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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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먼저 눈을 떠 선생님을 깨우는데 안일어나길래 장난기가 발동했다.
'쌤-'하고 부르며 옆구리를 찔러도 안움직이는 선생님 눈 앞에 손바닥을 흔들어보여도 반응이 없다.
귀를 잡고 괴롭혀도 안움직이고 머리를 만져도 가만히 있길래 귀에 대고 '김태평씨' 하고 불러도 반응이 없고..
슬슬 흥미가 떨어져 세게 나갈 생각에 '오빠'하고 부르자 자는 줄 알았던 선생님이 나를 팔로 감싸 끌어안는다.
"...안잤어요!?"
"잤어"
"근데 왜 갑자기 깨요?!!?!"
"너가 깨웠잖아ㅋㅋㅋㅋㅋㅋ"
"...."
부끄러운 마음에 선생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손만 꼼지락 거리자 한손으로 내 두 손을 붙잡는다.
"뭐가 부끄러워? ㅋㅋㅋㅋ"
"아..진짜.. 자는 줄 알고..."
"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왜 아침부터 귀여워"
"몰라요...진짜..."
"진짜 뭐~~"
"아 그냥!!!!! 이제!!!!!!'
소리 질러놓고 말을 안하는 나를 선생님이 빤히 쳐다본다.
"오빠...라고 부를까여?"
"...진짜?"
"머 싫음말구요"
"좋은데"
"생각해볼게요"
"참나"
"근데 솔직히 서른아홉살이 오빠는..."
"야"
"ㅎㅎㅎㅎㅎ"
"됐어 관둬"
"싫어요. 오빠라고 부를래요"
"나도 싫어"
"오빠 ㅎㅎ"
"청개구리야 뭐야.."
.
이대로 서울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바닷가 근처에 카페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랑 케이크를 하나 주문하고 먹으려는데 바람에 머리카락이 자꾸 날리기에 '아씨!'하고 짜증을 내면 선생님이 웃으며 머리를 정리해준다.
손을 뻗어 앞머리를 정리해준 선생님이 '사진찍을까-'하며 핸드폰을 꺼낸다.
"우리 사진 처음 찍어요!!!"
"아닌데"
"맞는데?? 우리가 언제 찍었는데요ㅡㅡ?"
"너 19살때"
"그걸 기억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잔뜩 찍고 있는데 화면이 바뀌고 전화가 울린다.
저장명은 '고보결'.. ??????? 고보결?????????? 그 여자 연예인?????
사진을 찍다 놀란 내가 '에!?'하고 선생님을 쳐다보면 당황해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안받아요?"
"..어"
"왜요?? 근데 방금 그거 연예인이에요?????"
"안받아도 돼"
"왜요??????? 연예인이냐구요!!!!!"
"어.."
"근데 왜 안받아요??????"
".."
"와 근데 쌤 진짜 슈퍼스터네... 정해인씨랑도 알고... 고보결씨도 알고..."
혼자 연예인이랑 친한 선생님이 신기해 잔뜩 흥분해서 말을하면 선생님은 당황한 듯 이제 집에 가자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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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선생님이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피곤했으니까 오늘은 내가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석에 앉았다.
"진짜 할 수 있겠어?"
"네! 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소문났어요"
"그런 소문 못들었는데 ㅋㅋㅋㅋ"
"아ㅡㅡ"
"내가 해도 되는데"
"제가 한다구요!!"
"믿어도 되나? 나 아직 죽는건 싫은데.."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는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니 아까 찍은 사진이 생각났다.
"쌤!!!!!!!! 아까 찍은 사진 봐도 돼여!!!!!?!!????!"
샤워기 물소리에 내 목소리가 안들리는지 대답이 없는 선생님이지만, 괜찮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침대위에 놓인 선생님 핸드폰을 손에 든다.
잠금패턴도 하나 없이 풀리는게 쌤 성격같기도 하고 ㅋㅋㅋ 바로 앨범으로 들어가서 같이 찍은 사진은 몇장 보지도 않았는데 카톡 알람이 울린다.
