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w.1억
효섭이와 재욱이는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빠진다. 턱을 괸 채로 열심히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고갤 돌려 옆을 보았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던 지수가 옆에서 자려고 하는 성재의 팔을 꼬집는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성재가 입모양으로 지수에게 미쳤냐고 하고, 지수는 또 성재의 팔을 꼬집고... 그럼 선생님은 그 둘을 부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둘을 보며 웃고 있는 건 석우와 나다. 석우가 그 둘을 보다가 고개를 더 돌려 나를 보더니 살짝 웃고선 다시 앞을 본다.
얼마 지났을까 쉬는시간이 되었고, 지수가 기지개를 피며 말한다.
"강림아 오늘 끝나고 얘네 아지트 가자."
"아지트?"
"응. 얘네 맨날 학교 끝나면 아지트에서 빵이랑 라면 먹는대. 나도 간다고 했어."
"야 언제 오라고 했냐. 그냥 있다고만 했지?"
둘은 또 투닥 투닥 거리고.. 석우는 그런 둘을 보며 또 웃는다. 그럼 난 석우에게 묻는다.
"아지트? 어디 건물이야?"
"그냥 별 거 없어.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 곳이긴 한데.. 다리 밑에 강가 있잖아. 거기야.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쉬기에 딱 좋더라."
"아~"
"바람도 선하게 불고.. 물 냄새도 좋고 해서 가끔 거기 가거든. 거기서 자다가 늦게 집에 들어간 적도 있고.. 근데 나는 공부 때문에 잘 안 가."
"아아.. 공부 때문에.."
"오늘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도 같이 가자."
"그래도 돼?"
"안 될 건 또 뭐야."
"그럼! 나도 오늘 가볼래!.. 재욱이가 나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한데.."
"이재욱? 걘 원래 그래. 싫어서 그런 거 아닐 텐데."
"정말?"
"응. 원래 싸가지 없기로 유명하잖아 ㅎㅎ."
"싸가지 ㅋㅋㅋㅋ."
"되게 좋아한다 너?"
"내가 언제...!!"
석우는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한다. 쉬는시간에도 잠깐 떠들 때 빼곤 볼펜을 놓지 않는다.
그런 석우를 뒤에서 바라보면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와 진짜? 가보고 싶다!!"
"나도 가보고 싶은데. 강림이랑 둘이서 가면 좀 무서워서 못 갔는데.. 나중에 갈래!?"
"야 난 좋지.. 언제 가지? 김석우 될 때 가면 좋은데.."
"석우..? 왜?"
"쟤 공부 벌레잖아. 공부 해야 돼서 우리랑 놀러 못 갈 때도 많아."
"아, 진짜?..."
"야야야 그럼 그럼! 오늘 끝나고 아지트 가서 애들끼리 날 정하자! 콜?"
"콜!!"
"한강림 콜!?!"
갑자기 내게 콜!? 하는 육성재에 나는 잘 모르지만 일단 '콜'이라 외친다.
턱을 괸 채로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네명은 각자 성격이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친하지?
"어디가?"
갑자기 일어나는 석우에게 물었고, 너는 내게 말했다.
"매점. 같이 갈래?"
"응!"
"야야야야! 너 예전에 체육복 잃어버린 줄 알고 샀는데! 있다고 했었지!? 그래서 두개지!?"
"어..넵!"
"그럼 그거 하나만 줘봐라! 줘봐!!"
"아, 넵!!!!!!!! 갔다오겠습니다!! 형!!"
2학년 후배에게 체육복을 뜯는 효섭에 옆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연습하던 재욱이 효섭에게 말한다.
"체육복은 왜."
"한강림 체육복 없다잖아. 그것도 엄청 억울하게 없어졌잖어."
"그걸 왜 네가 구해주는데."
"딱하잖아. 체육복 없어서 벌점까지 먹을 뻔 했다니까 걔??"
"벌점 먹은 거 아냐?"
"아니 진욱쌤이 장난친 거였어! 벌점 주지도 않았대."
