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욕조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인국이 그제야 무거운 눈꺼풀을 들이밀었다. 가지런히 놓여진 가운에 팔을 끼워넣고 문을 열자 쇼파에 앉아 머리를 헝클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야윈 제 아버지가 보였다. 인기척에 느릿느릿 고개를 든 아버지가 인국에게 겨우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보였지만 인국은 그를 무시한 채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수년간 지속되는 이 지긋지긋한 집구석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바삐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현관을 향했다. 그대로 쇼파에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어디 가니, 하고 물었지만 돌아온건 인국의 대답대신 또 한번 거세게 문닫히는 소리뿐이였다.“…….”인국이 조용히 꺼내들었던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아까 우현과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부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욕지기를 내뱉으며 코웃음을 치던 아까와 달리 인국은 혼란스러운 감정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걸었을 전화를 마다하나는 것도 그랬다. 제 번호보다 더 익숙한 호원의 번호 11자리를 왜 누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지 저 자신도 알 방도가 없었다. 다 이게 남우현 그 개자식 때문이라고 단정지은 인국이 우현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꾹 눌렀다.ㅡ여-.“이호원 어딨어.”ㅡ어이쿠, 이호원 행방을 왜 나한테 물어보실까나?수화기를 타고흐르는 웃음섞인 말투에 기분이 나빠진 인국이 전화를 끊으려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알아챈 우현이 인국을 붙잡았다. 아, 알았어! 호원이 요즘 아르바이트 풀로 뛰잖아, 지금도 아마 알바하고 있을껄? 아는 형한테 알아봐다 줄까? 미간을 찌뿌리던 인국이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일었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숨이 찰 때까지 달려도 보고 맥주 한캔을 사서 단숨에 원샷을 해보기도 하고 문방구 앞에 놓인 오락기 의자에 쪼그려 앉아 초딩녀석들의 눈초리를 받으면서까지 계속 지는 게임 한번 이겨보겠다고 발악해보았지만 어지럽게 흩어진 제 마음속을 다잡을 수 없었다. 오래되어 탁한 화면에 떠오르는 LOSE 문구를 노려보던 인국이 몸을 일으켰다. 제 옆에 서있던 조그만 초등학생무리가 킥킥대는게 들려오자 인국은 몰려오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오락기 화면을 세게 발로 찼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졌고 차례를 기다리던 초등학생 무리들이 울먹이는 소리를 뒤로한 채 인국은 걸음을 옮겼다.* * *새벽의 고요함이 호원을 덮쳐왔다. 일일급여봉투를 꼭 쥔채 꾸벅 인사를 하고 가게문을 막 나서며 확인한 시계는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학교를 나가지 않은지도 벌써 3일째였다. 한 주가 훌쩍 지나 벌써 내일, 아니 오늘은 토요일이었고 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간은 어느새 30분이나 더 흘러있었다. 다시금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에 호원이 손을들어 조용히 제 입술을 쓸었다. 그 다음날까지도 팅팅 부었던 입술이 지금은 그나마 많이 가라앉아 상처난 곳엔 딱지가 앉은게 느껴졌다.‘그러다 너 죽으면 난 어떡해!’‘다시 한 번 말해봐. 무슨 소문?’‘누가 그딴 소릴 짓껄여?’‘안그래도 요즘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고 누가 그러더라고.’‘그럼 좋은 그림 한번 연출해 줘야지?’‘…뭐긴 뭐야, 친구지.’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굴러다녔다. 막연히 인국과 얼굴을 마주보는것을 피해왔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제가 잘못한것이 없는데도 인국을 피해 숨어다니는 제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노란 가로등불만 듬성듬성 켜져있는 어둑한 골목길을 따라 걷던 호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학교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한 호원이 다시 발을 내딛여 계단을 올랐다. 끝없이 이어진 돌계단의 끝이 점차 다가옴과 동시에 호원은 당차게 옮기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왜 이제 와.”