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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다 왔다. 내리자.”


, 형 뭐야. 샤브샤브 먹으러 간다더니 왜 방송국?”

"진짜 배고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난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매니저,



진영이가 시간 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방송 시간 다 됐어.”




아씨, 진영이형 나빠.”


미안미안. 내가 이따가 족발 쏠게.”

사람 좋게 웃는 진영오빠, 맑다.



어떻게 할래?’, 그 맑은 눈이 나를 향해 묻는다.




차에 있을까 나갈까 고민하는데,


이왕 나온 거 여기저기 봐야지. 숨 막힌다.”

찬이가 나지막이 말하며 내 등을 떠 민다.




아 놀래라. 나 숨 안 쉬거든!”


눈을 흘기면서 앙칼지게 말하면서도

사람처럼 대해주는 찬이가 고마워 웃어 보였다.





삐빅- 덜컥.



공찬까지 차에서 내리자 차 문을 잠그는 매니저.



하긴 저 까만 차 속에 혼자 있으면 답답하긴 하겠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티 나지 않게 진영오빠가 다가왔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만 보이는 거야, ?” 라고 묻는데,



찬이도 보인다고 말해야 되나,


고민하는 내 표정을 봤는지 옆에 있던 찬이가 대신 대답했다.




아니, 나도 보여요. , 얜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러 내려온 요정.”






.

그딴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


하긴 내가 귀신인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게.




, 그렇구나. 신기하다! 그래서 내 반지도 찾아줬구나?

음 만났을 때 말해주지. 나 이상한 사람 될 뻔 했잖아.”




순진하다. 아니 이 정도면 멍청한 건가?



그런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면 아무리 나라도 조금 부끄러운데.



근데 다른 애들 눈에는 안 보여? 나랑 찬이 빼고?

 어디에서 온 거야? 진짜 내 소원 다 들어줘?”




궁금한 게 그리도 많은지 질문들을 쏟아내는 진영오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

거짓말이 싫기도 하고, 한 번 속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테니까.

 


오빠가 날 무서워하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사실을 말해야겠어.



그게 아니라,”




, 얘 인간 세계에 온 지 별로 안 되어서 힘들어요.

 당장 꼬치꼬치 캐 묻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차츰 알아갑시당, ?”


큰 맘 먹고 말하려니까 또 말을 뚝 끊는 찬이.

 



…, 눈치가 너무 빨라.


아, 그렇구나. 미안미안.

 내가 원래 궁금한 걸 못 참아서, 이해해줘.”



토닥토닥. 내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는 손길에,

그를 올려다보니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눈꼬리.






그때,


너네 뭐해! 빨리 와! 정진영 아까부터 정신 못 차리지, ?”

저 멀리서 매니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갑니다!



.






-

 

. 그렇게 갑자기 뛰면, 놀랐잖아요.”


잔소리 듣기 싫은데 어떡해. 대신 내가 손잡아 줬잖아.

 근데 요정은 날개 있는 거 아니었어?”

 

은근한 눈빛으로 내 등을 살핀다.



너무 동화를 많이 봤네요.”


그런 거야? 에이.”




사탕 뺏긴 어린 아이 표정, 귀엽다.



진짜 요정은 날개가 있을까?

하지만 난 요정이 아닌 걸.








004





.”


? 신기해? 두리번거리는 거 귀여워, 푸흐.”


! 죽기 전에 와 보긴 했는데, 이렇게 안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라.”


? 죽기 전?”




. 내가 방금 죽기 전이라 했나? 요정도 죽나?

당황해서 입을 꾹 다물고 쳐다보는데,




뒤에서 쓰윽 나타나서

, 여기. 들어가자.” 대화를 끊어주는 찬이.



대본과 팬들이 준비한 간식들을 전해주며 진영오빠의 등을 떠 민다.




, . 조금만 기다려!”

진영오빠가 후다닥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자,




혼잣말인 양 허공을 바라보며 빠르게 말하는 찬이.


넌 여기에서 보고 있어. 오늘 한 시간짜리니까 금방 끝날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넌 진영이형 앞에서는 귀신이 아니라 요정이야.

 러니까 지금 기다리면서 형이 질문할 때 바로 대답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준비해 둬.

