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
"쌤.."
"왜?"
밥위에 쌓인 고기들과 선생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니 썜은 머쓱한듯 웃더니 많이 먹으란다.
"우리 고기도 먹는데 술 한잔 합시다!"
"꼬맹이가 술은 무슨ㅋㅋ"
"저 25살이라구요"
"그래도 나한테는 꼬맹이야"
"하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그래-'라고 속삭이자 쌤은 발끈 한 듯 손을 들어 소주를 한병 시킨다.
"취하면 너 버리고 갈거야"
"저 술 잘마셔요"
..분명 잘마시는데 선생님이랑 마시니까 왠지 더 빨리 취하는 것 같다. 평소엔 2병까지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1병도 안마셨는데 취하는 것 같다.
"쌤 여자친구 있죠?"
"있어요도 아니고 있죠? ㅋㅋㅋ"
"쌤 잘생겼잖아요"
"갑자기?"
"잘생겼으니까 당연히 여자친구 있겠지? 부럽다.."
"없는데"
"에이"
"진짜 없어"
"왜요?"
"그냥 없는데-"
"잘생겨서 눈이 엄청 높은가?"
"글쎄-"
별 다른 말 없이 웃으며 나를 보던 선생님은 그만 일어나자며 먼저 나가서 계산을 한다.
집에 데려다주겠다 해서 둘이 같이 걸어가는데 내 옆으로 차가 지나가자 바로 내 팔을 당겨 자기가 차도쪽으로 서는 선생님이다.
"오..박력"
"결혼하고싶어?"
"자꾸 결혼 타령이세요ㅡㅡ"
"야 너가 맨날 나보고 결혼하자 그랬잖아. 진짜 나이먹었다고 이렇게 무시하기 있냐"
"그때는 다 선생님 좋아했어요"
"치사하다"
도대체 어디서 삐진건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말도 안걸고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는 선생님을 옆에서 보고있자니 나이에 안맞게 귀엽다.
"쌤- 그렇게 잘생긴 얼굴로 그 나이에 귀여우면 반칙이에요. 뽀뽀하고 싶어요"
"뭐?"
"....네?"
진짜 술김에 의식의 흐름대로 말해버렸다. 진짜 뽀뽀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왜 튀어나왔지..
-
"아 그쪽이 태평이가 그렇게 찾던 학생?"
"네?"
"지훈아"
"아.. 태평이가 자기가 그쪽 찾아다닌거 말하지 말라네요 ㅎㅎ"
어쩌다보니 나랑 태평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 저번에 잠깐 봤던 선생님 친구분도 오셨다. 이름이 주지훈 이랬나..? 역시 끼리끼리라고.. 친구분도 존잘이다.
많은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유머도 있고 재미있으신 분 같다.
선생님은 아무래도 내가 불편할까봐 걱정되는지 계속 챙겨주면서 괜찮은지 물어보고 있다.
"태평아. 눈에서 꿀 떨어지겠다. 나도 좀 그렇게 쳐다봐주겠니?"
"죽여버린다"
"응."
.
"미안. 지훈이가 원래 장난 많이치는 애라서.. 불편했지"
"아녜요! 재밌었어요 ㅎㅎ 좋은 분 같아요"
"응 아니야"
"근데 쌤 저 찾았어요? 언제요?"
"...그냥 잠깐-"
"잠깐?"
"애가 갑자기 연락도 끊기고 안보이니까~"
"아.."
"뭐야? 그 실망스럽다는 표정은?"
"나는 또 쌤이 나랑 결혼할라고 찾은 줄 알았지~"
"늙어서 나랑 결혼 안한다 그랬으면서"
"제가 언제 그랬어요?"
"옛날에는 얼굴만 봐도 결혼하자 그러더니 요새는 한번도 그런적 없잖아"
"이제 그런말 하면 진짜로 결혼해야 될 것 같단 말이에요"
"하면 되지"
?????? 갑분결혼?
"결혼을요?"
"응"
"우리가 연애를 하는것도 아닌데요?"
"연애하면 결혼하냐?"
"연애를 하다보면 당연히 결혼을 하겠죠?"
"그럼 뭐.. 연애부터 하던가"
??이번엔 갑분 연애? 이 사람이 취했나
"쌤 취했어요?"
"아니"
"근데 갑자기 무슨 연애를 해요"
"너가 6년전부터 프로포즈 했으니까 갑자기는 아니지"
"하.."
"그리구 너가 먼저 나 좋아했잖아"
"..."
"저번엔 나보고 뽀뽀하고 싶다면서"
"잘못 말한거에요"
"뻥치지마"
"진짜 아닌데요"
갑자기 아무말도 안하고 진지하게 쳐다보는 선생님에 괜히 지기 싫어서 똑같이 쳐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다가와 살짝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나는 하고 싶었는데"
"..."
"너 성인되면 연애도 하고싶었고"
..
"그래서 찾아 다녔는데 어디있다가 이제 나타났어.
나는 너 6년동안 좋아했으니까 내가 더 오래 좋아했으니까 억울하진 않을거고.."
"쌤"
철없을때의 소녀감성인줄 알았는데 나는 진짜로 태평쌤을 좋아했나 보다.
그동안 쌤 생각도 안했고, 까먹고 살았는데 왜 눈앞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은지 모르겠다.
술김에 나온 진심일지라도 용기를 내 준 선생님에 나도 용기를 내본다.
"안억울해요! 쌤이 나 더 좋아하니까 ㅎㅎ 대신 마음에 안들면 바로 땡이에요! 알았어요?"
"응. 잘해줄게-"
-
[알바 끝나고 뭐해?]
[친구랑 과제 하기로 했어요!]
[보고싶은데]
[참으세요]
[ㅠㅠ]
-
"이거 누구야"
내 핸드폰 앨범을 구경하던 쌤이 갑자기 내 눈앞으로 화면을 들이민다.
"아.. 친구예요!! 진짜! 학교 과제가 같이 브이로그 찍는거여서 찍은거예요"
"잘생겼네"
"성우 잘생겼지"
"?"
"??"
"그래"
"근데 김태평이 더 잘생겼지-"
진짜 이사람이 어떻게 39살인가요?
"방금 입꼬리 올라가는 거 다 봤어요 ㅎㅎ"
"..아닌데"
"콧구멍도 벌렁 거렸잖아요"
"아니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