계단끝 벽에 등을 기대고 쪼그려앉아 고개를 숙이고있던 인국이 고개를 들어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호원을 바라보았다. 다리가 저린지 벽을 손으로 짚고 천천히 일어난 인국이 길게 하품을 했다. 오늘 학교에 가서 인국과 대면해야겠다는 다짐을 한게 방금전인데 막상 피해다니던 얼굴이 떡하니 제 앞에 있으니 어쩔줄을 몰랐다. 무시하고 빠른걸음으로 인국의 옆을 지나치자 제 손목을 턱 잡아오는 인국에 호원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정리되지 못한 맘과 함께 쿵쾅거리며 뛰기시작한 심장에 헛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호원은 무슨말이라도 해야 이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것 같아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왜 이러는데, 도대체?“왜 학교 안왔어.”“언제는 내가 뭐 꼬박꼬박 나갔냐?”“연락은 왜 안받는데.”“…바빴어.”지금 왜 저가 인국의 눈을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호원이 잡힌 손목을 인국의 손아귀에서 빼내려하자 더욱 더 세게 쥐어잡은 인국이 호원을 세게 끌어당겨 눈을 마주쳐왔다. 왜 나 안봐…? 몰랐는데 숨결이 닿을정도로 가까워지자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겨왔다. 기분이 나빠진 호원이 금세 얼굴을 굳히며 인국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쳤다. 이거 놓으라고했다.“니가 그랬지, 우리는 도대체 무슨 사이냐고.”“…….”호원이 무언가 말하려던 걸 삼키고 떨리는 눈으로 인국을 바라보았다. 길게 자란 앞머리가 인국의 눈을 가려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허탈한 웃음을 짓던 인국이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다시금 호원에게 진하게 눈을 마주쳐왔다. 사실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어. 맥빠지는 인국의 답에 호원이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빠져나오려 하자 이번엔 호원을 꽉 끌어안은 인국이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호원에게 기대듯이 안겨 뜨거운 입김을 연신 뿜어댔다. 당황한 호원이 그대로 굳은 채 눈만 껌뻑이자 한참동안 말이없던 인국이 입을 열었다.“그래서 오늘 확인하러 왔어.”천천히 호원의 어깨를 잡고 저를 밀어내 시선을 마주치는 인국의 행동이 느릿느릿하게 보였다. 뭐라할 새도 없이 인국에게 먹힌 제 입술에 당황한 호원이 인국을 밀어내려 발버둥을 쳤지만 제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오는 인국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허무맹랑하게 이끌려다니는 저가 한심스럽다가도 강하게 저를 끌어안는 것과는 달리 부드럽게 입술을 핥는 인국에 호원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꼭 여자취급을 받는 것 같아 오기가 생긴 호원이 입을 열어 제가 리드하듯 인국의 혀를 옭아매자 인국이 몸에 힘을 푸는게 느껴졌다. 그런 인국을 벽으로 몰아붙이자 세게 벽에 부딪힌 인국이 으, 하는 신음이 입안을 울렸다. 한참을 부벼대던 입술을 떼어내자 침으로 범벅된 입술이 빨갛게 달아오른게 보였다.“그래서…, 우리는 무슨사인데?”저에게 확인하러 왔다고 온건 인국이었지만 알게모르게 복잡했던 머릿속이 차분히 정리되며 오히려 저가 인국에게서 확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호원을 가만히 지켜보던 인국이 마른세수를 했다. 이미 확실해진 제 마음과 다른 답이 나왔을까 두려워진 호원이 입술을 물어뜯자 겨우 앉았던 딱쟁이가 다시 터지며 비릿한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뭐긴 뭐야, 친구지.’“이호원….”‘또 한번 그딴 소리 짓껄여보라고 해. 그땐…, 가만 안 놔둬.’“나 너….”‘…안 좋아해.’“좋아해.”스산하게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쏴아, 하고 들려왔다. 지겨울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들이 알게모르게 하나둘씩 죽어 땅으로 툭,툭 추락함과 동시에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가고 어느새 다음 계절이 한발앞으로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애매모호한 여름과 가을 그 경계속에서 호원과 인국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아니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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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왔는데 내용 병맛 분량 병맛 ^.^... 병맛콤보네요 ㅋㅋ
죄송해요.. 늦었죠? 글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겨우겨우 써낸게 저거네요.. ㅋ.. 잠깐의 슬럼프가 왔나봅니다
어렵디어려웠던 이번편을 마무리지었으니 ㅠㅠㅠ... 다음편은 최대한 빨리 갖고 돌아올게요.