 난 형이 더 이상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아, 알겠지?”




약간 슬픈 빛이 도는 그의 진심어린 표정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방금까지만 해도 졸린 표정으로 눈을 비비던 신우오빠가

라디오 생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디제이의 질문에 반짝반짝한 눈으로 답하는 걸 보니,



역시 아이돌이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멍하니 그들을 쳐다봤다.




인간이었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들과 나는 딴 세상 사람인 것만 같아.






그러던 중, 찬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입모양으로 너 빨리 생각 안 해?’ 라고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으르렁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왜 이리 깜찍한 지.




!!!’ 입을 뻐끔 거린 뒤

책상 위 종이와 펜을 집어 빠르게 써내려갔다.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다.






Q1. 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고 나랑 찬이 눈에만 보여?



그러게 말입니다. 나도 의문이다.


귀신을 계속 봐왔다는 찬이, 얜 원래 좀 신기가 있는 애인 듯.

이와 달리 진영오빠는 내가 처음인 것 같던데, 요즘 기가 약한가? 뭐라 하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아, 하고 빠르게 적었다.


A1. 요정은 순수한 영혼과 간절한 소망을 가진 자에게만 보여요.


들으면 좋아할 만한 답변이다.

쿡쿡 웃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Q2. 어디에서 온 거야?

A2.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세계 곳곳에 요정 마을이 있어요.

      전 아직 초보 요정이라 평소에는 인간들처럼 일상생활을 하고,

      끔씩 인간들의 소원을 이뤄주라는 등의 특별한 임무가 주어질 때만 여기로 오죠.





나도 모르게 술술 소설을 쓰고 있다. 이러다 코가 늘어나겠어.


요정마을, 내가 지어냈지만 진짜 꿈같은 곳일 것 같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데 문득 짜증이 나서 푹하고 한숨을 쉬었다.

 


난 왜 귀신인 거지?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피하는 귀신.






Q3. 진짜 소원을 이뤄줘?


A3. , 하지만 그 간절함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도가 달라요.

     장난 식이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그래, 무작정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여운을 둬야지.

차피 난 이루어줄 수 없을 테니까.






-


어깨를 툭 치는 손길에 놀라 눈을 떠보니,

어이없다는 표정의 공찬.




귀신도 자냐?”


우응.”

 


우선 기지개를 쫙 피고 머리를 굴렸다.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환상도 존재할 테니까. 지켜줘야지.

 



잔 거 아니야. 눈만 감고 있었어.

 귀신들은 인간들과 에너지가 달라서 머리를 조금만 써도 금방 힘이 없어져.



뻥쟁이, 잤으면서. 눈도 못 뜨네 아주 그냥.

 나 귀신 자는 것도 많이 봤다.”

  




, 그래?”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진짜 얘는 못 속여.




생각은 많이 했어? 질문 몇 개 생각했어?”



종이를 내려다보니 단 3개, 그 동안 뭐했냐고 혼날 것 같다.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10개 쯤?”



에휴, 나 뻔뻔해졌다.


의외라는 표정으로 , 잘했네.” 내 어깨를 톡톡.




드디어 속였다는 기쁨과 함께 수 없는 오묘한 기분, 좋다. .






찬아, 뭐해? 손목 아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바로오빠가 묻는다.


그렇게 보일 만도 하지. 인간들에게 지금 찬이의 행동은

아무것도 없는 벽 쪽을 보면서 손을 휘젓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아니, 그냥 딴 생각 했어요. 진영이형은 또?”



그러고 보니, 라디오 부스 안에서 혼자 책상에 엎드려있는 진영오빠.

디제이까지 다 나온 불 꺼진 부스에 왜 혼자 저러고 있지?



. 원래 우울해지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구석에 웅크리고 있어서 놀라게 하더니 그래도 이제 많이 나아진 것 같네.”




궁금한 마음에 찬이를 빤히 쳐다봤지만 입모양으로 ....’ 라고.

, 하나도 안 궁금하다 뭐!







사실 정말 궁금해. 왜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헐헐허러ㅓ허러!!!!역시 이번화도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가 기대되네여ㅠㅠㅠㅠㅠ매우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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