줘."


"형, 나도 안 보임. 왜 헛소리함. 소름끼침. 소름↗소오르으음↗ 오, 꽤 높이올라갔다.

 지금 난량특집임? 쓸데 없이 이런 거 짜고 오느라 더 늦음?"


산들 오빠 옆에 있던 바로 오빠가 쑥 나오며 말했다.


"난량이 아니라 납량이야. 그리고 왜 있는 애를 없다고 하냐. 얘 서운하다?"


"와 이산들 나 무서워 무서웡 서누 무서워쪙. …이런 반응 원하는 거임?"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진영 오빠를 놀리는 두 사람.



흠, 이쯤에서 말하는 게 낫겠지?

"오빠, 전 오빠한테만 보여요."


"뭐?" 길쭉한 그 눈이 동그랗게 변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사실 대로 말해야 하나 둘러대야 하나 고민하는데,


차 안에서 숨이 넘어갈 듯이 웃는 산들 오빠와 바로 오빠.

"와나 진영이형 연기 진짜 마이 늘었다 그제? 방금 나 진짜 속을 뻔 했다 으캬캬캬캬카캌카캬"



지금은 안 되겠다.

"조금 이따가 얘기할게요. 우선 저 없는 척 하고 타요."


믿기지 않는다는 눈이지만 맴버들의 반응에 어느 정도는 수긍한 듯,

"비좁겠지만 우선 타. 얘기는 가서 듣자." 이내 침착해진다.




-

"제가 뒷자리로 들어갈게요. 어차피 다른 사람한테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으니까."

"응." 조용히 속삭인 뒤


바람 빠지는 듯한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나 연기 많이 늘었지? 진짜 속을 뻔했지?" 라며 상황을 정리한다.


한참 진영 오빠의 연기에 대한 평이 오가다가

이내 점심메뉴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산들 오빠와 바로 오빠.


진영 오빠는 뒤돌아 나를 스윽 쳐다보고는 생각에 잠긴다.

믿기지 않겠지. 나도 믿기지 않는데…….




"너 뭐야?"


깜짝이야. 아주 작지만 분명한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는데,


"너 귀신이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확인사살하는 이 사람.

신우 오빠는 내가 탈 때부터 골아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래, 공찬.


"나? 내가 보여?"

"어. 진영이형은 왜 따라 나왔어?"


뭐야…….

말도 안 된다. 내 정체까지 알고 있어?


"전부터 내가 보였다고?"

"그래, 귀신들은 보통 시끄러운 거 싫어하던데 너는 왜 방송국에 사나 궁금했지."


"너… 너 뭐야?"

"글쎄, 나도 모르겠어. 그냥 어렸을 때부터 보였어. 모르는 척 살아서 대화한 건 오늘이 처음."


혼잣말 하듯 조근조근 말을 이어간다.

"근데 진영이형은 너를 어떻게 봤지? 이상하다. 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나도 몰라. 나 좀 도와주라. 나 그냥 귀신이라고 말해야 겠지?"

"아니. 저 형 겁 많아. 그 때부터 형은 너 무서워할 걸? 그냥…."


"그냥…뭐?"

"요정이라 해."


"그게 뭐야."

웃음이 터져나왔다.


귀신이 된 뒤 소리내어 웃은 건 처음, 신기하다.

사실 인간과 대화한 것도 처음,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으앙 초록글이라니 감사해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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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65
헐뭐야이금손은!!!!!!!!! 잘보고가요!!!!!!!!.
9년 전
새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9년 전
독자1
요정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비스무리한데 귀신보단 요정이 어감이 훠얼씬 좋둌ㅋㅋㅋㅋ 아나공찬식ㅋㅋㅋㅋ 요정ㅋㅋㅋㅋ
9년 전
새름
뭔가 찬이 진짜 저럴 거 같죠..? 씽크빅을 열심히 했는지 창의력 대장 b
9년 전
독자2
ㅓ얼하알...허얼........재밌어요 진짜ㅠㅠㅠ와...감사합니다....이런글 써주ㅅㅕ서...감사해요....혼또니 아리가또......
9년 전
새름
2편 올렸습니당 읽어주시겠어요? (부끄)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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