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남태현 빙의글] 남태평양으로 꺼져 02 - 下
"헐! 어떡해.. 헐 남순아 괜찮아?
아 진짜 미안해서 어떡해.
진짜 미안해..."
이게 지금 뭔 소리냐고?
물컵을 들고 지나가던 김지원이
넘어진 탓에 내 무릎에 차가운 물이 엎어져서
나오는 소리임.
뜨거운 물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었음.
김지원은 우리 학교 요정님으로 유명한 애임.
공부도 잘해, 성격도 좋아, 얼굴도 예뻐,
돈도 많아, 착하기까지 해...
그냥 세상 혼자 사는 애.ㅇㅇ
차갑고 추운건 둘째치고
스타킹과 치마가 젖어서 많이 찝찝하고
짜증이 났음.
근데, 김지원이 일부로 부은건 아니잖슴?
쟤도 넘어지면서 분명 아팠을 텐데.
자기는 신경쓰지 않고 내 걱정하는 김지원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 없었음.
"... 괜찮아."
"아 진짜 미안해..."
"지원아. 교무부장쌤이 너 찾으셔."
"진짜 괜찮으니까 얼른 가봐.
쌤이 너 찾는다잖아."
"진짜 미안..."
김지원은 진심으로 미안한지 자리를
뜰 생각을 안했음.
내가 괜찮다고 빨리 가보라고 하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교무실로 갔음.
"... 야 남태. 체육복 바지 있냐?"
"내 체육복 가져다 줄테니까
갈아 입어."
남태현은 어디서 빌려왔는지 모를
귀여운 키티 담요와 체육복 바지를
내게 건냈음.
"얼른 갈아입고 나와. 쉬는 시간 끝나간다."
"응."
남태현 체육복 바지로 갈아 입었음.
근데 생각보다 엄청 큰거임.
바지가 질질 끌렸음.
초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분명
내가 더 컸었는데... 언제 저렇게 큰건지.
아무튼,
오늘 하루 남태 체육복 바지를
입고 질질 끌고 다녔음.
학교 끝나고 보니 체육복 밑단이
다 헤져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지원은 진짜 미안했는지 점심시간에
내게 초콜렛을 줬음.
아,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직접 준게 아니라 내 책상에
초콜렛 올려놓고 도망갔음.
ㅋㅋㅋㅋㅋㅋ 귀여워.
W. 병2
나는 등교는 남태랑 하지만
하교는 하이랑 세훈이랑 함.
남태는 아까 말했듯이 야자 안하고 바로
연습실로 가기 때문임.
야자 끝나고 하교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이랑 후니에게 말해줬음.
"아까 복도에서 벌 받는데 김지원이 물 들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거야.
근데 그 때 김지원이 넘어지는 바람에
그 물이 나한테 엎질러졌다."
"그래서 지금 니가 남태현 체육복
입고 있는거야?"
"웅. 솔직히 진짜 짜증나고 욕하고 싶었는데
걔가 진심으로 미안해하는거야.
그래서 차마 화내진 못했어."
"와... 김남순이 참을 때도 있구나."
"근데 대박인건 아까 점심시간에 김지원이
내 책상에다가 초콜렛 올려놓고 도망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쟤가 인기가 왜 많은지 알겠어.
처음엔 그냥 오냐오냐 공주님 스타일일까봐
좀 멀리 했는데, 진짜 좋은 애인 것 같아."
"나는 걔랑 안 친해서 성격은 모르겠는데
얼굴은 진짜 예쁘더라."
"야. 그래서 고백이라도 하게?
그래. 어디 한 번 사겨봐.
몇 일이나 가나 보자."
"야. 왜 말이 거기로 새냐.
고백하겠다는게 아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또 시작임.
얘네 요즘 이상함.
막 서로 레이져쏘면서 싸우는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사랑 싸움으로 보임.
ㅋ 귀여운 것들. 썸이네.
"아 몰라. 근데 남순아.
나는 걔 좀 별로더라."