"…그래?"
"그래!! 그래도! 이제 체육복 구했으니 뭐~ 흠흠."
"……."
"야야 패쓰."
재욱이 축구공을 효섭에게 넘겼고, 효섭이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재욱은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더 신나보이는 효섭에게 시선을 뗄 수 없다.
하다못해 콧노래까지 부르는 효섭에 재욱이 콧방귀를 뀐다.
"허..참나.. 미친새끼."
학교가 끝나고, 청소를 할 때쯤에 효섭이가 교실로 들어왔다. 효섭이가 내게 다가와 웃기에, 나는 효섭이를 올려다보며 덩달아 웃어준다.
"잘 하고 왔어?"
"응. 야! 한강림! 선물."
"어... 체육복??"
"응. 아는 동생이 체육복 두개라고 해서! 근데 조금 클 수도 있긴 할텐데.. 어차피 1년 입는 거잖어."
"고마워!.. 안 그래도 사야 됐는데... 진짜 고마워!"
"이게 나야~~~"
"ㅋㅋㅋㅎㅎㅎㅎ."
"야! 오늘 아지트 가자! 김지수랑 한강림도 간대!"
"아 진짜? 거기 진짜 사람 별로 없는데. 너도 가면 좋아할 거야."
아, 정말? 하고 웃으면 안효섭이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너네랑 갑자기 이렇게 친해지는 건 좋은데 말이야.
"……."
"야야야! 이재욱! 아지트 가자! 가자! 오랜만에 가자!! 얘네들도 다 간대!"
"얘네?"
얘네? 하고 인상을 쓴 채로 나와 지수를 번갈아보는 이재욱은 우리를 많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래.
"근데 김석우에다가 얘네 까지 같이 오니까 느낌 되게 이상하다?? 김석우도 엄청 오랜만에 오지않냐 여기?"
"응. 방학 때도 잘 못 나왔으니까..."
"공부 좀 줄여~ 넌 공부 안 해도 1등 그냥 하잖아!?"
"공부를 안 하는데 어떻게 1등을 하냐?"
"너라면 뭔가 가능할 것 같았어. 아.. 근데 기분 되게 더럽네?? 안효섭이랑 이재욱은 축구 때문에 그렇다 쳐도! 나 빼고 다 공부 잘하네!!"
"너도 하면 잘 할 거야."
"안 해~내 인생에 공부란 구구단에서 멈췄어~ 야! 여기야! 도착했어!!!"
성재가 도착했다며 계단을 밟고 밑으로 내려가자, 곧 강가가 보인다. 물이 다 빠져서 발목까지도 오지 않을 물깊이였다.
그리고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바닥이 있었다. 이 때 육성재가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 나와 지수에게 건네준다.ㄱ
그럼 우리는 교과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앉는다.
강림이의 양 옆으로는 석우와 재욱이가 앉았고, 석우의 옆으론 효섭이 지수 성재가 있다.
바람이 선하게 불면 강림이의 머리칼이 움직이고, 강림이의 좋은 냄새가 재욱에게로 향한다.
그럼 재욱은 고갤 살짝 돌려 강림을 힐끔 본다.
"……."
"난 공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 안 오르던데. 어떻게 그렇게 항상 전교 1등을 유지해? 대단한 것 같아."
"그냥 아침에 눈 뜨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공부하면 되더라구."
"아아..어디 좋은 대학교를 가시려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시나.?"
"왜?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따라오려고?"
"네가 갈 수 있는 대학은.. 난 거들떠도 못 볼 것 같은데."
"왜 못 가냐? 너도 공부 잘 하면서."
"그러니까 말이다.. 한강림 너 사람 약올리냐? 전교 꼴등 앞에서 지금 엉??"
"너 전교 꼴등인 건 말 안 해도 다 알아."
"야이씨!!"
"ㅋㅋㅋㅋㅋㅋㅋㅋ."