그리고 이제 계절이 바뀌면이 중반을 넘겨 막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환기한번 시켜야 할 것같아서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을게요.
뭐 물론 독자님들께서 다들 이해하셨을꺼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몰라서 차분히 전개된 내용들을 정리해볼게요.
일단 호원과 인국은 어렸을적부터 친구입니다. 뭐 언제부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학교시절부터는 알아왔을거에요.
인국이 호원의 집안사정을 아는것처럼 호원이도 인국이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있어요 (이에 관해선 나중에 언급이 될꺼에요)
그래서 둘은 급속도로 사이가 가까워졌고 지금까지 이르게 된거죠.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둘은 서로에게 차츰 이상한 감정을 느낍니다. 물론 저 둔탱이들은 그게 무슨 감정인지 또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모른채 넘기지만요.
그게 여러번 반복됨과 동시에 둘은 그 감정에 대해선 싹 입을 닫죠. 그러다 옆에서 지네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걸 들으니까 오기? 랄까요.
괜히 더 발끈한거죠, (호원이나 인국이가 그 남자애를 마구 팬것처럼요 ㅋㅋㅋㅋ 바보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호원이한테 입술박치기를 하고 둘은 사이가 확 틀어져버리죠. 사이가 틀어지면서 인국이랑 호원이는 서로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죠.
타이밍좋게 인국이는 우현이를 만나게 되구요, 호원이도 인국이를 마냥 피하면서 아르바이트만 주구장창 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은 진정이 되지않고 오히려 더 날뛰죠. 그런 알쏭달쏭한 맘을 갖고인국이와 만나게 됩니다.
이제는 점점 구체적으로 잡혀가는 그 감정에 서로 주춤거리기만 하다가 인국이의 파워풀한 입맞춤시도로 인해
둘은 각자의 맘을 깨닫고 서로의 맘을 확인하게 되죠.
여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족한 글솜씨라 잘 이해가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인국이랑 호원이는 일반적인 가정속에서 편안하게 자란 평범한 고딩이 아니에요. 분위기 자체는 조금 어둡게 잡았는데 막상 써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네요. 역시 아직 제 맘도 잘 모르는 철부지 고딩일 뿐이었어요 ^.^.... 하지만 베이스를 어둡게 깔아놨고 그렇기에 앞으로의 전개가 좀 어둡고 지칠수도 있어요ㅋㅋㅋㅋㅋ.. 그치만 앞으로 새롭게 일어날 일들과 호원과 인국이 사이에 싹튼 감정의 성장을 앞으로도 쭉!! 함께 지켜봐주세요 ㅎ.ㅎ
앞으로는 최대한 늦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ㅠ.ㅠ 시간이 없어서 여분량을 다 써버렸네요.. 이제 또 열심히 힘내서 미리 써놔야지 흙흙 ㅜ.ㅜ
+)응칠에서 준희가 윤제를 좋아하더라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겁나당황..... 실제로 이루어질줄이야... 헐.... 엄마 ㅠㅠㅠㅠ 글쓰는 제가 이런말 하면 아이러니할지 모르겠지만 호..호원이는 감당할 수 있을련지 ㅜ.ㅜ 걱정되네요... 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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