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 Noir (피노 누아르) w. P 모바일에서 올려서 자꾸 마크가 저렇게 붙나 봅니다... ㅜㅜ. (불이 없어여, 불이! 불은 나중에 지필 겁니다. 활ㄹ활.) 하여튼, 시작합니다. 연애담도 있는데 왜 자꾸 일을 처 벌리는지 ㅜㅜ 나란 징어 수습 불가..... * 와인. 술이라기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매혹적이고, 그렇다고 그저 포도로 만든 것 정도로 가볍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지나치게 무겁고 잔혹하게 달콤하다. 와인, 그러니까 다르게 말하면 포도주는, 검붉고 선명하게, 혹은 푸르고 투명하게 잘 익은 포도를 이용해 만드는 알코올 음료로,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어로는 Vin(뱅), 이 탈리아어로는 Vino(비노), 독일어로 Wein(바인)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뱅이나 비노보단 확실히 와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이듣기 편하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매일 와인 바에서 풍겨오는 그윽한 와인 향취에 나른하게 취하면, 왜 디오니소스가 굳이 그 많고 많은 술 중에서도 히필 포도주의 신으로 추대받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다. 포도주의 향은 매우 다양하다. 물론 포도의 향도 나지만, 각 생산된 지방에 따라 포도와 함께 나는 그 특유의 향이 나는 참 좋다. 굳이 어떤 와인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본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어떤 와인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와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그 포도. 피노 누아르(Pino Noir). 피노 누아르는 다른 포도에 비해 연약하고 섬세하다. 함유된 타닌이 적기 때문에 산미가 적당히 가미되어 있으며, 과일 향이 풍부하고, 껍질이 얇아 후에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나무의 향기나, 가죽의 향기 등 추가적인 아로마(Aroma)가 부여된다. 이 극상의 섬세함을 지닌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내면, 고귀하고 우아한 한 편의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한다. 와인을 위해 일생을 바칠 준비가 된 인간들. …소믈리에. * 흔히들 사람들은 소믈리에, 하면 제일 먼저 알음알음 떠오르는 것이 말쑥한 제복을 차려 입고 와인 잔에 든 와인을 맛 보는 것, 일 것이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내려지는 직업이 아닐 뿐더러, 그렇게 된다면 소믈리에들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 없다. 그저 최상류층의 회식 자리에서나 존재하는 곁가지, 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들이 한 명의 소믈리에로 인정받기 위해 하는 노력이 너무나 비참하지 않은가? "오늘의 와인은 뭐지?"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을 무렵, 와인 하우스의 사장이라는 작자가 비척비척 사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나는 대강 지레짐작했다. 또 누구랑 잤다가 집 비밀번호를 까먹고 이 곳으로 와서 잠을 잤을 것이다. 이 와인 하우스의 사장은 웃기게도 취하면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기억속 어딘가로 날려 보낸다. 더 웃긴 것은 이 와인 하우스의 모든 것은 술에 취해도 멀쩡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사장이 잠에 취한 얼굴로 사장실에서 진이 빠진 잰 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것은 결국에는 어제 간밤에 사장은 취했다는 것이 된다. "얼른 오픈 준비 해." 그렇게 아직 채 술 기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내게 말하는 것은, 한 번쯤이면 가볍게 무시해도 괜찮았다. 나는 베스트를 벗어 옆에 내려 두곤 셔츠를 다듬었다. 사장이 옆에서 흘리듯 넥타이는 왜 안 했냐며 물었지만, 이 질문은 순전히 겉치레였다. 나는 남들이 다 하는 넥타이를 하지 않았다. 사장은 물론 그런 날 내버려 두었고. 하지만 그는 이상한 것에서 신경을 쓰곤 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와인 잔의 위치라던가, 오프너를 사용하고 난 뒤에 코르크는 꼭 정해진 곳에 버리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경수야." 사장이 느릿하게 제 이름의 운을 떼었다. 이 곳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속수 무책이다. 그를 힐끗 보자 전 날 입었던 와인빛 실크 셔츠의 한 쪽이 구겨져 흉했다. 나는 손으로 그의 셔츠를 가리키며 셔츠 구겨졌어요, 사장님. 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이런 쪽으로 결벽증이 매우 심했다. 지금까지 나온 말을 모두 종합해 보면, 사장은 결벽증에 미친 편집증 환자라는 말이 되는데, 이것이 사실이다. "말은 지지리도 안 듣지…." 그가 다시 비척비척 걸어 와 내가 있는 바에 비스듬히 팔을 걸치고 스툴에 앉았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눈으로 느릿하게 그를 좇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 앞에 제 양손으로 턱을 괴고 부담스러우리만치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늘상 있는 일이라 이젠 별로 신경도 안 쓰이지만, 처음에는 정말 이 사람이 싸이코구나, 싶어 넌지시 사장님, 혈액형이 AB형이세요?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자지러지게 웃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게 몇 년 전이었더라. "종인아, 해 봐." "……." "종인아는 너무 건방진가? 그럼 종인 씨, 어때?" "……." 가끔씩 사장은 내 성격을 이용해 이리 나를 놀려먹곤 한다. 우리 사장은 정말 딱 와인같은 사람이었다. 나를 농락하는 것을 즐기지만 내가 제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와인한테 느끼는 감정이 애증의 감정이라면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조금 더 깊었다. 하지만, 사랑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난 네 입에서 나오는 쌍시옷 발음이 그렇게 좋더라." 그는 나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는 정말, 딱 와인같은 사람이다. 보졸레 누보 같은. 가벼운 맛이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도 깊어 알 수 없는 그런 사람. 그래서 나는 그 와인을 참 좋아한다. 그 대신에, 그 와인을. "그러니까 종인 씨... 윽." "그 눈 치워요." 참다 못해 그의 얼굴을 손으로 쭉 밀어내자 그가 힘없이 밀려나며 떨어져 나갔지만,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는 걸 보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나 싶어 그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그가 상처받은 눈을 하며 눈 꼬리를 축 내려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주었다. 안 넘어갑니다. 하고 단호하게 말하자 그가 대번에 표정을 풀며 픽, 웃었다. 우리 경수는 언제까지 철벽 치고 있을래, 응? 하며 손을 뻗어 제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나는 느릿하게 손을 들어 뻗어오는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가 징글징글하게 웃으며 깍지 낀 손을 진득하니 비볐다. "우리 경수는…. 손도 예뻐." 순간적으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 잡힌 손을 빼려 세차게 흔들었지만 그는 가만히 웃으면서 잡은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잠시만 이러고 있자, 며 제 앞에 바싹 스툴을 끌어당겨 앉는 눈 앞의 사람이 사장이 맞나 싶었다. 언제는 얼른 오픈 준비나 하라고 하더니…. 라며 낮게 말했는데, 못 들은 척을 하며 그가 대답했다. 오픈 준비는 나중에 오는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뭐. 그치? 경수야. 그가 또 잡힌 손을 느릿하니 끈적하게 매만졌다. 서로의 손바닥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 백현 씨." "이거 봐, 경수는 이상하게 나한테만 씨를 안 붙인다니까." 출근한 백현에게 밝게 인사하자 종인이 이내 서운하다, 서운해. 하며 앓는 소리를 내다 바에 엎드리니 그의 등을 백현이 툭툭 쳐 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사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 거죠. 백현이 읏으며 그를 끌어 올려 일으켰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이 종인의 등을 토닥토닥 가볍게 치며 장난스레 물었다. 또 경수한테 차이셨어? 그러자 종인이 한껏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힘없이 끄덕이는 것이다. 나는 코웃음을 팽 쳤다. 얼른 오픈 준비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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