[전화 안받는거 보니까 바쁜가보네.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이번 카톡도 고보결씨한테 온거였다. 와.. 잠깐 만나자니. 역시 슈퍼스타 김태평이다..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카톡이 하나 더 온다.
[보고싶다]
??????????????? 보고싶다고?????? 내가 아무리 단순하고 멍청해보여도 이정도 판가름은 할 수 있다. 지금 여기서 보고싶다는 남자로서 김태평이 보고싶다는 거겠지???????
이 카톡을 본 순간부터 연예인이고 뭐고 나에게는 나쁜년이다. 앞뒤상황은 몰라도 왜 남의남자한테 보고싶다는거야????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선생님이 침대에 가만히 앉아있는 내가 이상한지 말을 건다.
"뭐해?"
"..."
"??"
"쌤"
"화났어?"
"솔직하게 말해요"
"뭘??"
"고보결이 왜 쌤을 보고싶어 하는데?"
"???"
"왜 카톡으로 보고싶다고 보내냐고"
내 말이 이해가 안된다는듯 쳐다보던 선생님은 이내 상황파악이 됐는지 핸드폰을 가져가 확인한다.
"내 핸드폰 봤어?"
"그게 중요해요 지금?"
"왜 남의 핸드폰을 말도없이 봐"
"그게 중요하냐고"
"중요하지. 내꺼잖아"
"왜 그런문자를 보내냐고"
"보내던말던 니가 그걸 왜 보는데"
한숨을 내쉰 선생님이 마른세수를 한다.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언뜻 시발-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까 전화도 안받았나보네"
"뭐?"
"전화 받았는데 보고싶다고 하면 나한테도 들리니까!"
"마음대로 해석하지 마"
아직 따질말이 많은데 왜 하필 눈물이 날라하는건지 ㅠㅠㅠㅠ 괜히 더 있다가는 울어버릴것 같아서 더 말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온다.
"어디가"
"뭔 상관인데요"
"...."
"나는 지금 쌤 안보고싶으니까 보고싶다는 사람한테 가던지"
"야"
"..집에 갈래요"
선생님을 뒤로 하고 짐을 챙겨 신발을 신는데 '여름아' , '이여름'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자 바로 눈물이 쏟아진다.
이름만 부르고 왜 안붙잡는건지. 그게 뭐라고 나한테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는건지. 갑자기 모든게 서러워져서 엉엉 울며 집까지 걸어간다.
그렇게 집을 나온지 3시간이 지나도록 연락 한통이 없다. 진짜 그사람 만나러 간거 아냐?
집에 혼자 있기 싫은 마음에 핸드폰을 들었다가 연락 한 통 없는 선생님이 괘씸해 성우를 불러낸다.
"..와 그래서 그렇게 나왔다고?"
"응"
"근데 아직도 연락이 없고?"
"응"
"바람피나?"
"야!!!!!!!!!!!!"
"...그게 아니면 왜 보고싶어..?"
"..."
"아. 아니면 그거 아냐? 막 집착하는 전여친"
"에?"
"그럴수도 있지 않나? 그때 그 분 보니까 키도 크고 잘생겼던데.. 내가 여자였으면 백퍼 반했음"
"말이 왜 그렇게 돼?"
"ㅎㅎ. 우리 여름이. 못생겨서 배우는 못이길텐데. 어쩌나."
"개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전여친이면.. 어떻게 해야되냐"
"뭘 어떡해? 지금은 니랑 사귀는데"
"..여배우가 좋다고 집착하는데 내가 눈에 보일까?"
'그건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성우의 뒷통수를 한 대 때리자 울상을 짓는다.
"왜 때려!!!!!"
"친구 맞냐?"
"아니 솔직히 말해야지! 니가 그사람을 어떻게 이기냐!?"
기분 좋아지려고 만난건데 괜히 더 우울해져서 집에 가는 길이다.
그치. 나랑 그사람이 동시에 좋다고 하면 나같아도 그사람한테 가겠다.. 에휴.
핸드폰을 확인하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는 선생님이다.
.
