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돈에 미쳤지 내가. 그런 백현을 보던 경수가 초코우유를 쭉- 빨아먹었다. 종인아 백현이 미쳤나봐. 머리를 쥐어뜯던 백현이 경수를 째렸다. " 미치긴 뭘 미쳐!" 사실 백현은 미칠 것 같았다. 도데체 내가 왜 그랬지. 아니야, 잘 한 일이야. 세...세 달 정도 봐주고 10억이면 완전 장땡이지. 백현의 마음은 이런식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왔다갔다 했다. 경수가 다시 종인에게 말했다. 와, 진짜 미쳤네. 변백현, 지금 웃는 거 완전 싸이코 같아. 그러던 중 문득 종인이 물었다. "오늘 니네 집가도되냐?" "아니." "왜?" "손님 오거든..." "너 혼자 살잖아 무슨 손님이야." "혼자 살아도 손님은 올 수 있거든?" "뭐야. 변백 여친 생겼냐?" 그래...여친...여친이면 참 좋겠지...너는 사람도 늑대도 아닌 게 한 달 동안 집안을 빨빨거린다고 생각을 해봐. 사람이 안 미치나. 백현이 다시 머리를 북북 긁었다. "야, 머리 긁지마. 비듬나와." "비듬 없거든?" 백현의 오늘 수업은 한 마디로 하면 망함 두 마디로 하면 진짜 망함이었다. 필기는 개뿔 수업시간에 멍때린다는 이유로 복도로 쫓겨나가기까지 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십억이..아니 찬열이가 오는 날. 밥은 세끼 다 차려주고 교육같은 거만 잘 시켜주면 된됫는 데.. 백현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어차피 안 맡았으면 죽이려고 했잖아...그래..조금이라도 더 살고 죽는 게 낫지...백현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생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따라 집까지의 거리가 왜 이렇게 짧다고 느껴지는 것 일까. 왠걸 백현은 집앞에 세워진 방탄유리 무더기를 보자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좀 늦었다 너." "이게 다 뭐에요..." "뭐긴 찬열이 집이지." "이걸 너네집에 설치해야되. 잘 못하면 공격당할 수도 있거든." 그런말을..왜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데...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찬열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는 안되어서 밤에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백현은 문득 찬열의 눈을 떠올렸다. 야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 안에는 알 수없는 순수함이 맞물려 오묘한 느낌을 내는 눈이었다. 루한과 크리스는 방탄유리가 설치되자마자 백현의 집을 떳다. 방탄유리로 인해 나누어진 백현의 집이 비좁아졌다. 백현이 유리를 세게 발로 찼다. 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백현이 발을 부어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방탄유리가 세긴 세구나. 백현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안심했다. 이걸로 내 목숨은 부지 할 수 있겠지. 딩동- 딩동- 하고 요란하게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잠을 자던 백현이 부스스 일어나 인터폰을 제 얼굴에 댔다. "누구세요...?" "문 좀 열어라 좀." 백현이 허둥거리며 문을 열자 루한과 크리스가 제 집인양 들어왔다. 신발은 벗어요!! 백현이 그대로 들어가려는 크리스를 막아섰다. "아, 미안 습관이 되서." 크리스의 등에는 찬열이 엎혀있었다. 잠든 찬열을 크리스가 패대기치듯이 쇼파에 내려놓았다. "우리가 오랜만에 목욕까지 시켰어." 그러고보니 찬열의 머리가 조금 젖어있었다. 말릴거면 제대로 말리지. 루한이 내 공간과 찬열의 공간이 될 곳을 막고 있는 방탄유리의 작은 문에 달린 자물쇠를 열었다. 크리스가 찬열을 질질 끌고 그 안에 넣었다. 이로써 정말로 찬열은 백현의 집에서 사육...되게 된 것이었다. 백현은 멍하니 자신의 집을 나서는 둘을 쳐다보았다. 찬열은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른 채 그릉-그릉-코를 골며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백현은 울고 깊은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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