모두가 웃고 있고, 재욱도 살짝 웃으면 강림이 재욱을 힐끔 본다. 그래도 웃기는 웃네.. 하고 혼자 생각하던 강림이 재욱과 눈이 마주치면 강림이는 눈을 피하지 않고 웃는다.
재욱은 그런 강림에 당황이라도 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피한다.
"대회 있다면서? 지수랑 나랑 보러갈게."
"그럼 좋지."
"둘이 축구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긴 하다 ㅎㅎ."
"기대 해도 좋을 걸?? 우리가 특히 다리가 쭉쭉 뻗어서!! 달리기도 빠르고~~ 크흠..."
"맞아. 너희는 어떻게 이렇게 키가 커?? 같이 다니는 애들끼리 다 큰 것도 신기하다."
"육성재도 큰 편인데 우리 옆에만 서면 되게 작아지는 거 알지."
"ㅋㅋㅋㅋ아."
"어허.. 가만히 있는데 시비를 거시겠다?"
"근데 솔직히 인정은 해. 너 여기서 제일 작아."
거기에 대고 또 효섭이가 '인정!'하면 지수와 효섭이가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럼 성재는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진짜 나 빼고 다 팀 먹었다 이거지??"
효섭이가 벌러덩 뒤로 누워버리고, 성재도 누워버린다. 덩달아 석우도 누우면 지수와 강림도 누워보인다.
뒤늦게 이어폰을 꽂은 채로 재욱도 눕자 강림이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좋다."
"내가 말했지 좋을 거라고."
"정말 좋아."
성재가 잠에 드는 바람에 1시간은 더 있다가 집에 가게 되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려고 했고..
"나는 육성재랑 석우랑 같은 방향! 효섭이 너는?"
"아, 나는 엄마가 마트에 좀 가자고 해서.. 저쪽으로 가야 돼."
"어허~ 그럼 재욱이는?"
재욱이가 턱짓으로 뒤를 가리켰고, 지수는 곧 화색이 돌며 말한다.
"그럼 강림이랑 같이 좀 가라!"
"……."
강림과 눈이 마주친 재욱.. 강림이 웃어보이면 재욱이 '그래, 그럼'하고 다른 곳을 본다.
그럼 빠이~ 하고 모두가 각자의 길로 가고 있었을까.. 강림이 '어?'하고 멈춰서면 재욱이 뭐냐는 듯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
강림이 재욱의 교복에 묻은 흙을 털어준다. 등을 손으로 막 털어주면 재욱은 뭐가 그렇게 불편한지 살짝 피한다.
"집 어딘데."
"어... 나 근데 너랑 정반대야!..."
"뭐?"
"공원 있는 쪽인데..."
"……."
"너무 정반대지? 가려면 그냥 가도 돼!.."
"……."
"뭐 위험한 상황 오면 너 탓 하면 되니까."
"…가."
"ㅎㅎㅎ 농담인데..."
재욱이 귀찮다는 듯 턱짓으로 가라며 앞을 가리키면, 강림이 웃으며 앞장을 선다.
둘은 꽤나 어색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걷는 재욱과,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 강림.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항상 웃고있는 강림이 이해가 안 가는지 재욱이 강림을 본다. 강림이 뒤돌아 재욱을 바라보며 또 웃자 재욱이 멈춰섰고..
강림도 멈춰서서 재욱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갑자기 내뱉는 말.
"혹시 나 싫어?"
"뭐?"
너무 갑자기 물어보자, 재욱은 조금은 당황한 듯 했다. 강림이는 재욱을 계속해서 웃으며 올려다보다 말한다.
"나 싫은 거야?"
많이 당황했다. 재욱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조금은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는 건 또 처음이라 강림이 재욱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싫어야 돼?"
"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싫지도 않고."
"……."
"좋지도 않아."
"오 그럼 다행이다! 표정이 계속 안 좋길래! 나는 또 나 싫어하는 줄 알고.. 그럼 됐어!"
"……."
"아, 참! 너는 너 좋다는 애들도 많은데 왜 여자친구 안 사겨?"