혼자 집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여름씨!!!!!!!!!!!"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에서 그때 봤던 선생님 친구분이 뛰어온다. 지훈삼촌..이라고 부르랬다.
"어.. 안녕하세요.ㅎㅎ"
"혼자 어디가?"
"집에요!"
"이 늦은시간에? 태평이는 뭐하고?"
"아..ㅎㅎ 친구 만나고 오는길이에요"
"아~ 난 저 ~~~~~~~ 멀리서 딱 봐도 여름씨길래 반가워서 불렀어. 불편해?"
(네)
"아니요!"
"다행이네ㅋㅋ 태평이는 집에 있나?"
"모르겠어요 ㅎㅎ"
"그래? 지금 걔네 집 갈라했는데"
"..왜요?"
"술마시러 ㅎㅎ. 같이 갈래?"
"어.. 네! 같이가요! 저 껴도 되죠? ㅎㅎ"
"그럼그럼~"
..도대체 뭐하느라 그렇게 나온 나한테 연락 한 통 없는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혼자 만나기보단 지훈삼촌이랑 같이 만나면 덜 어색 할 것 같아서 냉큼 쫓아간다.
주변 편의점에서 술을 더 사들고 쌤 집으로 올라가 지훈삼촌이 초인종을 누른다.
"야!!!!!!! 김태평!!!!!!!! 내가 누굴 데려 왔는지 아냐!!!!!!!"
문 밖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삼촌 목소리에 창피해서 살짝 뒤로 빠지자 그새 말을 걸어온다.
"여름씨 지금 나 창피해서 숨은거지?"
"ㅎㅎ하하.. 그럴리가요..ㅎㅎ..."
"맞잖아."
"아니에요 ㅎㅎ"
문밖에서 잠깐 티격태격 하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린다.
문을 연 선생님은 나랑 바로 눈이 마주쳤고 이내 당황한듯 지훈삼촌과 나를 번갈아본다.
"김태평이~ 여자친구 봤다고 얼타지말고 문이나 좀 열어주지"
"..."
내가 온게 마음에 안드나.. 하는 생각에 살짝 소심해졌는데 선생님이 바로 문을 닫으려 한다.
"야!!! 손님을 앞에 두고 뭐하는짓이야? 왜 문을 닫아??"
'잠깐만.'하며 집 안의 눈치를 보던 선생님이 다시 문을 닫으려 하자 지훈삼촌도 문을 잡고 활짝 열어버린다.
"잠깐만은 무슨 개ㅅ.."
열지말걸.. 그냥 문 닫게 놔둘걸. 아니지. 그냥 지훈삼촌을 쫓아오지 말걸..
활짝 열린 문 너머로 집 안에 있는 고보결이 보였다.
지훈삼촌도 꽤나 당황한듯 말을 멈추고 선생님을 쳐다보다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진짜 성우 말대로 바람피는건가.. 나는 지금 그 현장을 목격한거고...?
순간 다리힘이 풀려서 넘어지려는걸 선생님이 손을 뻗어 잡아준다.
내 몸에 닿는 손길이 싫어 뿌리치자 또 뿌리친대로 가만히 서있는 선생님이 너무 밉다.
"....우리는.. 다음에 와야겠네...! 손님이 있는 줄 모르고.. 하하..ㅎ.. 가자 여름씨"
내 손을 잡고 자리를 벗어나려는 지훈삼촌을 순순히 따라간다.
"데려다줄까..?"
"...네"
집까지 같이 걸어가는길에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아마도 삼촌은 내 눈치를 보고 있겠지.
"삼촌도 아까 그 사람 알아요?"
"....."
"아나보네. 배우맞죠?"
"응..."
"...."
"여름씨 태평이 믿지?"
"글쎄요"
"...그치. 나같아도 못믿겠다 ㅎㅎ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아녜요! 신경 안쓰셔두 돼요"
"내가 김태평 조져줄까?"
"..음... 네 ㅎㅎ"
"알았어!!! 나는 여름씨 편이니까 뭐든 말만해"
"ㅎㅎ 감사합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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