"응? 왜?"
"그냥 별로야."
"이유도 없이?"
"응.
내 촉이 김지원은 별로라고 말하네.
걔랑 친해지지 마.
우리랑만 놀아."
"ㅋㅋㅋㅋㅋ 알았어."
집으로 가는 내내 후니랑 하이는
투닥투닥 거렸음.
분명 입은 서로에게 욕하고 있는데
얼굴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엌ㅋㅋ
내가 볼 땐 분명 서로 좋아함. 틀림없음.
아 몰라 지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뭐.ㅋㅋㅋ
하이랑 후니랑 헤어지고 집에 들어왔음.
집에는 아무도 없었음.
엄마랑 아빠는 오늘도 늦는가보네.
일이 많이 밀렸나.
어쩌면 아예 안 들어오실수도 있음.
오늘도 회사 옆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주무시고 오실듯.
"오늘따라 집이 더 적막하네..."
[까톡-]
으우얽어러헑 허어우 씨.
혼자 분위기 잡고 있었는데 카톡소리
때문에 개놀랐음.
확인해보니 카톡을 보낸 사람은 김지원임.
쟤는 진짜 천성이 착한 것 같음.
카톡까지 보낼 줄 몰랐네.
그렇게 소파에 앉아서
한참을 핸드폰 했음.
페북도 들어가보고, 연예뉴스도
읽어보고, 유튜브로 엑소 무대까지 봄.
근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거임.
엑소는 저렇게 무대에서 노래부르고
있는데, 나는 왜 소파에서 이러고 있나.
갑자기 느껴지는 급현타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음.
한 2시간은 미친듯이 수학문제를 푼 것 같음.
이제 힘들어서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이번엔 갑자기 감성이 폭팔했음.
뭔가 이런 생각이 들었음.
남태가 연습생이 되면서 나랑 같이
지내는 시간도 적어지고...
남태는 가수라는 꿈이 있는데
나는 꿈도 없이 무작정 공부만 하고 있고...
나는 이제 뭐먹고 살지...
감.성.폭.팔☆
이대로 있다가는 페이스북에
[머ㄹ¡ㄱr 아닌 가슴으로 우는
ㄴH가 좋다...☆]
이렇게 글을 싸 지를 것 같았음.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남태한테
전화를 걸었음.
"... ... 남태."
[왜 전화했어?]
"아니 그냥 뭐 하나 해서."
[춤 레슨 끝나고 지금 잠깐 쉬고 있었어.]
"그럼 쉴래? 끊을까?"
[아냐. 끊지마.
오늘 야자하면서 무슨 일은 없었고?]
"응 없었어. 아! 아까 김지원이
점심시간에 내 자리에 초콜렛두고 튀었다?"
[응, 그랬어?]
"응. 완전 착한 것 같아.
아 그리고 또... 너 체육복 바지 밑단
다 뜯어졌어. 질질 끌려서."
[괜찮아. 괜찮아. 또 다른건 없고?]
"음... 그리고 또... 음... 어... 없어.
이젠 너 얘기 해줘."
[나야 뭐 연습실 오자마자 연습만 했지.
아, 맞다. 너 김한빈 알지?]
"응..."
남태랑 얘기하다보니 점점 졸리기 시작했음.
[오늘 춤 레슨 받다가 김한빈이 백텀블링을
했는데, 잘못해서 넘어진거야.]
"ㅇ으웅..."
[근데 좀 크게 다친 모양이야.]
"... ... 으어응ㅇ..."
[그래서 아까 잠깐 같이 병원가줬ㅇ...
남순아. 너 자?]
"... ..."
[엌ㅋㅋㅋㅋ 잔닼ㅋㅋㅋㅋㅋㅋ]
"... ..."
[데뷔하고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거
왕창 사줄게. 세상에 있는 모든 음식을
맛보게 해줄게. 좀만 기다려ㅋㅋㅋㅋㅋ]
"... ..."
[... 잘자]
W. 병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