"……."
"아니면 여자친구 마지막으로 사귄 게 언제야? 어..음.. 아니면 지금 설마 여자친구가 있는 건가?"
"……."
"…나 싫어하는 거 맞는 것 같은데. 대답도 안 하구.."
"대답도 못 하게 혼자 떠들면서 뭘 싫어한다는 거야??"
"아, 그런 거야??그럼 대답해줘!"
"몰라."
"허얼... 바보."
"바보??"
"뭘 모르냐? 네가 알지."
"…허."
"여기가 우리집이야! 데려다줘서 고마워!"
"……."
"조심히 가! 내일 보자! 데려다줬으니까 내가 내일 빵 사줄게!"
"됐어."
"…치. 잘가."
"야 그럼 내일 보자~~ 간다~~~"
성재가 손을 훠이 저으며 간다고 하자 지수가 가라며 덩달아 손을 흔들어준다.
그렇게 어색하게 석우와 남은 지수는 걸으면서 석우의 눈치를 본다.
"흠흠.... 근데 육성재랑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성격이 완전 정반대인데.."
"그런가... 육성재랑 안효섭이랑 성격이 비슷해서 뭐."
"그래도 안효섭이 더 낫지! 걔는 잘생기기라도 했잖아."
"육성재도 잘생기지않았어?"
"내 스타일 아닌데..."
"그래? 내가 여자였으면 반했을 것 같아."
"헐.... 말도 안 돼. "
"왜 말도 안 돼? ㅎ"
"그냥 뭔가 쌩뚱맞아서... 아! 너는 집이 어디야? 더 가야 돼?"
"방금 지나쳤는데.."
"아, 그래! 그럼 잘ㄱ.."
"괜찮아. 이왕 늦게 들어가는 거, 너 데려다주고 가지 뭐."
"…아, 그래도 돼?"
"응."
지수의 얼굴은 붉어졌고, 석우는 그것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다 말한다.
"학교가 가까워서 같이 학교 가도 되겠는데?"
"어? 아, 어!...."
"ㅎㅎ 아~ 맞다. 근데 너는 강림이랑 어쩌다가 친해진 거야?"
"좋은 아침!"
강림이의 인사로 핸드폰을 하고 있던 재욱은 고갤 들고 강림을 본다. 역시 인사 받아 줄 생각 없는 재욱에 강림이는 그럴 줄 알았다며 재욱의 책상 위로 빵을 놓는다.
그제서야 재욱이 뭐냐는 듯 강림을 보면, 강림이 말한다.
"뭔가 같이 매점 가자고 하면 안 갈 것 같아서. 내가 사왔는데.. 먹어! 어제 데려다준 거 고마워서 주는 거야."
그 동시에 방금 학교에 온 성재가 엇! 나이스! 내가 먹어야지! 하고 빵을 가져간다.
"…야."
"엉?"
"내놔."
"뭐야.. 너 빵 안 먹잖아 ㅡㅡ!! 그냥 나 줘!!"
"……."
"그래 준다! 줘!"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빵을 책상 서럽에 넣는 널 보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강림이 웃으며 자리에 앉으면, 재욱이 괜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다시 핸드폰을 본다.
"아, 맞다. 석우야 지수 데려다줬다며! 지수한테 빵 사달라고 해!"
"어? 아냐 괜찮아. 어차피 집 가까운데 뭐."
"아냐! 석우야! 매점 가자! 내가 쏠게!! 당장 가자!!!"
"허우 야 뭐냐~ 안 사줘도 되는데~ 사준다면 가야지 뭐~~ ㅎㅎ"
"누가 너 사준대?? 석우 사준다고 했지!?!?!??!"
애들이 떠드는 걸 보며 웃는 강림과 그런 강림을 힐끔 보고 있는 재욱...
그리고 방금 막 온 효섭이 강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앉자 재욱이 효섭과 강림을 번갈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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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른 에피 업찌롱.
다른 거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